③
폭염(暴炎).
중원대륙은 불덩이 같은 폭양에 의해 달구어질대로 달구어졌다. 대지는 여름의 불볕 더위에 바싹 마를대로 말랐고, 그로 인해 메마른 황사(黃砂)가 열풍이 불 때마다 자욱한 황진이 되어 피어 올랐다.
사람들은 더위에 시달려 녹초가 되었다. 개들도 혓바닥을 길게 빼물고 헉헉대고 있었다. 더위에는 도대체가 속수무책이다.
추위쯤이야 따뜻한 화로를 껴안고 있거나 독한 화주(火酒)로 창자를 달구어 놓으면 그런대로 견딜만 하다.
그러나 이 더위만은 정말 대책이 없는 것이다. 그저 땀을 연신 폭포수처럼 흘리며 부채질을 해보지만 그 바람조차 후덥지근 하기만 하다.
시원한 그늘을 찾아가 보나 그 곳도 이미 인산인해이다.
혹자는 호수로 가 배를 타보기도 하고 또는 명산을 찾아 보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때 뿐이다.
부모가 물려준 재산으로 평생 놀고 먹는 작자들이야 더위를 피해 절경을 찾아가 산해진미를 앞에 두고 신선놀음을 할 수 있다치지만 뼈골이 빠지게 일을 해야 먹고 사는 백성들이야 그것은 한갖 꿈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샘물을 길어 벌컥벌컥 마시거나 아니면 미지근한 물을 자꾸만 몸에 끼얹어 가면서 농부는 농부대로, 장사꾼은 장사꾼대로, 대장장이는 대장장이대로 땀 흘리며 일을 해야만 한다.
강호(江湖)는 쥐죽은 듯 잠잠했다. 폭풍전야의 무풍지대라고나 할까? 다만 뜨겁게 달아오른 대지의 열기를 품은 바람이 이마에 맺힌 굵은 땀방울을 닦아낼 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무림천하 정도대통(正道大統).
이 말은 당금 무림을 일컫는 말이다.
이십여 년 전 마왕성(魔王城)의 저 끔찍한 대혈겁(大血劫)이 종식된 후, 마도(魔道)는 강호에서 이제 그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꼬리가 잘린 도마뱀처럼 인적이 없는 곳으로 아주 숨어 버렸다.
정도(正道)는 그야말로 태반 속의 아이처럼 평온했다.
별다른 분쟁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저 명문개파에서는 긴장이 풀린 느슨한 상태에서 자파(自派)의 이익을 추구하는 소소한 부딪침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나마도 그들은 서로 영합하여 명예와 이익을 나누어 가지기에 급급했다.
- 봉황성(鳳凰城).
무림의 우뚝 선 고봉(高峯)인 봉황성이 있는 한 정도는 봉황성을 구심점으로 맹백한 무림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든 봉황성이 곧 법이었다. 대소분쟁도 일단 봉황성이 나서면 말끔히 해결되었고 각 문파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폭양이 대지를 녹여버릴 듯 불을 토하는 이 여름도 그러했다.
봉황성주 무황(武皇) 신단기성 단목신수는 거인이었다.
그는 마왕성과의 격전 이후 강호의 일에 거의 나서지 않는다. 다만 그를 대신하여 무림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의 제자, 봉황삼왕(鳳凰三王)이 모든 것을 처리했다.
- 자면신군(紫面神君) 담세기(覃世奇).
명실상부한 봉황성주의 수제자이면서 후계자.
그의 영향력은 그의 사부와 대등했다. 그가 나서면 해결 안되는 일이 없었다. 그는 현 강호에서 그야말로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절대자였다.
따라서 그는 무림의 선배고인들조차 한 수 물러서는 터였고 각파의 장문인들도 그를 깎듯이 대했다.
태산이 무너져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그의 담대함과 그의 사부 못지 않은 은연중 사람을 압도하는 기품과 측량할 수 없는 심기(心機)와 무공은 가히 하나의 거산(巨山)이었다.
- 삼절신군(三絶神君) 범고풍(凡古風).
- 옥수서생(玉手書生) 유세옥(庾世玉).
그들 역시 현세무림이 낳은 두 개의 고봉이었다.
천안(天眼), 귀검(鬼劍), 마뇌(魔腦)의 삼절(三絶)은 천하제일임을 강호인들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삼절신군은 자면신군 다음으로 봉황성의 실력자였다.
특히 그의 삼절은 유명하다.
한 번 본 것은 영원히 잊지 않으며 천리를 꿰뚫어 본다는 천안(天眼), 귀신(鬼神)도 단칼에 베어버린다는 귀검(鬼劍),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보며 당금 무림에서 벌어지는 일 중에 모르는 일이란 있을 수 없다는 봉황성 제일의 두뇌로 평가받는 마뇌(魔腦),옥수서생(玉手書生)은 강호인의 딸이라면 누구나 오매불망(寤寐不忘) 그리는 왕자님이다. 그의 얼굴은 전설적인 미남자를 능가했고 인품과 학문 또한 절세적이었다.
그의 손은 백옥같이 희고 투명해서 옥수라는 별호가 붙긴 했지만 그 손이 일단 움직이면 강철도 흠집 하나 없이 자른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특히 그의 독문절기인 대라천수탄지공(大 闡手彈指功)의 위력은 무림인들을 죽음의 공포에 휩사이게 한다.
그의 탄지공은 십 장 밖의 세 치 두께의 철판에 수십 개의 구멍을 뚫어버릴만큼 고강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잠력이 순식간에 발출되어 전신 요혈에 구멍을 뚫어 버리는 그의 탄지공은 봉황성 내에서 그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봉황삼왕(鳳凰三王).
그들이 있는 한 봉황성은 여전히 태산이며 정도무림은 그 아래에서 안전하다. 현 무림은 그 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으며 그들은 강호인들 사이에서 가히 신의 경지에까지 다다르고 있었다.
이 무더운 여름도 아무런 탈없이 지나갈 것이라고 사람들은 믿고 있었다.
각 문파에서는 문하제자들을 수련시키는 일도 무더위에 잠시 쉴 정도다. 어서 선선한 가을이 오기를 기다렸으며 그들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 아래 땀을 훔쳤다.
그런데, 바람이 갑자기 불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무도 상상치 못했던 무시무시한 바람이었다.
흑풍(黑風)이 갑자기 북으로부터 불어와 삽시에 무림의 하늘을 시커멓게 뒤덮는다.
혈우(血雨)가 갑자기 잠잠한 강호를 피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기 시작한다.
광풍(狂風)이 사막으로부터 중원으로 덮쳐와 삽시간에 중원은 공포로 전율하도다......!
콰콰쾅--
아는가? 마른 하늘에 번쩍인 뇌전(雷電)... 곧이어 천지를 뒤흔드는 뇌성(雷聲)이 일면 잠자던 날짐승들과 동물들이 미쳐 날뛰고, 초목이 진저리를 친다는 것을?흑사풍(黑砂風).
혈우전(血雨箭).
광풍사(狂風砂).
오오... 그대들은 그 이름만 들어도 모골이 송연해질 것이다. 그 이름 자체가 바로 악마의 저주였다.
그들은 악마의 저주를 현세에 실현시키기 위해 지옥에서 내려온 미치광이의 집단이다. 천 년 이래로 끊임없이 중원을 괴롭혔으며 중원을 피로 물들였던 무서운 혈마집단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이 중원을 한 번 침략할 때마다 중원의 반이 초토화되었다.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강을 이룬다.
문파(門派)의 대가 끊어지고 수많은 무가(武家)가 멸절되었다. 중원은 허리가 끊기고 손발이 잘리워졌다.
강호인들은 계속되는 극심한 공포와 전율로 목이 쉬고 눈이 충혈될 수밖에 없다.
무림인들은 이들을 지옥삼겁천(地獄三劫天)이라고 부른다. 지옥삼겁천은 새외에 있었고, 그들의 목표이자 야망은 중원(中原)에 있다.
흑사풍(黑砂風)은 열하(熱河) 너머 아득한 황원을 지나 흑룡강(黑龍江) 어귀에 있다.
그들은 원래 이민족(異民族)이다. 일설에 의하면 본래 장백족(長白族)으로써 중원의 오랜 핍박에 원한을 품고 대중원의 중토를 정복하기 위해 형성된 집단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키가 컸고 근골이 뛰어난 인종이었다.
무공은 패도적이었으며 중원무학과는 근본부터 판이했다. 그들은 언제나 정도문파들과의 격전에서 가공할 두려움을 뿌려 주었다.
마름질 하지 않은 짐승의 가죽옷과 그 피로 전신을 채색하고 머리엔 유골로 장식을 한 특이한 복장에 이들을 처음 대면하는 이들은 두려움에 떨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기마술은 가히 신기(神技)에 가깝다.
남해(南海)의 혈해도(血海島)에 있다는 혈우전(血雨箭).
그들은 몹시 잔악한 집단이다. 그들은 태어나자마자 짐승의 피로 목욕을 한다. 그리고 걸음마를 시작하면 곧바로 살인수업을 받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혈우전의 살인술은 가공할 경지에 이르렀으며 동영(東瀛)의 인자술(忍者術)에서 배교(拜敎)의 사술(邪術), 심지어는 화기술(火器術)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술법을 익히고 있다.
그들은 한 마디로 죽음의 사제들이다.
한 번 그들에게 지목받는 자는 결코 살아 남을 수가 없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에서, 온갖 암기와 사술과 독공 그리고 불가사의한 수법으로 그는 반드시 약속한 날짜에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혈우전이란 세 치 길이의 화살을 말한다. 또한 그것은 사망통첩이기도 했으며 그들의 표식이기도 했다.
대막(大漠)의 죽음의 미친 이리떼 광풍사(狂風砂).
그들은 죽음을 몰고 다니는 미친 이리떼라고 불리운다.
대막지방의 사신(死神)이며 그들은 근 천여 년 간 대막을 지배해 오고 있다. 서역과 교역하기 위해 사막을 통과하는 대상(大商)들은 그들에게 항상 진귀하고 희귀한 조공을 받쳐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교역을 할 수 없다. 물건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시신마저 온전히 보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잔혹음독하며 인정이란 추호도 찾아볼 수가 없고 이교도이며 교의 제단에 바치는 제물로 산 사람을 한꺼번에 수백 명씩 목을 베고 그 피를 마실 정도로 광폭했다.
그들 역시 항상 중원을 향해 호시탐탐 정복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지옥삼겁천(地獄三劫天)의 발호!
그것은 전 중원무림을 경악과 극심한 공포 속으로 몰아 넣었다.
이글이글 불타던 폭양조차 갑자기 그 빛과 열기를 잃는 듯했다.
검은바람... 피바람... 미친 모래바람의 살풍에 중원은 시시각각 공포의 와중으로 빠져 들었다.
동북무림(東北武林)으로부터 불어 닥친 흑사풍의 검은 마수(魔手), 서북으로부터 걷잡을 수 없이 내려온 광풍사의 혈겁(血劫), 남무림(南武林)을 공포로 물들이는 혈우전의 사수(死手)가 드디어 중원에 출도한 것이다.
팔월로 접어 들면서 무더위는 더욱 기염을 토했으나 중원무림은 으스스한 한기마저 느끼고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지옥삼겁천의 살인통첩 때문이었다. 지금 중원은 죽음의 공포 이외엔 아무 것도 없었다.
중원의 세 방향으로부터 불어닥친 바람 앞에서 이제 무림의 태평성대는 끝이 났는가? 무림인들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기만 한 하늘을 보며 시커먼 묵운(墨雲)과 혈운(血雲)으로 뒤덮이는 듯한 환상에 진저리를 치고 있었다.
강호인들은 이 세가지의 피바람을 잠재워 줄 불세출의 영웅을 고대하고 있었다. 과연 누가 이 패도적인 지옥의 사제들을 멸하고 다시금 중원에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인가?그러나 당금 무림의 하늘 위엔 짙은 암운만이 그 불길함을 더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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