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도 중대형아파트 분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수요층이 받쳐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얼마 전까지 소형평형 분양 일색이었던 지방 중소도시에까지 40∼50평형의 중대형아파트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진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들도 소형평형 위주의 분양전략을 중대형으로 전환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중대형 아파트가 속속 선보이면서 분양가도 덩달아 치솟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중대형은 무조건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인식 아래 외장과 마감을 지나치게 화려하게 꾸미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 분양시장, 중대형 위주로 전환=쌍용건설은 경남 김해장유지구에 45평형 266가구, 52평형 58가구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 지역에 대한 자체 조사결과 40평형대 이상 대형아파트 수요가 많음에도 불구,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감안해 대형평형 공급을 늘리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장유신도시내 기존 아파트는 20∼30평형대가 80%를 차지할 정도여서 상대적으로 대형평형은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쌍용건설은 지난 2003년 12월 인근 김해시 외동에서 공급한 440가구의 ‘쌍용스윗닷홈’을 모두 중소형인 27평형과 33평형으로 구성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전북 전주시 서부신시가지에 오는 22일 선보일 622가구를 40평형 이상 대형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40평형 326가구, 46평형 146가구, 51평형 142가구로 구성하고 꼭대기층 8가구는 80평형으로 꾸민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자동차도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소형에서 대형으로 갈아타듯 아파트 역시 대형평형으로 옮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그동안 실시했던 시장조사에서 이 지역이 중대형 아파트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파악돼 중대형 위주로 공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6월 광주시 우남동 옛 진흥고등학교 자리에 분양했던 아파트도 599가구를 41∼80평형으로 배치해 큰 재미를 봤다. 대형 평형인 데도 당시 청약경쟁률은 3.8대 1, 초기 계약률은 75%에 달했다.
지방 대형아파트 시장에 대한주택공사도 가세하고 있다. 주공은 경남 창원시 창원 반송1단지 재건축 일반분양분 449가구 중 39평형 38가구, 49평 25가구, 57평형 19가구를 내놓는다.
지난해 9월 분양됐던 반송2단지는 39평형이 1억5000만원, 49평형 2억2000만∼2억3000만원, 56평형이 2억7000만원가량 프리미엄이 붙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인근 삼일부동산 관계자는 “10월이면 계약체결한지 1년이 지나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 더 오를 것”이라며 “이 때문인지 현재는 매물이 없어 거래가 안되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 대우건설은 오는 9월 초 대구 달서구 월성동에 30∼50평형 1824가구를 분양한다. 이 단지는 40평형대 이상 대형평형이 719가구나 된다. 두산산업개발은 11월 분양예정인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의 아파트 2440가구를 아예 42∼60평형으로만 공급할 계획이다.
◇분양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중대형 아파트의 분양 물량 증가는 분양가 상승이라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에 고급 마감재를 사용해 치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지난달 광주 운암동에서 선보였던 ‘운암산 아이파크’ 52평형 최상층의 평당 분양가는 735만원선. 지난 3월 평당 분양가 500만원을 돌파한 SK건설의 광주 풍암동 아파트에 이어 석달 만에 200만원이나 뛰었다.
경남 창원에서는 아파트도 아닌 오피스텔이 평당 1000만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분양됐던 ‘더 시티7’ 90평형과 103평형 분양가가 평당 995만원, 999만원으로 옵션을 포함하면 1000만원을 웃돈다. 우림건설이 지난 4월 대전 유성구 대덕테크노밸리에서 분양했던 ‘우림 루미아트 2차’ 64평형도 평당 687만원으로 2003년 6월에 같은 지역에 분양했던 아파트보다 평당 200만원이나 비쌌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지방에서도 큰 평형으로 갈아타기 위해서 또는 투자 측면에서 중대형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하지만 고가분양으로 주변 집값까지 끌어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