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새우다.
찬 공기를 가르며 도착한
양평 문호리(01:20')
두번째다.
올 초에는 모르고 왔다.
이번엔 알고 왔다.
지난 봄에 아무 것도 모르고 서종 IC 들어와서
초입 모텔촌에 내려 주고 터벅터벅 걸어 들어가다가
알게 된ㅇ ㅇ 우유 사장님 영업시간과 겹친다는 얄팍한 계산에
드디어 동티가 난 것이다.
그랬다.
시도야 좋았지만,
도착 후 눌린 전화번호는
다시. 재삼 눌러도 결국 결번이였다.
아뿔싸~~
낭패도 낭패가 없다. ~~~헐~~~
목작지 불문하고 단가만 평균치를 상회하면
걍 쏘곤 하는 나의 업무스타일,
매사 초 극 울트라
긍정적 신념 행동주의자인
쇤네에게 남겨진
경우의 수는 양평읍내로 가는 차를 히치하이킹을
하거나
인근에 산다는 탤런트 이영애나 김수로가
대리를 뷸러 주는 경우의 수 말곤 없다.
이따금씩 9Km 밖
마석우리에서 뜨는 콜도
그림에 떡이다.
택시가 없으니 말이다.
화성에서 27Km를 택시를 타고
콜을 잡아 탈출한 적도 있었기에
거리는 문제가 아녔지만
이동수단이 없음은
단념하라는 말일 게다.
내가 여기로 왜 왔지?
하는 생각조차 부질없고 사치스러워진다.
참 춥다.
추위를 피할 곳을 찾는다.
1km정도 떨어진 곳에
전에 없던 편의점이 보인다.
바로 들어가니
줜이 먼저 말을 건다.
많이 춥지요?
컵라면으로
허기와 추위를 달랜다.
배도 차고
몸을 녹이고 나니
분노가 슬그머니 치민다.
이 프라임 타임에
문호리를 오다니?
내가 미쳤지
질책과 탄식의 마음이
뇌리를 분주히 오간다.
하지만 어쩌랴
안달복달해도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면
소승은 간단하게 단념해 버린다.
이걸 전문용어로
기회비용이라고 하남요? ㅎㅎ
난, 일상에서 이 개념을
너무도 잘 써먹는다
그 순간 여 쥔이
내린 커피를 주신다.
50대 초반으로 보이지만
알고보니 나이는 나보다 세살이 많다.
객젹은 이름모를 나그네에게 첫차는
7시인데 알고서 오신건가요??
네.지난 봄에 이시간에 와서 알게 된
지인이 있고해서
맘편히 왔더니 결번으로
나오네요. 참나원~~~
이 화상은
이렇게 인력으로 안되는 일이 생기면
이것도 직업병인지
자연과 대화하며 시간을 죽이기도
한답니다.
알고보면
산 것도 생명이 다한 것도 내겐
모두 길 벗이고 말동무이지요.
이를테면
달을 보고선
'나를 보고파서 이렇게 추운 밤에 홀로 뜬 거얌?'
어두운 밤길에겐
'나랑 숨바꼭질할려고 죽음보다 깊은
어둠에 엎드려 있니?' 하기도 하고
저멀리서 산짐승소리가 들리면
"그려 그려.... 좀 있다가 보자구....
짜아식 내가 왔다고 욜캐 밤새 우짖다니....!!!" 하며
별 미친 사람처럼 모든 삼라만상과 대화를 시도하곤 합니다....... ㅎㅎ
이 말을 듣는 여주인은 이내 눈동자가 커지며
순식간에 소녀적 감성에
빠져 듦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곤 얼굴에 평화로운 안식을 주는
해질녘의 모습이 풍겨져 나온다
그리곤 차분히 내말을 듣던 여주인의
친절함에 자신의 역사를 담은
스토리텔링에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개업한 지 2개월여
거의 매일 같이 오시는
대리기사님의 인생여정을
보고 들어면서
암으로 10년간의 투병 끝에
오로지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완치된 자신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단다.
산도 들도 풀 한포기도
돌맹이 하나도 고맙고
눈물겨운데 여길 들어오시는
모든 분들은 오직 하겠냐는 것이다.
죽음과 마주한 사람은
생명의 외경심에 흔히 빠진다고들
하는데~~~
참 실감나는 이야기를 잘도 풀어낸다.
관점의 차이
상황의 다름을 알고 부터는
만나는 사람마다
고마움 투성이라며.......
대리기사님들의 사연도
많고 많지만 목숨이 오가는
극한상황에 내던져지니
가진 것도
없는 것도
못난 것도
잘난 것도
모두 사치스런 투정이였다며
그 지난했던 투병기를
압축하며 썰을 푼다.
서로의 이야기에 빠져
무려 6시간 동안
사연 많은 남녀의 이야기가
오간 것이다.
신기하게도
내가 하는 말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메모도 해가면서
그래갖고요?!! 라는
질문과 반문을 곁들이며
경청의 고수라는 느낌까지
주면서 말이다.
엄청난 권문세가의 딸이였고
TV에서 보던 사람이 자기집에 들락거리곤해서
일반 여염집 사람들의 인생살이른 전혀
몰랐다던 그녀.....!!!
남편을 일을 도우며 사는 재미에
불규칙한 식사에 선천적인 소화기능이
좋지않아서 늘 먹는 즐거움에서 비켜서
살았다는 여주인의 일생은
결국 암이란 치명적인 질병에
모든 것을 체념하고
죽을 곳을 찾으려 내려왔다던 그녀였다고 한다
이런 스토릴 태연자약하게 듣고 있는 나도
불쌍한 처지임은 마찬가지였긴허다.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로만 보면 말이다 ㅋ
그런 어제 소득은 평일보다
절반 밖에 안되었다.
허나
처음보는 나그네에게 전화번호를 묻는다.
사람말고 자연과 대화를 나눌 줄 아는
사람과는 대화 자체가 좋단다.
자신의 부군과 캐릭터가 겹친다며
자신의 번호라며
찍어준다.
남편과 대작할 기회를
꼭 드리고 싶다며
초대에 응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 마음에는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이
사람이고 영혼의 교감을 나누는
건강한 삶이
그 얼마나 굉장한 것인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최근 10년 만에
이렇게 마음을 열며
오랫동안 말해 본 경우는
처음이라며
첫차를 타는
정류장까지 나와서
전송을 해 주신다.
내손에 리필을 몇번이나 한
드립커피와 호박고구마 봉지른
쥐어 주시면서..
그것은
사심도 이해타산도 아닌
그냥 사람의 마음이였다.
어제는 호주머니는
가벼웠었다.
게다가 날씨도 참 추웠다.
그렇지만 훈훈하고 든든하였다.
그것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라는
노랫말을 되새기게 하였다.
그 여주인은
그곳을 찾는 힘들고 지친 대리기사의 말벗이 되고
사람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일상에 몰두할 수 있는 체력이 있음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또 자신의 가게를 찾는 사람들의 발자욱은
그 얼마나 감사하고 거대한 역사인지를 ......
말하고 싶어했고 공감을 보내는 이와
함께 하며,먹거리도 나누고 마음도 나누고 싶음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는데.....
암튼,
01시경의 영평 서종행은 헛발질이였지만,
밑졌다는 생각은 들진 않았다.
모처럼,
사람의 향기를 느낀 시간이였다.
마치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영혼의 연금술사
같았다.
// 헛탕친 일상 속에서도 긍정의 씨앗을 건져 올리며.....//
첫댓글 고수가 고수를 만나신거죠 ^~^
날이 차갑습니다 건강하세요
올해 밤이슬 베스트 게시글 1위감
이네요...^^ 간만에 감동에 젖어봅
니다!
잔잔하게 잘읽었습니다.^^
작은여운이 인연의 씨앗이 될수도
있지요~~^^
생각의 다름과 관점의 차이..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시길~
글 잘 쓰시네요
닉과 어울리는 좋은글입니다
Wow.
니미뽕이다
오지서 편의점 여자와 수다 떨었다는 내용이군요.
코드9님과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으신 글 제주를 가지신 행복제작소 님 올만에 닉을 뵙습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 하십시요^^*
인생 무상.
일체 유심조.
삶의 자리, 그 의미를 아시는 분이시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이웃을 사랑하라는 하나님 말씀처럼 두분의 아름다운 형제정신을 보게되어 기쁘네요,
인생에서 가장 가치있는 삶은 사랑으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생활이라고 합니다.
두분의 아름다운 대화을 통해 사랑이신 살아있는 하나님의 참 모습을 보고 느끼게 해주시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와우 판타스틱
문호리 콜 뜨면 마음 놓고 잡아 함 가보아야겠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