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다시 한 번 술방울을 퉁겨 중년인들의 면도를 부러뜨린 것은 천우였다. 그의 귀신 같은 수법에 중년인들은 감히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하하하...! 본 공자는 암습 따위를 가장 싫어하는 성미요."평! 쥐눈 사나이는 심장을 쥐어 뜯는 듯한 괴성을 내질렀고 기사혈(氣舍穴)에선 선혈이 콸콸 뿜어 나왔다. 그와 동시에 해대웅은 몸을 빙글 돌렸다. 그의 눈앞에는 두 중년인의 안색이 시퍼렇게 질려 있는 것이 보였다. 해대웅의 붉게 충혈된 눈에서 살기가 등등했다. "흐흐흐... 쥐새끼 같은 놈들......." 번-- 쩍! 언제 어떻게 뽑았는지 모른다. 해대웅의 손에서 축융신검이 발출되었고 찰나적으로 검왕이 번뜩인 순간 처절한 비명이 연속적으로 들렸다. 두 중년인은 그가 취중에서도 이렇게 절륜한 검법을 구사할 줄은 몰랐다. 그들이 축융신검의 눈부신 검강을 느꼈을 때는 이미 그들의 머리가 바닥에 뒹군 후였다. 그 와중에서도 그들 중 한 명은 거의 본능적으로 부러진 면도를 재차 내던졌으며 그것은 해대웅의 왼쪽 쇄골 아래쪽 중부혈(中府血) 속으로 깊숙이 박혀 버렸다. 해대웅은 그만 중심을 잃고 휘청하더니 중심을 잃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 일련의 광경은 그야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공자님!" 초초는 쓰러진 해대웅을 바라보며 물었다. 천우는 중얼거렸다. "이 자는 심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은 것 같다. 우선 형산검파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아봐야겠다. 서둘러 그를 객방으로 옮겨라.""알겠어요. 공자님!" 초초는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는 점원을 손짓했다. 검소하게 꾸며진 방안. "부끄럽소이다. 이런 추태를 부려서......." 옆구리의 상처를 흰 천으로 동여맨 해대웅은 얼굴을 붉혔다. 그는 흰 목양천이 깔려 있는 침상에 누워 있었다. 천우는 의자에 앉아 있었고 초초는 금창약을 챙기고 있었다. 천우는 빙긋 웃었다. "괜찮소이다. 그보다 형장의 심기가 몹시 불편한 듯하오만?"해대웅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이 가득했다. "은형도 알다시피 소제는 형산사람이오......." 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헌데... 은공의 성함은?" 해대웅의 조심스런 물음에 천우는 담담히 말했다. "인사가 늦었소이다. 소제는 그저 산천구경이나 하고 다니는 떠돌이 서생(書生) 천우라 합니다."그 말에 해대웅은 의아한 듯 물었다. "헌데 천세형의 무공이 거의 신기(神技)에 가까운 것은......?""하하... 과찬이십니다. 불초는 그저 잔재주 몇 가지를 익혔을 뿐입니다. 그것도 우연히 책을 읽다가 한 고서(古書)에서 발견한 이름없는 무공이지요.""아, 그렇소이까......?" 해대웅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천우에게서 귀인의 풍모를 발견하고 안심한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곧 예의 그 어두운 신색으로 변하더니 머뭇거리며 말했다. "천세형이시니 말씀드리오... 실은 소제의 사문(師門)에 혈겁이 떨어졌소이다. 부끄럽게도 소제는 사문을 등지고 달아나는 길이오.......""......!" 해대웅은 수치감으로 온통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형산에 날아든 한 개의 혈우전에 대해 얘기를 시작했다. 형산파 고수 사십 사 명이 죽는다는 것은 형산의 멸문을 의미한다는 것과 혈우전의 살인통첩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가 풍전등화의 형산을 뒤로 하고 하산한 참담하고 절망적인 자신의 신세까지 자세하게 늘어 놓았다. 해대웅은 자신을 구해준 천우에 대해 모종의 호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생면부지의 유랑서생에게 무림인이라면 수치스러워 입밖에 꺼내기도 싫은 이야기를 세세하게 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객점에서 본 천우의 무공실력이라면 풍전등화 같은 지금의 형산파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있었다. 천우는 듣고 나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혈우전이 그렇게 무섭단 말이오?" 해대웅은 탄색했다. "남무림이 이미 혈우전의 손에 반쯤 떨어졌다해도 과언이 아니오.......""그러나 형산파로 말할 것 같으면 강호 십대명문의 하나가 아닙니까?""그렇소... 그러나 본문은 물론 십대파는 그 동안 허명(虛名)만 지켜왔을 뿐... 사실은 모두가 빈껍데기에 불과하오.""그건 어째서입니까?" 해대웅의 얼굴에는 비감의 표정이 어렸다. "그것은... 이십 년 전의 마왕성(魔王城)과의 대전 때문이오. 그 당시 정도무림은 마왕성과 싸우기 위해 비밀 결사맹을 조직했었소. 그 당시 결사맹에 가맹한 인물은 십대문파의 정예였으며 그들은 십문의 최고기인들이었소.""......." "결사맹은 현 무황(武皇)이신 단목신수 그 분을 맹주로 도합 삼백 명이었소이다. 각파의 최고 인물들로만 선발되어 명실공히 정도의 대표였소이다."천우는 눈빛이 기이하게 번뜩였다. "헌데... 그들이 어떻게 되었습니까?" 해대웅의 얼굴에는 의혹이 빛이 역력했다. "마왕성과의 싸움에는 그 분들은... 믿어지지 않게도 완전히 전멸했소이다. 그 이후 각 문파는 아직도 그 상처와 휴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 분들의 죽음으로 각 문파들의 많은 최상승의 절학들이 절맥된 상태이오."천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이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단 말이오?" "그렇소. 그 분들은 모두 돌아가셨소이다. 심지어는 시체마저 찾지 못했소.""그럴 수가......?" "사실이오. 그 분들은 기습을 받았던 것이오. 마왕성의 환우겁천백팔마의 기습으로 전멸된 것이오."그 말에 일순 천우의 안색이 변했다. 그는 어린시절 환우겁천백팔마의 유골들 사이에서 마공을 익히며 자랐다. 그런데 그들의 기습으로 결사맹이 전멸을 했다니 도저히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었다. 그는 가슴 속에 무한한 의문의 먹구름이 덮이는 것을 느꼈다. "결사맹 속에 첩자가 있어 사전에 정보가 누설된 것이었소...... 그 분들은 백팔마를 상대하기 위한 일종의 파해진세(破解陣勢)를 연마 중이었는데 그것이 채 삼성도 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만 역습을 당한 것이오."천우는 문득 피가 끓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백팔마의 짓이라는 것을 어떻게 아시오?" "그 분들이 비밀 연공하던 외방산(外方山) 홍화곡(紅花谷) 부근에서 날개 다친 한 마리 전서구가 발견되었는데 그 전서구의 발목에 백팔마의 습격에 대한 비밀전서가 묶여 있었소.""그걸 누가 발견했소?" "단목맹주이셨소. 그 분이 직접 발견하셨다고 들었소."천우는 문득 기소를 터뜨렸다. 무언가 기분 나쁜 구석이 있었다. "후후후훗......! 그럼 그 당시 맹주라는 분은 무엇하고 계셨소?""그 분은 홍화곡으로 가던 중이셨소." 천우는 히죽 웃었다. 그의 머릿속은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일이 너무나 공교롭군요." 해대웅의 안색이 변했다. "무슨 뜻이오?" "아닙니다. 그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천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돌렸다. "그건 그렇고 해대협은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오?" 천우의 물음에 해대웅의 가슴 속 밑바닥에 깔려 있던 혈우전에 대한 증오가 다시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벌써 칠 일이 지났소이다. 본문에 이미 혈겁이 닥쳤을지도 모르오. 나는 이 길로 봉황성으로 달려가 무황을 뵙겠습니다. 그 분께서는 필시 대책을 세울 것이오."천우는 냉소했다. "흥! 그럴 것이라 생각하오?" "천세형, 말씀 삼가시오. 그 분은 무림의 신과 같은 분이시오. 결코 좌시하지는 않으실 것이오."천우는 고개를 돌렸다. "불초는 지옥삼겁천이 준동한다는 소문을 이미 들었소이다. 헌데 어째서 그는 아직 이렇다 할 방비책을 세우지 않고 있단 말이오?""그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실 것이오.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어떤 안배를 해 놓고 계실 것이 분명하오."해대웅은 끝까지 자신의 믿음을 꺾지 않았다. 천우는 아무런 감정도 묻어 있지 않은 듯 냉냉하게 말했다. "그럼 가시오. 불초는 본래 무림인이 아니니 참견하고 싶은 생각은 없소이다."해대웅은 자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해 주지 않는 천우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형산의 제자답게 공손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천세형은 계속 남하하실 셈이오?" "그렇습니다." "그럼... 형산을 지나거든... 본문을 들러 주시지 않겠소?"천우는 잠시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내심 혈우전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던 참이었다. 이번 기회에 혈우전의 진면목을 볼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습니다. 한 번 들러 보겠습니다." "고... 고맙소." "하하... 고맙긴... 그저 들러보는 것 뿐입니다." "만일 본문에 참화가 일어났다면... 소제의 사부님을......."해대웅은 자책와 울분으로 차마 그 다음 말을 하지 못했다. 천우는 그런 그의 모습에서 의협지정(義俠之情)을 느꼈다. 그는 진심으로 해대웅을 돕고 싶어졌다. "걱정마시오. 해대협의 사부께 일이 생겼다면 불초가 알아서 해 드리리다!""고맙소... 이 은혜는......." 해대웅의 강직한 얼굴에 감격이 어렸다. 그는 본래 의협심이 많고 성품이 강직한데다 무공까지 고강하여 벌써부터 차기 장문인으로 낙점되어 있었다. 천우는 내심 뇌까리고 있었다. '이 자는 성격이 곧고 대인의 풍모를 지녔구나. 내게 있어 십대파는 숙적이다. 허나 이 자에게까지 원한을 품고 싶은 생각은 없구나.'그는 이때까지와는 다르게 사뭇 부드러운 어투였다. "그럼 몸조리나 제대로 한 후에 떠나시오. 불초는 길을 계속 가야겠소이다.""정말 뭐라고 감사해야 할지......." 해대웅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어렸다. 그는 웬지 천우의 예사롭지 않은 풍모에 끌리고 있었다. 자신을 구해준 은인을 이렇게 기약도 없이 보낸다는 것이 못내 서운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강직한 성품과도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 그를 남겨두고 천우와 초초는 다시 길을 떠났다. |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4월에 마지막 밤도 편한 쉼 되세요
즐~~~~~감!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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