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성폭력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장애인상담소 권역
기자회견 보도자료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을 올바르게 수사ㆍ판결하고,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일시 및 장소: 2010년 8월 18일 오전 11시, 청계천로8 여성가족부 앞
[기자 회견문]
지난 2010년 7월 22일, 언론을 통해 공주지역 작은 마을에서 마을주민 9명이 지적장애 청소녀를 2년간 성폭력 한 사건이 보도되었다. 피해 청소녀가 비싼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본 담임교사가 상담을 하면서 성폭력피해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마을공동체에서 피해 청소녀는 ‘모자란 아이’로 낙인 된 지적장애인이었다. 그래서 또래들에게는 놀림과 왕따를 당하기도 하고, 어른들에게는 성착취와 성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던 것이다.
공주사건이 언론보도 된 비슷한 시점에, 대전지역에서는 채팅을 통해 지적장애 청소녀를 유인해 16명의 청소년들이 집단적으로 성폭력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인터넷을 통해 만난 청소녀가 지적장애가 있음을 알고 가해자들이 서로 연락하여 집단으로 성폭력 한 사건이다. 피해 청소녀는 이미 두 건의 성폭력피해를 경험한 상태였고, 그 중 한 건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동네에 사는 피해자 아버지 친구로부터 당한 것이었다.
또, 청주지역에서는 지적장애 청소녀를 돌보고 가르치던 교사가 수년간 성폭력을 한 혐의로 구속되어 수사를 받고 있다. 피해 청소녀는 평소 신뢰하던 학교 교사에게 중학교 동창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제보를 했는데, 이에 가해자는 ‘어떻게 당했는지 그대로 해보라’며 도리어 성폭력을 가했다. 가해교사와 피해학생의 집은 한 마을 내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고, 피해학생의 부모는 모두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 언론에 보도된 이와 같은 사건들이 전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여성지적장애인이며 동시에 아동·청소녀인 이들을 대상으로 한 ‘무자비한’ 성폭력사건들이 연일 사건화 되자, 우리 사회는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다시금 분노하고 있으며, 수사기관들은 피해 청소녀들이 가진 지적장애라는 장애에 대해 또다시 당황하거나 의심의 시선을 들이대려 하고 있다.
1980년 중반 시설에서 생활하는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해, 2000년 강릉 음촌마을에서 지적장애청소녀에 대해 마을주민들이 7년간 성폭력 한 사건, 2003년 울산에서 지적장애청소녀에 대해 동네사람이 5년간 성폭력 한 사건, 2008년 청주에서 지적장애청소녀에 대해 친할아버지를 비롯해 일가족이 수년간 성폭력 한 사건, 2009년 강화군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지적장애 청소녀에 대해 시설장 및 그 형제가 가한 성폭력 사건 등 최근 벌어진 사건과 유사한 사건들이 언론에 심심치 않게 보도되어 그때 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사건과 최근 발생한 사건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문제점은, 지적장애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수사기관과 재판부에서 비장애 남성 중심적인 시각과 판단 기준을 들이대 결국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못하게 되었으며, 그리고는 빠르게 여론의 관심에서 사건들이 잊혀 졌다는 것이다.
아무리 끔직한 사건도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우리 사회의 건망증과 싸우며, 전국의 장애인성폭력상담소들을 중심으로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의 심각성을 공론화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안 모색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최근 언론에 보도된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들을 보더라도, 여전히 장애인에 대해 개인적,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작동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적장애를 가진 성폭력피해자들은 가해자가 범행 의도를 가지고 접근해도 그 저의를 파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작은 호의나 관심에도 가해자를 전적으로 믿고 따르는 경향이 있어 가해자들의 폭행이나 협박이 아닌 작은 유인만으로 범행으로 이어지는 특성이 있다.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이하 성폭력특례법) 6조에 명시된 피해자의 장애로 인해 성폭력 상황에서 ‘항거불능’ 상태였음을 입증하는 것은 장애인성폭력사건의 가해자 처벌에 있어 주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항거불능’ 상태에 대한 해석과 판단은 전적으로 수사기관과 재판부에 맡겨져 있어 피해자의 장애 특성에 대해 무지하거나 이해가 없으면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피해자가 고통을 겪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에 있어 수사기관과 재판부가 비장애·남성중심의 시각을 버리고, 장애 특성을 반영하여 사건에 접근해야 한다. 성폭력 피해 상황에서 지적장애 특성은 물론이고 피해자를 둘러싼 열악한 주변의 환경으로 인해 ‘항거불능’ 상태에 놓여있다고 보아야 하며 장애로 인한 ‘항거불능’에 대한 해석을 보다 폭넓게 확대하여 가해자들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지금까지 여성지적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들 대부분은 가족과 학교, 지역사회로부터 소외되어 마땅히 받아야 할 돌봄과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차별과 박탈, 방임 상태에 놓여 있었다.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보호하는 가족(부모가 장애를 가지는 경우는 더욱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들을 위해 사회가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피해자들이 집단적이고 지속적인 성폭력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을 방관하고 있는 것이나 진배없다.
또 성폭력 피해를 당한 장애여성들이 피해 경험을 치유하고 보호받으며, 아픈 경험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성폭력 피해 후유증은 오래 지속되고 더욱 클 수밖에 없으며, 또 다른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 또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것은 우리가 접하고 있는 일부 폭력피해 여성장애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장애유형과 상관없이 기본적인 사회활동에 참여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장애와 성(性)에 대해 심각하게 낙인을 찍고 왜곡하는 우리사회 구조가 많은 여성장애인들을 수많은 폭력에 노출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연일 발생하는 아동·청소년 성폭력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강력한 가해자 처벌수단을 내놓는 등 관심을 쏟고있으면서, 동시에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되고 있는 지적장애 아동·청소년 성폭력 사건은 외면하고 있다. 여성장애인 성폭력 사건과 피해자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구조적 무관심은 여성장애인 성폭력 피해자가 계속 양산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원인이기 때문에 여성장애인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근본적인 대책이 하루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사회에서 더 이상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동․청소녀․성인여성들에게 성폭력과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래의 요구사항을 정부와 사회에 알리고자 한다.
하나. 정부는 지적장애인 성폭력 예방대책과 피해자 지원체계를 구체적으로 마련하라!
여성가족부는 여성장애인 성폭력 피해 예방을 위해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어 있는 지적장애인 실태를 파악하여 성폭력과 사회적 차별로부터 여성장애인들이 안전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장애인 성폭력사건의 피해자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하나. 수사기관 및 재판부는 최근 발생한 지적장애청소녀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들에 대해 비장애·남성중심의 시각을 버리고, 가해자들을 엄중하게 처벌하라!
성폭력특례법 6조에 의거하여 가해자를 처벌하고, 그 조항의 피해자 ‘항거불능’ 상태에 대해 장애정도를 포함하여 주변 환경과 가해자와의 관계 및 심리적인 요인까지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하나. 여성장애인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방관하고 있는 사회는 인식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
우리 사회가 가진 성性에 대한 왜곡된 시각과 장애에 대한 편견 등을 걷어내기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는 각고의 노력을 해야만 한다. 특히 장애인 성폭력 예방을 위해 장애인 인권교육과 성인식 교육 등을 다양한 사회영역에서 실시해야 한다.
이 땅의 모든 여성장애인이 성폭력 없는 세상에서 자유롭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날까지 우리의 요구와 행동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10년 8월 14일
<함께 하는 단체>
전국성폭력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146개소)
전국성폭력상담소․피해자보호시시설협의회 장애인성폭력상담소ㆍ보호시설
<장애인성폭력상담소>거제사계절장애인성문화상담소, (사)경북지적장애인복지협회부설경북장애인성폭력상담소, (사)경원사회복지회부설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사)실로암의사람들부설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 (사)울산장애인인권복지협회부설울산장애인성폭력상담센터, 의정부장애인성폭력상담소, 인구보건복지협회전북지회부설장애인성폭력상담소, 장애여성공감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사)제주특별자치도지체장애인협회부설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 (사)충남장애인정보화협회부설천안장애인성폭력상담소, (사)충남지체장애인협회부설장애인성폭력아산상담소,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경남지부 마산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광주지부 광주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대구지부 대구여성장애인통합상담소, 대전지부 대전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부산지부 부산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전남지부 목포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충북지부 청주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장애인피해자보호시설>(사)사람과세상부설가정폭력피해자장애여성보호시설‘나무’, (재)청주교구천주교회 여성장애인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모퉁잇돌’,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광주지부 여성장애인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샛터’, 부산지부여성장애인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사랑의집’, (사)한국한아름복지회부설여성장애인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꿈밭에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