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시세보다 월등히 싼 가격으로 주택을 구입해 개보수를 거쳐 멋진 레스토랑을 오픈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과거에도 경매는 있었는데, 어느 정도 목돈을 모으고 내 집 마련에 관심을 갖다 보니 그런 소식에 민감해지지 않을 수 없다. ‘시세보다 싸게’라는 것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알면 더욱 그렇다. 경매로 나온 부동산의 감정 평가액 100%에서 주인을 찾지 못하고 한 번 유찰될 때마다 최저 경매가가 80%, 64%, 51.2%, 40.96%, 32.77%로 떨어진다. 3번만 유찰되어도 반값 이하로 살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이다. 1억짜리 건물을 5천만원에 낙찰받을 수 있다면 어느 누가 관심을 두지 않을까? 그렇다 보니 싱글인 에디터처럼 호시탐탐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노리면서도 총알이 월등히 부족한 이들에겐 고마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경매의 경쟁률이 높고, 아무리 안전하다고 이야기해도 위험 요소가 없진 않다. 과거에 비해 요즘은 아예 직장도 그만두고 경매 시장에 뛰어든 사람이 많아졌다. 가진 목돈으로 건물을 사고, 괜찮은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들여 건물 가치를 높인 뒤에 되팔아 이윤을 남기기도 한다. 어설프게 접근했다가는 제값보다 더 주고 사는 경우도 있고, 싸게 샀어도 입지 조건에 따라 건물 가치가 별 볼일 없어지는 등 뜻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 부동산 시장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되면 매물도 성공할 확률도 적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몇 년을 기다린다고 하더라도 좋은 매물이 나왔을 때 기회를 잡기 위한 노력의 가치는 분명하다.
부동산 경매, 어떻게 접근할까?
경매로 나온 부동산은 시세가 아닌 집행 법원의 감정인이 평가한 평가액을 참작하여 최저 경매가를 정한다. 평가 항목, 위치도, 지적도, 사진 등 가격을 산출한 근거가 게재된 감정평가서가 경매 매물의 가치를 대신해준다. 일반인들도 집행 법원에 가면 이를 열람해볼 수 있고, 경매 대행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매물마다 올라온 감정평가서를 볼 수 있다. 박용석 재테크 전문가는 전문 지식 없이도 경매에 참여할 순 있다고 말한다. 솔깃한 이야기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에 좋은 매물을 얻는 것은 모두가 성공할 수 없다. 누구나 법원에서 열리는 경매에 참여할 순 있는데, 원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성공할 확률 또한 높지 않은 것이다.
싼 경매에도 돈은 필요하다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것이 부동산 경매지만 여느 투자와 다름없이 목돈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당장 좋은 매물이 나왔는데 제아무리 시세보다 월등이 싼 가격이라도 비축해놓은 목돈이 없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싱글이라면 몇 년간 더 벌어야 경매를 시도할 수 있는 형편이 대부분일 듯. 낙찰 대금은 입찰 때 10%의 보증금을 내고 45일 이내의 지정일에 일시납을 해야 하므로 목돈이 충분하지 않으면 부담스럽다. 1천만원이 모자란다고 대출을 받았다가 대출 이자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자신이 얼마만큼 투자할 수 있는지, 대출을 받으려면 얼마까지 이자 부담을 해야 안전한지, 대출 원금과 이자를 커버해줄 만큼 경매 물건이 투자 가치가 있는지 가상도를 철저하게 그려봐야 한다. 그렇다고 총알을 갖추고 나서 공부해야 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과거보다 업으로 삼은 경매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경쟁률 또한 높아졌다. 더군다나 경매는 법으로 집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집을 구입할 때보다 월등한 법률 지식이 필요한 셈이다.
경매 매물 정보는 어디서 얻을까?
경매 관련 도서를 구입하기 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한 경매 사이트에 혹한 적이 있다. 법원에서 집행되는 경매지만 직접 들어가서 현재 진행되는 물건들을 보기 전 경매를 대행하는 사이트에 들어가게 되었다. 지역별로 쉽게 검색이 되고 친절한 사이트는 마치 인터넷 쇼핑몰 같은 인상을 주어 법원 사이트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행 담당자가 경매에 노련한지 여부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 이상 자신이 차근차근 공부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 대행에 따른 수수료가 나가는데, 경매 낙찰 뒤 낙찰가의 4.6%가 세금으로 빠지고 세금 외에 추가로 부담해야 되는 비용(부동산 취득시와 마찬가지로 국민주택채권 매입 비용이 든다)을 감안한다면 아파트 같은 경우, 시세와 실상 차이가 없을 수 있다. 따라서 공인된 추천 사이트 1순위는 법원 경매 정보 사이트(www.courtauction.go.kr)다. 경매 물건은 입찰일 2주 전에 공개한다. 또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행하는 공매는 온비드(www.onbid.co.kr)에서 매물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신문과 그 밖의 추천 경매와 공매 물건은 자신의 경매 투자에 대한 정보로만 이용한다.
경매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내 집 마련을 할 때 전문가와의 상담 중에서 늘 이야기되는 것은 ‘발품’이었다. 그런데 경매의 경우는 그보다 더 머리를 쓰고 배로 발품을 팔면서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자신이 몹시 원하는 지역이 있다고 해도 경매 물건이 항시 나와 있는 것도 아니고, 2~3년 기다렸다가 마침내 그 지역의 물건이 나온다고 하면 그때까지 익힌 지식을 총동원해야 한다. 경매 물건으로 공포되는 것이 2주 전이므로 노련한 권리 분석은 물론 밤낮으로 현장 답사를 하면서 그동안 쌓은 내공을 실전으로 옮겨야 한다. 또 권리 분석시 등기부 등본에 표시되지 않은 권리들, 즉 법적 지상권, 유치권, 선수위 임차권 등이 있기에 이를 샅샅이 알아보기 위해서는 고효율의 시간 활용이 요구된다.
권리 분석에 대한 내공을 쌓자
법원과 부동산 경매 대행 사이트에 들어가도 용어를 모르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란 단어만 봐도 경매 초보는 고개를 갸우뚱하기 일쑤다. 법원 경매 사이트를 읽으려고 해도 쉽지 않다. 사건 번호, 물건 번호, 소재지, 상세 내역, 비고, 감정 평가액, 최저 매각 가격, 매각 기일 등과 매각 물건 명세서, 현황 조사 보고서, 감정 평가서 등의 문서들 앞에 주춤하기 일쑤. 공부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낀다. 무엇보다 경매 성공의 핵심은 ‘권리 분석’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있다. 권리 분석은 법원 경매를 통해 경매 물건을 낙찰받기 전, 낙찰자가 낙찰 대금 외에 추가로 인수해야 되는 권리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한마디로 인수되는 권리와 말소되는 권리를 구분하고 분석하는 과정이다. 권리 분석에 따른 각종 권리는 크게 5가지로 나뉘는데, 민법상의 권리, 주택(상가) 임대차 보호법상의 권리, 절차법상의 권리, 공법상의 권리가 있고 항목별로 권리 종류들이 세부적으로 나뉘어 있다. 경매가 쉽다고 하는 이유도 바로 이 권리 분석만 잘해도 경매에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 때문이다. 권리 분석을 통해 낙찰자에게 인수되는 권리들을 찾고 물건의 하자, 접근성, 주변 상황 등 물건을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부동산 재테크, 리모델링
거의 다 쓰러져가는 공간일지라도 괜찮은 상업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되파는 것은 경매를 통한 또 다른 수익 창출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은 지 20년 미만인 싼 건물을 골라 이를 개보수해 그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입찰 전, 눈여겨본 매물이 리노베이션이 가능한지 설계 사무소에 알아보고, 상가 건물이 밀집되어 있는 정도와 유동 인구 등 상업 공간으로서의 입지 조건을 살펴야 한다. 기껏 돈을 들여 보수했는데 주변 상권이 따라주질 않아 낙찰 후에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아파트 단지 내 상권이라 좋을 것 같아도 주변에 더 큰 상업 지구가 생겨 중심 상권이 이동하는 수도 있다. 이럴 땐 처음에 기대했던 것보다 실질 수익이 크게 못 미치게 된다. 그렇기에 경매는 경매 관련 지식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부동산 흐름과 좋은 매물을 고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공부는 한두 달 안에 끝낼 수도 있지만 전반적인 부동산 지식이 밑받침되어야 한다.
여기서 잠깐, 공매가 뭔가요?
경매는 크게 법원에서 집행하는 경매와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등에서 행하는 공매가 있다. 공매는 KAMCO 외에도 국세청 공매, 예금보험공사에서 하는 파산 재단 공매, 은행에서 하는 공매 등이 있는데 국내 공매의 90% 이상이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이뤄지고 있으니 그쪽을 참고하면 된다.
경매 달인이 되기 위한 기본기
인터넷 즐겨찾기 목록을 바꿔라
경제 활동을 하고 행복을 누릴 수 있을 만큼의 부를 축적하고 싶다면 쓸데없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인터넷을 켜자마자 경제 신문 사이트부터 훑어라. 헤드 기사만 읽어도 경제 흐름을 익힐 수 있다.
반드시 최선의 결과를 낳은 멘토를 살펴라
많은 부를 쌓은 부자들은 결코 폐쇄적이거나 이기적이지 않았다는 사실. 성공한 투자자를 관찰하면 멘토가 없는 사람보다 뛰어나게 투자할 수 있는 검증된 방법을 알 수 있다.
실패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실패 사례를 찾아라
경매도 위험과 함정을 통해 배우는 대표적인 투자 수단이다. 경매의 개념조차 몰라서 생기는 가장 초보적인 함정부터 관련 법률과 절차에 대한 이해 부족, 권리 분석을 잘못하는 데서 비롯된 실수 등이 있다.
박용석(재테크 전문가, <부동산 경매 첫걸음> 저자)
부동산 초보에서 전문가가 되다
30대까지 커리어를 쌓다가 결혼 후,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경매를 통해 레스토랑 등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여성 A씨. 그녀의 경매 스토리를 들어보자. 노력만 한다면 싱글인 당신도 가능하다.
어떻게 경매에 참여했는가? 싱글 때 언론사에서 커리어를 쌓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져 잠시 일을 중단하고 있을 즈음 경매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본래 이곳저곳 다니며 내가 원하는 지역을 찾아가 건물이나 땅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동국대학교 평생교육원에 경매자격증을 딸 수 있는 과정이 있어 등록했다.
자격증이 있으면 도움이 되나? 그것이 10년 전 일인데, 없어도 경매 공부를 할 수 있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라고 권하고 싶진 않다.
주로 어떤 물건에 관심이 있는가? 나는 주로 용도 변경이 가능한 주택이나 상가를 원한다. 실수요 혹은 투자로 집 경매를 할 수도 있지만 실수요자로 참여하기엔 뭔가 찝찝하다. 본래 풍수지리에도 관심이 많아 법원으로 넘어온 물건에 어느 정도 편견이 있다. 그렇다고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 경매에 참여하기에는 다른 용도의 건물보다 수익률이 낮은 편이다. 용도 변경이 가능한 주택 단지를 살펴야 해서 동작동, 한남동이나 강북 지역 몇몇 곳을 봐왔다.
몇 번이나 낙찰 경험이 있는가?
20번쯤 했을까? 4번 낙찰되었다. 평상시 눈여겨보던 지역에서 경매 물건이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하니까 시간도 오래 걸리고 참여한다고 해도 낙찰되기가 쉽지 않았다.
낙찰 경험에 따른 에피소드가 있다면?
최근 네 번째로 낙찰받은 곳은 법원에서도 모르는 거주자가 있었다. 경매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동네 주민도 모르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새벽부터 나가서 기다리거나, 저녁부터 밤새워 기다리기도 했다. 마침내 만났고, 딱한 사정을 듣고는 설득하여 이주비를 주고 이사시켰다.
경매를 잘하기 위한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권리 분석’이다. 권리 분석만 잘해도 경매의 절반 이상은 성공한 셈이다. 물론 잘 분석해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초보자라면 경매가 열리는 법원에 가서 현장 분위기를 익히는 것도 좋다.
경매를 싱글에게 추천할 만한가?
솔직히 말하면 아니다. ‘너는 하는데, 괜히 다른 사람 못 하게 하는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실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일이 만만찮고 요즘엔 전문 ‘꾼’도 많다. 입찰이 되도 말도 안 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꿈도 꾸지 못할 만큼 높은 것에 비해 경매 물건은 확실히 싸다. 샐러리맨이라면 더욱 노려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