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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영원에서 영원으로 ━┓ 원문보기 글쓴이: 금보라
어린양 '어린양'이라는 호칭은 적절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코믹하기까지 하다. 사실 양은 사람들에게 그리 사랑받는 동물이 아니다. 양은 특별히 강하지도, 영리하지도, 빠르지도 않을뿐더러 잘생긴 동물도 아니다. 그보다 특별한 동물들이 얼마나 많은가. 예를 들어 예수님을 "유다 지파에서 난 사자"(묵시5,5)로 상상하기는 쉬운 일이다. 사자는 참으로 왕에 어울리는 동물이다.사자는 강하고 민첩하다. 어느 동물도 백수의 왕인 사자를 건드리지 못한다. 그러나 유다 지파에서 태어난 사자는 묵시록에서 단지 까메오 정도로 등장할 뿐이다. 반면에 어린양은 최소한 스물여덟 번 이상 등장하면서 묵시록을 가득 채운다. 그 어린양은 하늘의 옥좌를 차지하고 다스릴 뿐 아니라, 수십만에 달하는 장정과 천사들의 군대를 이끌고 사악한 자들의 마음에 두려움을 불어넣기도 한다.(묵시6,15-16) 이처럼 사납고 섬뜩하기까지 한 이미지를 어린양이 순한 얼굴과 일치시키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요한에게 있어 어린양은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요한이 썼다고 전해지는 두 권의 신약 성서 즉, 요한 복음서와 묵시록 안에서 '어린양'과 '하느님의 어린양'이란 칭호는 전적으로 예수님에게 적용된다. 신약 성서의 다른 책들에서도 어린양이란 호칭이 나오기는 하지만 어떤 면에서 예수님을 어린양 '같다'고 언급하는 데 반해, 요한은 예수님을 직접 '어린양'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제 어린양이 미사와 묵시록의 중심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어린양이 누구인지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미사를 지상에 선취된 하늘나라로 체험하기를 바란다면 좀더 알아보아야 할 것들이 있다. 어린양은 누구이며, 왜 그분을 가리켜 '어린양'이라고 불렀는지 등에 대해서, 그 답을 찾으려면 창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어린양의 만찬/스콧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