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예순 일곱이 된 큰 언니가
열입곱살 적 이야기지요
동네 처녀들끼리 건너 마을에 있는 봉숭아밭에
서리 가기로 약속한 날
아침부터 엄마가 산기가 있어 못가게 되었답니다
벼르고 벼른 나들이 였는데 줄줄이 동생이 있는데
또 동생을 낳는다니
놀러 못 가 속도 상하고 동생들 치다꺼리에
심통도 난 하루였는데
왠종일 산고에 시달리던 엄마는 해거름에야
저를 낳았다네요
그래서 오늘이 제 생일이지요
큰가마 솥에다 미역국을 끓여 장독대에 두었는데
그 옆의 매화나무가지에 살던 청개구리가
그만 국 항아리에 빠졌다지 뭡니까
그것도 모르고 이튿날 새벽에 언나가 국을 덮혀드렸는데
엄마도 모르고 드시다가 아~자작
이게 뭐꼬?
엄마가 놀라고 언니는 또 얼마나 꾸지람을 들었는지
언니는 오십년전의 이야기를 어제 일처럼 생생히 들려 주네요
그리운 어머니
이 무더운 여름 날 날 낳으시고
산후조리는 제대로 했을까요
청개구리 사연을 들으며
우습고 안타까운 마음 먼 전설처럼 들으며
곱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아침에 미역국과 조기를 굽고
찰밥을 지어 먹었네요
카페 게시글
얼레지꽃 마당-방명록
미역국과 청개구리 사연
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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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7.3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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