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속에서 (보문산 모임)
실로 오랜만의 재회다. 보문산은 내가 성년이 되기 한 달 전쯤 친구와 함께 올랐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참말이다. 하지만 빛이 키워내는 숲의 속삭임은 여전했다.
만나면 좋은 사람들과의 동행이란 즐겁다. 약 3시간을 걸었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글동무들이 있고, 빛이 선사하는 세로토닌의 작용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런저런 때 묻지 않은 대화의 산길이란 참으로 즐겁다. 마치 '르누아르'의 풍경 속에서 넉넉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다만, 쓸쓸했던 풍경은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대전의 회색빛 도심이다. 보이는 것은 콘크리트 숲이다.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얼마나 많은 시멘트와 철근, 골재들이 쌓였을까. 아울러 품어대는 숱한 공해를 정화하고 있는 나무와 숲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 삭막한 풍경을 바라보면서 감 익는 시골집을 예찬하시던 육상구 회장님의 천진한 모습이 부러웠다. 이제 그런 집은 일부러 보존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 참으로 아쉽다.
가을 산에서 봄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점심 메뉴인 채소 샤부샤부다. 모두 맛있게 먹는 소리가 비발디의 음보(音步)와 같았다. 누가 메뉴를 선택했을까? 다른 분들의 취향은 몰라도 나는 참 맛있게 먹었다.
반백이 퍽 어울리는 윤월로 수필가님의 ‘고마운 일상’이란 수필집이 예사롭지 않았다. 제목이 주는 이미지가 우리의 모임과 딱, 들어맞았다. 첫 번째로 서명을 해달라고 했다. 10월의 마지막 날이라고 쓰실 땐 볼펜 끝이 약간 흔들렸다. 아마도 다시는 만날 수 없을 2017년의 10월을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그분의 수필에 이런 문장이 있다. “행복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옳은 말씀이다. 우리 만남의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행복의 주자재가 즐거운 만남이라면, 관심과 배려는 부자재라고.
아무리 주자재가 훌륭해도 부자재가 부실하면 어떤 것도 완성하지 못한다. 그런 의미로 볼 때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자주 만나 서로를 배려하길 희망한다. 우리의 여생은 짧다. 그 때문에 자꾸만 행복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여성회원들의 언행을 살폈다. 그 안에서 내 어머니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굳이 멀리서 코르넬리아를 찾을 필요가 없었다. 여류수필작가 모두에게서 그녀보다 더 큰 사랑과 참다운 희생의 아름다움을 보았기 때문이다.
*회원여러분,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하루 45분만 햇빛과 동행해도 행복감, 기쁨, 상대에 대한 관심과 배려, 우울증과 불안감을 억제한다고 했습니다.(윤월로 수필집 햇빛 속에서) 이러한 이치를 우리 글동무들은 이미 꿰고 있었습니다. 누구도 혐오성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여성회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민 마음, 민얼굴이 그야말로 인생에서 꼭 필요한 빛과 볕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머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약속이 있어 서둘러 떠나왔습니다. 아내와 나는 귀갓길 내내 ‘고마운 일상’이란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토론했습니다.
회원여러분, 유익한 하루였습니다. 또 불러만 주십시오.
자리를 마련해 주신 강표성 회장님, 김지안 총무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깊이 있는 思惟와 정제된 언어로 언제나 대전수필문학회 카페의 성실한 글쓰기 본을 보여주고 계신 이태호 선생님. 문학 동인들끼리의 가벼운 산행 스케치도 성의를 다하여 언어를 직조하시는 진지함을 다시 한 번 보게 됩니다. 의무감에서 쓰시는 글이 아니라 가슴에서 우러나는 열정으로 쓰시는 카페 글쓰기. 카페 공간에서의 문학적 역량을 한 단계 높여주시는 이선생님께 고마움 전하며, 동행해 주신 사모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산행 스케치, 가을 산만큼이나 상쾌한 마음으로 잘 읽었습니다. 주는 메시지가 범상치않아 보입니다. 건필 하소서.
참으로 즐겁고 상쾌한 산행이었습니다. 특히 동인이란 이름으로 흉허물 없이 금방 친숙해질 수 있어 좋았습니다.
자주 뵙고 싶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선생님들의 대화에 귀기울이듯 온라인에선 원글, 댓글 모두 경이롭게 읽어봅니다. 선생님들의 열정과 진지함과 잠깐의 만남에서 글 한 편이 나오는 모습을 뵈며 자신을 비춰봅니다. 두 분 뵈어서 반갑고 기뻤습니다.*^^*
늘 웃음을 잃지 않으시는 총무님! 나이든 동인을 많이 가지셔서 배울 것도 있겠지만, 한편 불편한 사안도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하지만 내색 없이 모임을 이끄시는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글을 읽으면서 시월 마지막날 정경이 눈앞에 고스란히 펼쳐집니다.
따사로운 금빛 햇살, 넉넉한 임도 산책길, 무엇보다도 영혼이 푸른 하늘보다 맑고 가벼운 문우님들, 특별히 만리포에서 달려오신 해헌님과 사모님과의 동행이 꿈처럼 어른거립니다.
해헌님이 가는 곳마다 예술의 혼이 솟아나옵니다~~
남는 것은 사진 뿐인 듯 연실 순간을 포착하시는 육상구 회장님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닮고 싶습니다. 11월이 다 가기 전에 회장님 생가와 감나무를 머리와 가슴, 필름에 담고 싶습니다. 주소는 알고 있으니 시간 나는대로 가겠습니다.
닮고 싶은 이를 만난다는 건 축복입니다.
새벽 7시에 출발해서 제일 먼저 도착한 이태호 선생님과 이효순 선생님이십니다. 그 순수한 열정에 감동합니다.
귀한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리더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회원 전체를 지혜와 미소, 인내로 일사불란하게 이끄시는 모습이 여장부이십니다. 다음 기회에 아내와 함께 샤부샤부 먹으러 다시 한번 더 가야겠습니다.
보문산 모임을 아름담게 표현해 주신 것 잘 읽었습니다. 언제나 부지런히 글로 표현 하시는 태도를 본받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만나 뵈어서 좋았습니다. 이제 낯을 익혔으니 다음 만남에는 한결 친금감으로 대할 수 있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