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공원
송시월
우리집 옥상에서 내려다보면 설원의 구조물 같은 뼈들의 세상
밤이면 높고 낮은 구멍마다 색색 인불을 켜고 쉴새없이 이동한다
흙장미 넝쿨로 뻗어가는 뼈차의 행렬, 땅 밑으로 뼈철들 달리는 소리
앙상한 등뼈에 나를 멘 우리집 계단이 4층까지 오르락내리락
산부인과에선 애기뼈들 첫울음 터뜨리는 소리 십자가뼈 손뼉 치며 찬송을 부르고 목어뼈 딸랑딸랑 독경을 왼다 술집 학교 고시촌 노래방 여의도와 인왕산 기와지붕 삐그덕거리고 정형와과에선 어긋난 뼈들 맞추는 소리 박물관에선 전통 장례식을 마치고 난 아빠뼈엄마뼈아이뼈어울려 춤추고 노래하며 한바탕 마당극을 벌인다
“나 추락사가 아니야” 지면에서 튀어나와 항의하는 장준하의 두개골
“그 공안각본 집어치워” 외치며 군부독재와 싸웠던 열사 뼈들
촛불을 들고 행진을 한다
킬링필드를 향해 “야 거기 서” 하며 크메르 루즈 뼈 소리친다
제주 4.3 평화 공원에서 무덤 문 여는 소리 아골아골 골령골까지
팽목항이 쏟아지는 햇살을 똬리 틀어 휑한 눈을 가렸다
열목어 금강모치들 수이천을 거슬러 오르는데
첫댓글 선생님, 반갑습니다. 낭송회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