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방어식단
#미역죽
동절기 늦은 아침은
재료를 준비해놓았다가
주로 죽을 먹는다
난방이 없는 작은 주방은
식사준비를 위해 가스레인지를 켜면서 따듯해진다
따로 문이 없는 주방입구에 위치한 난로가
하수배관을 얼리지않는정도의 온도를 유지한다
아주 추운 날은
간이커튼으로 주방을 차단
따듯한 별채 아룻목 이부자리에서 빠져나와
10여미터 떨어진 식탁이 있는 추운 사랑방으로 이동하는 아침
생체에 주는 가벼운 스트레스로 하루가 시작된다
사랑방실내가 너무 추운 날은 움츠리는게 싫어
죽 끓는 짧은 시간동안
밭을 한바퀴 돌고 들어가기도 한다
퇴비를 뒤척이고
밤송이를 주워올라오거나
길가 돌을 치운다
날씨가 따듯해 식 전 야외작업을 했다면
아침죽을 먹은 후
가벼운 아침식사로 이어지기도한다
늦은 아침에 비해 점심은 비교적 빨리먹어야
저녁밥이 늦어지지않는다
작년까지만해도 두 끼만 먹고 간식으로
밤이나 고구마를 먹었는데
이 변화 역시 노년의 방어식단이다
녹두죽 콩죽 팥죽 호박죽 미역죽 타락죽 잣죽을
번갈아 먹는 즐거움
대체로 남는 죽은
고양이 여사님들을 조심해가며
툇마루 야외냉장고에 옮겨놓는다
시굴사랑은 아침먹은 후
생태화장실앞에 받아놓은 계곡물을 한 통
길어온다
손빨래하지않는 날은
아껴쓰면 하루 20리터 한통으로 하루해가 저문다
*미역죽은 미역국 끓이듯
불린 미역을 들기름이나 차조기들기름으로 살짝볶아육수를 넣어 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