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리 선수들끼리 모여 8강에 4명은 어려울지 몰라도 3명만 올라간다면 충분히 싸울 수 있다고 함께 각오를 다졌습니다."
최철한의 말이다. 아쉬움은 남지만 그대로 됐다. 안조영은 구리를 다시 날려보냈으며 이창호는 퉈지아시를, 최철한은 스위에를 제압했다. 한-중 대결의 스코어는 3승2패.
9일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곤지암리조트 특별대회장에서 열린 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16강전에서 한국기사 5명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출전기사 5명 중 6할의 승률. 중국은 11명 중 5명이 8강에 올랐다. 한국 3명, 중국 5명의 8강 구도는 지난 대회와 똑같다. 8강 진출자는 최소한 1200만원을 확보했다.
종국 후에 가진 대진 추첨 결과는 이창호-왕야오, 안조영-멍타이링, 최철한-박문요, 콩지에-후야오위의 대결. 상대전적은 최철한이 응씨배에서 박문요에게 1승, 이창호와 안조영은 첫 상대하는 기사들이다. 8강 및 준결승전은 오는 11월 9일과 11일 중국에서 속행될 예정이다.
○●… 최철한, 막힘 없이 강렬하게 진군 최철한(한국랭킹 5위)이 주종목인 강렬한 공격으로 8강 고지를 밟았다. 중국랭킹 15위 스위에를 맞아 173수 만의 불계승. 포석 없이 하변에서 발발한 대형 전투에서 주도권을 잡고 KO펀치로 연결시켰다. 스위에와는 13회 대회부터 LG배 본선에서만 3연속 만나 2승1패로 리드.
"어땠나요?" "초반부터 난타전이긴 했으나 생각대로 풀렸어요. 그 덕분에 제 스타일대로 끌고 갈 수 있었습니다. 막힘은 없었어요." "32강전이 끝난 후 선수들끼리 특별한 각오 같은 것은 없었나요?" "중국이 수적으로 많아 더더욱 이겨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임했습니다. 4명은 어려울지 몰라도 8강에 3명만 올라가도 충분히 싸울 만합니다." "이번에 느낌이 확 오지요?" "느낌이 좋습니다. 일단 두 판 더 이겨 결승까지 올라가겠습니다."
▲ 최철한 9단이 8강진출을 결정지은 후 여자친구와 통화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
●○… 안조영, 구리한테 또 이겼다 안조영(11위)은 다시 한번 구리를 제압했다. 안조영은 지난 2월 비씨카드배 16강에서 구리를 반집으로 날려보낸 바 있으며, 그때 패한 구리는 극심한 슬럼프로 빠져들었다(비공식이지만 2003년 4회 한중청소년바둑대항전에서도 불계승했다).
계가까지 간다면 반집승. 그러나 구리는 한집 끝내기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돌을 거뒀다. '구리 천적, 안조영!' 세계 8강은 비씨카드배에 이어 두 번째.
"소감을 간략히?" "또 이겼으니 기쁘죠." "어디까지 갈 건가요?" "이미 많이 왔습니다." "8강 대진은 만족하죠?" "제게 만족이 있겠습니까?"
▲ '구리 잡는 안조영 9단'이 통쾌한 승리 후 복기하고 있다(플래시 없이 촬영).
○●… 이창호, 다섯 번째 우승에 박차 이창호 역시 기대에 부응했다. 중국의 기대주, 중국랭킹 7위 퉈지아시의 저항이 끈질겼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저력을 발휘하며 결국 불계승을 거뒀다. 이창호는 1ㆍ3ㆍ5ㆍ8회 대회 우승자이며, 전기엔 준우승을 차지했다.
"서로 큰 잘못을 두 번 이상 하는 등 실수가 많은 내용이었어요. 8강전 상대(왕야오)는 두어 본 적이 없어 앞으로 연구를 좀 해봐야겠습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7번 우승했고(중국 4번, 일본 2번, 대만 1번), 그중 이창호의 우승 횟수는 최다인 4회에 달한다(1ㆍ3ㆍ5ㆍ8회 대회).
●○… 목진석ㆍ김지석, 아쉬운 실족 목진석과 김지석의 행보는 멎었다. 각각 콩지에(중국랭킹 1위)와 왕야오(21위)를 상대로 불계패했다. 그중 목진석은 변화의 여지가 많은 국면이었으나 불각의 착각으로 한순간에 나빠졌다.
중국은 콩지에ㆍ왕야오를 비롯 자국기사 간의 대결에서 박문요(11위), 후야오위(16위), 멍타이링(25위)가 승리했다. LG배 전속해설위원 최규병 9단은 "16강전 11대 5의 절대 열세 속에서 6할의 승률을 거둔 것은 만족할 만하다"라고 평했다. 반면 중국의 화쉐밍 단장은 "불만스럽다. 특히 구리의 패배가 아프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사가 주최하는 LG배의 우승 상금은 2억5000만원, 제한시간은 3시간(초읽기 1분 5회). 돌가리기에서 맞힌 쪽이 흑백 선택권을 갖는다. 바둑내용에 관한 대화를 금지하기 위해 감독관 입회하에 점심식사를 하는 것은 독특한 시스템. 준결승까지는 녹다운제 토너먼트, 결승은 3번기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