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 민병희 아버지, 세상과 손 놓은 날 끈 떨어진 연처럼 상여 끝 붙잡고 오열하시던 그날 목울대가 뻣뻣해 울지도 못하고 나 역시 숨조차 쉴 수 없었지 어린 나이에 그 모든 짐이 큰딸인 내게 덮쳐 온다는 것을 이미 알아서였을까 힘들어도 의논할 곳이 없다, 너희가 자라면서 잘하는 것도 마음 놓고 자랑할 수 있을 곳이 없다며 병든 남편이라도 아랫목에 누워 있으면 든든하겠다, 옛말 그른 게 하나도 없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한숨 소리 들으며 자랐지 여든이 다되신 우리 어머니 아들 집에서 깔끔함이 문제 되어 우리 집에 오신지 몇 년, 세월이 지나도 꼿꼿한 성격은 여전해서 그야말로 성격차이로 딸인데도 부딪치는 일이 많기도 하다 아마도 당신의 자존심이리라, 친정 엄마와 살기에는 정신적으로 힘겹지만 가족은 같이 살아야 나눌 수 있는 사랑도 미움도 함께 할 수 있다, 남들은 잘해도 못해도 시기하며 흉보지만 '가족'은 그렇지 않다고 살다 보니 그 말씀 옳다고 깨달으며 가정의 소중함 일깨우며 오늘을 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