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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실었던 바둑과 바투의 관계라는 글을 토대로 수정하여 '바투의 현 위치에 관하여. 그리고 바둑계의 잘못된 시각에 대해서.'라는 제목으로 바투게시판에 올린 글을 여기에도 올립니다. 아무래도 모바일로 끄적거리기보단 역시 피씨가 좋군요.ㅎㅎ 바투에서의 위기는 바둑에서의 위기를 모태로 한다고 생각해서 여기에 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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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투(Batoo)는 바둑전투의 줄임말로 바둑 특유의 집을 차지하기 위한 방식에 고도의 심리전 요소와 연막작전 등이 동반되는 온라인 보드전략 게임이다.
온미디어는 바둑TV를 운영하면서 바둑의 스포츠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바둑의 기력에 따른 불균형적 요소는 바둑에 익숙치 않은, 젊은 세대가 빠져들기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 따라서 바둑을 기초로 한 신개념의 게임을 제작하기로 결정하고 바투 제작을 시작했다…(생략).”
위키백과에 실려 있는 바투란 게임의 정의다. 이렇듯 기존의 바둑은 운의 요소가 없어 그에 따른 기력의 차이는 절대적이었다. 거기다 바둑은 같은 한 수라도 자신의 기력에 따라 무수히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따라서 바둑을 모르는 사람들은 바둑을 관전하더라도 왜 저런 수를 두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곧 흥미를 가질수 없다는 것이다. 시대는 바뀌었다. 직접 두 눈으로 보고서도, 그리고 직접 해보는 것만으로는 ‘전혀’이해할 수 없는 바둑은 결국 시대에서 외면되었다. 따로 바둑공부를 해야만 비로소 바둑이 눈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요즘은 MP3를 사용하기 위해선 설명서를 따로 읽지 않는다. 바로 몸으로 부딪혀서 조작을 해본다. 이리저리 조작하다 금새 몸에 익히고, 즐겨듣는 음악을 맘대로 선곡해 듣는다. 다양한 이퀄라이져를 선택하는데에는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금새 익숙해졌다. 어? 이상하다. 이 MP3는 너무 복잡하다. 따로 설명서를 읽지 않고서는 도저히 조작법을 알 수 없는 난해한 MP3가 등장했다. 기능은 분명 엄청나다. 하지만 그 엄청난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난해한 조작법이 필요하다. 결국 가치를 아는 소수만이 사용하는 비운의 제품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이야기. 이와 마찬가지다. 쉽게 부딪혀 쉽게 즐길수 없다면 외면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게임계에서도 변화는 일어났다. 코에이의 삼국지와 시드 마이어의 문명 시리즈보다는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를, 그리고 카운터스트라이크보다는 스페셜포스를 택한 것이다. 속도에 열광하여 턴제RPG보다는 액션RPG를, 고수와 하수의 실력 차가 분명해서 수많은 노력을 동반하지 않으면 안되는 매니아성 게임보다는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대중적 게임을 시대는 택한 것이다. 이렇듯 게임도 시대의 흐름을 따르는 것은 예외가 아니었다. 이러한 때 혜성같이 바투가 등장했다. 바둑의 대중화를 꿈꾸며 태어난 바투는 시대의 흐름에 의해 높아만지는 바둑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대대적인 홍보가 이루어졌다.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룬 셈이었다. 비록 바둑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이라도 바둑의 일부를 직접 경험하게 했다는 것이다. 충분히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셈이었다. 바투인비테이셔널마저 성공적인 환호를 받으며 바투의 미래를 환하게 비춰주며 끝마쳤었으니까.
하지만 모든 것이 성공적이진 않았다. 분명히 진입장벽은 낮추었다. 하지만 이렇게 낮춘 진입장벽에도 불구하고 바투로 바둑을 처음 접하는 많은 유저들은 중간에 더 이상 진입하기를 포기했다. 바투 홈페이지의 기본강좌 - 이것은 바둑입문강좌들이다. - 를 보고 열심히 해봐야 연습상대인 호구도사(AI)에게도 진다. 위에서 보았듯 바투는 바둑 전투의 줄임말이다. 계속 경쟁이 이어진다. 다른 유저들과 게임해서 지는것은 싫어서 계속 연습모드를 찾게된다. 그러다 실력이 느는 것의 한계를 느껴 그대로 바투를 영원히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 거기에 바둑도 함께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 결국 따로 바둑을 공부해야하는 수고스러움 때문에 바투는 성공적인 홍보로 인해 흘러들어온 신생아(?)들을 다른 곳으로 떠넘겨버렸다. 다시 말해, 바투가 알아서 그들을 리드했어야 했고, 그걸 따라가는 것만으로 그 수고스러움을 대체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신생아를 다룰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초보유저들에 대한 불친절함으로 인해 바투 역시 매니아성 게임이 되기 일보직전의 단계까지 온 것이다.
게임검색순위는 지금도 여전히 200위 밖이다. 이미 홍보가 너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바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렇게 흘러들어온 신생아들을 내쳤으니, 그 향후는 안봐도 뻔하다. 여기서 기회는 이미 1번 날아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으니 WBL은 어떠했나. 매니아들을 위한 상금 12억이 쓰인 조촐한(?) 파티가 되어버렸다. 선수들도 엔터테이먼트적인 요소와 끓는 열정의 피를 갖추지 못한, 십대 이십대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이들로 이루어졌다. 초점은 바투, 그 자체에 맞추어졌다. 해설 역시 인비테이셔널과는 달랐던 듯 했다. 경기장에 모인 사람들과 호흡하기보단 경기 자체에 더 맞추어진 듯 했으니 말이다. 슈젠배는 어떠한가? 역시 기존의 바투매니아들(혹은 어느정도 기력을 갖춘 유저)을 위한 경기가 되었다. 이걸로 기회는 또다시 날아갔다. 아직은 이러할 때가 아니다. 기존의 바둑인구를 위한 변화보다도 새로운 인구의 유입을 위해야 한다. 바둑을 알든 모르든 함께 즐길수 있는 바둑(혹은 바투)컨텐츠가 더 구축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고스트바둑왕이라든지, 바둑삼국지 혹은 바투여신전같은 버라이어티느낌의 프로그램들 따위의.
일본에서 바둑 붐을 일으킨 고스트바둑왕을 보라. 바둑을 몰라도 누구든 즐길수 있지 않은가! 파란닷컴에서 연재중인 바둑삼국지를 보라. 바둑을 몰라도 드라마틱한 일대기에 어느 누가 공감하며 감동하지 않을 수 있는가? (단지, 파란닷컴말고 네이버에서 연재를 했더라면 정말 지금보다 몇배는 더 인기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아쉽다. 본인이 바둑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은 바로 바둑삼국지이기 때문이다.) 바투여신전은 썩 괜찮았다. 비록 너무 짧게 끝나서 그 재미있는걸 못 보고 못 들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에 아쉬울 뿐이지만. 결국 게임자체는 여전히 바둑 색을 띠고 있고, 그것은 어찌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하지만 대중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선 바둑을 소재로 한 컨텐츠는 필수이다. 다시 말하지만 WBL과 슈젠배는 결코 대중성을 띄지 못한다. 바둑을 몰라도 좋으니 바둑으로 저러한 드라마같은 일대기가 쓰여질 수도 있구나, 바둑으로 인해 겪는 두 레이싱모델들의 우여곡절한 일상들이 정말 재미있을수 있구나, 이런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의 바투에게 가장 필요한 변화는 바둑을 흥미로운 컨텐츠로써 대중들에게 어필해야한다는 것과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었을 때 그들을 편안히 리드해줄 만한 준비가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들이 바투에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섬세히 풀어야 할 시급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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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로 문제삼고자 하는 것을 더 얘기해 보고자 한다.
먼저 언급할 것은 바투 홈페이지에 게재된 바투의 입문강좌는 다름 아닌 ‘바둑’강좌이다. 자, 이제 본인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눈치가 빠른 분들은 벌써 알아채셨으리라. 그렇다. 비록 다르다고는 하더라도 바투는 수많은 바둑의 진입경로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바둑애호가들은 바투를 평하길, 예와 법도가 없어 바둑의 이미지에 오히려 해를 끼친다고 말한다. 그러나 바투는 바둑의 진입경로이며 이렇게 장벽을 낮춰도 많은 사람이 진입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앞에서 입 아프게 설명했을 것이다. 바투가 안되면 바둑도 하나의 진입 경로를 잃는다는 것이 핵심. 바둑은 이미 시대의 흐름에서 외면당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투의 탄생은 오히려 바둑에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새로운 ‘바둑 컨텐츠’로써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바투가 바둑의 기품을 떨어뜨리고 바둑의 인구증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해서 서로 다른 행성간의 서로 다른 종족이라고 봐야할까? 아니다. 일단 본인의 경험을 따라 써 내려갈테니 다 듣고 판단해주길 바란다.
모두가 바투인비테이셔널을 기억할 것이다. 성공적인 신고식 이후의 성공적인 파티였으니까 말이다. 많은 젊은 기사들이 관객들과 함께 호흡을 했다. 각자의 외모만큼이나 개성 역시 천차만별이었으며 젊은 관람층을 끌어와 함께 파티를 즐겼다. 바둑을 잘 몰라도 누구나 공감할 만한 해설진의 개그코드는 모두의 웃음을 자아내었다. 바투인비테이셔널은 끝났고 그 후로 꽤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한때 바투에 출전했던 선수들을 나는 바둑티비에서 보았다. ‘어? 저 친구는 바투 인비테이셔널에서 활약하던 그 친구인데?’ 잠시 채널을 멈췄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바둑경기를 보며 이해할 만큼바둑실력이 뒷받침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익숙함에서 오는 친숙함과 반가움에 채널을 잠시나마 고정했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차차 아는 기사들 이름도 늘고 더군다나 결정적으로 바투가 후원하는 바투팀을 응원하게 되었다. 얼마전 플레이오프가 시작되었다. 초반까지만 해도 바둑리그에서 바투는 부진을 면하지 못했지만 후반부 빠르게 치고올라오는 모습에 나까지 반가웠다. 지금은 그래도 어느 정도 바둑경기를 즐기면서 볼 수 있다. 정말 반갑더라, 바투라는 팀 이름이.
그 이후에도 바투를 시청하기 위해 심심찮게 바둑티비 채널을 돌리던 나는 자연스레 중간중간 나오는 사활코너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그리고 바투에 대단한 분이라는 것을 암시하듯 등장하셨던 할아버지(당시엔 할아버지..라고밖엔 안보였었다.). 그 할아버지 조훈현이라는 분이 얼마나 대단한 분이신지는 검색을 통해 일화를 알게 되었고, 그것은 바둑삼국지라는 걸출한 바둑만화로 인해 더 빛을 발산했었다. 그때 처음 알게 된 것은 ‘바둑을 통해서 이렇게나 멋진 일화가 생기기도 하는구나’하는 놀라움이었으며 그것은 곧 바둑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19*19의 넓은 판이 너무나 막연해 엄두도 안 났던 바둑이었다. 바투가 태어나고 좁은 판인 만큼 쉬울 거라 생각해서 바투를 쉽게 접했었다. 그러했던 내가 다시 바둑으로 시선이 가다니. 바투를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나에겐 바둑입문서가 필요했는데, 바둑입문서엔 당연히 포석은 따라나와야 했다. 바투에선 접하기 힘들었던 포석이 나에겐 크나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드넓은 19로에서의 자유로운 구상과 시작. 이러저러 해도 결국 바둑역시 나도 잘 두지는 않지만 지금은 경기도 즐겨보곤 한다. 잘 두지 않는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역시 아직은 어렵기 때문이지만. 이처럼 바둑을 두다 바둑에 질려 바투를 하게 되는 휴면바둑인구가 아니라면 나처럼 바투에서 시작해서 바둑에 관심을 가질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 반대로 바투에서 시작해서 바둑엔 눈길을 안주고 바투에만 정착하는 인구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를 바둑애호가들 중 몇 분은 눈살을 찌푸리는 것 같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바투로 바둑의 일부를 접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지금 바둑을 안 둔다 할지라도 바둑의 컨텐츠엔 충분히 접하고 흥미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투엔 없는 바둑기사들만의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 법한 일대기, 일화와 바둑 소설, 바둑 만화, 바둑 채널 등이 있기 때문이다. 입문강좌나 서적들만 봐도 모두가 바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결국 바둑계에 한쪽 발을 담그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대신 어느 쪽이 대세의 주와 부가 될 지는 시대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아는 형이 있다, 어릴적 바둑을 배웠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바투에서 만났다. 바둑 한판 두려면 한시간은 훌쩍이라며 요즘같이 짬을 내 가볍게 즐기기엔 부족하다고, 지루하다고 평을 하신다. 이런 분은 평상시에도 바둑을 두지는 않을 것이다. 바둑과 바투가 현재의 4구와 포켓볼의 관계라면 적절한 비유일까? 4구만 있고 포켓볼이 없었다면 당구장은 지금보단 훨씬 더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당구장에는 가야만 한다. 4구를 치든 포켓볼을 치든간에 말이다. 정작 당구장에 들어가서 무엇을 칠 지는 개인의 기호 혹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를 것이다. 당구장에 발을 들이내밀게 한 것 만으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당구장에 4구 테이블이 줄고 포켓볼 테이블이 는다고 해도 그것은 시대의 흐름에 의한 것이다. 4구만 있는데 테이블이 줄면 당구장이 망하겠지만, 4구와 포켓볼이 같이 당구장 안에 있기 때문에 기다리다보면 시대의 흐름은 바뀌기 마련, 4구일 때도 있고 포켓볼일 때도 있는 것이다.
지금은 바둑과 바투 둘 중 하나라도 주류가 되어 대중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어느 한 쪽이 다른 한쪽의 인구증가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해서 막연히 해를 입히는 존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바둑계 전체를 발전 저해시키는 생각이라고 말하고 싶다.
첫댓글 전 아직도 실시간보단 턴제가 마음에 듭니다.....^^
네ㅎ모두가 액션알피지를 더 좋아한다고 할 순 없겠죠. 저도 턴제를 더 좋아하는걸요ㅋ
고스트바둑왕과 바둑삼국지를 비교하는건 상당한 어폐가 있습니다. 고스트바둑왕은 바둑의 문외한이 보더라도 재미를 느낄 수있지만, 바둑삼국지는 바둑을 아는 사람 조차도... 재미를 느끼기 힘듭니다. 애초에 바둑의 문외한인 작가가, 고스트바둑왕의 인기에 편승해서 만든게 그 한계인듯...
그것보단.. 사실을 소재로 해야하기에 어쩔수 없는 진행인듯 합니다. 하지만... 저는 바둑삼국지를 볼 땐 바둑을 전혀 몰랐는데 이 만화때문에 바둑에 입문을.. 뭐, 파란닷컴 댓글에 봐도 저같은 사람 꽤 있더군요 ㅎㅎ
하지만 고스트바둑왕처럼 청소년성장드라마-틱한 과정, 또는 감동적인 이야기 같은 것들은 아무래도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있기때문에 약간은 바둑을 모르고선 알 수 없는 재미가 있다고 봅니다. 바둑을 알고 보는것과 모르고 보는 것, 바둑삼국지는 큰 차이거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