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 금산 봄꽃 여행
무주 금강벼룻길
벼룻길은 강가나 바닷가의 낭떠러지로 통하는 비탈길을 일컫는 말로, 금강을 따라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걷는 아름다운 길입니다. 전북 무주와 충남 금산을 잇는 옛길, '예향천리 금강마실길'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두 사람이 함께 갈 수 없는 좁은 숲길이 이어지며, 길옆으로는 금강이 흐르고, 호수처럼 잔잔한 강물에 떠 있는 아름다운 풍경은 그림처럼 마음속으로 들어옵니다. 우리나라 길 중에서 봄날 걸으면 가장 좋은 길입니다. 무주군 부남면 대소리에서 율소마을까지 2㎞가 채 안 되는 거리, 왕복 2시간 내외의 짧은 길입니다.
길 폭은 좁지만 편안하고 운치가 있습니다. 조항산 자락에 강폭이 좁은 금강이 조용히 흐르고, 그 옆으로 풀이 자라난 농로가 이어집니다. 길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경탄에 경탄을 거듭하는 길입니다. 그 아름다운 정경을 만나기 위해 일 년 내내 기다리다 4월 3째 주말쯤 가는 곳입니다. 봄 향기가 가득히 차올라 분위기가 한층 고조될 무렵 비단처럼 흐르는 금강을 따라 걷습니다. 강이며, 길이며, 산자락에 야생 복사꽃, 조팝꽃 그리고 벚꽃들이 무리지어 피어서 어디가 강이고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산인지를 모르는 곳. 그래서 그곳으로 간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곳입니다.
이 길은 본래 일제강점기 시절 굴암마을의 대뜰(넓은 들)에 물을 대기 위해서 놓았던 농수로였습니다. 주민들은 보통 ‘보뚝길’이라고 부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마을 사람들에게는 대소리와 율소마을을 잇는 지름길로 애용되었습니다. 금강식당 뒤 마을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사과나무, 배나무, 복숭아나무 천지인 넓은 둔덕입니다. 벼룻길은 농로 끝에서 시작하며, 마을을 벗어나면 바로 비포장길이 나타납니다. 주변의 푸른 숲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강으로 비죽하게 솟은 바위를 만납니다. 각시바위입니다. 각시바위에는 여러 전설이 전해집니다.
대유리 봉길마을에 시집온 며느리가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벼랑에서 기도를 했더니 바위가 솟아올라 `각시바위`라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이 그중 하나입니다. 구박받던 며느리가 돌로 변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각시바위 앞으로 각시소가 있습니다. 선녀가 목욕하러 왔다가 옷을 잃어버려 바위로 굳었다는,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깃든 곳입니다. 각시바위 아랫부분에 좁은 동굴이 나 있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벼룻길을 걷는 사람들은 각시바위를 뚫고 지나가게 되는 셈입니다.
자연적으로 생겨난 동굴이 아니라 농부들이 일일이 바위를 정으로 쪼아서 만든 인공 동굴입니다. 길이는 10m 정도로, 사람 한두 명이 지날 수 있는 좁은 길로 이뤄져 있습니다. 각시바위와 함께 벼룻길을 대표하는 풍경이 되었습니다. 동굴을 빠져나오면 굴암리 율소마을에 다다릅니다. 이름에서 눈치 챌 수 있겠지만 마을에는 밤나무가 많이 있습니다. 이곳까지가 금강벼룻길로서,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히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길입니다.
‘예향천리 금강마실길’ 두 번째 길은 잠두마을 강 건너편으로 이어지는 숲길입니다. 율소마을에서 잠두2교까지(금강잠두길, 5km) 강변 옛길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의 모습이 누에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 ‘잠두(蠶頭)’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흙냄새가 나는 운치 있는 길이 이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발 아래로 흐르는 강을 따라 걸을 수 있습니다. 벚나무가 이어져 있으니 시기를 잘 맞추면 벚꽃 삼매경에 빠져볼 수도 있습니다. 잠두교가 생기기 전까지 이 길은 무주와 금산을 잇는 비포장 국도로 주민들의 중요한 교통로였습니다.
세 번째 옛길은 용포다리에서 대차리마을 강 건너편으로 이어지는 강변길입니다. 용포리 내요대 마을에서 대차리 서면마을까지 구간입니다.(요대강변길 3.5km) 조용히 흐르던 금강은 용포다리를 기점으로 폭이 넓어지고 물살도 다소 거칠어집니다. 이 길은 1938년 용포다리가 놓이면서 잠시 잊혀졌습니다. 모두 편리하고 빠른 강 건너 포장도로를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묵묵히 흐르는 금강을 즐기며 산책하기에 좋은 코스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세 구간을 다 걷는 거리는 약 19㎞로, 5-6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금산 홍도마을 홍도화축제
소반 위에 얹어진 붉은 복숭아의 형상을 지닌 홍도낙반형(紅桃落盤形)의 명당터로 손꼽히던 곳이어서 홍도(紅桃)마을이라 불리었으며 예로부터 복숭아나무가 많기로 유명했던 곳입니다. 홍도화는 붉은 꽃을 피우는 복사꽃입니다. 얼마나 붉은지 가까이 선 사람의 얼굴까지 붉게 물들일 정도입니다. 마을 주변 4.2km에 걸쳐 홍도화 가로수 3200그루가 늘어서 있으며 4개소에 걸친 홍도화 동산에는 4300그루의 홍도화가 식재돼 있습니다. 매년 4월 중순에 홍도화축제가 열립니다.
홍매화나 겹동백처럼 꽃은 겹으로 피며 겹겹이 싸인 꽃잎은 붉은 색을 더욱 붉게 만듭니다. 대부분 흰색이나 노란색인 다른 봄꽃에 비해 홍도화의 붉은 꽃은 매우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쌉싸름한 인삼과 약초의 향기가 느껴질 듯 인삼과 약초밭이 많이 있으며, 마을 앞으로 흐르는 개울가를 천연 수영장으로 조성해 여름이면 수영을 할 수 있습니다. 마을 인근에는 폭포의 전시장이라 불리는 십이폭포, 금산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금산의 명산 진악산이 있습니다.
금산 보곡산골 산벚나무축제
보곡산골은 우리나라에서 산벚꽃이 가장 많이 피는 마을입니다. 야트막한 산의 평탄한 임도를 따라 200만 평 산자락에 산벚꽃이 만발해 흰 뭉게구름처럼 뒤덮고 있습니다. 산벚꽃뿐만 아니라 산딸나무, 조팝나무, 진달래, 생강나무, 국수나무, 병꽃나무 등도 지천으로 꽃잎을 피워내니 이 무렵 이 땅 자연산 봄꽃 전시장이라 해도 좋습니다. 산꽃의 꾸미지 않은 소박한 아름다움 속을 걸으며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산골짝 길을 천천히 걸어서 한 바퀴 돌아 나오는 데 2시간쯤 걸립니다.
군북면 보곡산골은 산이 수려한 금산의 서대산 끝자락에 위치한 외딴 마을입니다. 충남의 최고봉인 서대산(약 903.7m)은 추부와 군북을 경계 짓고 금산과 옥천을 가르는 울타리의 성격이 짙습니다. 보곡산골은 서대산 아래 보광리, 상곡리, 산안리 등 3개 오지마을에서 한 글자씩 따서 명명된 이름입니다. 3월 초까지 얼음이 얼고 고랭지 농업이 성한 마을은 4월이면 그 색을 바끕니다. 동네를 에워싼 산자락에 산벚꽃이 피어나며 희고 붉은 꽃세상이 열리는 곳입니다.
보곡산골은 국내 최대의 산벚꽃 자생 군락지 중 하나로 해마다 4월 중순이면 600만㎡의 산자락에 산꽃들이 피어납니다. 산골의 주연은 벚꽃이지만 조팝나무, 진달래, 생강나무 등도 뜻 깊은 조연이 됩니다. 보곡산골에서 남쪽 고개를 넘어서면 조팝나무의 군락지와도 연결됩니다. 산골이라 기온이 4~5도 낮은 탓에 꽃들이 피어나는 시기 역시 타 지역보다 한 템포 늦습니다. 만개한 꽃에 대한 아쉬움에 한숨 지을 무렵에야 이곳에서는 꽃잔치가 수줍게 소식을 전합니다.
보곡산골로 향하는 열두 굽이 비들목재에서부터 봄꽃 향기는 완연합니다. 마을에 닿기 전 보곡산골을 알리는 아담한 이정표가 길손을 반깁니다. 굽이치는 꽃길을 따라 접어들면 보곡산골의 중심마을인 산안리(자진뱅이마을)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보곡산골 산꽃축제의 주무대입니다. 마을 뒤 산자락을 따라 비포장 임도가 조성돼 있고 그 길을 걷는 데 서너 시간이 소요됩니다. 길 중간중간에는 ‘봄처녀 정자’, ‘보이네요 정자’ 등이 방문객들의 오붓한 그늘이 됩니다. 힘든 다리를 쉬게 할 벤치도 곳곳에 준비돼 있고 300년 세월을 간직한 기품 있는 소나무도 눈길을 끕니다.
임도에 접어들면 고요한 꽃 천국에 발을 딛는 기분입니다. 산벚꽃은 왕벚꽃만큼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초록 안에서 제 빛깔을 냅니다. 짙은 황토와 녹음과 함께한 꽃들이라 더욱 싱그럽습니다. 일반 벚꽃이나 왕벚꽃에 비해 꽃의 크기가 작고 이파리와 함께 보통 벚꽃보다 보름 정도 늦게 핍니다. 산벚꽃나무는 견고하고 변함이 없어 예로부터 귀한 소품이나 목판대장경을 만드는 데 썼던 재목감입니다. 꽃잎과 열매(버찌)는 술이나 대용차로, 나무의 껍질은 약용으로 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