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한리 광부 사택 앞길을 따라 흐르는 개울물이 먹물처럼 새까맣고 마을의 흰 바둑이도 탄가루에 잿빛이 됐다.
5월이 다 되는데도 개울가에서 노는 어린이들은 찾아볼 수 없다. 뒷산 진달래만 흐트러지게 붉다.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아빠, 생활에 쫓기는 엄마, 그리고 생산에 여념이 없는 광업소의 틈바구니에서 어린이들은 안식처를 구할 수 없다.
덕대하청에는 기본적인 목욕탕마저 없는 곳이
수두룩하다. 사택 입주율은 60%선-.나머지는 어금니 꽉 물고 사는 셋방살이 신세다.
우리나라·1백34직종 가운데 광부는 넝마주이
바로 앞인 1백33번째란 어느 기록처럼 우리의
처지를 이대로 두어야 하겠느냐고 한 광부는 말했다.
탄광촌에서 생활한 7~80대 옛 광부들 가운데 지옥 같은 막장을 그리워하는 분들도 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어느새 탄가루 풀썩이는
신작로에서 뛰어놀던 탄광촌 아이가 되곤 한다.
장성광업소는 아내의 춤바람이나 화투도박 같은 생활까지 단속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광업소이자 공기업인 대한석탄공사에서 일어난 이야기이다.
일부 철없는 아내들의 도박·사교춤 등의 생활이 탄광촌 사택의 문제점으로 등장하자 광업소 차원에서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장성광업소는 위반자에게 직종을 변경하거나
사택에서 추방같은 징계를 통해 탄광노동자 뿐만 아니라 그 아내가 적발되었을 때도 똑같이 적용했다.
광부 아내의 도박·사교춤 등이 탄광촌 사택의 문제점으로 등장하자 석탄공사 산하 장성광업소와 도계광업소 등은 회사 차원에서 그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자 했다. 광업소는 광부 가정에 보내는 "가정통신문"이나 가족을 참석시키는 정기 교육을 통해 가족의 일탈 문제에 개입했다.
장성광업소가 탄광노동자의 급여 봉투 뒷면을 통한 통신문에 “1. 재해가 개인에게 주는 영향,
2. 의식개혁이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3. 아내가 남편을 섬기는 길” 등을 담았다.
특히 2항의 의식개혁에 관한 세부 내용을 보면
화투놀이와 춤바람에 대한 경고를 하면서 그에
대한 처벌 의지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화투놀이와 춤바람은 부부간에 불화의 씨앗이
되어 결국 행복했던 가정을 불행과 파탄으로 몰고 옵니다. 남편은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과 더불어 보다 잘 살아보려고 수백 미터 지하의 어둡고
숨막히며 무덥고 위험한 곳에서 탄가루를 마셔가면서 피땀 흘려 벌어들인 소중한 돈이며 정성인데 복에 겨운 몇몇 주부는 자기의 처지와 분수를
모르고 있어 직장의 한가족이며 의식개혁의 차원에서 그대로 방관할 수 없어 과연 그들이 누구누구인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선량한 종업원의 가족을 보호하고 또한 그들의
불행을 예방 선도해야 할 의무와 도의적 견지에서 앞으로는 그들에게 응분의 조치를 취할 생각입니다. 화투놀이와 춤바람은 결국 본인과 가족 모두의 불행을 스스로 불러들이는 것임을 명심하여
화투놀이와 춤바람을 우리들의 주변에서 추방합시다.
-장성광업소, <가정통신문> 중에서
장성광업소는 1980년대 ‘춤·도박·관광계’를 3대 악으로 지칭하면서 가정통신문 배포와 교육 등을 통해 추방운동을 전개했다. “이웃에 이런 사람이 있으면 자기소속이나 노무과에 신고합시다”라는 인쇄물도 배포했다. 광업소에서는 직장정화위원회를 만들어 감시에 나서는 한편, 처벌 대상자는 ‘종업원 및 가족’이라면서 광부의 아내까지 해당한다는 것을 명시했다. 월급봉투 뒷면의 가정통신란에서는 “직장정화위원 및 지역정화위원 합동으로 암행단속(매일 주야간), 가정선도 상담실 운영(사무부소장실), 퇴폐근절 추방을 위한 웅변대회 개최” 등의 정화추진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장성광업소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위반자에 대해 “소속 또는 직종변경, 사택에서 추방, 사택 미가입자가 적발 신고될 시는 사택입주권 주지 않음, 기타 후생복지 혜택을 지원하지 않음” 등의 내용으로 경고했다. 실제 광업소에서는 노동자와 그 가족에 대한 단속에 나서서 적발된 사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1983년 장성광업소가 적발한 대상은 총 50명에 달했다. 장성지역 사택에서는 춤 문제(남4, 여9), 도박 문제(남2, 여6), 음주 소란 문제(남3, 여1)로 적발되었으며, 철암지역 사택에서는 춤 문제(남1, 여11), 도박 문제(남9, 여4)로 적발되었다. 여기에 나타난 여성의 숫자는 여자 노동자가 아니라 광부의 아내를 의미한다. 이것을 통해 직원의 생활뿐 아니라 직원의 아내 사생활까지 감독했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아내가 남편을 섬기는 길
① 먼저 일어나라.
② 나중에 자라.
③ 말을 부드럽게 하라.
④ 공손하라.
⑤ 의견을 말하고 판단을 기다려라.
-장성광업소, <가정통신문> 중에서
위의 내용은 1980년대 장성광업소가 가정통신문을 통해 ‘아내가 남편을 섬기는 길’을 교육한 내용이다. 광업소가 탄광노동자들과 그 가족을 교화의 대상으로 삼은 배경에는 사회정화 운동이라는 국가적 의식개혁 시책과 맞물린 측면도 있다.
이렇게 힘들어 사는 광부들이 정치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있었을 것이다.
첫째 정치인의 말과 행동이 시민들에게 설득 받을 수 없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시민의 심판의 대상이 되는 순간 그는 정치지도자의 위치에서 내려와야 한다.
둘째 召命의식결여다. 정치인이란 자신이 세상을 바꾸겠다는 決起로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정치인이 정치를 한다하면서 무엇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행동하는 것은 시민의 불행이다.
셋째 공적의식결여다. 시민에 의해서 선출되었단 것으로 시민의 이름으로 민선독재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비난받아야하는 내용들 중 인시권의 남용, 인허가권의 남용, 그리고 사업의 일방적인 진행은 민선정치가 가장 강하게 비판받는 것이다. 모두가 위임된 권력이라는 오만에서 벗어나서 시민을 위한 정치로 돌아와야 한다.
넷째, 의사결정의 적절성이다. 민선이 시작된 이후 전국의 지차체들이 앞 다투어 민선통치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주민통치의 틀을 만들었다. 그 중의 하나가 소통기구들이다. 그러나 실상을 살펴보면 자신들의 지지자들의 놀이터일 뿐 시민의 뜻을 반영하기 위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반드시 폭넓은 인력의 구성으로 대처해야 한다.
다섯 째 균형 감각이다. 치우치지 않은 행정 뿐 아니라 자신들의 말과 행동이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중심을 가지고 사물을 판단하고 행동해야지 치우친 판단으로 행동을 하게 되면 새로운 길로 가게 된다
이를 참고하여 최종적으로 정치라고 하는 사람들이 누구, 어떤계급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옹호 관철하고자 하는가 ...
그가 한 나라의 自尊과 自主를 소중히 여기고
그걸 대외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해 奮鬪하는가..이걸 평가 기준으로 하여 투표권을 행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