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4기를 극복한 A씨(63)는
양쪽 폐는 물론 주변 장기로 전이된 심각한 상태였지만,
씩씩하게 암과 맞섰다.
A씨가 처음 암 진단을 받은 건 2016년 1월이다.
암 진단 받기 10개월 전부터 가래가 들끓고 숨 쉬는 게 힘들었다.
비염 증세가 심해졌다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던 중, 일상에서 움직임이 힘들 정도로 숨이 차 동네병원에 갔더니
“큰 병원에 가보라”는 소견을 들었다.
곧바로 00암병원 종양내과 진료를 받았다.
조직검사 결과, 폐암 4기였다.
A씨는 암이라는 말을 처음 듣자마자 온몸이 다 떨렸다.
마라톤을 풀코스 완주할 정도로 뛰는 걸 즐겼고
그 덕에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자부했었다.
역시나, 담배가 문제였다.
40년갑(40년 동안 하루 1갑) 흡연자이다 보니 암을 피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주치의인 K교수는 당황하는 A씨와 그의 가족을 잘 이끌어주었다.
“몸에 있는 암 표적을 끝까지 추적해 치료할 테니, 믿고 따라와 달라”는
K교수의 말에 치료 의지가 생겼다.
☆☆☆
2016년 2월, A씨는 ‘알림타’와 ‘시스플라틴’ 약물 치료를 진행했다.
2회 치료만으로도 종양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항암 치료를 시작한 지 2년이 돼가던 2018년 4월,
약에 내성이 생겨 암이 다시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내성이 생겼다는 건
암이 약에 적응해 더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걸 의미한다.
일단 내성이 생긴 약은 더는 사용할 수 없기에
효과가 있는 약을 다시 찾아야만 하였다.
K교수와 A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새로운 약을 찾기 위한 다양한 검사를 시행했다.
검사 결과,
A씨는 ROS1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었다.
ROS1 돌연변이 폐암은 전체 폐암의 2%를 차지한다.
6월부터 임상 치료제 ‘엔트렉티닙’으로
ROS1 유전자 표적을 쫓는 항암약물접합 치료를 시작했다.
항암약물접합 치료는 암세포에만 항암제가 집중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항체에 암 표적과 항암제를 결합시킨 차세대 항암제이다.
알파벳 Y 모양으로 생긴 항체의 양쪽 머리에는 폐암의 표적을 붙이고
항체의 꼬리에는 항암제를 달아서, 마치 미사일처럼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게 하는 원리다.
K교수는
“그 당시 허가된 약제는 모두 사용했지만,
종양 크기가 더 이상 줄어들지 않았다”며
“표준 치료와 임상시험을 적극 활용해
새 길을 찾아내야만 했다”고 말했다.
약물 부작용으로 치료 중단키도
치료를 받던 A씨에게 큰 고비가 한 번 더 찾아왔다.
2019년 3월,
약의 부작용으로 심장 기능이 떨어지며 심부전이 생겼다.
항암제 부작용으로 인해 몸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호흡곤란과 심장 내 울혈(피 고임)과 같은 증상이 지속됐다.
☆☆☆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당시 미국으로 연수를 가 있던 K교수는
다른 의사를 통해 A씨를 치료해야 했다.
교수진과 가족들 간의 수차례 논의 끝에,
A씨는 해당 약 사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6월부터는 표적항암제 ‘크리조티닙’으로 치료를 이어갔다.
다행히 심부전 증상이 사라졌다.
☆☆☆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식욕이 떨어지고 부정적인 생각이 자꾸 들어 고통스러웠다.
머리가 빠지는 모습을 보며 존재감이 훼손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체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암 진단 전 꾸준한 운동과 마라톤으로 다져왔던 덕분이다.
빨리 회복하고 싶어 매일 아침 조깅을 했다.
K교수는 그 당시를 떠올리며 “체력이 암 치료를 버티는 원동력이 됐다”며
“스스로 본인의 삶을 찾으려는 노력이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족은 힘든 순간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됐다.
항암 부작용으로 입맛이 없을 때마다 아내는 매번 제철 재료를 이용한
따뜻한 국과 입맛을 돋우는 맛있는 반찬을 만들었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A씨를 위해, 신선한 해산물을 구해다가 요리도 했다.
A씨는 “입맛이 없어도 아내가 정성껏 만들었다는 걸 알아서, 안 먹을 수가 없었다”고 하였다.
딸들은 “불안해할 필요 없다” “언제나 변함없이 사랑한다”며 아빠에게 힘을 주었고,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이면 항상 맛있는 디저트를 사와서 기분을 전환해주었다.
2022년 7월부터는
임상치료제인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을 3주 주기로 투여하고 있다.
진단 당시 양쪽 폐를 완전히 뒤덮고 다른 장기로까지 전이됐던 암세포는
이제 폐 한쪽에만 작게 남았다.
K교수는 “4기에 암이 발견된 A씨의 경우,
완치가 아닌 관해 상태를 유지할 목적으로 항암 치료를 지속적으로 시행할 것”이라며
“약효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한 항암 치료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