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현대중공업 노사가 마련한 2016년ㆍ2017년 `2년 치`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9일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가결된 이후 동구지역 분위기는 현재 거의 `들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히 지역 소상공인들이 임단협 타결을 크게 반기고 있다. 본지가 조선업 불황으로 경기 침체에 빠져 있는 울산 동구지역을 취재 (`조선업 불황ㆍ동구 현장 르포` 3회 <지난달 15일ㆍ16일ㆍ17일>)할 당시 만났던 소상공인들은 "좋은 정도가 아니다. 우선 지역에 밝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임단협 타결을 반겼다.
도설 사랑 나눔회 박수곤 회장은 취재 당시 "대형 음식점은 최소한 5~6억원 이상 투자해 영업을 하는데 제대로 버티는 집이 두서너 곳에 불과하다"며 "설 이전까지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으면 무너지는 집이 많을 것"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지난 10일 저녁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는 "여기서 약 40년 장사를 했지만 이보다 더 좋은 적은 없었다. 무엇보다 사람들 얼굴이 밝아져 기쁘다. 이전까지 뭔가 침울한 분위기가 내리 누르고 있었는데 한 순간에 없어졌다"며 "오늘 식당에 손님이 초만원"이라고 했다. 당시 취재에 응했던 이용문 사장도 "아직 직접 와 닿는 것은 없지만 (현대중공업 입단협 타결) 그 자체만으로도 장사하는 사람들에겐 희망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임단협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지자체들도 잇따라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동구지역 소상공인과 동구청 등은 9일 보도 자료를 통해 "동구 주민들의 간곡한 호소를 외면하지 않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큰 결단을 내려준 회사와 노조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번 임단협 타결은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는 지역 상권에 회생의 온기가 됐다"며 "수년째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울산시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권명호 동구청장은 "임단협 타결을 계기로 동구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경제 살리기`를 올해 구정의 화두로 삼을 것"이라며 "취업 및 창업 지원과 일자리 발굴, 소상공인 지원, 전통시장 활성화, 정부에 고용위기지역 지정 요청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 구청장은 또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의 위기를 맞아 잠시 멈춰서야 했지만 이제 다시 달려가야 한다"며 "회사와 노조, 지역사회와 주민이 다시 합심해 세계 최고의 조선 산업 도시의 명성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울산시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더 늦기 전에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신 노사양측에 감사드린다"며 "120만 시민과 함께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전했다.
또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전에 타결돼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면서 "노사갈등의 아픔이 장기간 이어진 만큼 이제는 경영위기 극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매진해줄 것"을 당부했다.
앞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9일 오후 울산 본사와 서울사무소 등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2016ㆍ2017년도 통합교섭 2차 잠정합의안 수용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조합원 9천 826명 가운데 8천 724명(투표율 88.78%)이 투표에 참여, 투표자 가운데 56.36%가 찬성해 이번 잠정합의안이 가결됐다. 개표 결과 찬성 4천 917표(56.36%), 반대 3천 774표(43.26%), 무효 27표(0.31%), 기권 6표(0.07표)로 각각 집계됐다.
이번 현대중공업의 잠정합의안 가결로 지난달 합의안을 가결한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 등도 임단협을 마무리하게 됐다.
현대중 노사가 앞서 지난 7일 열린 19차 통합교섭에서 도출한 2차 잠정합의안은 지난달 9일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된 1차 잠정합의안에다 유상증자에 따른 우리사주 청약 대출금 1년 치 이자 비용 지원, 직원 생활안정 지원금 20만원 지급이 추가된 것이다. 또 성과급은 산출 기준대로 지급하고 상여금의 경우 총 800% 가운데 매월 25%, 매 분기말 100%, 설ㆍ추석 각 50%씩 지급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1차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동결, 자기계발비 월 20시간 지급, 타결 격려금 연 100%+150만원, 사업분할 조기 정착 격려금 150만원 등이었다.
현대중 노사는 지난 2016년 5월부터 2016년도 임단협을 시작했으나 마무리하지 못하고 지난해 6월부터 2017년도 임금협상과 묶어 2년 치 교섭을 진행해 왔다.
이번 임단협 타결은 조합원들 사이에 일감 부족 심화 등으로 올해 큰 폭의 실적 악화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임단협에 시간을 뺏겨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임단협 마무리로 노사가 다시 위기 극복에 대한 의지를 모아 재도약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며 "하루빨리 회사 경쟁력을 회복해 지역사회가 보내준 지지와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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