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실지우(漆室之憂)
[요약] (漆: 옻 칠. 室: 집 실. 之: 갈지. 憂: 근심 우)
칠실 고을의 근심(깜깜한 방 아녀자의 근심)이라는 뜻으로, 제 분수(分數)에 맞지도 않는 근심을 이르는 말. 그러나 나라 일을 근심하는 뜻으로도 사용함.
[출전] 《열녀전(列女傳) 卷之三 인지전(仁智傳)》
[내용] 옛날 중국에 “칠실(漆室)의 근심”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춘추시대에 노(魯)나라 ‘칠실(漆室)’이란 읍(邑)에 혼기를 훨씬 넘긴 처녀가 자신이 시집가지 못하는 것은 걱정하지 않고 나라의 임금이 늙고 태자가 어린 것을 걱정하여 기둥에 기대어 울자, 이웃집 부인이 비웃으며 “이는 노(魯)나라 대부(大夫)들의 근심이지 그대가 무슨 상관인가?”라고 했다는 말에서 온 것이다.
그 내용이 중국(中國) 한(漢)나라의 학자(學者)인 유향(劉向)이 저술(著述)한 책,열녀전(列女傳) 卷之三 인지전(仁智傳)에 있다. 이야기를 보자.
‘칠실녀(漆室女)’란 노(魯)나라 칠실읍(漆室邑)에 사는 여자다. 시집 갈 나이가 지났음에도 시집을 못가고 있었다. 당시 노나라 목공(穆公)은 늙었고 태자는 어렸다.
칠실녀(漆室女)가 어느 날 기둥에 기대어 울부짖었는데 곁에 듣고 있던 사람들이 들으니 매우 참담하였다. 이웃에 사는 부인이 놀로 와서 말하기를,
“어찌 그렇게 슬프게 울고 있소? 시집가고 싶소? 내가 그대를 위하여 짝을 구하겠소.”라 했다. 칠실녀(漆室女)가 말하기를,
“아 아! 전에 나는 그대가 아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아는 것이 없네요. 어찌 내가 시집을 못가서 슬퍼하겠습니까! 노(魯)나라 군주는 이미 늙었고, 태자가 아직 어리니 내 이를 걱정하는 것입니다.”라 하니,
이웃 부인이 비웃으면서
“그런 것은 노(魯)나라 대부(大夫)들의 걱정이니 아녀자에게 어찌 해당할 일이오?”라 했다.
칠실녀(漆室女)가 말하기를,
“그렇지 않습니다. 그대가 아는 것은 틀렸소. 옛날에 진(晉)나라 손님이 우리 집에 머무르면서 말을 정원에 매어두었소. 그런데, 말고삐가 풀리면서 말이 달려 나와 우리 채소밭을 밟아서 나는 그 해가 다 가도록 채소를 먹지 못했소. 이웃 여자가 어떤 남자를 따라 나가니, 그 집에서 나의 오빠에게 ‘달려가서 잡아달라’고 했소. 장마로 물이 불어나 힘차게 흘러 따라가던 오빠가 물에 빠져 죽었소. 그래서 나는 평생 오빠가 없소. 내가 들으니 황하(黃河) 물줄기는 9리를 적셔주나 물에 잠긴 땅이 300보이라 하오. 지금 노(魯)나라 임금은 늙고 힘이 없고, 태자(太子)는 아직 어려 세상 물정을 알지 못하니 우매한 자들이 날로 설쳐대고 있소. 노(魯)나라에 환란이 생기면 군신(君臣)과 부자(父子)가 모두 욕을 입을 것이며 그 화(禍)가 여러 서민에게 미칠 것이니 부인이 어찌 홀로 그 화를 피하겠습니까? 나는 그것을 깊이 걱정하는 것입니다. 그대는 아녀자는 참여할 일이 아니라고 했는데 어째서 입니까?”라 하니, 이웃부인이 사과하고 말하기를, “그대의 걱정하는 바를 내가 알지 못했소.”라고 했다.
3년 후에 노(魯)나라에 과연 난리가 나서 제(齊)나라와 초(楚)나라가 쳐들어와 노(魯)나라를 연달아 공격을 하니 남자는 싸움에 나가고 부인은 물자를 운반하여 쉴 수가 없었다.
군자(君子)가 말하기를 , “멀리 볼 줄 안다. 칠실(漆室)여자 생각이”라고 했다.
『시경(詩經)』에 “나를 아는 자는 내 마음의 근심을 알고 나를 알지 못하는 자는 내가 무엇을 구하는 것인가를 말해네”라고 한 것은 이것을 말함이다.
칭찬하는 말에, “칠실(漆室) 여자는 생각이 매우 묘했다. 노(魯)나라가 장차 어지러워질 줄 알고 기둥에 기대어서 울부짖었네. 임금이 늙고 태자(太子)가 어리니, 어리석고 간사한 자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노(魯)나라는 과연 난리에 휩싸여 제(齊)나라가 그 도성(都城)을 공격하였다.
漆室女者,魯漆室邑之女也。過時未適人。當穆公時,君老,太子幼。女倚柱而嘯,旁人聞之,莫不為之慘者。其鄰人婦從之遊,謂曰:「何嘯之悲也?子欲嫁耶?吾為子求偶。」漆室女曰:「嗟乎!始吾以子為有知,今無識也。吾豈為不嫁不樂而悲哉!吾憂魯君老,太子幼。」鄰婦笑曰:「此乃魯大夫之憂,婦人何與焉!」漆室女曰:「不然,非子所知也。昔晉客舍吾家,繫馬園中。馬佚馳走,踐吾葵,使我終歲不食葵。鄰人女奔隨人亡,其家倩吾兄行追之。逢霖水出,溺流而死。令吾終身無兄。吾聞河潤九里,漸洳三百步。今魯君老悖,太子少愚,愚偽日起。夫魯國有患者,君臣父子皆被其辱,禍及眾庶,婦人獨安所避乎!吾甚憂之。子乃曰婦人無與者,何哉!」鄰婦謝曰:「子之所慮,非妾所及。」三年,魯果亂,齊楚攻之,魯連有寇。男子戰鬥,婦人轉輸不得休息。君子曰:「遠矣漆室女之思也!」詩云:「知我者,謂我心憂,不知我者,謂我何求。」此之謂也。
頌曰:漆室之女,計慮甚妙,維魯且亂,倚柱而嘯,君老嗣幼,愚悖姦生,魯果擾亂,齊伐其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