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돈을 위해 아내의 납치를 사주하는 해괴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누가 보아도 소심해 보이는 주인공 제리는 그 납치극을 사고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양아치들인 칼과 게어터에게 맡기는데, 그들은 진의 납치도중 경찰과 목격자를 죽이고 맙니다. 눈으로 덮여 온통 하얀 세상이 되어버린 노스타코타, 만삭의 경찰 서장 마지는 예리한 수사 감각으로 점점 포위망을 좁혀가고, 사건은 제리의 뜻과는 반대로 꼬여만 갑니다.
* 돈 때문에 아내의 납치를 교사하는 제리(조금 띨띨하다)
영화는 추리영화에 등장하는 수사학의 묘미와 코엔 형제 특유의 유머로 점철되고 있습니다.(코엔 형제는 함께 작업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도 이들의 작품입니다) 이들 특유의 유머란 매우 심각한 이야기를 심각하지 않게 전하는 천연덕스러움에 있습니다. 또 자연광을 사용한 풍경은 비장미가 넘칩니다. 여기에 코엔 형제의 풍자 감각은 영화 전반에 걸쳐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돈을 위해 착한 아내마저도 납치하도록 사주하는 모습은 황금만능주의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잡범들, 칼(왼편)과 게어(오른편), 사이코패스 게어는 나중에 칼을 분쇄기에 넣어 갈아버립니다.
이 영화는 코엔 형제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희망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습니다. 마지는 비록 수사관이지만 따뜻하고 인간적인 이미지가 물씬 풍깁니다. 그녀는 임신 중이었고 영화의 마지막은 마지와 그녀의 남편이 침대에 나란히 누워 다정히 TV를 보는 모습입니다. 영화는 미국 소시민의 희망적 모습으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아카데미는 각본상과 함께 여우조연상을 마지 역의, 조엘 코엔(동생은 에단 코엔)의 아내이기도 한 프란시스 맥도맨드에게 수여했습니다.
* 팁
당시 이 영화는 블랙코미디라는 평이 있었습니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만삭의 여인 마지입니다. 타고난 수사관이라지만 만삭의 여인이 살인사건을 담당하다니...여기서부터 영화는 일단 코미디 같은 냄새를 풍기고 있습니다.
만삭의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이곳저곳을 쫓아다니며 노스타코타의 지독하게 추운 날씨 속에 수사를 하는 마지는 결국 범인의 차량을 발견하고 혼자서 그들을 체포하기 위해 소름끼치는 농가로 뛰어듭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펼쳐진 광경이란....사람을 토막 내서 분쇄기에 갈고 있는 엽기적인 관경을 목격한 마지는 경악을 금치 못하지만 결국 범인체포에 성공합니다. 영화 엔딩부분에 마지와 마지의 남편이 침대에서 TV를 보며 나누는 대화는 더 가관입니다.
* 마지와 남편
남편, "두 달 남았군.."
아내, "네... 두 달.."
이 엽기적인 세상에 자신의 아이가 나올 시간은 고작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로 끝을 맺는 이 영화는 참으로 씁쓸한 아이러니를 보여 주기도 합니다. 비록 뱃속이었지만 자신의 아이에게 세상의 참혹한 꼴을 보여 준 엄마의 마음은 오죽할까하는 씁쓸함과 걱정스러움이 머리에 남아있는 영화입니다.
[ 영화 줄거리 ]
1987년 미국 노스다코타주 파고(Fargo). 빚에 쪼들린 자동차 세일즈맨 제리는 자신의 아내 진을 유괴하여 돈 많은 장인 스코티로부터 몸값을 뜯어내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제리는 자동차 수리공 샘을 통해 잡범 칼과 게어를 소개받습니다. 폭설이 내리는 어느 겨울밤, 파고의 후미진 바에서 만난 제리와 칼과 게어. 제리는 범인들과 8만 불의 몸값을 나누어 갖기로 하고 아내의 납치를 의뢰합니다. 범인들에겐 회사에서 새로 출고한 밤색 자동차까지 몰래 빌려줍니다. 납치범들은 제리의 아내 진을 납치하는데 성공합니다.
* 돈을 눈밭에 파묻고 게어한테 가고있는 칼, 그는 게어한테 죽임을 당한다.
그러나 사건이 엉뚱한 곳에서 뒤엉키기 시작합니다. 진을 태우고 은신처로 향해 가던 범인들이 뜻하지 않게 고속도로에서 속도위반으로 검문을 받게 된 것입니다. 당황한 칼과 게어, 어쨌든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신분이 노출될까 두려워 한 게어의 총구가 경찰관을 향해 불을 뿜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살인현장을 목격한 지나가던 무고한 사람을 뒤쫓아가 두 사람마저 죽이고 맙니다.
* 범인들을 쫓는 마지
한편, 시골 경찰 서장 마지가 미네아폴리스 근교에서 발생한 이 살인사건을 담당하게 됩니다. 마지는 만삭의 몸에 아침마다 자동차 시동을 거느라 남편의 손을 빌려야 하는 여자 경찰관이나, 타고난 수사관입니다. 마지는 눈 위에 찍힌 두 사람의 발자국과 살해당한 검문 경찰이 남긴 메모를 토대로 점차 사건의 실마리에 근접하고, 마침내 제리의 사무실에까지 찾아옵니다. 당황한 제리는 몸값만 빨리 챙겨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장인의 고집도 만만치 않습니다.
* 시체를 분쇄기에 넣고 썰고있는 범인(게어)을 발견하고 놀란 마지
사위를 못미더워 하는 장인은 범인들에게 직접 돈을 건네려 하고, 칼은 낯선 인물에 당황하여 장인을 총으로 쏘아 죽이고 자신까지 부상을 입습니다. 부상을 당한 채 은신처로 달아나는 칼. 한편, 범인들의 뒤를 쫓던 마지는 마침내 범인들의 은신처를 찾아냅니다. 그곳에서 돈을 나누고 마지막 남은 자동차를 가지고 옥신각신 다툼 끝에 게어가 칼을 살해하여 분쇄기에 갈고 있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합니다. 결국 마지는 그를 체포하는데 성공합니다. 남편 제리는 도피해 있던 어느 모텔에서 검거됩니다.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한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