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긴장으로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공포의 밤은 계속되었다. 밤마다 찾아드는 죽음의 공포로 천하오악의 남악 형산은 완벽하게 세상과 차단된 채 서서히 멸문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중원오대검파의 하나인 형산파는 밤이 되면 죽음같은 적막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두 눈을 부릅뜬 채 불귀의 몸으로 화하는 것이었다. "크아아아악--" 단말마의 비명이 적막을 갈갈이 찢어 놓는다.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고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심장이 파열되는 듯 하다. 형산파의 문도는 도합 백 사십 팔인이었다. 비교적 다른 문파에 비해 문도 수는 적은 편이다. 그러나 그것은 형상검파가 함부로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음을 뜻했고 그만큼 정예고수들을 길러내는 문파임을 뜻한다. 사십사 살(四十四 殺). 혈우전에 명시된 사십 사 명을 모두 죽인다면 형산파는 더 이상 유지될 수가 없었다. 그것도 중심인물 사십 사 인이 죽는다면 형산파는 붕괴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사실이었다. 남악신검 구자명은 문하제자들에게 혈우전의 살인통첩을 알리고 철저하게 대비시켰다. 그들은 검을 안고 하루 온종일을 지냈다. 심지어 잠을 잘때도 검을 안고 잤으며 화장실을 갈 때도 검을 끼고 갔다. 그들은 반드시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다녔다. 언제 혈우전의 암습에 불귀가 될 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사위의 경계도 물샐틈없이 삼엄했고 그들은 오감(五感)을 극한으로 곤두세우고 있었다. "헉!" 이대제자 화양(華陽) 이었다. 그는 측간에 들어선 순간 숨이 콱 멎었다. 측간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시체가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사... 사제......!" 그는 그만 넋이 나가 울부짖었다. 거꾸로 매달린 시체는 그와 한 조를 이룬 사제 관사성(關査成)이었다. 그가 측간에 간 뒤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자 확인하러 왔다가 그의 참혹한 모습을 보게 된 것이었다. 관사성의 목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참으로 극악한 수법이었다. "사제... 이럴 수가......!" 이때였다. "허억!" 그는 경악했다. 죽은 줄만 알았던 관사성이 돌연 두 팔을 들어 그의 목을 움켜잡는 것이 아닌가?"크... 크윽...! 사... 사......." 화양의 얼굴이 의혹과 공포로 삽시간에 일그러졌고 마침내 그의 눈동자가 핏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우두둑! 기분나쁜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미처 손을 써 볼 여유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다. 화양의 몸은 축 늘어졌고 그는 숨을 거두었다. 귀신도 혀를 내두를 솜씨였다. "크크크... 스물 하나......." 스스스......! 섬뜩한 괴소와 함께 검은 인영이 측간을 유령처럼 빠져 나갔다. 알고보니 시체의 팔이 움직인 것이 아니라 시체 뒤에 바짝 붙어 있던 혈우전의 살인마가 화양의 목뼈를 부러뜨린 것이었다. 늦은 저녁이었다. 매화신검(梅花神劍) 조자경. 그는 하루종일 굶었다. 그래서 늦게 저녁을 들게 되었다. 그의 앞에는 사형제인 섬전비검(閃電飛劍) 석전(石田)이 마주앉아 있었다. 그들은 이른바 남악팔검(南嶽八劍)으로 불리우는 형산파의 수뇌들이었다. 장문인 남악신검과 동배였다. 조자경은 무겁게 탄식했다. "벌써 스물 한 명이 죽었소......." 석전도 어두운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만 아직도 놈들의 그림자 하나 보지 못했으니......."석전의 안에는 숨막히는 긴장과 얼음장같은 적막감으로 뒤덮여 있었다. 수하들이 하나 둘 맥없이 쓰러지는 것을 보며 조자경은 분노가 극에 달해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놈들을 발견하면... 피를 갈아 마시겠소!" "이르다 뿐인가? 크흑... 형산파가 이 지경이 되다니... 조사님 면전에 나갈 수 없게 됨이 부끄럽다 못해 치가 떨리......."그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젓가락으로 생선을 한 점 떼다가 문득 이상한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이게 뭐지......?" 새까만 구슬 같은 물건이 생선 뼈 속에서 나온 것이다. 옥빛으로 아주 정교한 가공품이었다. 조자경은 의아했다. "글세... 진주가 고기 뱃 속에 있을 리가......?" 석전은 구슬을 들고 이리저리 살폈다. 그 순간 무엇을 보았는지 그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이... 이건... 소뢰자(小雷子)!" 그는 공포에 질려 들고 있던 검은 구슬을 냅다 내던졌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꽈꽈꽈... 꽝! 벽력음이 들렸다. 동시에 온통 불덩이가 내실을 꽉 채웠고 천장과 벽이 날아갔다. 무서운 폭발력이었다. 대전 하나가 완전히 무너졌고 충천하는 화염이 밤하늘에 치솟았다. 섬전과 조자경, 그들은 시신조차 온전히 유지할 수 없었다. 유골이나 살점의 흔적도 없이 산산조각이 난 것이었다. "크흐흐흐... 이십오... 이십육......." 어디에선가 저승사자와도 같은 음침한 웃음이 들리고 있었다. 석벽. 음양검(陰陽劍) 철생(鐵生)은 밤새 뜬눈으로 지새웠다. 그는 남악팔검의 막내였다. 중년의 나이였으나 그의 검법은 오히려 남악팔검 중 중간 정도였다. 그는 지난밤 두 사형이 소뢰자(小雷子)에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참혹하게 희생된 것을 알고 비분에 몸을 가눌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새벽이 되자 그는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세수를 했다. 은대야에 받은 물은 차고 맑았다. 찬물로 얼굴을 씻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크으윽...! 혈우전, 내 앞에 나타나기만 해라. 이 철생이.......'그는 눈을 부릅떴다. 무엇인가가 대야 속에 빠졌던 것이다. 그것은 천장으로부터 투명한 줄을 타고 내려왔다. 그것은 일견 평범한 투명한 액체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액체가 아니라 한 번 닿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한 줌의 독수로 화하고 만다는 희대의 극독이었다. '헉! 반독흑혈지주(反毒黑血 蛛)!' 그는 기겁을 하고 놀라 대야 속에 담그어져 있던 손을 빼내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대야의 물은 삽시에 시커멓게 변했고 그는 손가락뼈가 타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으와아악!" 그는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질러댔다. 치지지직......! 그의 손끝부터 연기를 뿜으며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눈 깜짝할 사이에 손목에서 어깨까지 시커멓게 변했다. 철생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때 머리 위 천장으로부터 잔혹한 음성이 흘러 나왔다. "크크크... 이십구......." "으아악!" 철생은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츠... 츳츳......! 그의 얼굴이 보기도 역겨운 흑빛이 되었다. 전신에서는 적색의 연기가 쉴새 없이 피어 올랐고 그의 몸이 점점 쪼그라들더니 마침내 한 줌의 시커먼 혈수만 남고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암습이요, 가공할 독계(毒計)였다. 남악신검 구자명. 그는 눈이 충혈된 채 몽롱하게 중얼거렸다. "모두... 삼십 팔 명이 당했다고......?" 그의 앞에는 이제자 자천검(紫天劍) 진교의(陣敎義)가 온통 비분에 가득 차 눈물을 흘리며 부복해 있었다. "크흐흑...!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사부... 그 놈들은 인간도 아닙니다. 유령이거나 악마.......""닥쳐라! 고작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단 말이냐?" "사... 사부... 못난 제자를......." "이제 놈들이 명시한 숫자는 여섯 뿐이다. 그리고 최후의 목표는 노부가 되겠지. 노부는 결코 그냥 앉아서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이... 며칠째냐?"진교의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마지막... 십 일째입니다." 구자명의 눈에서 무서운 신광이 폭사되어 나왔다. 그의 결연한 의지는 태산도 단칼에 두 동강을 낼 듯한 태세였다. "최후의 승부를 걸 때가 왔다. 조과(朝果)를 마친 후 제자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측천대전(測天大殿)으로 모이게 해라.""알겠... 습니다......." 진교의는 절을 하고 물러나는 그의 뒷모습엔 죽음을 각오한 비장한 결의가 짙게 배어 있었다. 그가 나가자 구자명은 무릎에 놓여있는 애검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모두 한 자리에 있게 되면 놈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가 없으리라. 노부가 아무리 힘이 모자란다지만 놈들과 최후의 승부를 결하리라.......'그는 검을 서서히 뽑았다. 과연 벽라검은 천하의 보검이었다. 주인의 심정을 알기라도 하는 듯이 검이 낮은 소리를 내며 울었다. 그그그긍! 애검 벽라검(碧羅劍). 지난 수십 년 간 그와같이 숨쉬어 온 이제는 그의 몸이 일부가 되어버린 검이었다. 명장이 수십 년에 걸쳐 연마한 것으로 쇠를 무자르듯 했다. 보검지종(寶劍之宗)이라는 칭호가 무색하지 않은 명검인 것이다. '이... 이럴 수가......!' 벽라신검을 뽑아든 구자명은 안색이 시커멓게 죽었다. 애검 벽라검의 검신(檢身)이 이상했다. 의당 푸르다 못해 투명해야 할 검신이 온통 시뻘겋게 피로 젖어 있는 것이 아닌가?그는 눈을 부릅떴다. '누가......! 한시도 내 곁을 떠난 적이 없거늘......!'스스스......! 더 기이한 일은 핏물이 검신의 한 곳에 모이더니 놀랍게도 살(殺)이란 글씨가 형성되는 것이 아닌가?"으흐흐... 우후후... 흐하하하핫... 핫핫핫핫......!"검신의 핏빛 글씨를 들여다 보던 구자명은 돌연 미친 듯이 광소를 터뜨렸다. 눈에서는 광기가 흘렀으며 검을 든 그의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의 신색은 극독에 중독된 듯 푸르게 변하고 있었다. "으하하핫... 크으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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