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젊은 세대를 칭할 때 그들의 특징적인 사고방식이나 행동을 들어 무슨 세대, 무슨 세대라고 부르길 좋아한다. 실버세대나 중년세대라는 말처럼 노인이나 중장년층을 칭하는 이름도 없진 않지만 보통은 젊은 세대에게 이 같은 이름을 붙인다.
필자가 20대였던 60,70년대만 해도 그저 젊은 세대(Young Generation)나 늙은 세대(Old Generation) 로 나누어 부르는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각종 이름이 붙기 시작하더니 세월이 흘러가면서 그 이름도 여러 가지로 변해가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에 등장한 이름만 열거해도 열 가지가 넘는 것 같다. 인터넷시대가 도래하면서 생겨난 N세대는 물론이고 M세대, X세대, Y세대, Z세대, C세대, E세대, G세대 등이 있다. 또 월드컵이후에 등장한 W세대와 R세대가 있고 최근에는 P세대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우선 각 세대의 이름이 갖는 뜻을 살펴보기로 하자. N세대는 바로 요즘의 세대를 지칭하는 것으로 가상공간을 무대로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인터넷 세대를 말한다. 인터넷 제너레이션(Internet Generation)을 줄인 말로 미국의 사회학자 돈 탭스콧이 지난 97년에 쓴 그의 저서 「디지털의 성장 : 넷세대의 등장」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했다.
돈 탭스콧은 N세대를 「디지털기술, 특히 인터넷을 아무런 불편 없이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인터넷이 구성하는 가상공간을 생활의 중요한 무대로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있는 디지털적인 삶을 영위하는 세대」로 규정했다.
N세대가 등장하기 직전인 1990년대에 크게 사용했던 X세대는 뜻대로 행동하고, 그래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세대를 말한다. X세대라는 말은 캐나다 작가 더글러스 커플랜드의 소설 「제너레이션 X」에서 유래됐다.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미를 가진 X세대의 특징은 구속이나 관념의 틀에서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뜻대로 행동하는 것. 이들은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이용해 각종 정보를 수집하거나 교환하며 오락을 즐기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컴퓨터세대인 만큼 정보통신기기의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주체가 됐었다.
Y세대는 지난 97년 미국에서 2000년, 즉 Y2000에 주역이 될 세대를 이렇게 부르면서 생겨난 용어다. 보험회사 프루덴셜사가 미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역사회봉사활동 실태조사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유행에 민감하고 소비일변도의 세대여서 기업의 마케팅 전략차원에서 X세대라는 말을 버리고 Y세대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여졌다고 보는 이도 있다.
Z세대는 소비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8∼14세의 어린 세대로, 단순히 X세대와 Y세대의 다음세대라는 뜻에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비록 어린 나이지만 경제호황기에 자란 탓으로 구매력이 높다. Z마케팅이 유행을 타기 시작한 것은 「Lost Boyz」「Young Bloodz」등의 이름을 가진 팝그룹이 인기를 얻으면서였다. 이들을 숭배하는 「Z족」이 급격히 늘어나자 발빠른 상인들이 「Z」를 상품명에 쓰기도 했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이름이 있다. 타고난 사업감각과 수완을 가져 장차 개인사업가(Entrepreur)를 꿈꾸는 청소년세대를 일컫는 「E세대」가 있고, 스포츠와 컴퓨터게임, 만화, 음악, 영화, 춤 등 어느 한가지에 중독된 세대(Chemical Generation)라는 의미를 지닌 「C세대」도 있다. 또 푸른색을 뜻하는 「Green」과 세계화를 뜻하는 「Global」의 첫 문자에서 따온 「G세대」가 있는데 건강하고 세계화한 미래지향적인 젊은 세대를 지칭한다.
이동통신의 발달로 움직이면서 e메일 주고받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쓰이기 시작한 이름은 바로 M(모바일)세대. 이들은 휴대폰으로 전자우편을 보내고, 주식시세도 알아보는 등 모바일 컴퓨팅(mobile computing)을 주로 구사한다는 뜻에서 일부 학자나 전문가들이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한일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렸던 지난해에는 월드컵세대, 즉 W세대라는 말이 등장했다. 연인원 2천1백만명을 동원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길거리 응원과 한국에 불어닥친 월드컵 열기(熱氣)의 중심에는 서 있었던 10대 후반에서 20대의 청소년들을 이렇게 불렀다.
같은 시기에 태어난 「R세대」라는 용어도 있다. 지난해 6월 현대경제연구원이 「R세대의 등장과 국가·기업의 과제」라는 보고서를 내면서 사용했다. 붉은 악마와 붉은 물결을 상징하는 레드신드롬의 주인공인 R세대는 집단적이지만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는 공동체 의식을 보여준다고 이 보고서는 설명했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에서 「대한민국 변화의 태풍-젊은 그들을 말한다」라는 마케팅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사회·경제를 움직이는 주역을 「P세대」로 규정했다. P세대는 연령대가 17∼39세인 P세대는 열정(Passion)과 힘(Potential Power)을 바탕으로 사회 전반에 걸친 참여(Participation)를 통해 사회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는 세대(Paradigm-shifter)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P세대는 386세대의 사회의식, X세대의 소비문화, N세대의 라이프 스타일, W세대의 공동체의식이 융합돼 나타나는 집단으로 "내가 우리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참여의식이 투철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들은 집단보다 개인의 이익을 중시하고 미래보다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또 쉽게 생각하고 빠르게 행동하는 편이어서 의사결정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제일기획측은 P세대에게는 지속적으로 새로움을 제공하고 맞춤상품이나 재미와 감성으로 차별화한 마케팅전략이 효과적이라고 제시했으며, 앞으로 P세대를 겨냥한 엔터테인먼트 상품이나 복합·퓨전상품, 커뮤니케이션 지원상품, 개인 맞춤상품 등이 유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P세대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응은 매우 비판적이다.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을 보면 "힘들고 고된 일을 하는 건 죽기보다 싫어하는 세대", "자신의 생각에 대해선 한치의 양보도 없는 주둥아리만 남은 세대" 등 온갖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 어떤 이는 "P세대가 참여와 열정의 세대라고? 내가 보기에는 문제(Problem)가 있는 세대이다"라고 꼬집기도 한다.
이러한 논평(?)들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한 광고기획사에서 소비주체들을 부추기려고 그런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이 글을 보는 순간 "이 사람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P세대라는 말이 왜 튀어 나왔는가. 그러면 그렇지 다 장삿속이 아닌가. 어떻게든 소비자층에게 새로운 이름을 붙여놓고서는 그들의 소비심리를 부추기자는 속셈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 것이다.
더욱이 17세와 39세를 「P세대」라는 한 범주에 포함시키다니…. 생각과 행동이 다르고 연령까지 크게 차이가 나는 사람들을 같은 이름의 세대로 동질화시킨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사실 몇 개를 빼고는 수명이 길지 못하고 금새 사라진 것도 용어의 「조작성」 때문이 아닐까.
아무리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하지만 소수의 모습이나 행태를 전체의 그것으로 보는 것은 모순이다. "P세대가 사회와 경제를 변화시킨다"는 말은 P세대라는 용어가 순수성을 잃고 있는 만큼 한 광고기획사의 상업적인 「단언」에 지나지 않고 있음을 우리는 깨달아야 하겠다.
첫댓글 어디서 들어본듯한 이름이-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