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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면서 늘 동네 사람들로부터 전화를 자주 받았다 이 과목을 같이 과외시키자 저 과목을 같이 시키자고 한다 그러나 나는 모두 NO! 그러자 동네 엄마들 중 한 명은 나에게 "애들에게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내가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저 엄마는 돈을 들이는 것만 교육투자인 줄 아나보네!! 도리어 내가 의아해졌다 요즈음 엄마들은 정신없이 여러 학원을 보낸다 지치도록 보내는 것 같다 그렇게 정신없이 돌려서야 무슨 인식에 대한 갈증이 생기랴 싶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어릴 적엔 특기에 관한 것은 피아노 하나와 공부에 관한 것은 영어 학원 하나 만을 다니게 하였다 정서적으로 자신을 다독여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 피아노를 치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악보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해 주고 싶어서 였다 미술은 저 혼자서도 자꾸만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어차피 미술은 설사 전공으로 택하게 되더라도 아직은 테크닉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보다는 오히려 인식의 범위를 넓혀 주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길거리에 변기를 내가 갖다 내어 놓으면 쓰레기방치가 되지만 대단한 학식과 견해를 이론적으로 서술해 낼 수가 있는 예술가가 그런 설치를 해놓으면 그건 오브제라고 명명되는 것이다 수학은 학교에서 배운 것을 문제집으로 반복하여 복습을 시켰을 뿐이다 그 대신 아주 많은 문제를 풀었다 기초 기본 응용 고난도 이런 식으로 풀게 하였다 요즈음 엄마들은 학원에 완전히 맡기기를 좋아하거나 아니면 공부를 좀 한 엄마라면 직접 가르친다 그러나 나는 공부 그 자체를 직접 가르치는 대신에 <공부를 하면 무엇이 좋아지나>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었다 옛말에 易子而敎之라 했다 자식을 바꾸어서 가르친다함이다 자기 자식을 직접 가르치다보면 욕심과 사랑이 앞서서 지나친 훈육이 들어가기 때문에 가정분위기를 망침은 물론 관계에 금이 가기 쉽다 뿐 만아니라 직장생활을 하는 내가 집안 일은 물론 취미생활까지 곁들여야 하는 나로서는 직접 가르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요 또 그렇게 길을 들여서는 안될 것 같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 대신 모르는 문제는 표시를 해 놓았다가 선생님들에게 질문을 해서 알아오게 하였다 요즈음 학교 선생님들은 외롭다 왜냐? 지식을 가르치는 즐거움 하나 하나 터득시켜가는 보람의 부피는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이제 그들에겐 오직 하나 남은 것- 평가권만 남아있기 쉽다 이런 형편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동네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 방법은 아주 좋았다 선생님과도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기도 하지만 대인관계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엄마인 나는 그저 무엇을 물어도 모른다고만 대답했을 뿐. 대신 함께 백과사전을 찾아 보았다 그것은 내가 잘 모르기에 가르쳐 줄 수가 없어서 그리고 나도 궁금해서 기회삼아 알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엄마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기 위해서이다 <엄마 이건 어떻게 해요?> <이렇게 해라> 이런 식의 버전은 곤란한 날이 금새 오리라 예상했기 때문에 애초에 <모르쇠> 버전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방법은 주효했던 것 같다 아무리 어려운 숙제가 있어도 우리 집 아이들은 제 엄마가 퇴근하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제 힘으로 우물딱 주물딱 해낸다 엄마인 나는 그냥 "아이구 잘했네! 이런 것도 할 수 있쪄?!" 하면 된다 아이들은 의기가 양양해진다 엄마인 나는 행복해진다 이 방법은 우리 엄마가 나에게 쓰신 방법이었다 ㅋ 39세에 나를 낳으시고 정규교육이라곤 초등학교가 이력의 전부이신 우리 엄마는 대학원을 졸업한 내게 아직도 생활속에서 끝도 없이 지혜를 주신다 어떤 교육학자보다 더 구체적이고 간편한 방법으로 가르쳐 주신다 자녀교육법을! 내성적인 우리 엄마는 늘 잔잔하게 웃으시는 감성적인 분이셨다 학력과 지혜는 확실히 정비례하진 않는다 나와 울 엄마를 보면 우리 엄마가 백배나 현명하시거든! 우리 엄마로 인해 나는 그 어느 누구에게나 학벌로 차별하지 못한다 그건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공부를 아무리 많이 한 사람 앞이라하더라도 기가 죽지 않는다 왜? 실전에서는 또 모르는 거거덩! |
첫댓글 현명하신 어머님 맞습니다.. 요즘 엄마들.. 저를 비롯한 엄마들 모두 반성해야 하겠습니다... 좋은글 감솨 ^*^
저두 어릴때 학원하나 제대로 못다녀보고 컸는데.. 전혀 후회되지않아요~ 단,피아노를 조금배워서 악보만 볼줄 아는정도.. 그렇다고 피아노를 잘치는건 아니구.. ㅋㅋ 암튼.. 모른다고만 하는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지혜로운 엄마가 되고싶네요
정말 현명한 엄마가 되어 아이에게 길을 안내해줘야하는데.... 잘~ 모르겠어여... 좋은 글 읽고 또 한번 생각하고.... 다짐을 가져보네여....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위해...^^
난 다인이 피아노 꼭 시킬라궁,..내가 하고팠는데 못했거덩...근데..지금부터 사달라고 조르는데...^^; 들여놓을 공간도 없당...ㅋ...
현명한 엄마가 된다는거 정말 어려운일인듯 싶네여. 마음은 있는데 주위에서 뭐한다 싶으면 귀가 솔깃하구 하니 주관이 서야 되는건데 힘드네요. 아직은 암것도 안시키고 열심히 놀기만 하고 있습니다.
참말로 지혜로운 엄마네요 .. 사람은 지식이 많은것보다 지혜가 뛰어난게 더 나은거라고 어느분한테 들으면서 그런가보다 했지만 결혼하고 살면서 진짜로 몸에 와닿지만 난 지혜가 없는거 같오 ~~ ㅠ.ㅠ
포근한 아침에 좋은 얘기로 한층 더 마음 다지고 푸근해졌습니다.. 고맙습니다...옆 시선에 너무 휘둘리지 않는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려는 초보엄마입니다...^^
모르쇠... 좋은거 배웠네요. 조만간(?) 우리뱀띠애들도 학교를 갈텐데 은근히 걱정도 됐었는데 좋은 방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