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다소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취임 50여일째에 불과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넘어서는 ‘데드크로스(Dead Cross·약세전환)’였다. 부정평가는 47.7%로 긍정평가(46.6%)에 비해 1.1% 포인트 높았다.
전주에는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를 2.6%포인트 앞섰는데 역전된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2.0%포인트(46.8→44.8%) 떨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비슷한 시기에 각각 60%대와 80%대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별 변화가 없었다. 전주 39.4%에서 39.5%로 0.1%포인트 찔끔 올랐다. 지난 24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28%로 전주보다 오히려 2%포인트 떨어졌다. 6·1지방선거 이후 최저치다.
그래서 민주당에선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에도 반사이익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초선 의원)는 평가가 나온다. 인사(人事) 문제, 물가 상승, 김건희 여사 이슈 등으로 윤 대통령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지만, 야당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되지 못한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먼저 야당이 문재인 정부 실책의 후폭풍을 그대로 맞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국민의힘이 제기하고 있는 2020년 서해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 피살 사건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씨를 월북으로 몰았다”고 주장하는 국민의힘은 진상조사TF(위원장 하태경 의원)를 구성해 대통령 기록물 공개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엔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해외 도피 의혹까지 제기했다. 전방위적 공세에 민주당은 여당의 공세 열흘여만인 28일에야 첫 대응TF 회의를 했다.
국방위원을 지낸 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정권 핵심을 향한 사정의 일환일 수 있는 문제인데 당이 너무 느슨하게 대응하면서 국민들의 의심을 키운 것 같다”며 “정권초라 야당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낮은 것도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재인 정부의 ▶북한어민 강제북송 ▶탈원전에 따른 한전 경영 악화 등을 두고서도 국민의힘이 계속 공세를 펴지만, 민주당은 뾰족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170석에 달하는 민주당의 거대 의석도 되레 ‘독배’가 되고 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국회 주도권을 쥐려는 모습이 국민에게는 오만하다고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21대 후반기 국회 원 구성 문제에서 ‘법제사법위원장 사수’를 외친 모습이 ‘입법 독주’ ‘새 정부 발목잡기’로 비쳤다는 의미다.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합의없이 7월 임시국회를 단독으로 열어 의장단을 일방적으로 선출하면 그런 평가는 더욱 굳어질 수 있다.
강경파들의 움직임도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검수완박 강경파 그룹 ‘처럼회’ 소속인 김용민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당장 견제받지 않는다고 ‘위헌 장관’ 한동훈(법무부 장관)의 위법행위들이 적법해지는 것은 아니다”며 “수사·기소분리에 역행하는 검찰권 강화 시도 등은 모두 쌓여서 법적 책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적었다. 강성 당원들은 주요 고비 때마다 중도 성향의 의원들에게 문자폭탄 등을 보내며 압박하고 있다.
정치평론가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는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이 민주당을 사실상 불신임했는데도 민주당 의원들은 강성 지지층에만 매몰된 것이 문제”라며 “민주당이 반등하기 위해선 두 차례 선거 이후 흩어진 중도 표심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강경 일변도로 흐르면 재조명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중앙일보. 김효성 기자
출처 : 중앙일보. 尹도 여당도 지지율 떨어지는데..야당이 못 받아먹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