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누나! 형이 오늘 학교 못오고 하루종일 여기 꾸민거야!
이 DVD들 구하느라고 동대문까지 갔다왔대!"
"저기 여조교 보이지. 저거 구하느라 힘좀 뺐다."
방방뛰며 홈씨어터며 DVD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는 태평이와,
벽에 펼쳐진 DVD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여조교를 가리키며 한껏 폼을 재는 진정제,
그리고 뒤에서 조용히 폰으로 친구들에게 자기네집에 비디오방 생겼다고 자랑하는 혁이까지.
마치 세상이 모두 내것이 된 기분이었다.
이 셋과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절히.
밤이 깊어 우리 넷은 거실에 둥글게 둘러앉았다. 내 환영식을 위해.
가운데 놓인 열댓병의 맥주병과 커다란 초코케잌과 갖가지 안주들.
다들 조금씩 취기가 돌며 기분 좋게 취해있었다.
태평인 맥주 두명에 자꾸만 화장실을 들락거렸고, 혁인 DVD방에 들어가더니 인기척 하나 없다.
그리고 맞은편에 진정제와 케잌만 파먹는 내가 남았다.
"나 아직 니 이름도 몰라."
"왜몰라?"
"말 안해줬으니까."
"그랬나... 이해야."
"외자?"
"응. 성이 이고 이름이 해. 부르기 어려우면 그냥 해철이라구 해-
다들 그렇게 부르니까. 푸히."
그리고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다.
"다들이 누군데?"
"중, 고등학교 친구들, 비디오가게 황태, 그리구 란이. 히히."
"전 애인?"
"응. 아! 애들이랑 같은 학교야! 오늘 봤는데, 캬- 진짜 멋쟁이야."
점점 발음이 꼬인다.
기분이 업 된채로 취해서 그런가.. 금방 혀가 베베 거린다.
진정제는 나 보단 더 마신거 같은데 오히려 더 멀쩡했다.
"아까도 그녀석이랑 있다 온거야?"
"응!"
"무슨 배짱으로?"
"뭐?"
"너 우리집 살면서 내 애인하기로 한거잖아."
"뭐래 얘가.. 그거는 니 의뢰인인지 뭐시깽인지 그때만.."
"그럼 너 어제 나랑 왜 잤냐."
"헙! 쉬쉬!! 애들도 있는데 얘가 아주 알콜 좀 마셨다고! 엉? 못하는 소리가 없어!"
"......"
포크로 마구 삿대질을 해가며 꼬이는 혀로 진정제에게 성을 냈다.
그치만 언뜻언뜻 본 진정제의 얼굴이 무섭게 변해버려서 포크는 얌전히 내려놓기로 했다.
언제 왔는지 태평인 내 뒤에서 쪼그린채 잠을 자고 있었다.
"아- 배불르다. 나 샤워해도 돼?"
"....."
"몰라. 니가 살랬으니까 울집인것처럼 이것저것 막 쓸래. 나 샤워한다!"
난 그렇게 말하곤 얼른 해롱대는 정신을 깨려고 욕실로 들어갔다.
흰색 타일과 검은색 타일이 체크로 꾸며진 넓은 욕실이 눈에 확 들어왔다.
난 샤워기에 미지근한 물을 틀어 몸을 적시고 조금씩 물을 찬쪽으로 틀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릴만큼 차가운 물이 온몸을 적셨고,
알딸딸한 정신이 조금씩 깨는것 같았다.
그때.
-벌컥-
"으악!!! 야!! 너 미쳤어?!! 얼른 안나가??!"
"아 차가워. 너 그렇게 더웠냐."
진정제다.
문 잠근다는걸 잊어버린 내 앞에 너무도 태연하게 나타난 진정제.
그는 오자마자 내 벗은 몸은 아무렇지 않은 듯,
샤워기의 물을 따뜻한쪽으로 틀며 손으로 물의 온도를 재고있었다.
"너 돌았어?!! 얼른 나가!!"
"일루와."
"야!!"
그는 작정하고 들어온 듯, 내 우렁찬 목소리에도 아랑곳않고
구석에 기댄 내 손목을 잡고 샤워기쪽으로 데려가더니 따듯한 물이 떨어지는 자리에서
웃통을 벗은 진정제가 날 뒤에서 따스히 안아주었다.
따뜻한 물 때문인지, 진정제의 체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얼었던 몸이 스르륵 녹아내리며 긴장이 풀리고 맘이 편안해졌다.
"왜..왜이래?!"
"차가운 물로 샤워하지마. 여자는 항상 따뜻해야돼."
"......."
뭔가 호되게 대꾸를 하며 그 자식에게서 떨어져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는 날 자신을 보게 빙그르 돌리더니 내 두볼을 감싼채 날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는 그가 다루는데로 말없이 따라가고 있던것이다.
"나 질투나게 하지마. 유치한꼴 보이기 싫어."
난 말없이 그만 올려다봤다.
한없이 진지한 얼굴의 진정제는 내 심박수를 자꾸만 올리고 있었다.
"내가 요즘 가장 하고싶은게 뭔지 알아?"
"몰라.."
"니 등에 문신 지우는거."
손에 작은 경련이 일어났다.
내 심장은 100m를 달리는 육상선수의 속도를 시샘이라도 하는 듯, 아주 빠르게 뛰었다.
그런 내 심장은 생각도 않고 그는 내게 입을 맞췄다.
그가 한참을 숙여 내게 키스를 하면, 난 천천히 그의 허릴 안았다.
이상한건.
그 뿌연 연기로 자욱한 욕실 안에서도 난 그에게서 바람의 향을 맡았다는 거다.
그는 그 뿌연 연기가 자욱한 욕실에서 날 따뜻하게 안았다.
그는 약속대로 정말 날 자기멋대로 흥분시켰다.
다음날.
난 엄마가 운영하는 번화가 지하에 자그만 노래방에 일손을 도우러 왔다.
그래봤자 카운터나 보고 손님들이 나간 방이나 치우는 일이지만,
토요일인 오늘은 평소보다 학생들로 두세배는 북적이는 날이라 좀처럼 만만하지만은 않다.
"그래서, 니 친구네서 생활하게 됐다고?"
"으응. 남자긴 한데 법대생이야. 아주 착실해. 여자란걸 모르는 애라 괜찮아!"
진정제는 우리 엄마가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의 남자다.
그래서 좀 미안하지만 진정제를 우리 엄마에겐 법대생으로 만들어버렸다.
"거의 하루종일 학교랑 도서실에서 살아서 집이 거의 빈대.
그래서 내 카드빚이랑 이것저것 거기서 사는게 낫겠다 싶어 이사한거야-"
"얼굴은 반반하냐?"
"그럼! 근데 얼굴은 왜?"
"그럼 그냥 그놈한테 확 앵겨버려!"
이게 우리엄마 스타일이다.
여자의 인생은 남자에 달려있다고 굳게 믿는 엄마. 내가 남자를 밝히는것도
엄마의 영향이 한참은 끼쳤다고 할수있겠다.
"집도 넓고, 얼굴도 되고, 법대생이면 더 할말있냐!
얼른 잠자리 한번 확 하고 냅다 데려가라 하면 게임오바야!"
"생각해볼게-"
"그려. 엄마 집에 가서 한잠 자고 올테니까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하고!"
"일은 무슨! 푹 자고 천천히 나와-"
현재 시각 p.m.1:30
원래 지금 시간이면 집에서 주무시고 있을 엄마지만 토요일은 학생들이
낮부터 들이닥치기 때문에 이렇게 나와 함께 가게문을 열고 있으셨던 거다.
새벽까지 손님들 비워내느라 피곤에 쩔은 엄마가 계단을 오르면,
카운터에 덩그러니 남은 난 보너스용 뻥튀기를 먹으며 자리에 앉았다.
-어서오십시오-
동그란 뻥튀기를 막 한입에 한가득 털어 넣었을때,
마침 유리문이 열리며 여자의 기계음과 함께 오늘의 첫 손님이 들어왔다.
"어서오.. 어?! 너희들!!"
"어!! 조혜련누나다!!! 얘들아 인사해!! 우리 형수님이야!!"
태평이가 날 가리키며 방방뛰며 내 앞에 다가왔다.
그 뒤에 혁일 포함해 대여섯명의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이 교복차림으로 우루루 이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맨 뒤에 여자를 하나 끼고 들어오는 이찬란이 있었다.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장편 ]
암컷이 수컷에게 반응할 때 step.9
헬로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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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380
05.08.08 23:14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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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으어억 ; 찬란이 - - ; /// 다음편 기대할게요 ~
ㅋㅋ나두 기대용~~~!!ㅋㅋㅋ
헉~~ 찬란이가 ... 기대할꺼에요~~
찬란이가 좋은데~ㅜ_ㅜ;; 찬란이랑 되게 해줄순 없나요우??
찬란이 이나쁜놉 ' ㅂ', 꺄하하하하 ㅇㅈㄹ 다음편도 써주세요
담편기대??+_+
ㄷ ㅏ음편 왕ㄱ ㅣ대!!!!!+_+
전 정제군이 좋은데ㅜㅜ~
진정제 너무 멋있어요~ㅎㅎ
정제씨.. 유치한 꼴 보고 싶네요.. 히히 잘 보고 갑니다아
와우 +.+!! 다음편이 빨리 보고프네요.
란이도 정제씨도 다~~ 멋있어요.. 쌍둥이는좀... 푼수끼가?? 암튼 너무너무 재있어요.. 잘보고가용,,
ㅋㅋㅋ 난 정제가 좋은데 이정제.. 는 아니지만.ㅋ;;
진정제 넘 멋져요 ~ㅇ_ㅇ♡
헉 찬란아 ㅡㅡ !!!!!!!!!!!
란이 멋쪄요~
난 환이가 좋아~~ 환아~~~
찬란이너뭐니-,-~~~~~~~~~~~~~~!!!!!!!!!!!!!!!! 어제그그디브이디.................... ...얼마면되겠어~~..얼마면되? <- -_-..너왜그러니
난 정제같은 멋진남자가 조아 ㅎㅎㅎ
나두....진정제가 좋앙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