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임업인 애로사항 수렴해 규제 혁신… ‘산림 르네상스’ 실현
[숲에서 답을 찾다-시즌4]〈4·끝〉 산림 규제 완화
산림보호 위해 만든 규제… “현실에 맞게 개정” 목소리
지난해 민관학 전문가 TF 구성… 휴양림 식당 바닥면적 제한 없애고
국유림 사용 의무규정 폐지 등… 약 1년간 106건 규제 완화 성과
산림청의 ‘숲경영체험림’ 제도 시행으로 이달부터 숲속에서 휴양·체험·숙박시설 등의 설치 기준이 완화돼 임업인들이 이용자에게 다양한 산림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숲속에서 휴양을 즐기는 사람들. 산림청 제공
《“식당 확장을 하려고 해도 방법이 없어 고민이었습니다.”
서대산 약용 자연휴양림 김창현 대표(63)는 2000년대 초 충남 금산군 추부면 서대산 일대 46만2000㎡(약 14만 평)에 사립 휴양림을 만들고 펜션, 유리온실, 찻집, 약용식물원 등을 운영했다. 10년 전부터는 산마늘과 산부추, 섬쑥부쟁이 등을 직접 재배하며 약용식물 달인 물로 버섯 샤부샤부 요리를 개발해 판매했다. 입소문이 나자 찾아오는 사람이 늘면서 200㎡(약 60평) 규모의 식당으로는 손님을 수용하기 어려워졌다. 주말과 휴일에는 대기 번호표를 발급했는데 기다리다 지쳐 발길을 돌린 손님도 적지 않았다. 》
● 산림 중복 규제 완화 나선 산림청
하지만 식당을 늘리려 해도 방법이 없었다.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사립휴양림 내 식당은 산림보호 차원에서 바닥면적이 200㎡를 못 넘는다. 이를 두고 민원이 이어지면서 시행령이 개정돼 건축물 면적은 600㎡(약 180평)까지 늘릴 수 있게 됐지만 ‘바닥면적 200㎡’ 규정은 바뀌지 않았다. 건물을 2, 3층까지 올릴 순 있지만 1층 건물을 더 넓힐 순 없는 것이다. 김 씨는 “2, 3층을 만들면 엘리베이터나 비상계단 설치 등으로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 소유한 땅이 충분히 있는데 건물 1층을 넓힐 수 없다는 게 납득이 안 갔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큰 기대 없이 나간 산림청장 간담회에서 문제의 실마리가 풀렸다. 김 씨의 얘기를 듣고 공감한 남성현 청장이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고 올 3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규제 완화가 이뤄진 것이다. 개정 시행령은 휴양림 내 식당 바닥면적 제한을 없애고 연면적 600㎡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했다. 김 대표는 “임업인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우리 산림도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이 같은 취지를 산림청이 이해해줘서 감사하다”며 “현재 식당 확장을 위한 설계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 규제 완화를 통한 산림 효율 증대
대전의 야산에서 산양삼을 재배하는 조모 씨(61)는 중복 규제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잔류농약 기준을 통과한 산양삼 종자와 종묘를 사도 심기 전에 다시 농약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규제 때문이었다. 이 규제는 산양삼 재배인들의 호소로 지난해 4월 1회 검사로 규제가 완화됐다.
이어 산양삼을 국유림에 심을 때 주민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의무 규정도 올해부터 폐지됐다. 국유림을 사용하기 위해선 관할 시군구와 산림조합 등의 허가를 받는데, 주민 동의까지 받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을 산림청이 받아들인 것이다.
산림청은 윤석열 정부의 규제혁신 기조에 따라 지난해 6월 발 빠르게 민관학 전문가로 구성된 ‘산림 분야 규제혁신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후 임업인과 산림산업 관계자 등의 애로사항을 들으며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15회에 걸친 임업인 및 산림산업계 간담회와 규제혁신 전담팀 운영 등을 통해 올 5월 말까지 227건의 과제를 발굴하고 그중 106건의 규제를 완화했다.
● ‘숲경영체험림’ 도입하며 숙박 규제도 완화
대표적 규제 완화 사례가 ‘숲경영체험림’ 제도다. 그동안 임업인이 숙박 등 수익사업을 하려면 20㏊(헥타르) 이상의 대규모 자연휴양림에서만 가능했다. 하지만 이달부터 규모가 작은 휴양림에서도 숙박이 가능해졌다. 이를 두고 임업인 사이에선 ‘국민 수요에 맞춘 규제 완화’란 평가가 나왔다.
산림청의 규제 완화 조치로 풍력발전 시설의 산지 사용 허가 기간도 최대 20년에서 최대 30년으로 늘어났다. 사진은 강원 태백지역의 풍력발전 시설. 산림청 제공
풍력 발전시설 산지 사용 허가 기간도 늘렸다. 기존에는 최대 20년까지 사용할 수 있었는데, 안전성 등이 확보되는 경우 최대 30년까지 가능하게 했다.
다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산의 5분 능선 이상에는 어떤 건축물도 못 짓게 하는 ‘산지보전법’도 개선 대상 중 하나다. 임찬성 괴산군 산림협회장은 “전국 산촌이 극심한 인구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추가 산림 규제 완화로 산촌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박정희 한국산림경영인협회장도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산림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림청은 지속적 산림 규제 완화를 통해 ‘돈이 되는 임업, 살맛 나는 산촌이 되는 산림 르네상스’라는 비전을 실현할 방침이다. 남 청장은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63%가 산림”이라며 “경제·사회·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지속적으로 산림 가치를 높여 국민 생활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임산물, 이번 주엔 뭘 먹을까?
산부추 두부면 볶음
식이섬유 풍부해 포만감 커… 한끼 식사로 든든
부추는 국내에서 22종이 재배되고 있다. 이 중 산부추는 산에서 자라는 야생부추 중 하나다. 곳에 따라 두메부추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산부추는 주로 생채나 장아찌로 먹는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포만감을 주며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도 있다. 산부추와 죽순, 표고버섯을 활용하면 몸에 건강한 두부면 볶음을 만들 수 있다.
○ 재료: 산부추 50g, 표고버섯 3개, 죽순 100g, 두부면 100g, 당근 50g, 양파 반 개, 마늘 3개, 후춧가루·소금·식용유 약간, 굴소스·간장·설탕·참기름 1큰술씩, 꽃빵(분량만큼)
○ 조리순서
① 산부추는 5cm 길이로 썰고, 죽순과 표고버섯은 모양을 살려 얇게 썬다.
② 마늘은 다지고 당근은 가늘게 채 썬다.
③ 두부면은 뜨거운 물에 헹궈 준비한다.
④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마늘, 양파, 죽순, 표고버섯, 산부추 순으로 볶는다.
⑤ 두부면을 넣고 굴소스, 설탕, 소금, 후춧가루로 간을 맞춘 뒤 참기름을 둘러 완성한다. 꽃빵과 함께 먹으면 더 풍성하다.
자료: (사)한국음식문화진흥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