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작성한 방송원고
'묵상&기도'로 나눕니다.]
1986년, 세상을 떠나기 3년 전
61년 만에 고향을 찾은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주름진 얼굴에 가느다란 손가락을 부르르 떨며
호로비츠는 피아노 앞에서 잠시 침묵했습니다.
이어 열 개의 손가락이 움직이면서 흘러나오는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곡은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노 연주가의 가슴에서 울려 나오는 어린 시절의 '꿈',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피아노의 선율, 청중들은
마침내 눈물을 흘립니다.
이 연주를 본 비평가들은 말했습니다.
"인간의 연주가 아니다.
오로지 신이 연주할 수 있을 뿐이다"라고
극찬했던 거죠.
다음날 뉴욕타임스에는 "모스크바의 호로비츠,
환호와 눈물'이란 헤드라인 기사가 실렸습니다.
단지 천재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담고 살았던 고향,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세상을 떠돌던 유랑자의 고독, 절망과 한,
그리고 음악과 마침내 갈 수 있던 고향이 있었기에
사람들은 감동을 받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고향은 단지 기억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우리가 가야 할 곳이죠.
그곳에서 우리는 꼭 눈물을 흘려야 합니다.
내가 최초로 인간이 되도록 빚어진 장소.
꿈을 키우고 사랑을 배우던 곳.
가난해도 자유가 있었고
꿈을 꿀 수 있던 곳.
넉넉한 품이 있고
하늘과 숲, 바람과 구름이
낯설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믿음을 지녔다는 건.
고향에 대한 꿈이 살아있다는 게 아닐까 하고요.
아직 가보지 못한,
언젠가 가야 할 진정한 고향에서
한 번 펑펑 울 수 있는 날을 생각합니다.
그 눈물이 사랑과 기쁨이 되기 위해
우리는 오늘을 살고 있는 것, 아닐까요?
달빛 은은한 밤입니다.
지나온 꿈길과 그리움이 어둠 속 달빛처럼
산자의 영혼을 적시는
영혼의 축제이길 기원합니다.
호로비츠의 트로이메라이
https://youtu.be/HBz1EvMAO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