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년전에 그곳을 다녀 온적이 있었죠. 코스를 보니까 이크님과 별반 차이가 없긴 하군요.
내포평야에서의 그 편안함과 아늑함은 다른곳에서는 감히 느낄 수 없는 것이었죠.
삼화목장을 빙 돌아 털털길을 지나 당도한(들어가면서는 이런곳에 무슨 절이 있겠어 했다)개심사는 너무 아늑하고 조용한 절이었습니다.
나이 먹은 참나무들이 제 각기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하듯 우람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고,
사람의 무서움을 모르는지 다람쥐가 사람을 피할 줄 모르더군요.
그리고 걸어들어가는 길이 약간은 엉성한듯 하지만 왜 그렇게 인간적이 었는지....
그리고 안압지나 궁남지보다는 작은 연못이지만 잉어가 놀고 있고, 그속에 핀 연꽃은 개심사에 대한 인상을 너무 좋게 만들더군요.
그리고 범종루에 앉아보니 산아래 계곡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개심사만의 향기를 가져다 주더군요.
마음을 닫고 싶어도 저절로 열리는곳! 개심사!
모처럼 올린 이크님이 여행을 떠나고픈 충동을 가져다 주는 군요.
아~ 여행 가고파라~
수원나그네.
: 4일저녁에 출발해서 안면도의 민박에서 잤다.
: 5일아침에 방포해수욕장 물빠졌을때 굴을 주워먹고(이런거 처음..신기했다. 새끼굴이었지만) 출발했는데, 또하나 신기했던 것은 사람들이 진짜 충청도말을 쓴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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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부모님 고향이 예산하고 당진이라서 충청도의 은근슬쩍한 사투리를 대강 아는데, 영호남 사투리와는 달리 별 사투리 티를 안 내면서도..."이이~ 개심사? 그건 스-산(서산)이여!" "예산 아녀? 전에 우덜(우리들)도 갔었는디" "아-안(아니야). 예산은 수덕사여"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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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여간 안면도를 출발해서 고건축박물관, 수덕사, 서산마애삼존불상, 보원사터, 개심사를 둘러본 흐뭇~한, 여한이 없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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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고건축박물관은 그냥 지나가다 들른 거였는데, 목조건축물의 가구를 모형으로 재현해서 그동안 말로만 들었을 때 암만해도 이해가 안 갔던 평방, 창방, 주두, 소로, 첨차 이런 것들이 뭔지 잘 볼 수 있었다. 우미량도 엄청 많이 봤다....^_^....이름만큼 아름다운 선을 가진 목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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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덕사에서 볼 거는 대웅전밖에 없다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그랬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수덕사 대웅전은 나무색깔이 그대로 드러나 소박하고 구조가 아주 간결한 자그마한 금당이었다. 하지만 그 주변은 화려번쩍해서 잘 안어울렸다. 특히 그 앞에 새로 지은 근역기념관인가 하는 것은 만공, 경허스님의 무궁화(근역)정신을 기념하는 거라는데 주변과는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수덕사 앞에는 산채정식집들이 줄을 서서 시끌벅적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그 산채정식 나두 사먹었고, 진짜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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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서 차를 돌려 해미읍성을 지나 서산마애삼존불상을 보러 갔는데, 절벽 아래 축대를 쌓고 조그만 전각을 지어서 마애불을 보호하고 있었고, 그 관리인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았다. 나와 동행인은 들어가서 백제 부처님께 삼배를 올린 후, 할아버지가 안계신 틈을 타 백열등 막대기로 마애불을 위아래 양옆으로 비춰보면서 그 미소의 변화를 보고 애들처럼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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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원사터 5층석탑은 냇갈(냇가의 충청도 사투리)에 놓인 돌다리를 건너가야 했다. 옥개석(지붕돌) 하부에 층단이 있는 것은 신라틱한데, 그러면서도 옥개석이 얇고 반전이 우아해서 마치 정림사지탑처럼 우아한, 옛 백제 땅임을 잊지 않게 하는, 아름다운 고려탑이었다. 세련된 팔부중 조각도 맘에 들었다. 하지만 가운데가 약간 내려앉아서 전체모양이 살짝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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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산 개심사는 서산목장(김종필꺼라나 현대꺼라나 하는)의 소쉐이들이 구제역에 걸릴까봐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차바퀴를 소독하고 나서야 겨우 들어갔다. 그때가 오후 6시 30분, 저녁예불 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뎅- 뎅-, 동행인과 나는 산을 뛰어올라갔다. 올 때 차 안에서 동행인에게 예불문을 잠시 배웠는데 진짜 예불을 볼 기회가 생긴 거였다. 핵핵거리면서 기어올라가니 범종각에서는 한 비구(남자)스님이 범종을 치고, 이어 대웅전 안에서 비구니(여자)스님 한분이 작은 종을 쳐 화답했다. 조용히 들어가 있으니 곧 비구스님이 들어오고 예불이 시작되었다.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지극한 마음으로 귀의한다는 뜻....맞나??)"라는 말로 시작하는 예불문은 감동적이다. 불법에 귀의하며, 모든 부처님, 보살님, 아라한, 혼자 깨달음을 이룬 분들, 동쪽으로 와 대대로 깨달음을 전한 조사들과 그 수가 먼지처럼 많은 제대 선지식들에게 귀의하며....나와 남이 똑같이 불도를 이루기를 바랍니다, 라는 내용의 예불문 후 반야심경을 외우면 예불이 끝난다. 수시로 일어났다가 다시 절을 해서 따라하느라 애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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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심사는 수덕사와 달리 관광지로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몇 분의 스님들과 보살님들이 조용히 수행하며 사는 향기로운 절이다. 향기롭다는 것은 불법의 향기도 있겠지만, 사실은 진짜 꽃향기다. 개심사의 왕 겹벚꽃은 5월초가 한창이다. 다른 곳은 이제 철쭉이나 좀 남았는데, 개심사엔 아직도 벚꽃이 핀다. 연녹색의 신기한 벚꽃도 있다. 개심사 안마당은 다른 절에 비해 아주 작은 편인데 그래서인지 더욱 시골집 안마당같이 아늑하고, 주변에 피어난 꽃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과연 수행이 될까 싶다. 또한 힘차게 굽이친 나무를 그대로 써서 지은 심검당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금당에는 조용히 경을 외는 스님들...개심사 같은 절에 오면 굶어도 좋고 산채정식 안 먹어도 좋으니 음식점이 생기지 말았으면 좋겠다. 특히 "토종닭 오리탕" "**가든" 같은 거...정말 싫다. 음식이 싫은 건 솔직히 아닌데, 절집 바로 아래 줄지어 음식점이 들어서는 게 싫은 거다.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비구스님 한 분이 다가와서 집이 어디냐고 빨리 출발하라고 걱정해 주신다. 태어나서 스님과 나눈 첫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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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면서, 울 엄마 아빠는 왜 이런 데를 지금까지 안 데려가 주셨는지 너무 이상했다. 충청도도, 가까이 있어서 몰랐지만, 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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