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드미스 다이어리] 004 - 들러리 행진곡
씬/ 도시 외경 (N)
불빛 가득한 도시를 천천히 비추며.
미자 : (NA, 쓸쓸) 수많은 불빛 안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서 왔을까? ... 결혼한 부모 덕이다.
때가 되면... 다들 짝을 만나 결혼을 한다. 때가 되면...
카메라 많은 건물을 훑다가 한 한 오피스텔의 창문을 비춘다.
씬1/ 원룸 (N)
카메라 이어지는 느낌에서 틸 다운하면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는 셋의 바스트 샷.
지영 : 한달만 있으면 서른 둘...
윤아 : 난 서른 하나야.
미자 : 잘 났다...
셋 시선을 한곳으로 돌리면 바닥에 원앙이 그려진 청첩장 봉투.
미자 : 누군지 용썼다. 한살이라도 어릴 때 갈라구 용썼어. 열어봐, 누군가.
지영 : (힘없이 청첩장 들고 보며)
윤아 : 뭘 봐. 됐어. 전화없이 청첩장만 보내는 애들은 안 친한 애들이야. 결혼식 안가도 돼.
지영 : (힘없이 읽는) 신부 나상만...이 아니고, 나상만의 장녀 나, 경, 미. (눈 커진다) 나경미? 으잉?
셋 놀라 청첩장 보는 정지 동작에 나경미의 고교시절 모습이 떠오르는데, 엄청 뚱뚱하고 촌스럽다.
순간 얼굴 환해지며 호들갑떠는 셋. 셋의 얼굴 위로 나경미가 겹쳐보이고.
윤아 : (신나) 어머, 왠일이니, 나경미 얘 결혼해?
지영 : (신나) 아씨, 괜히 맥빠졌었네. 얘는 결혼해야지. 진작에 했었어야지.
미자 : (신나) 그니까.
나경미 모습 사라지고 셋, 미소 지으면서도 안쓰런 표정.
미자 : (가식) 어머, 안됐다. 지금까지 혼자였으니 얼마나 외로웠을까...
지영 : 그러게. 결혼할라구 엄청 발버둥 쳤을텐데.
윤아 : 이런 애들 결혼식엔 가줘야돼. 가서 빛내줘야돼.
미/지 : 그럼. 가줘야지.
셋, 흐뭇하게 청첩장 보면서 타이틀 아바의 신나는 노래 깔리며
셋, 들러리 드레스 입고 거울 앞에서 같이 익살스레 포즈 잡는 모습에서. ‘들러리 행진곡’
씬2/ 미자방 (D)
음악 이어지면서, 한껏 차려입은 미자, 들떠서 거울보고는 루즈 칠하고 빠빠빠 해본다. 늦은 거 같다.
싱긋 한번 웃어보고 급하게 프레임 아웃.
씬3/ 거실 + 마당 (D)
영옥과 영숙, 거실에서 마당 쪽을 보고 앉아 말린 고추를 젖은 행주로 하나하나 닦는데,
미자, (미니 스커트 입고) 후다닥 나간다.
영옥 : 저 꼬라지 저... (버럭) 장딴지 얼어, 이년아!
미자 : 오늘 안 추워요. (아웃)
영숙 : 에으... (시커매진 행주를 이리저리 펼치며) 여름 멋쟁이 쪄죽고, 겨울 멋쟁이 얼어 죽는다드니...
그때 혜옥, 물 마시며 와 둘 사이에 앉는다.
영옥 : ... (찌릿) 행주는?
혜옥 : ... 맞어, 행주! (쪼르르 일어나 가고)
영옥 : 거죽은 제일 멀쩡한 게, 정신은 제일 먼저 가니.
영숙 : 애껴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래. 남편이 있나, 자식이 있나...
영옥 : 남 말하고 있네.
영숙 : 나는 미자애비가 얼마나 애껴주는데?
영옥 : ??
영숙 : 끼니때마다 약 챙겨주고, 밤에 화장실 갈 때마다 내다보고. 열두번 가면 열두번 내다봐.
(영옥의 표정 위로 OFF) 딴 사람은 몰라도 내 발소리는 천리 밖에서도 알아듣는답디다.
내 속으로 난 자식도 그렇겐 못할 꺼야...
영옥 : ... (살짝 고까운) 꼭 니 아들 같다?
영숙 : 에으... (말을 말아야지)
그때 혜옥, 누룽지 먹으며 와 앉는다.
영옥 : (찌릿 흘겨보자)
혜옥 : ... 왜? (누룽지 내밀며) 줘?
영옥 : 너나 쳐먹어 이년아. 시킨 내가 잘못이지. (행주 내팽겨치고 일어나) 이거 행주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까먹을 거야, 이거...
(주방으로 가는)
혜옥 : ... 맞어, 행주! (표정에서)
씬/ 카페 외경 (N)
씬4/ 카페 (N) - ENG
신나는 음악 이어지고.
지영 : 그런 애들도 결혼 하는구나.
셋, 낄낄거리며 나경미를 기다린다, 한 멋진 여자가 들어온다.
윤아 : (작게) 오~ 저 여자 스타일 죽인다.
미자 : 명품으로 휘감았는데? 꽤 있는 집 애 같다.
그 여자 자기들 쪽으로 웃으며 다가오자 점점 얼굴이 굳는 셋. 어...어?
슬로우 걸리며 그 멋진 여자에서, 우람한 고교동창생 나경미가 겹쳐 보이는.
으잉?? 표정 일그러지는 셋!
씬5/ 카페 화장실 (N) - ENG
미자와 지영은 허탈과 충격 그 자체고, 윤아는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다.
미자 : ... 쟤, 나경미 맞니?
지영 : ... 맞는 거 같애.
미자 : ... 윤아야, 쟤 견적이 얼마니?
<인써트 : 슬로우로 걸어오던 나경미 모습에 얼굴 가슴 몸매 컷컷이 잡히며>
윤아 : (갸웃) 계산이 안나와. 국내기술이 아냐.
미자 : 하... 저 정도면 죽이는 남자 만났겠지?
지영 : (쪼그려 앉으며) 그냥 집에 가고 싶다.
윤아 : (혼자 진지) 어디서 했나 물어봐?
씬6/ 카페 (N) - ENG
미자와 지영은 기분 꽝이라 술만 홀짝이는데, 윤아, 차가운 미소 띠며 경미에게.
윤아 : 돈 많이 들었겠다?
경미 : 별로 안 들었어. 36평 아파트에 뭐 얼마나 들어간다구.
윤아 : 그거 말구.
경미 : 그거 말구 돈 들 게 뭐 있니. 예단도 안했는데. 근데, 니들은 친구가 결혼한다는데 축하도 안해주니?
지영 : (뚱) 뭐하는 남잔데?
경미 : 니들도 알지? 우리 고등학교 동창... 종호!
셋 : (띵!)
경미 : 왜 나 좋다고 죽자사자 쫓아다녔던 종호 있잖아.
셋의 멍한 표정에, 종호의 고교시절 잔상이 잠깐 보이는데, 여드름에 땅딸이에 하여튼 엄청 촌스런.
윤아, 푸! 웃고, 미자와 지영, 얼굴 환해진다.
미/지 : (호들갑) 어머, 왠일이니? 정말 축하해. 진짜 잘됐다. 어머, 왠일이야.
미자와 지영, 두 손을 합장하고 머리를 15도 기울이고 꿈같은 표정으로.
미자 : 니들 결국 첫사랑을 이뤄냈구나~
씬7/ 카페 화장실 (N) - ENG
전과는 다르게 생기 넘치는 미자와 지영. 깔깔거리며 난리고, 윤아는 그냥 미소 정도.
미자 : 세상에 김종호랑 결혼한대, 왠일이니.
지영 : 그런 남자랑 결혼하려면 우린 벌써 하지 않았냐?
미자 : 열두번도 더 했지!
윤아 : 에으, 자존심 좀 챙겨라. 못나보인다.
미/지 (뚱) : 뭐어?
윤아 : 저런 애를 보고 위로를 삼니? 쟤랑 우리는 애초에 끕이 틀려요.
미/지 : (뚱하면서도) 알어! / 당연히 틀리지.
윤아 : (갸웃) 근데, 들인 돈이 아깝지도 않나? 저 정도로 뜯어 고쳤으면 눈 좀 높혀갈만도 한대.
미/지 : (다시 신나) 내 말이!
미자 : 기억나 김종호? 온몸에 기름이 그냥~
윤/지 : (깔깔깔) 맞어맞어.
미자 : 책받침으로 얼굴을 쫘악 긁어내리면,
윤/지 : (웃으며 몸서리) 아우~~~
미자 : 기름이 줄줄줄~
윤/지 : 으으~~~
셋 호들갑떠는데, 그때 경미 들어오자 얼른 진정하고 가증스레 친절한 미소짓는.
경미 : (문 연채로) 미안해. 나 가봐야 될 꺼 같애. 종호 어머님이 갑자기 보자셔서.
셋 : 그럼 가야지. (손잡고) 정말 축하해. 진짜진짜 축하해. 결혼식에 꼭 가께.
셋의 가증스런 해맑은 미소에서.
씬/ 집 외경 (N) - 달밤 씬8/ 거실 + 부록방 (N)
#거실.
영옥, 방에서 나와 화장실 쪽으로 간다.
#부록방.
부록과 산쵸, 늘어지게 잔다.
영옥의 그림자 그 방 앞을 지나간다. 방앞에서 멈칫.
#거실.
영옥, 멈칫해서 서 있는 뒷모습에.
영숙 : (E) 딴 사람은 몰라두 내 발소리는 천리 밖에서도 알아듣는답디다. 내 속으로 난 자식도 그렇겐 못할 꺼야...
#부록방.
그림자 화장실 쪽으로 사라진다. 부록이 아무 반응 없자 갸웃하며 다시 등장하는 그림자.
조금 크게 발소리를 내보며 지나간다. 그래도 반응 없다. 그림자 사라졌다가 막 뛰어 지나간다. 빠르게 두 세 번을.
그래도 반응 없다. 그림자 다시 나와 열받은 듯 위엄한 뒷짐 진 자세로 방 앞에 선다.
#거실.
영옥 컷트로 넘어오면,
영옥 : (괘씸) 누구 소린 알아듣고, 에미 소린 몬 알아들어?
#부록방.
영옥, 드르륵 문을 확 연다. 그래도 꿈쩍 않고 잔다. 괘씸해 노려보다가 다시 요란하게 쾅! 닫는.
그 소리에 살짝 움찔하는 부록. 그림자 방 쪽으로 뚜벅뚜벅 사라진다.
그때 모로 눕는 부록의 귀를 보면, 새송이 버섯 껴있다. 산쵸의 귀에도. (마늘 크기의 새송이 버섯이 있음)
씬/ 집 외경 (D)
씬9/ 부록방 (D)
귀에 껴있는 새송이 버섯. 그 막힌 귀에 갖다댄 손.
산쵸 : (귀에 손을 갖다대고) 안들려요~~
부록 : (양말신다가 보다가) 인간 참~ 후졌어. 생긴 것두 후져, 하는 짓도 후져.
산쵸 : (흐뭇한 표정) 안들려요~~ 더 크게~
부록 : (버섯 빼던지며, 버럭) 넥타이 갖구와, 넥타이!!
산쵸 : (화들짝 버섯 찾아들며) 왜그러세요? 몇일 밤을 이모님 화장실 가는 소리에 잠설치시다가 그래도 어제
(흐뭇하게 버섯들어보이며) 이거 덕분에 조용하게, 푹 주무셨잖아요. 이게 버섯이라서 푹신해갖구요...
부록 : (OL, 양말로 때리며) 넥타이 갖구 오라구, 임마, 넥타이!!
산쵸 : 아 알았어요. (양말 챙기며) 이게요, 버섯이라서 푹신해갖구 아무리 눌러껴도 아프지도 않구요,
쓰고 나면 찌개 끓이면 되구, 버릴 게 하나두 없다니까요.
부록 : 하... (눈감는다)
산쵸 : (호들갑) 왜요? 어디 아프세요?
부록 : 제발 입 좀 다물게. 아침부터 자네 수다에 내 속이 울렁거리네...
씬10/ 주방 (D)
영옥 영숙 혜옥 부록, 아침 먹는데, 산쵸, 왔다갔다하며 수발 든다.
영숙 : 미자는?
산쵸 : 벌써 먹고 나갔어요.
부록 : 저... 이모님, 오늘 병원에 한번 다녀오심이...
영옥 : (휘릭)
혜옥 : 언니 어제 병원 갔었어. 애 들어선 거 갔다구 산부인과 갔었는데... (모두 동작 정지하고 보자, 덤덤) ... 꿈이랑 헷갈렸다.
영옥 : 갈날 얼마 안 남았어, 저거.
영숙 : 나 병원은 왜?
부록 : 아무래도 밤에 화장실을 자주 가시는 게...
영옥 : (OL) 늙은이 화장실 자주 가는게 무슨 병이라고.
부록 : 자주 깨다보면 잠도 깊이 못 주무시고...
영옥 : (OL, 퉁박) 늙으면 원래 잠 없어. 밥이나 퍼먹어.
부록 : ... 예.
영옥, 아구아구 먹는다.
씬11/ 할머니방 (D)
영숙, 돌아앉아 방바닥 닦으며 궁시렁대고, 영옥, 분한 듯 실눈 뜨고 앉아있다.
영숙 : 거 일하러 나가는 사람한테 아침부터... 에으...
영옥 : ... (휘릭) 좋냐?
영숙 : ??
영옥 : 너 애껴주니까 좋냐?
영숙 : 에으... 시샘은... 젊어서도 그러드니...
영옥 : (꽥) 남의 새끼 갖고 유세 떨지마 이년아!
영숙 : 에으... (나가버린다)
영옥, 열받은 듯 눈에 힘주고 손바닥으로 머리를 쓸어내리며 후... 심호흡한다.
씬12/ 동네 언덕 (D) - ENG
먼 곳을 보는 쓸쓸한 영옥. 음악 깔리면 더욱 슬퍼 보인다.
영옥 : (NA, 차분한) 동네 사람들 눈에 잘 띄는 언덕에... (앉으며) 초라하게 쪼그려 앉아... (표정) 쓸쓸하게 먼 곳을 본다...
풀샷 잡으면 언덕배기에 쓸쓸히 앉아있는 영옥. 멀리 오가는 사람들 쪽에서 보면 참 처량 맞아 보인다.
바람도 분다. 바람소리도 들린다.
영옥 : (NA) 이쯤에서... (눈물 찍으며) 눈물 한번 찍어주면... 효과 만빵이다.
사람들, 멀리서 지나가며 영옥을 힐끗거린다. ‘뭔 걱정 있으신가’ 싶지만 말은 못 부쳐보고 살피기만 한다.
영옥 : (NA, 자막) 이상, 조용히 자식새끼 욕 멕이는 방법!
음악 아웃되면서 코믹한 상황이 된다. 능청스레 처량한 척하는 영옥. 걱정스레 쳐다보며 가는 사람들.
씬13/ 카페 (N) - ENG
#미자와 지영, 빠쪽에 서서 맥주 건네 받는데, 윤아, 프레임 인 된다.
윤아 : (지친) 나두 하나.
미자 : 왜 이렇게 늦었어? (맥주 주는)
윤아 : (빠에 기대어 마시곤) 디자인 보여줄 땐 암말 안하더니 바닥 깔고 나니까 이게 아니래.
어제 하루 죙일 깐 거, 오늘 하루 죙일 뜯어냈다. 돌아버려. (마시려다 정면보고) 쟤... 경미 아냐?
모두 문쪽을 본다.
(슬로우) 경미인데, 왠 남자의 팔짱을 끼곤 실내를 둘러본다. 경미에 가려 남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셋, 똑같은 방향으로 목을 빼고 본다. 드디어 얼굴이 보이는데, 역시나 못생겼다.
그제야 안심인 듯한 미소가 번지는 셋!
지영 : (미소, E) 김종호 여전히 못생겼다...
미자 : (미소, E) 정말 다행이야...
#(슬로우 풀리고) 모두 착석한 상황에서 미자와 지영, 엄청 친절하게 둘을 대한다.
윤아 : 여긴 왠일이야, 이렇게 둘이 같이?
경미 : 여기서 피로연할까하구, 얼마하나 알아보러 왔어.
지영 : 니들 정말 결혼하는구나. 진짜 축하해.
종호 : (쑥쓰러운)
미자 : 종호 너 봉잡은 줄 알어. 경미처럼 멋진 여잘 어디 가서 잡니?
지영 : 너 결혼해서 경미 속썩이면 우리가 가만 안둔다?
종호, 쑥쓰러워서 히죽 웃는데, 그때 핸드폰 울리자 얼른 받는.
종호 : 여보세요? 어. 구형은 2년 6개월인데, 그거 갖구 실형 떨어지겠어?
셋 : (맥주 마시다가, 이건 뭔 소리래?)
종호 : 내일은 내가 재판 있으니까, 모레 어때?
셋 : (설마 하는 눈빛으로 경미를 보면)
경미 : 내가 얘기 안했나? 우리 종호씨... (뻐기듯) 판사야.
미자와 지영, 온몸에 힘이 빠지고 멍해진다. 이제까지 덤덤했던 윤아, 눈이 엄청 커진다.
씬14/ 마당 (N)
#영옥, 거실 안쪽에서 고개를 빼꼼히 빼고 마당쪽을 본다. 부록, 퇴근하는 듯 들어오자 영옥, 후다닥 사라진다.
부록, 들어가려는데
노파 : (OFF) 저, 미자 애비...
부록 : (돌아보며) 예! 안녕하셨어요?
#부록은 마당에서 동네 노파의 훈계를 듣는데, (뒤로 영옥이 걸린다)
노파 : (측은) 어머님 말야! 아까 그냥 요러~고 쪼그리고 앉아서 하늘만 쳐다보시는데... 어찌나 안 되보이시던지... 뭐 속상한 일
있으셔도 생전 입 밖으로 내시는 분도 아니고... 어머니한테 신경 좀 써. 평생 미자 애비 하나만 바라보구 사셨잖우.
영옥, 측은하고 꾸부정하게 거실을 지나가는 모습이 빽으로 걸린다.
사라졌다가 잽싸게 고개만 쏙 나와서 이쪽 보는. 엿듣는 분위기.
얼굴 사라졌다가 다시 꾸부정하게 거실을 지나간다. 또 잽싸게 고개만 쏙 나온다.
씬15/ 할머니방 (N)
영옥, 부록을 등지고 앉아 뚱하게 다락을 정리하고, 영숙, 빨래 개며 궁시렁대는데,
혜옥, 상관없이 TV보며 ‘이상하네’를 연발한다.
부록 : 어머니, 뭐 서운하신 거라도...
영옥 : 에으, 가야지... 배아파 낳으면 뭐하나, 에미 소리도 몬 알아듣고...
혜옥 : (OL, 갸웃하며 작게) 쟤들 왜 저러지?
영숙 : 에으, 철이나 들고 가려는지...
영옥 : 아들 낳아 남 좋은 일만 시키고...
혜옥 : (OL, 갸웃) 이상하네 진짜...
부록 : 무슨 말씀이신지, 좀 더 정확하게...
영옥 : 누구는 애껴주는 사람 있어 안 늙구, 누구는...
혜옥 : (OL) 이상하네... 쟤들이 왜 한방에서 자?
영옥 : (꽥) 어제 결혼했잖아, 이년아! (바로 톤 꺾여) 에으... 그저 늙으면 죽어야지.. 늙으면 죽어야돼..
부록, 착찹한 표정.
씬16/ 원룸 (N)
아무 말 없이 누워 뻗어있는 미자와 지영. 벽에 기대어 물구나무서기 하다가 뚝 떨어지는 윤아.
윤아, 둘 사이로 간다.
윤아 : (멍) 종호 걔, 판사 될 싹이 보였니?
지영 : ... 암기는 잘했어.
미자 : ... 참을성도 있었구.
지영 : ... 공정하기도 했던 거 같애.
미자 : ... 안경에 가려서 그렇지 눈도 꽤 컸구, 자세히 뜯어보면 인물도 괜찮았구...
갑자기 다들 열받아 목소리 높힌다.
윤아 : 씨이, 김종호... 내껀데 씨이! 내껄 그 기지배가 채갔어 씨이! 그 지지리 못난 기지배가!
지영 : (벌떡 일어나) 나 걔보다 착하지 않았니? 나 걔보다 공부도 잘했어.
윤아 : 난 걔보다 이쁘단말야. 하물며 난 자연미인이야!
미자 : (벌떡 일어나, 더 발악) 난 착하고, 공부도 잘했구, 길에 쓰레기도 안 버렸구, 지각 한번 안했어!
정말 착하게 바르게 살았단 말야!! 근데 왜 하느님은 그런 남잘 그런 기지배한테 주고, 나한텐 안 주냐 말야!!
(꽥) 전생에 뭔 죄를 졌기에!!
각자 위치에서 다시 고꾸라져 버린다.
미자 : (조용히) ... 기억도 못하는 전생 때문에 이런다면 정말, 억울해.
음악 흐른다.
씬17/ 미자방 (N-D) 몽타주
#음악 이어지면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프레임 인되는 미자의 얼굴. 잠이 안 온다. 다시 고꾸라진다.
#이렇게 저렇게 자세를 바꿔본다.
#꼼짝 앉는 게 잠든 듯한데, 갑자기 뺨을 막 때린다.
미자 : 자자! 자자! 자자!
#앉은 채로 날이 밝았다. 멍하고 지친 눈빛. 울상이 된다.
씬18/ 원룸 (D)
지영의 허무한 표정. 맞은 편 보면, 입으로 바람 소리를 쉭쉭 내며, 나름 멋지게 액션을 선보이는 동직.
다시 허무한 지영의 표정.
동직 : (착지 자세 그대로) 어때? 죽이지 않냐?
지영 : ...
동직 : (머쓱) 뭐라구 반응 좀 보여라? 무안하다?
지영 : (멍) 난... 공부도 잘했고... 착했는데... 왜...
동직 : 왜?
지영 : (E) 왜 널 만났을까? (우울한 표정에)
미자 : (NA) 그날 우린 모두 허무감에 빠져들었다.
씬19/ 헬쓰장 (D) - ENG
미친 듯이 자전거를 타는 윤아의 표정에.
미자 : (NA) 열심히 산 순서대로, 능력의 순서대로 좋은 남자를 만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에서 오는 허무감.
죽어라 다른 운동하는 모습에.
미자 : (NA, 점점 격앙되는) 왜 나보다 못한 애들이 결혼을 잘 할까?
갈수록 이 앙무는 윤아.
미자 : (NA, 폭발) 왜 그렇게 잘난 놈들은 나를 알아봐주지 못하는 걸까? 왜? 왜? 왜?
윤아, 으! 하며 고꾸라지면서 프레임 아웃되면서.
미자 : (NA, 침울) 허무감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씬20/ 동네 언덕 (D) - ENG
#조용한 동네 외경
#부록, 터덜터덜 가방 들고 올라온다.
#쓸쓸히 앉아있는 부록의 표정.
부록 : (NA) 부모와... 자식새끼... (여기까진 분위기 쓸쓸했다) 한꺼번에 욕 먹이는 방법.
풀 샷 잡으면 영옥이 앉은 그 자리다. 음악 작아진다. 사람들 부록을 힐끗거린다.
부록 : (NA) 나만의 핵심!
멀리 중년 부부가 손잡고 올라온다.
부록 : (NA) 다정한 중년 부부를 뚫어지게 본다. 최대한 불쌍하게...
부록, 차마 더 이상 못 보겠는 듯, 한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려 입에 모으는. 능청연기의 극치.
씬21/ 마당 (N)
영옥은 평상에서 여자(50대)의 걱정을 듣고, 부록은 거실에서 전등 갈고 있다.
여자 : 오늘 미자 아부지 그러고 있는데... (코 훅 들이키고) 내가 다 눈물이 나는 게... 말없는 홀애비 설움이 오죽하겠어요.
미자가 시집가고, 할머니 안계시면 얼마나 쓸쓸할까 싶은 게...
영옥, 씁쓸한데, 부록, 전등 갈며 아구구 허리를 잡는. 불쌍하게 보이려는 설정이다.
씬22/ 주방 (N)
미자, 멍하니 커피잔 바라보고 있는데, 영숙, 옆에서 눈이 빨개서 말한다.
영숙 : 내 오늘 니 아부지 얘기 듣구... (눈물 찍으며) 하루 죙일 울었다... 미자 너, 아부지한테 잘해야 돼...
그때 바닥을 기며 걸레질하면서 거실 쪽에서 프레임 인되어 들어오는 부록. 일어나며 어구구하며 허리 잡는다.
멍한 미자의 표정에서... 다음씬으로.
씬23/ 야외 일각 (D) - ENG
(신랑은 어깨와 팔뚝 정도만 보이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의 뒷모습에서 (경미의 결혼식 같은 분위기로 속이고),
천천히 돌아서며 환하게 웃는 미자. 꽃가루 뿌려진다. 행복해하는 미자의 표정에 옆에서 말하는 듯한 친구들의 목소리가 얹힌다.
소리 : (E) 신랑 너무 근사하다얘. / 어디서 저런 남자 만났니? / 미자니까 만났지. 정말 부럽다.
씬24/ 방송국 / 더빙실 (D)
축하하는 소음들 에코되어 이어지며 흐뭇한 표정의 미자의 얼굴, 이때
성우 : (OFF) 엎드려!!
미자 화들짝 놀라 엎드린다. 분위기 이상해서 고개들어 보면 놀라서 보고있는 성우들, 밖의 스탭들 컷컷 영화 더빙하는 상황이다.
미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당황!
성우1 : (짜증) 야! 왜 니가 엎드려어?
성우2 : (무마하려는 듯 눈치보며) 하~ 너무 연기에 몰입하신 거 아니에요? 하하하. (하다가 찌그러지고)
미자, 죽고 싶은 표정으로 일어난다.
현우 : (차갑게 비꼬며) 최미자씨! 혹시 병 있는거 아니에요? 네? 목소리 연기나 제대로 하시죠?
미자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현우 : 자! 한두번 있는 일도 아니고... 다시 갑시다!
죽고 싶은 미자 표정.
씬25/ 미자방 (N)
#책상에 앉아있는 미자. 머리에 (삔, 끈, 칠) 별짓을 다 해놨다. 멍하게 고개 옆으로 떨어뜨리고 저질스레 껌을 쫙쫙쫙 씹고 있다.
순간 가증스럽게 사랑스런 표정을 짓는.
미자 : (NA, 차분) 그래. 결혼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 (포즈 후, 격앙된) 라고 말하는 건 전부 다! 몽땅 다! 깡그리 다! 거짓말이다!
껌 막 씹다가 다시 사랑스런 표정...
미자 : (부푼, NA) 그래! 아직 기회는 있으니까, 일단 좋은 남자를... (ON, 다른 톤으로) 어디서 만나냐고요.
다시 불량스럽게 껌 씹다가 혀 깨문다. 아! 인상 쓰며 입막고 허리 젖히다가 쿵!하며 의자에서 떨어져 프레임 아웃.
#미자, 웅크리고 아픈 거 참다가, 대짜로 뻗어 소리 지른다. 폭발이다.
미자 : 아아아악~~~~
씬/ 집 외경 (N)
온동네에 퍼지는 미자의 비명소리.
미자 : (OFF) 아아아아악~~~
씬/ 회사 외경 (D)
씬26/ 엘리베이터 안 (D) - ENG
띵동 소리. (엘리베이터 타고) 돌아서는 정민. 한쪽 보고 으잉? 하는 표정이 된다.
정민의 왼쪽 앞을 보면, 미자, 막무가내로 겹겹이 껴입어 굴러가게 생겼다. 멍청하게 넋놓고 있는 미자.
정민 : (왼쪽의 미자 보다가 오른쪽의 옆사람에게 뜬금없이) 오늘 많이 춥대요?
미자 :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참는다)
정민 : (옆사람에게 미자 가리키며 나름 작게) 일기 예보 못 들었나봐요. 왠간히 껴입지. 남산만하네.
미자 : (울컥, 들이대며) 이만한 남산있으면 갖구와봐요!
정민 : (깜짝 놀랬다가, 덤덤) 비유법도 몰라요? 학교 때 공부 못했구나?
미자 : (울먹/억울) 못하진 않았어요...
씬27/ 주방 (D)
그릇에 하나 가득 담기는 고깃국.
영옥, 국 끓였던 빈냄비 옆에 높고 부록, 말없이 수저 뜨는데,
산쵸, 빈냄비 들여다 보며 뻘쭘하다가 부록 국그릇에 수저 대려는 순간
영옥 : (팔로 막곤 다른 반찬 가리키며) 사돈은 그냥 그거 들어!
산쵸 : (뻘쭘)
영옥 : (부록 앞에 국 놓으며) 어여 들어. 싱거우면 소금 치고.
부록 : 뭘 이런 걸 다...
영옥 : (돈 봉투 놓으며) 이거. 아침에 미자가 너주라고 주고 가드라. (나가는데)
산쵸 : (뚱) 뭐... 돈인가봐요? (손대려 하면)
부록 : (산쵸 손 탁 치고 봉투를 주머니에 넣곤 먹기만 하는)
산쵸 : (코 훅 들이키는)
씬28/ 동네 언덕 (D) - ENG
#산쵸, 부은 얼굴로 터덜터덜 동네를 내려온다.
#산쵸, 꿍수 있는 표정으로 씨익 웃곤, 문제의 그 동네 언덕에 쪼그려 앉는다.
산쵸 : (표정 잡으며, NA) 매형과 사돈 식구들 싸잡아서 욕 멕이는!
하는데 산쵸의 머리를 툭 미는 손!
산쵸, 엉덩방아 찧고 뭐야? 싶어 보면,
노인2 : (한쪽을 가리키며) 줄 서!
가리키는 곳 보면 노인네들 담벼락에 숨어 줄지어 앉아있다.
황당한 산쵸, 눈치 보며 일어나는. 맨 뒤로 가 앉아서 코 훅들이키는 산쵸 모습에서.
씬29/ 카페 (N) - ENG
미자(머리를 우스꽝스럽게 묶고)과 윤아, 심드렁해서 맥주를 홀짝이는데, 지영, 밝은 표정으로 들어와 앉는다.
지영 : 머리가 왜 그래?
미자 : (부은) 괴로워하는 중.
지영 : 많이 괴로워 보인다.
윤아 : 왜 불렀는데?
지영 : (살짝 미소) 니들, 진지하게 생각하고 대답해줘.
미/윤 : 뭘?
지영 : 만약에, 만약에 말야, 종호가 니들한테 청혼했다면, 니들은 종호랑 결혼했을까?
미/윤 : (멀뚱멀뚱 허공보다가) ... 아니. (표정 약간 밝아진다)
지영 : (씨익) 왜애?
잠깐 생각하다가 씨익 웃는 미자와 윤아.
미자 : (밝게) 삘이 안 오잖아.
윤아 : (밝게) 그지! 삘!
신나는 아바 노래 깔리며, 다시 신나게 술 마시며 수다떠는 모습에.
미자 : (NA) 그때 지영이는 우리의 우울함을 한번에 날려줬다. 그렇다. 우린 조건 좋은 남자를 바란 것이 아니다.
바보같다 할지라도, 아직 철 덜 들었다 할지라도, 우린 삘을 기다린 것이다.
삘오는 남자와의 연애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기 때문에.
씬30/ 야외 (D) - ENG
결혼식 끝나고 예복으로 갈아입은 나경미. 셋에게 슬쩍 속물처럼 말한다.
경미 : 피로연에서 잘 해봐. 다들 판검사니까.
경미 가자, 살짝 갈등하는 셋 약간의 눈짓하곤 어느쪽으로 가려다가 뭔가를 본 듯 바로 돌아서는,
지영 : 우리가 조건 보냐고?
윤아 : 삘! 그거 어렵거든~
윤아 : 가자! 삘 달아난다.
다시 아바 노래 깔리며 셋 힘차게 걸어가는 모습에서 F.O
씬31/ 동네 언덕 (D/ENG) - 에필로그 (스크롤)
F.I. 쪼그려 졸고 있는 산쵸.
E) 공사하는소리 .
인부1 : (OFF) 어이! 아저씨! 나와요 일루!
그 소리에 산쵸 깨보면, 그 언덕 공사 시작한다.
황당한 산쵸 표정 위로.
인부2 : (OFF) 아.. 그 사람 말귀 못알아 듣네! 위험하다구요... 나오라니까아? 다쳐요! 다쳐!
산쵸 난감한 표정으로 쭈뼛쭈뼛 나오는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