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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인의 눈썹
능선은 푸른 나방 가인의 눈썹처럼
푹신한 담요 숲길 야릇한 입가 웃음
바지를 홀랑 벗으니 깔깔대는 삼형제
* 아미산(娥嵋山 960.8m); 강원 홍천. 넓은 분지로 이루어진 북쪽에 병풍을 두른 듯 솟아있다. 산길은 갈비가 많아 푹신하며, 동선(動線)이 미인의 눈썹처럼 고혹적(蠱惑的)이다. 정상 서쪽 가까이에 있는 삼형제봉이 어쩌면 더 아름다울지도 모른다(2017. 2. 21 수정). 홍천의 절대가인이다.
* 졸저 산악시조 제 2집 《山窓》 ‘겨울 아미산’ 시조 참조. 200. 5. 10 발행 제31쪽. 당시는 아 자를 ‘峨’로 표기했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308면.
2. 대간에 핀 꽃
부르면 오는 눌재 대간(大幹)에 핀 파란 꽃
우복동(牛腹洞) 품은 꽃술 남한 땅 대길지라
잠룡(潛龍)이 승천하거늘 촌놈 따라 오르리
* 청화산(靑華山 984m); 경북 상주. 백두대간에 있으며, 봉우리는 푸른 꽃이 핀 것처럼 곱다. 조망이 시원하고, 서쪽으로 눌재가 가깝다. 산 일대는 용이 승천하려고 도사린 모습이라 한다. 남쪽 자락의 상주시 화북면 용유리 우복동(牛腹洞), 세칭 화산마을은 ‘소의 뱃속’ 형상으로 남한의 3대 길지로 꼽힌다. 풍수적 용어로 만궁형국(滿弓形局)이라 부른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406면.
3. 새 목을 비틀고
여의주 영통커다 꿈틀댄 용송(龍松) 품고
마루금 야금야금 누에 닮은 종주꾼아
새 목은 비틀지 말게 퍼덕일지 모를 일
* 조항산(鳥項山 951m); 충북 괴산, 백두대간. 새의 목을 닮은 형국이다. 기암과 계류가 좋다. 서쪽 삼송리 용송은 수령 약 600년 된, 천연기념물 제290호로 지정된 명물이다. 보통 청화산과 연결 등산한다.
* 추기(2016. 2. 25); 소나무는 2012. 8. 28 제15호 태풍 ‘볼라벤’으로 인해 뿌리 채 뽑혀 소생하지 못하고, 2014. 12. 5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됐다.(한국일보)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375면.
4. 폭포의 젓대
초목아 일어나렴 길게 누운 오지 숲
전란도 피해가는 산 속의 작은 나라
봉황이 우는 폭포에 젓대 부는 나그네
* 발교산(髮校山 998.4m); 강원 홍천 횡성. 산의 모양이 상투 같다 하여, 일명 발기봉(勃起峰)이라 부른다, 6.25 전란을 피해간 오지에 숨어 남북으로 길게 드러누운 산으로 숲이 짙다. 섬강의 발원지 절골에 있는 전체높이 약 30m의 봉명폭포(鳳鳴瀑布)가 대표경관이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191면.
5. 산신께 빌고
산향기 그윽하랴 영험한 수리바위
신령께 축원하면 설화(雪花) 더욱 만발할 걸
우거진 잣 숲 사이로 눈길 내는 산토끼
* 축령산(祝靈山 886m); 경기 가평. 잣 숲과 계곡이 좋아 자연휴양림이 있다. 산길에 멋진 바위들이 나타나 눈요기가 되는데, 수리바위가 백미다. 이성계가 사냥을 하다, 산신제를 지낸데서 유래된 말이다. 서북방향의 서리산(霜山 832m)과 쌍봉을 이룬다.
* 탈토지세(脫兎之勢); 우리를 도망쳐 나가는 토끼의 형세로 동작이 매우 재빠름. 출전 孫子(손자) 九地篇(구지편).
* 山詠 제1-556번(410면) ‘수분안명‘ 축령산 시조’ 참조.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제1-557번(410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6. 쟁패는 허망
달구벌 진산(鎭山)이지 날개 펴 오른 봉황
맘 졸인 바위길 옆 무명초(無名草)만 널려있어
쟁패는 허망하여라 미소 짓는 갓바위
* 팔공산(八公山 1,193m); 대구광역시. 주봉은 천왕봉(본명 毘盧峰)으로 방송, 통신철탑이 있다. 달구벌은 대구의 옛 이름이고, 이산이 진산이다. 비로봉(1,176m), 동봉(1,167m), 서봉(1,153m) 등 네 봉우리가 있는데, 봉황이 날개를 편 형국이다. 왕건을 도운 신숭겸 등 8인의 장수들이 이산에서 전사해 그 공을 기리기 위해 부른다고 전한다. 일명 부악(父岳), 중악(中岳), 공산(公山)이라 한다. 대구분지의 북쪽을 병풍처럼 둘렀으며, 관봉(冠峰 853m 일명 갓바위)의 석조여래좌상이 유명하다. 뭇사람이 소원을 빈다.
* 긴 역사에 비하면 일시적인 쟁패는 실상 허망한 것이다. 또한 이름 없는 풀(백성)이 있기에, 꽃(지도자)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법이다...
* 이산은 서거정이 지은 대구십영(大丘十詠) 중 제9영이다.
公嶺積雪(공령적설)-팔공산에 쌓인 눈
서거정(徐居正, 조선 1420~1488)
公山千丈倚峻層(공산천장의준층); 천길 팔공산 층층이 기이한데
積雪漫空沆瀣澄(적설만공항해징); 쌓인 눈 하늘에 가득 이슬처럼 맑구나
知有神詞靈應在(지유신사령응재); 사당 속에 신령이 있음을 알겠나니
年年三白瑞豊登(연연삼백서풍등); 해마다 서설이 내려 풍년을 기약하네(번역 한상철)
* 2017. 8. 5 자료 수정.
* 山詠 제1-579번(422면) ‘돌부처 미소’-팔공산 동봉 시조 참조.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581(424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7. 고산골 만월
실연한 옛 임이여 정든 산 둘러보라
부처가 되려거든 바위처럼 묵상하고
고산골 샘물에 뜨는 보름달을 건지게
* 앞산(658m); 대구. 남쪽에 위치한 도시자연공원이다. 우선 이름에 친근감이 있으며, 옛 이름은 성불산(成佛山)이다. 좌우로 대덕산(546m), 성북산(589m) 등과 연계산행이 가능하다. 산세는 부드럽고, 간간이 바위가 있다. 접근이 쉽고, 케이블카도 있다. 북서쪽 수성천으로 유입되는 고산골 샘물 맛과, 달빛이 좋다. 서울의 남산 같은 구실을 한다. 여기 '임'은 첫사랑, 연인, 조국, 賢士, 친구, 명문장, 삶의 길 등이 될 것이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311면.
8. 모자 쓴 여승
송낙 쓴 비구니가 산수화 그리는다
붓 끝에 피는 구름 백옥 산 빚어내니
폭포가 토해낸 은하 연지(硯池)에다 담으리
* 불암산(佛岩山 509.7m); 서울 노원구, 경기 남양주. 서울 근교의 명산이다. 불수도북(佛水道北) 4개산 종주대상산 중 하나로, 남쪽 불암폭포가 좋다. 명칭은 큰 바위로 된 봉우리가 마치 송낙을 쓴 부처의 형상이라 하여 붙여졌으며, 일명 천보산(天寶山)으로 부른다. 화강암으로 된 주봉 남쪽에는 높이 420m의 제2봉이 있다. 원래 ‘필암산(筆巖山)’이라 하여, 먹동〔墨洞〕·벼루말〔硯村〕과 함께 필(筆)·묵(墨)·연(硯)으로 지기(地氣)를 꺾는다는 풍수지명(風水地名)에서 유래되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발췌수정). 주변에 태릉을 비롯해, 동구릉, 광릉 등 왕릉이 있으며, 산상에는 성터·봉화대터가 남아 있다.
* 송낙; 예전에 여승이 주로 쓰던 모자. 송라(松蘿)를 우산 모양으로 엮어 만든다.
* 연지; 벼루 안에 옴팍 파여 먹물을 간직한 부위의 미칭(美稱)이다.
* 거장 조맹부(송)의 卽事二首(즉사이수) 중, 제2수 감상.
古墨輕磨滿几香(고묵경마만궤향) 옛 먹을 가볍게 가니 향기는 책상에 가득하고
硯池新浴燦生光(연지신욕찬생광) 벼루를 새로 씻으니 찬연한 빛이 나네
北窓時有凉風至(북창시유량풍지) 북쪽 창에 때마침 서늘한 바람 불어오니
閑寫黃庭一兩章(한사황정일량장) 한가롭게 황정경이나 한두 장 베껴 볼꺼나(번역 한상철)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 1-283번(233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9. 와룡연(臥龍淵) 홍엽
천하의 모든 단풍 이 유곡 당하랴만
길가에 놓인 석각(石刻) 떠돌이 발목잡고
와룡연(臥龍淵) 새빨간 물빛 세속망념 잊게 해
* 설악산 가야동계곡; 구곡담계곡(수렴동 포함)과 더불어 내설악을 대표하는 계곡이다. 대간 마루금인 공룡능선과, 험릉인 용아장성 사이에 있다. 단순히 행각목적으로는 들어오지 말고, 심미안(審美眼)을 가지고 들어와야 한다. 단풍 하나 만큼은 천하제일의 비경지로 꼽히며, 계류변의 희미한 암각문이 더러 눈에 띤다. 용이 누워있다는 와룡연의 붉은 물빛을 보면 홱 돌아버린다. 통천문 협곡이 눈을 찌르며, 무너미고개가 종점이 될 것이다.
* 이 계곡에 얽힌 이야기 하나 소개한다. 입구에 있는 ‘천황문’ 사연이 애달프다. “절경에 취해 잠시 가는 것을 잊고 있다가, ‘이곳은 오늘밤 머무를 곳이 아닐세!’하고 벌떡 일어나, 천황문을 떠납니다. 1979년 조난당한 사람(옛 인하공전 산악부원, 생존했다면 60세로 추정)의 무덤은 2006년 즉, 27년이 넘게 흐른 뒤 그 부모가 찾아와, 산악인 송병기 님, 수렴동산장 주인 이경수 씨와 그의 둘째 아들이 파묘를 도와 유골을 가지고 떠났습니다”(다음카페 부건우회 2015. 8. 20에서 인용).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제 1-335번(270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10. 거문오름
산못이 먹물이면 오름은 깜부기라
영주(瀛州)에 숨긴 묵옥(墨玉) 천마(天馬)가 찍은 발굽
장대비 퍼붓는 날엔 내 폐부도 검어라
* 거문오름(456.6m); 제주특별자치도(옛 이름 영주)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569-36에 위치한다. 옛 분화구에 물이 가득 차 산상호수를 이루었다. 돌과 흙이 유난히 검은 색으로, 음산한 기운을 띠는 데에서 유래하였다. 어원적으로 ‘신령스러운 산’이란 뜻도 있다. 한라산 기슭에 분포하는 분석구(噴石丘) 중 하나로서, 평면형태는 말굽형이다. 형성연대는 30~20만년전으로 추정한다. 화산체는 비고(比高) 112m, 둘레 4,551m, 면적 809,860㎡, 저경 1,188m이다. 2005.1.6 천연기념물 제444호로 지정. 2007.7.2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환경부선정 생태관광 20선(2009년). 한국형 생태관광 10모델(2010년).
*오름; 지형학적으로 단성화산(單性火山)의 한 유형이다. 대부분 화산쇄설구(火山碎屑丘, pyroclastic cone) 즉, 분석구(噴石丘, sinder cone)에 해당된다. 한라산과의 관계에서 기생화산, 측화산이라고 한다. 이는 폭발식 분화에 의해 방출된 화산쇄설물이 분화구를 중심으로 쌓여서 생긴 원추형의 작은 화산체이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도 전역에 걸쳐 분포하는데, 그 수는 360개 이상으로 알려졌다.(출처 한민족문화대과사전 외)
* 1993.11.20.~11.21 (사)서울특별시산악연맹, (사)제주도산악연맹 합동산행시 장대비가 쏟아졌다. 하늘, 물, 땅, 산, 사람이 온통 검다. 심지어 하얀 허파마저 검어진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62면.
11. 화롯불 쬐다
눈발은 흰여로(黎蘆)꽃 귓불 베간 칼바람
향내 난 숯불 화로 길손은 언 손 쬐나
군밤이 톡 튄 소리에 화들짝한 치악(雉岳)아
* 치악산 향로봉(香爐峰 1,043m); 강원 원주. 정상부는 화로를 닮았으며, 여름 등산로에 흰여로꽃이 많이 핀다. 겨울철 치악산은 바람이 매섭기로 유명하다. 국형사로 떨어지는 날머리 행구동 황골의 맛있는 엿술이 갈증을 달래준다.
* 흰여로꽃; 우리나라 전역 산지에 나는 다년초로 개화시기는 7~8월이며, 꽃은 흰색이고, 뿌리를 약용으로 쓴다. 높이 1m정도이고, 줄기 아래 잎은 어긋나며 긴 타원형으로 끝은 뾰쪽하다. 뿌리줄기는 짧고 굵으며, 실 모양으로 달린다. 여로 속(屬)은 산나물로 잘못 알기 쉬운 대표적인 독초인데, 봄나물인 원추리와 유사하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562(413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12. 청류의 단꿈
보라매 날려하니 마파람 살랑대고
산정은 쇠 울타리 에돌아 난 돌산길
청솔이 드리운 개울 민초 꿈이 달다오
* 청계산(淸溪山 618m); 서울 서초구. 관악산과 함께 서울의 남쪽을 이루며, 주봉인 망경대(望景臺) 주위에 응봉(매봉), 국사봉, 옥녀봉(582m), 청계봉, 이수봉(二壽峰) 등이 있다. 옛날에는 청룡산(靑龍山)이라 불렀다. 능선은 남북방향으로 뻗어 있으며, 사방이 비교적 완경사이다. 서북쪽 사면에서 발원한 물은 과천저수지로 흘러들며, 숲이 울창하고 계곡이 아늑해 찾는 사람이 많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544(402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13. 천문대 소경(小景)
서너치 한식경 쯤 버금간 산마루에
서류(西流)한 깊은 골물 잣향 풍긴 새벽녁
천문대 거울 안으로 내려앉는 삼태성(三台星)
* 중미산(仲美山 834m); 경기 가평. 서너치고개를 사이에 두고, 남서쪽으로 소구니산, 마유산(馬遊山 864m, 일명 유명산)과 마주보고 있으며, 북쪽으로 삼태봉(三台峰)이 있다. 반시간이면 오른다. 골이 깊고, 수림이 우거져 휴양림이 조성되었다. 해발 437m에 1999년 개관한 중미산천문대가 있는데, 지름 6.6m로 360° 회전하는 주관측실은 한국에서 3번째로 큰 돔이다. 여기 삼태성은 새벽별일까? 산일까?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382면.
14. 곰배령 초화
할매도 봇짐지고 편히 넘든 고개여
천상의 화원일까 기화요초 향긋하나
괜스레 군내 난 김치 쉰 탁배기 그리워
* 점봉산 곰배령(1,100m); 곰이 배를 하늘을 향해 벌러덩 누워있는 모습을 해 붙여진 지명이다. 웅장하지도 그렇다고 화려하지도 않은 소박한 아름다움, 누군가의 말처럼 화장하지 않은 젊은 처자의 수더분하고 맑은 모습 그대로다. 깊은 산속에서 발견된다는 금강초롱이 수줍은 듯 모습을 드러낸다. 경사가 완만하여 할머니들도 콩자루를 이고 장보러 넘어 다니든 길이다. 가족단위의 탐방코스로 좋을 뿐더러, 죽기 전에 가보아야 할 아름다운 곳으로 소개된, 5만 평의 초원지대다. 산은 일명 등벙산, 등붕산이라 부른다.
* 졸저 제2산악시조집 『산창』제 31번 점봉산의 수난-점봉산 시조 참조.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366면.
15. 사색의 길
산 안에 감춰진 골 이름도 낯설다만
호젓한 숲길 따라 사색은 안성맞춤
개천에 용 난다 해도 못 날 바엔 잠들라
* 용천봉(龍川峰 674m); 경기 양평. 속칭 화야지맥에 숨은 산으로 숲길이 조용하다. 어설픈 산(사람)은 차라리 드러나지 않는 게 낫다. 요즈음 같은 세상에 개천에 과연 용이 날까?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335면.
16. 봉사 된 육산
바위만 바라보다 봉사 된 육산(肉山)이여
한계령 칠형제가 멍게로 보인다면
십이담(十二潭) 맑은 물 길어 백태(白苔) 낀 눈 씻으오
* 망대암산(望對巖山 1,236m); 강원 인제 양양, 백두대간. 한계령과 점봉산(1,424m) 사이에 위치한 살찐 육산으로, 정상은 그리 크지 않은 바위에 흰 이끼(백태)가 듬성듬성 끼었다. 글자가 주는 의미처럼 전망이 좋은 곳이다. 북동쪽에 주전골로 유입되는 선경 ‘십이담계곡’이 있고, 한계령의 진주인 오돌오돌한 암봉 ‘칠형제봉’(암벽전문가만 오름)이 멍게처럼 맛있게 보인다. 멍게를 경남지방에서 ‘우렁쉥이’라 부른다.
* 백태; 눈알에 희끄무레한 막이 생기는 눈병. 또는 그러한 눈(사전). 흔히 백내장(白內障)이라 한다.
* 사물이나 인간을 계속 편견으로 바라보면, 그의 진짜 장점을 놓치게 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165면.
17. 철마 질주
쇠말은 기적 울려 산맥을 질주하나
감질난 약수터는 다람쥐가 목욕하니
청류에 목 씻은 화부(火夫) 기운 차려 삽질을
* 철마산(鐵馬山 786.8m); 경기 남양주. 북봉, 남봉(709.5m) 두개의 봉우리가 있다. 비록 웅장하고 빼어난 자태는 아니지만, 주위에 계곡이 잘 발달돼 있다. 주금산(813.6m)과 천마산(812.4m) 사이에 놓였다. 『대동지지』 등에 ‘검단산’(黔丹山)이라 기록되어 있다. 이를 따를 경우, 북쪽 봉우리인 검단산은 ‘검다니마을’이 주는 의미 즉, ‘검은 산’ 또는, ‘수풀이 우거진 산’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남쪽 봉우리인 구(舊) 철마산은 ‘쇠푸(파)니마을’에서 짐작하듯, 쇠를 캐는 광산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한다. 이렇게 북남 봉우리가 달리 불리어왔으나, 1910년대에 『조선지형도』를 만들면서, 철마산만 기록해 놓음으로써, 검단산이라는 이름은 절로 사라진 것으로 유추(類推)한다. 정상에는 아직도 성터(철마산성)가 남아 있고, 남봉 못 미쳐 샘이 있으나, 수량이 많지 않다. 일대는 그런대로 산줄기가 겹치고 이어져 자연요새가 구축된 셈이다. 동남서 방향으로 돌을 쌓았으며, ‘불암’(佛岩)이라는 절벽 아래 ‘장군이 철마를 타고 나왔다’는 바위굴이 있다고 한다. 긴 산 종주에 지친 산꾼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최근 인터넷을 보니,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지만, 북봉에다 ‘내마산’(內馬山)이라는 현수막을 달아놓았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398면.
18. 소양강에 진 산
된비알 올랐으니 백운이 춤을 추고
시원한 청평계곡 송어가 팔딱 뛰자
졸망한 다섯 봉우리 소양강에 멱 감네
* 오봉산(五峰山 779m); 강원 춘천. 보통 배후령에서 오른다. 백치고개를 사이에 두고 부용산(芙蓉山 882m)과 마주보고 있으며, 주위에 봉화산·수리봉 등이 있다. 5개의 암봉이 줄지어 있어 오봉산이라 하며, 경운산(慶雲山), 경수산, 청평산(淸平山)이라 부른다. 고려 중기의 문신 이자현(李資玄 1061~1125)이 숨겨둔 산이다. 중턱에서 정상까지 급경사를 이룬다. 남쪽 사면에서 발원한 계류는 청평사계곡을 이루어 소양호로 흘러든다. 인근에 괜찮은 송어회집, 음식점 등이 있어 등산 후, 여독을 풀기에도 알맞다. 대한민국의 동명이산 중,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 중부 회령천 연안에 있는 오봉산(1,329m)이 가장 높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322면.
19. 학무 추는 산
분지에 갇혔어도 당당한 저 바위봉
옥반석 계류 위로 산정(山情)이 철철 넘쳐
우아해 두 날개 펴고 빙빙 도는 두루미
* 무학봉(舞鶴峰 832m); 강원 화천. 정상 일대의 바위능선과 암봉이 마치 ‘학이 춤추는 것’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띠고 있다. 수려한 산세도 일품이지만, 사방으로 맑은 계류가 백옥 같은 반석 위로 철철 넘쳐흐르는 것이 볼만하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제1-198(181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20. 철쭉이 불 질러
둥그런 이마 보라 팔부 릉(稜) 푸른 산죽
녹차순 자라날 쯤 서편제(西便制) 구성지고
철쭉이 온산 불 질러 세이렌이 호호호
* 일림산(日林山 667.5m); 전남 보성, 호남정맥. 원래 이름은 삼비산(三妃山)이다. 철쭉단지는 100만평 가량으로 전국최대를 자랑한다. 제암산과 사자산으로 연결되는 군락지의 길이는 12.4㎞에 달한다. 이 철쭉의 특징은 어른 키만큼 크고, 매서운 해풍을 맞아 화색이 붉고 선명해, ‘보성9경중 제7경’에 든다. 봄이면 철쭉불이나 북새통을 이루지만, 가을억새도 이에 못지않다. 웅치면 일대는 녹차밭이 잘 가꾸어져 있다. 남서쪽 용추계곡은 보성강 발원지이며, 자락에 편백휴양림이 조성되었다.
* 서편제(西便制); 전라도의 서쪽지역에 전승되는 판소리 소리제. 광주·보성·나주·고창 등이 전승지다. 슬픈 계면조의 노래가 대부분이며, 정교한 시김새(꾸밈음)를 사용하고, 가벼운 발성으로 일관한다.
* 세이렌(Seiren);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은 새이며, 반은 사람인 마녀.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유혹하여 난파시켰다고 한다. 호메로스에 따르면, ‘아이아이아’와 ‘스킬라’의 바위섬들 사이에 있는, 서쪽 바다의 한 섬에 2명의 세이렌이 살았다고 한다. 나중에는 그 숫자가 셋으로 불어났으며, 사는 곳도 나폴리 부근의 이탈리아 해안이 되었다(다음 백과사전). 영어 사이렌(siren)의 어원이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472번(355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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