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余華)의 새로운 글쓰기에 대한 비판적 고찰:『형제』 속의 개혁개방 시대를 중심으로
The Critical Study of Yu Hua’s New Writing Style: Focusing on the Post-Mao Reform Era as Depicted in Brothers
중국현대문학
2008, vol., no.45, pp. 217-239 (23 pages)
위화(余华)의 새로운 글쓰기에 대한 비판적 고찰:
『형제(兄弟)』 속의 개혁개방 시대를 중심으로
1. 문제의식
1990년대 위화의 장편소설 문법에 익숙한 독자라면, 최근(2005)에 발표된 『형제』를 읽고 적잖은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다. 특히 『살아간다는 것』이나 『허삼관 매혈기』처럼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기억과 따뜻한 정을 통해 삶의 의미를 회복하고, 그것을 세계와 타인에 대한 관용으로 확장해 나가는 따뜻한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그 당혹감은 훨씬 더 컸을 것이다.
그렇다면 『형제』의 어떤 점이 독자들을 이토록 당황하게 만든 것일까? 『형제』가 이전 작품들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보다 그동안 작품 속에서 상징적인 배경으로만 다뤄졌던 중국 현대사가 이야기의 전면에 등장하고, 여기에 작가의 가치 판단이 개입되어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형제』 이전의 작품들에서 위화의 주된 관심은 현대사 자체에 대한 해석이 아니었다. 물론 그 작품들에서도 문화대혁명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것은 복귀나 허삼관의 인생 역정 속에 포함되어 있으며, 그들의 성숙한 삶의 태도를 형성하게 되는 여러 사건 중 하나로 기능하고 있었다. 이는 『형제』에서 문화대혁명이 “정신의 광기, 본능을 억압하는 참혹한 운명의 시대”라는 정치적 사건으로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러한 변화는 위화가 과거 사건을 기억하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기억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자신의 체험과 가치 평가를 통해 굴절된 것이며, 특히 현재에 대한 문제의식에 의해 재구성되는 것이다. 이는 “모든 역사는 현대사다”(크로체)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형제』에 대한 해석에서 핵심이 되는 지점은 위화가 자신이 살아가는 현재, 즉 개혁개방 시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형제』 속 개혁개방 시대를 중심으로 위화의 기억 방식과 글쓰기에서 드러나는 문제점, 그리고 위화의 새로운 글쓰기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2. 라블레와 위화
천쓰허(陳思和)는 「내가 본 『형제』의 해석」이라는 글에서, 위화의 『형제』가 동시대 문단에 던져준 충격을 평가하며, 미하일 바흐친이 『라블레의 창작과 중세·르네상스 시기의 민중문화』에서 언급한 바 있는 라블레의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이 고전주의 문학과는 전혀 다른 민중문화의 전통을 계승하여 '그로테스크한 사실주의'를 창조해냈다는 현상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위화는 『형제』 작가 노트에서 이렇게 말한다.
"『형제』의 2권, 3권을 쓰고 나서야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방식으로 썼다는 것을 알았다. 푸단대학 천쓰허의 글을 읽고서야 알게 되었고, 예전에 이 작품을 읽고 친구인 소설가 거페이에게 이런 소설을 한 번 써보고 싶다고 말한 적 있는데, 결국 실현하게 되었다."
라블레의 소설을 처음 읽는 독자라면, 이야기꾼의 끝없는 삽화, 외설적 묘사, 학문적 지식, 말장난 등이 혼란스럽게 얽혀 있어 전개를 예측하기 어려운 글쓰기 방식에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고전주의 문학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균형과 절제, 사건 중심의 구성, 사실적인 표현이 부재한 이 방식은 충격일 수밖에 없다. 라블레 소설에서는 성적인 묘사, 출산, 배설과 같은 내용도 거리낌 없이 다뤄진다.
바흐친은 이러한 특징들이 '카니발'로 대표되는 민중 축제 문화와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카니발은 종교 축제나 국가적 기념행사처럼 신분에 따라 제한되는 폐쇄적이고 공식적인 축제가 아니라, 전통적 권위나 가치 체계에 대한 풍자와 조롱이 허용되고, 신분이나 사회 규범에서 해방된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보편적 민중의 축제다.
카니발의 세계는 인간의 육체성을 긍정하며, 심지어 추한 것이라 할지라도 외면하지 않고 즐기려는 생기 넘치는 세계다. 이 세계는 절대화된 질서나 가치체계를 부정하고, 모든 것을 희화화하며, 부정적 가치마저 녹여버리는 강한 생명력을 지닌 '상대성의 세계'이다. 바흐친은 이러한 민중문화의 전통을 계승한 라블레의 소설이 인간의 몸과 세계가 긴밀하게 소통하는 육체화된 세계를 묘사한 것이라고 본다.
천쓰허는 이러한 바흐친의 이론에 근거해, 『형제』에 등장하는 여성 화장실 엿보기, 음담패설, 성적 묘사, 미인대회, 인공처녀막 수술 등 기존 문학의 관습을 벗어난 글쓰기가 등장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광두라는 주인공은 상식을 초월하는 악행과 저속한 졸부 이미지를 드러내며, 당대 사회가 선망하는 집단 무의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라블레적 요소를 지녔다고 본다.
이러한 파격적인 글쓰기가 『형제』를 5.4 신문학 이래 계몽 담론 중심의 전통에 익숙한 문단에 충격을 안겨주었지만, 천쓰허는 이를 상업적 타락이 아닌, 개혁개방 이후 물질과 육체의 가치가 지배하는 중국 사회를 그로테스크하게 반영한 새로운 문학적 글쓰기라고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대해 위화도 동의하고 있으며, 실제로 『형제』에는 분명히 라블레적 글쓰기 방식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