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동향 - 지하자원
및 지하공간의 활용
① 광물자원 탐사에 날개를 달다
현재 우리나라는 금속 광물자원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광물자원의
수입량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어, 광물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이 필요하다. 특히 광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땅속 깊은 곳처럼,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공간을 개발해야 한다. 이러한 탐광에 필요한 기술이 바로 ‘물리탐사’다. 최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탐사개발연구센터는 광물자원 탐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땅속 깊이 300m까지 탐사할 수
있는 ‘광대역 유도분극 정밀탐광기술’을 개발해 금 광맥을 발견하는데 성공한 것.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기술인 만큼, 광물자원 탐사에 더 큰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 탐사 기술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다
광산이 한창 호황기를 누리던 때는 ‘Easy Resource’의 시대였다. 단어 그대로 광물자원은 캐기 쉬운 환경이었다. 채굴하기 쉬운 지
표층에 광물자원이 존재했으며, 품위 또한 좋았다.
하지만 한정된 매장량으로 광물자원의 생산량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표
근처의 고품위 광체는 대부분 개발이 완료된 상황. 이에 따라 광물자원 개발이 ‘Extreme Resource’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광물자원이
개발하기 어려운 심부에 존재하며, 저품위 광체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러한 조건에서도 정밀하게 탐사할 수 있 는 탐사 기술이 필요하다.
탐사 기술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유도분극 정밀탐광기술(Induced Polarization; IP)’을 활용해 광물자원을 탐사할 수 있다. 하지만 기
술의 특성상 양질의 자료를 획득할 수 없으며, 땅속을 탐사할 수 있
는 심도가 천부로 제한되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KIGAM의 자원탐사개발연구센터는 ‘광대역 유도분극 정밀탐광기술(Spectral Induced
Polarization; SIP)’을 개발 하는 데 성공했다. 땅속 깊은 곳까지 정밀하게
탐사할 수 있는 기술 이다. 기술 성공뿐만 아니라, 본 기술을
통해 광산에서 금 광맥을 발견하는 성과도 얻었다.
■ 교류 전류를 활용한
탐사 기술
광산에는 다양한 금속자원이 광물 형태로 존재한다. 철·구리·니켈·아연·납 등을 금속광물이라 하며,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을 금속광상이라 칭한다. 금속광상은 그 특성상 ‘전기’를
잘 흘리며, 내부에 전기를 저장하려고 한다. 때문에 오래
전부터 땅속에 숨겨진 광물자원을 찾기 위해 금속광상이 ‘전기를 저장’하는
특성을 활용 했다. 특히 IP 탐사 기술은 ‘직류’ 전류를 땅속으로 흘려 보내 광물 자원을 탐사한다.
“대부분의 금속광상에는 황철석(FeS2)과 같은 황화광물(화학 기호 에 S 성분을 포함하는 광물)이 분포합니다. 이러한 금속광상은 전기적 특성으로 양극이 생기는 분극현상을
유도하며, IP 탐사는 바로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는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땅속으로 직류 전류를 흘려 보냅니다. 암석 속에 황화광물이
존재하면 가장자리에 분포하는 (+)극에는 (-)전자가, (-)극에는 (+)전자가 모이게 됩니다. 이때 흘려준 전류를 끊으면, (+)극에 모여 있는 (-)전자와 (-)극에 모여 있는
(+)전자는 서서히 이동하면서 전압이 감소하게 됩니다. 이때 감소하는 전압을 측정해 황하광물의
존재 및 분포 위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류 전류를 사용할 경우 고출력 전류 10A(암페어) 이상이 필요하다. 전류원이 없는 상태에서 미약한 신호를 측정하기
때문에, 탐사 깊이가 제한되는 단점도 있다. 국내에는 특히
전자기 잡음이 강하게 발생해 양질의 자료를 얻기가 어렵다. 이에 박삼규, 손정술 박사는 ‘교류’ 전류를
이용하는 방법을 강구했다. SIP 탐사 기술이다.
“교류는 그 특성상 일정한 시간마다 주기적으로 전류의 흐름 방향이 바뀝니다.
1초 동안에 전류의 방향이 바뀌는 횟수를 ‘주파수’라
합니다. 바로 이 점을 활용하죠. 땅속으로 교류 전류를 흘려줍니다. 교류 전류는 황화광물을 지날 때 흐름이 지연됩니다. 이때 흘려준
교류 전류와 측정된 전위 의 주파수 파형을 측정해, 진폭과 위상 차를 알 수 있어요. 이를 이용하여 금속 광상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현장탐사에서는 교류 전류를 200mA(밀리암페어) 정도만 사용해도 땅속 300m 깊이까지 탐사할 수 있다. 유용광물이 모인 금속광상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분포까지도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
광대역 유도분극 탐사기술개발은 국가 R&D로 수행되었다. 탐사기술은 ‘탐사 장비 개발’,
‘현장 측정’, ‘데이터 해석’의 기술이 결합해야
빛을 발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 광대역 유도분극 탐사기술을 실제 광산에 적용해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 탐사 자료를 해석하는 소프트웨어도 없었다. 그
가운데 이번 기술개발은 탐사 자료를 바탕으로 지하구조를 파악하는 역 해석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개발한 역 해석 프로그램은 (주)희송지오텍에
기술 이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남 해남 모이산과 가사도 천열수 금광상에 SIP탐사 기술을 적용했다. 그 결과 새로운 금 광맥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탐사·측정·분석
과정을 거쳐, 금광석 가채광량이 21만t(금 600kg) 에 달한다는 것을 밝혀낼 수 있었다.
■ 미래를 내다보며 착실히
준비하다
기술을 개발하고 개발한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개발된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광산 현장에서 시험 탐사를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 속에 측선을 설정해
전극을 설치하고, 탐사케이블을 연결해야 한다. 자원탐사개발연구센터
물리탐사 팀은 그 동안 삼척 가곡 광산, 제천 NMC몰랜드
광산, 정선 한덕철광, 해남 천열수 금광산 등에서 현장 탐사를
실시해왔다. 광산의 갱내에서는 항상 위험이 따랐다. 길이
없는 산속에 탐사 케이블을 설치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여름이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는 했다. 그야말로 ‘극한’의 작업이었던
것. 그리고 본 연구가 시작된 지 꼬박 5년이 지나서야 소중한
땀방울로 금보다 훨씬 더 값진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함께 참여한 기업이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성과였다. SIP 탐사기술은 이전 IP 탐사기술을
한 단계 진보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때문에 광산 시장에 새로운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앞으로 측정기술뿐만 아니라, 해석 기술까지 확보한
만큼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오랜 시간 동안 연구팀의 땀과 노력으로 탄생한 SIP 탐사기술. 전세계적으로 광물자원의 확보가 중요해진 만큼, SIP 탐사기술은
광물자원 탐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이제는 새롭게 확보한 기술을 통해, 전세계의 광산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차례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손정술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