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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산지 호숫물에 뿌리를 박고 자라는 왕버드나무 | 경상북도 청송.
기억을 더듬으니 간신히 <청송으로 가는길>
이라는 10년도 넘은 영화에서 접했던 이름이
라는게 생각난다. 주인공들이 청송교도소를
향해 길을 가던 로드무비였던걸로 기억하지만
영화내용은 이미 잊혀진지 오래고, 어딘지 몰
라도 굉장히 먼 지역인가보다고 여겼던 일만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 멀고 관심없던 청송이 불현듯 너무도 가고
픈 여행지가 되어버렸다. 이번에도 역시 영화
와 관련이 있다.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영화 속에
서 현실세계가 아닌 듯한 아름다운 '주산지'
의 사계절을 목도해버린 순간, 다음 여행지는
무조건 청송이어야 했다. |
주산지, 산 속의 신비한 호수
산 속에 위치한 인공호수 주산지는 영화 덕분에 이제 서울에서도 꽤 많은 여행객들이 찾아올만큼 유명한
여행지가 되었다. 청송의 대표적인 여행지로 새로이 자리매김 하고 있지만, 몇 달 전만해도 사진가들이
나 가끔 찾던 숨겨진 여행지였다고 한다. 찾아가는 길부터 쉽지 않은데 서울에서 약 5시간 거리로, 고
속도로, 국도, 지방도로를 모두 거치고 마지막으로 구불구불한 비포장 산길까지 올라서야 그 모습을 마
주할 수 있다.
비가 내리는 평일 오전, 이름 모를 산새의 지저귐만이 적막한 고요함을 깨트리는 주산지에는 사람이라고
는 덜렁 나 혼자뿐이다. 며칠 동안이나 오매불망 그리워한 호수와 조용하게 첫 대면을 갖는다. 만추의
주산지에는 단풍 곱던 산들도 그 아름답던 겉옷을 모두 벗었고, 호숫물에 뿌리를 박은 왕버드나무들은
이미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다. 새벽안개에 감싸인 신비한 모습도 아니고, 울긋불긋 단풍으로 치장
한 화려한 모습도 아닌 맨 얼굴의 주산지다. 언뜻 실망스러움이 베어나오려 한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부슬비까지 내리는 주산지는 스산함이 느껴진다. |
| 괴이함과 영험함이 함께 느껴지는 만추의 주산지 풍경. |
어쨌든 주산지의 히로인인 왕버드나무를 자세히나 볼 요량으로 물가로 다가서자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지
며 풍덩하고 파문을 인다. 누가 돌을 던졌나 생각하다 문득 이곳엔 지금 나 혼자 뿐임을 자각한다. 일
순 등골이 서늘해진다. 실망스러워하던 내 속마음을 저수지가 눈치챈것일까. '네깟게 감히' 하는 노여움
으로 쌩하니 날린 돌팔매 아니였나. 상상은 빨리도 나래를 편다. 이성을 찾고 찬찬히 살펴보니 파문이
이는 물가 위로 소나무 가지가 뻗어있다. 올망졸망한 솔방울도 달려있다. 아. 저거였나보다. 해답을 찾
았지만 여전히 긴장은 풀리지 않는다. 그때부터 저수지는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굳이 안내판의 해설을
읽지 않더라도 버드나무들의 굵은 몸통은 세월의 굵기를 말해주고 있다. 수령이 200년 가까운 버드나무
들은 모두 그 모습이 두개씩이다. 물 위로 하나, 물 아래 수면 위로 반사된 또 하나. 마치 사람처럼 말
이다. 몸 밖의 외모 하나와, 몸 속의 마음 하나처럼… 옛날부터 귀신 얘기에 자주 등장하는 버드나무는
밤에 보면 사람으로 착각할만큼 을씨년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더불어 귀신을 쫓을때 사용할만큼 영험
함도 함께 가지고 있다. 괴이함과 영험함. 인적없는 만추의 주산지를 감싸고 흐르는 분위기 또한 이 두
가지로 축약되어진다.
주왕산 연봉에서 뻗친 산 속에 포옥 파묻혀 있는, 길이 100m, 넓이 50m, 수심 8m의 아담한 이 저수지는
가뭄을 대비해 숙종때 지어진 인공 저수지로 300년 동안 아무리 가뭄이 심한 때라도 물이 마른적이 없다
고 한다. 지금도 인근 농가에서는 이 물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있다. |
| 주왕산국립공원 초입에 자리한 사찰, 대전사의 모습. |
주왕산 국립공원, 잘생긴 암봉이 병풍처럼 휘감긴 산
주산지가 속해있는 주왕산은 경상북도 제일의 산으로 평가받을뿐 아니라, 우리나라 3대 암산 중 하나로
불릴만큼 그 아름다움이 빼어나다. 평지에서 솟구친듯한 암봉과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져있는 주왕산
에는 울창한 송림이 한 데 어우러져 뛰어난 외관을 보여주고, 숲 속으로 들어가면 시원한 계곡과 폭포
가 만들어내는 모습이 또한 절경이다. 산불방지 기간에도 오를수 있는 연중 가능 등산로는 매표소에서
제 3폭포에 이르는 코스로 왕복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산행이 부담스럽다면, 국립공원 입구에 위치한
대전사만 들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잘생긴 7개의 봉우리를 배경삼아 아담하게 자리한 대전사에서 주
왕산의 분위기를 다소나마 느껴볼 수 있다.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한 유서깊은 이 고찰에는 보광전
의 코끼리를 탄 문수보살 벽화가 특이하며,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사명대사에게 보낸 친필
목판, 이곳에 머물던 조선시대 고승들의 부도밭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이 있다. |
| 뒷산에서 내려다본 송소고택 전경(좌). 모닥불 앞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고택에서의 가을밤(우). |
송소고택, 운치 있는 한옥에서 보내는 하룻밤
덕천마을에 들어서서 동네사람에게 송소고택을 물으니, 심부잣집이라 칭하며 길을 알려준다. 10대를 내
려오며 만석지기의 부를 누려온 심부잣집이 1880년에 지은 송소고택은 그 역사가 123년이 되었다. 종갓
집도 아니요, 심씨 문중과 연관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큰 저택을 짓고 유지할수 있던 근간에는 차
로 2시간 거리인 대구까지도 이집 땅을 밟으면서 갈 수 있었다는 말로 표현되는 심부잣집의 대단한 경제
력이 있었다. 내부만 1,700평, 뜰까지 포함하면 약 3,000평의 99칸 고택은 솟을 대문에 홍살을 설치했
으며, 큰 사랑채는 정면 5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이다. 안채는 전체적으로 ㅁ자형을 이루고 있으며 대청
마루에는 세살문 위에 빗살무늬의 교창을 달았다. 건물에 독립된 마당이 있고, 공간이 구분되어 있는 등
조선시대 상류주택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다.
둘러보고 그냥 가기 아쉬워 고택에서 하룻밤을 묵어보기로 했다. 개보수를 마친 송소고택은 지난 여름부
터 주인과 친분이 있는 박경진 사장이 위임을 받아 한옥체험 숙박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넓은 마당에
모닥불을 피우고 이것저것 먹거리를 구워주는 주인의 후한 인심에 같이 묵고 있는 여행객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엄마, 아빠를 따라온 세살배기 꼬마 여행객은 삽살강아지를 쫓아 마당을 뛰어다니고,
넓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운치에 젖다보니 가을밤이 깊어간다. |
| 청송장의 난전(좌), 제철맞은 양미리는 한줄에 2천원(중), 수십년동안 시장을 지켜온 할머니 상인들(우) |
청송장, 시골장 풍경
청송 읍네에서 5일마다 열리는 청송장은 규모가 상당하던 것이 근처에 우시장이 없어진 10년 전부터 작
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시골장의 풋풋함을 간직하고 있다. 가을의 청송장에는 마늘, 고추, 사과 등 청송
에서 자랑하는 농산물이 저렴하게 판매되고, 인접한 영덕 등에서 잡히는 어류들도 싱싱해 보인다. 수십
년째 장날이면 난전을 펴는 상인들은 대부분 할머니들. 인심도 후하고 정도 후한 할머니들에게 살 수 있
는 것은 다만 물건뿐이 아니다. 여행일이 4일과 9일이라면 이 시골장에 들러보자. 저렴하게 농수산물도
구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추운 날씨에 움츠려드는 마음도 따뜻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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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수가 솟는 탕이 14곳에 달하는 달기약수탕의 중탕(좌)과 옥탕(중). 약숫물로 요리하는 닭백숙 요리(우) |
달기약수탕, 약수와 닭백숙
청송 읍네에서 차로 5분 거리인 달기약수탕은 약수와 더불어 그 약숫물로 만든 닭백숙이 명물이다. 상
탕, 중탕, 옥탕 등 약숫물이 솟는 탕이 14개나 되는 이곳에는 더불어 닭백숙 식당만도 40여곳에 달한
다. 쇠 맛이 강하게 나는 약숫물은 철분, 칼슘과 마그네슘의 함량이 높고 위장병에 좋아, 물통에 담아가
는 여행객들이 즐비하다. 약숫물로 만든 닭백숙은 유달리 고소하고 맛이 좋은데 청송 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한가지다.
옥탕에서 물을 받던 여행객이 어찌 이리 먼 동네에서 이런 귀한 약수가 나는지를 신기해 한다. "그라
이 멀어도 사람들이 찾아오지예, 안그라믄 우리는 우예 먹고 살겠어예?"라고 대답하는 영천식당 안주인
의 한마디에 청송여행의 의의가 담겨있다. 멀어도 찾아갈만한 굵직한 볼거리가 있고, 맛있는 먹거리가
있는 곳, 바로 청송이다. |
| 송소고택의 풍경들. 숙소로 쓰여지는 방(좌), 가을 국화가 예쁜 토방(중), 귀염둥이 삽살개 칠빈이(우) |
<<유용한 정보>>
▷청송군청 홈페이지 http://cs.go.kr/
▷주산지 자세한 정보 보기
▷주왕산국립공원 자세한 정보 보기
▷숙소:
-송소고택
안채, 사랑채, 행랑채 등 한옥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숙박비는 선택하는 방에 따라 4만원~9만원 선
문의: 054-873-0234/5 www.songso.co.kr
-주왕산온천관광호텔
산행이나 관광 후에 따뜻한 온천을 겸할 수 있는 숙소.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숙박비 30% 할인혜택이 있
다. 할인 적용 후 금액은 5만 6천원.
문의: 054-874-7000
▷먹거리: 영천식당
달기약수탕 옥탕의 약숫물로 고아내는 닭백숙은 녹두를 비롯한 다양한 재료들로 더욱 고소하고 부드럽
다. 2인분 닭백숙 2만 5천원, 3인분 3만 5천원.
문의: 054-873-2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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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송 가는 길목에 위치한 안동 하회마을 | ▷찾아가는 길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에서 빠져 34번 국도를
탄다. 안동시내를 관통해 진보에서 우회전해 31번 국도로
갈아타면 청송군에 다다른다.
주산지는 청송읍에서 31번 국도로 주왕산 방향으로 가다가
914번 지방도로를 만난다. 914번 도로의 주왕산국립공원을
지나 6㎞ 정도 오르막길을 오려면, 이전리에 주산지 이정
표가 있다.
-대중교통: 서울-안동 간 고속버스, 열차 이용후, 안동터
미널에에서 청송행 시외버스로 갈아탄다(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매시간 운행).
청송읍에서 주산지까지는 먼저 주왕산국립공원으로 가,
매표소 부근의 버스터미널에서 이전리행 시내버스를 이용
(1시간 간격 운행) 안동 시외버스터미널 054-857-8298,
청송 버스 터미널 054-873-2036
▷주변 여행지: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에서 하회마을까지
는 약 18km의 가까운 거리이므로 가는 길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청송읍에서 영덕의 강구항은 약 60km 거리로 1시간
가량 소요된다.
자료제공자: 한국관광공사 사이버기자, 홍의경(이메일 info@mail.knto.or.kr">info@mail.knto.or.kr)
| 작성기준일 2003년 11월 18일
* 현지사정에 따라 정보가 변경될 수 있으므로 필요한 사항을 사전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