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방제산(梅芳齊山 776.1)은 산의 모양이 매의 형국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매방재산의 한자 이름은 매화와 관련이 있다.
매화꽃이 향기로운 것은 혹독한 겨울을 견뎌냈기 때문으로 엄숙할 제(齊)를 덧붙였다.
매방‘재’산으로 쓴 자료도 보이지만 매방제산이 맞아 보인다.
매방제산에는 봉수대가 있었지만 이미 오래 전 헬기장으로 조성되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안면산(安眠山 621.2)은 오늘 산행의 최고봉인 매방제산의 북쪽 능선상에 있다.
이름을 곧이 곧대로 살펴보면 ‘편안하게 쉬는 산’이니 안성면 사람들한테는 편안하게 다가온 듯하다.
안면산의 북쪽 덕유지맥 봉화산(烽火山)과 어둔산(魚屯山) 사이에서 산줄기 하나가 남쪽으로 가지를 치며 도치리로 내려 앉지만 중간에 구량천(九良川)이
가로막고 있어 맥이 끊어져 버린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니 안면산에서 시작되는 산줄기는 매봉재산을 지나 민지봉(548.7)에서 양악천으로 가라앉는 완전 독립된 산세다.
10km가 채 되지 않는 능선을 구량천과 양악천, 그리고 명천이 둘러싸고 있는 것.
안면산 북쪽에는 무주 ‘안성농공단지’가 자리하고 있으며, 49호선 지방도가 동서로 지나고, 동북쪽으론 안성면 소재지, 동쪽으로는
‘대전통영고속도로’가 남북으로 지나고 있다.
우리는 안성농공단지(덕유물산)를 들머리로 삼고 안면산을 오른 뒤 줄곧 남으로 뻗어가기로 하였다.
찾는 이가 드물어 잡목 우거진 거친 산길이었고, 이렇다할 조망처가 없어 답답한 산행에다 이정표와 표석하나 없으니 알바하기 딱 십상이다.
마지막 날머리 직전에서 만난 민지봉(548.7)은 아무런 자료를 찾을 수가 없었다.
주고(舟庫)마을은 양악천에 둘러싸인 마을 가운데 우뚝한 동산이 마치 돛대와 같아 ‘마을이 물위에 떠있는 돛대와 같다’하여 붙은 지명이다.
코스: 안성농공단지~임도~삼각점(599.1)~안면산(621.2)~작은암릉~매방제산~임도~임도우측능선~민지봉(548.7)~남동릉~묘지~주고경로당~지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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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km가 좀 넘는 산길을 일행과 함께 천천히 4시간 정도 걸었다.
고도표.
네비엔 안성농공단지에 있는 '덕유물산'을 찍는다. 주소는 '전북 무주군 안성면 공단로 40(무주군 안성면 장기리 1928-1).
버스가 더이상 올라갈 수 없는 곳 우측에 '반딧불' 간판과 좌측에 '초록' 간판이 붙어있다.
우리 버스는 남의 회사 안으로 들어가서 돌려 나왔고, 산길 진입은 좌측 농업회사법인 '초록(주)'방향.
돌아보면 우리 버스가 올라온 반듯한 아스팔트길.
초록(주) 회사의 펜스를 좌측 옆구리에 끼고...
포장 농로를 따라 오르면...
앞에 보이는 나즈막한 능선자락이 우리가 접근할 등로.
포장농로를 따르면 햇볕 부시는 능선이 우리가 접근할 산길.
이리저리 농로가 얽혀있지만...
분명한 능선의
우측 산길로 바로 붙는다.
이 구간엔 어린 편백묘목이 심어져 있었다.
능선에 올라서서 뒤를 내려다보니 높은 교각위로 대전통영고속도로가 지나고, 오도재터널의 쌍굴이 뚫려있는 게 보인다.
터널 우측 봉우리가 덕유지맥의 어둔산((680)이고, 그 우측으로 안성재를 지나 노전봉과 두문산을 거치며 덕유산을 지향한다.
터널 위로 살짝 고개를 내민 봉우리는 적상산이고, 우측 마을은 안성면 소재지.
임도를 만나면...
임도를 가로질러 바로 붙는다.
산죽밭 삼각점 안내판이 보이지만 삼각점(△ 599.1)은 찾을 수가 없었고...
빛바랜 안내판엔 겨우 좌표의 경도(E)만 선명하다.
그렇게 제일 뒤에서 유산(遊山)하며 걷노라니 뒤쳐진 이헌사 어른을 만난다.
이름이 안면(安眠)이니 편안하게 다가올 줄 알았으나 산정은 그저 잡목이 엉킨 숫처녀의 모습.
이헌사 어른과는 몇 번 동행한 적이 있다.
643.3봉에서 어른을 기다리며...
한마음 시그널 뒷면에 높이를 적었다.
묵묘를 지나고...
잠시후 다른 능선과 합류되면서 우측으로 조망이 열린다. 가까이 능선은 진안군과 무주군의 군계이고, 그 뒤에 솟은 봉은 국사봉 형제봉(?)이가?
더 멀리 하늘에 닿은 산맥은 노령산맥의 운장산인가?
다시 잡목사이로 신촌에서 여우내 골과 작은 소류지.
작은 암릉을 만나지만 그리 험하지 않아 잡목을 잡고 어렵사리 내려설 수 있으나 이헌사 어른은 쩔쩔 맨다.
저혈당을 만나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은 이후로 다리에 힘이 많이 빠졌다는 것.
나는 오늘도 어쩔 수 없이 이 어른과 함께 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내 안에서 크게 소리치는 내면의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야, 임마, 김복혀이~, 네 인성(人性)이 거밖에 안되나?"
‘표식을 많이 깔아 놓을 테니 조심해서 따라 오세요’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까딱까딱하고 넘어올 즈음에 내안에서 들리는 내면의 소리였다.
그건 내안의 양심의 소리였고, 죽비를 내려치며 내 영혼을 일깨우는 선자(仙者)의 깨우침이였다.
그렇게 함께하는 동행길에서 삼각점이 있는 매방제산에 올랐다.
이헌사 어른께 카메라를 맡긴 뒤 한 컷을 부탁하였더니 흔쾌히 수락하였다.
"자~ 어떻노? 삼각점까지 같이 찍었다." 좀처럼 말이 없는 이헌사 어른에게 말을 시피면 이젠 곧잘 대화가 이루어진다.
매방제산의 삼각점 안내판과...
국방부지리연구소 대삼각점. 이 표석을 파괴하는 자는 의법 처단함.
시그널에 매방제산이라고 쓴 뒤...
서명을 하였다. 그 사이 이 어른이 보이지 않아 고함을 치며 쮜어 내려간 게 그만 매방제산의 남릉으로 100여m를 진행했던 것..
아뿔사하고 다시 사면을 비스듬히 돌아 정상 궤도에 올라섰더니 버스에서 먼저 내린 권영국 형님이 뒤따라 붙었다. 어디를 다녀 왔을까?
두 분은 우리 산악회에 참여하신 분 중에서 제일 연세가 많으신 분으로 권 어른이 83세, 이 어른이 80세. 나의 로망이자 로망(老望)이다.
약 725m봉에서 곧장 남동방향 능선으로 내려서야하지만 나는 앞서간 사람들의 표식기대로 따라 나서다...
돌무더기 무덤 석축에서 착오가 있음을 인지하고, 잡목사이로 좌측 능선을 확인...
사면을 비스듬히 돌아 능선을 갈아탄다.
그런 뒤 다소 늦은 식사를 하고 이헌사 어른에게 임도에서 탈출할 것을 권한다. 그러마고 하였다.
나는 그 사이 임도 좌측 능선을 타고 민지산을 거친 뒤 내려갈 참이다.
잡목사이로 임도가 보이더니 좌측으로 푸른 잔디가 보인다. 무주 안성CC다.
임도를 만나면 임도로 내려가시라 하였더니 "능선이 더 수월하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아하, 이 어른이 계획대로 끝까지 종주하고 싶어 하나보다. "그렇지 않습니다. 길도 없고 험해요."
"임도따라 내려가세요."하며 앞서 내려섰다.
그리고 돌아보며 ‘따라 오면 안될 텐데...’라고 내심 걱정을 하였지만 계획된 등로를 포기해야 하는 산꾼의 상실감을 생각해 보았다.
임도를 내려서자마자 다시 오르는 등로.
걸음을 빨리하며 지도만 그어갈 뿐.
잡목 덩쿨지역에서 '이 산길을 헤매는 의미가 무엇인지...' 회의에 사로잡힌다.
잡목 가지에 뺨을 후려맞기도 하고, 모자와 안경이 날아 가버리기도 하는 산길을, 발자국도 남기지 않고 일행들 모두 떠나버린 산길을 홀로 걷는다.
- 산 길 ♪ -
산길을 간다 말없이 홀로 산길을 간다
해는져서 새소리 새소리 그치고
짐승의 발자취 그윽히 들리는
산길을 간다 말없이
밤에 홀로 산길을
홀로 산길을 간다
고요한 밤 어두운 수풀 가도 가도 험한 수풀
고요한 밤 어두운 수풀 가도 가도 험한 수풀
별 안 보이는 산길은 어두운 수풀
산길은 험하다 산길은 험하다
산길은 멀다 ♬
<작사, 양주동 / 작곡, 박태준 / 소프라노, 신영옥>
우측으로 근육질의 능선은 장수군, 능선 너머는 진안군. 무주를 포함해서 ‘무진장’으로 불리며 우리나라에서 오지 중의 오지로 불리는 곳이다.
우측으로 돌아보는 매방제산과...
이헌사 어른이 내려간 꾸불꾸불 임도.
묏자리를 지나면...
잠시 소나무 식생.
민지봉 직전 안부에선 방금전 멧돼지가 목욕을 하고 지나갔고...
길이라고 해봤자 잡목을 헤치는 정도.
민지봉에서 일행들의 꽁무니를 물었다. 가파른 남릉을 피해 남동쪽 능선을 권유하곤 민지봉 시그널을 걸고...
서명을 하였다.
부지런히 앱을 확인하지 않으면 금방 엉뚱한 곳으로 빠지기 십상.
일행들과 함께 남동릉으로 내려서다...
끄트머리에서 좌우로 갈림길을 만나면 이제 능선고수는 의미도 없어...
좌측 묘지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선다.
잘 손질되어있는 묘지에서...
잘록한 고개로 올려다 본다. 이 잘록 안부는 아까 멧돼지 목욕탕이 있는 안부.
가족묘지 아래로 내려서면...
포장 농로.
농로 끄트머리 고개마루에 비석이 보인다.
포장농로를 내려서다...
우로 돌아보는 능선 끝자락.
주고리를 내려다 보며...
주고경로당이 보이는 곳에서 주고교를 건넌다.
주고교를 건너면...
주고경로당.
버스가 여기까지 들어올 수 없었나 보다.
<클릭하면 원본크기>
죽마고우길 안내판엔 매방재산이라고 적혀있다. 이름이니만큼 정확해야 하는 것이지만 자료마다 제각각이다.
‘齊’자가 문제다. ‘제’로도 읽히고, 또 ‘재’로도 읽히니... 쯥.
주고마을 안내판에는 돛대와 관련되어 있지만 본래 지명은 주고(酒庫)로 숙고지(수꾸지)라 불리웠다.
숙고지는 '술고지'가 변형된 것으로 '술창고' 또는 '술도가'를 뜻한다.
마을과 군계를 이루는 장수군 계북면 원촌마을에 관원들의 숙소로 사용하던 완경원이 있었는데, 이곳을 찾아오는 관원이나 귀한 손님에게 쓰일
술을 담가서 보관하기 위한 도가(都家)가 있던 곳이라 하여 주고(酒庫)라는 지명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한 이름이 지금은 양악천 위에 돛대처럼 솟아 있다고 주고(舟庫)라고 부른다고...
우리 버스는 장축이라서 주고마을회관까지 들어올 수 없었단다. 그래서 큰길에까지 이동.
여기에도 주고교가 또 있네.
양악천을 건너지 못해 우측 옆구리에 끼고 돌아 가다보니 전면에 우람한 산세 ...
당겨보니 남덕유산 삿갓봉인 듯.
그 좌측으로 얼마전에 올랐던 시루봉과 명천안산.
살짝 당겨보니 좌측이 976.9봉이고, 뒤로 뽈록 솟은 봉이 시루봉.
세번 째 주고교엔 이름판인 동판이 모두 뽑혀 나갔다. 누군가 뽑아서 팔아 먹었나보다. 저쪽에 우리 버스가 보인다.
다시 돌아보는 시루봉과 뒤오 남덕유산 자락.
다시 당겨 보았다.
우리 버스가 대 있는 곳은...
지소담.
이헌사 어른은 임도 좌측 능선으로 나의 꽁무니를 물고 뒤따라 붙었다가 되돌아 내려왔다고 한다.
전국의 산을 다 훑고 다닌 왕년의 날린 산꾼이지만 세월의 장막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는 것.
술을 한 모금도 드시지 않는 어른이 버스에서 나에게 권하는 음료 한 잔.
입에다 살짝 갖다 대 보았다. 이게 무언가?
상황(桑黃)버섯으로 담궈 기분좋게 권했으니 그게 바로 신선들이 마시는 불로주(不老酒)가 분명할 터.
첫댓글 넘 수고했습니다 황홀하게 끔 설명에 도취되었나 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