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 시절에 전문인 선교에 관한 꿈을 가지게 되었다. 대학원에서는 그 꿈이 동남아의 대학교에서 교수직을 하면서 캠퍼스에서 복음을 전하는 것으로 좀 더 구체화되었다. 박사학위를 마친 후에 해외 연구소와 국내 기업에서 근무하면서 전문인 선교의 길을 모색하며 기도하던 중에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 주셔서 NUS(싱가포르국립대학교)에 교수로 가게 되었다. NUS에서 10년 동안 캠퍼스 사역을 하면서 나름대로 보람과 열매가 있던 중에, 주께서 다시 한국으로 부르심을 느끼고 2007년도에 카이스트 교수로 부임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한국의 캠퍼스로 돌아온 이후에 학교 안을 걸어 다니다 보니, 내가 학생이었을 때 와는 다르게 학교 안에 많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나는 기회가 되는대로 학생들을 붙들고 같이 성경공부 하는 것이 일상적 습관이 되어 버린지 오래라서, 그 외국인 유학생들과 함께 하는 성경공부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영어 성경공부를 한다고 공지를 했더니, 영어로 성경을 배우고 싶어하는 한국인 학생들도 함께 모이게 되어서, 우리의 모임은 처음부터 한국 학생들과 외국인 학생들이 함께 모이는 모임이 되었다. 그 모임을 진행하다 보니, 참석하던 외국인 학생들이 예수님을 영접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성경공부에 참석하는 것으로만 만족하지 말고, 지역교회에 출석하면서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하라고 권면하였다. 그런데 그 외국인 유학생들은 실제로 자신들이 다닐 만한 교회를 주변에서 찾기가 어렵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끼리라도 예배를 드리자고 해서 학교 안에서 주일 예배를 시작한 것이 KIC(카이스트국제교회, KAIST International Chapel)의 시작이었다. KIC는 이제 곧 15주년을 맞게 되고, 지금은 카이스트 가까이에 있는 충남대 학생들도 참석하게 되어서 현재는 KCIC(KAIST-CNU International Chapel)라는 이름으로 100여 명의 학생이 매주 모이고 있다. KCIC 에는 외국인 유학생과 한국 학생이 함께 모여서 모든 것을 함께 한다. 외국인 학생과 한국인 학생의 비율은 6:4 정도 된다.
나는 주위에서 우리 KCIC 공동체를 외국인 학생을 섬기는 공동체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말 속에는 우리 한국인들의 영적 우월감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학생은 우리의 섬김을 받는 대상이거나 선교의 대상이고 우리는 섬김을 베푸는 자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직히 이번 <신앙과 삶>의 특집 주제인 ‘외국인 유학생, 선교의 기회인가 교육의 위기인가’라는 표현도 처음 보았을 때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외국인 유학생은 우리의 선교의 대상도 아니고, 한국 대학 교육의 위기의 징후도 아니다. 그들은 그냥 우리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일 뿐이다. 내가 가르쳐야 하고 사랑해야 하는 제자들일 뿐이다. 그들을 진정으로 우리 학교 구성원의 일원으로, 우리 교회 공동체 몸의 일부로 생각할 때, 그들은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열고 복음을 온몸과 온 영혼으로 받아들임을 나는 오랜 기간의 캠퍼스 사역을 통하여 목도해 왔다.
한국에서는 많은 이들이 ‘International’이란 말을 한국을 제외한 다른 모든 나라들의 의미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것은 틀린 생각이며, 우리 자신을 객관화시키지 못하고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본다. ‘International’ 속에는 당연히 한국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KCIC에는 당연히 외국인 학생과 한국인 학생이 구별 없이 모이고 있다. 필자도 이들에게 아무런 차별 없이 성경을 가르치고 영적 훈련을 시키고, 공동체의 일들을 맡기고 있다. 즉 KCIC 공동체는 한국인이 외국인을 섬기는 구조가 전혀 아니다.
이 공동체 속에서는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서로 섬겨야 한다. KCIC에는 설교를 해 주시는 신학교 교수님들이 있긴 하지만, 전임(full-time) 사역자가 없기에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맡은 일을 해 주어야만 공동체가 돌아간다. 그래서 학교에서나 사회에서 항상 이방인이거나 열외 취급을 받던 외국인 학생들이 이 공동체에 오면 주인공처럼 느끼기 때문에 교회 공동체에 깊은 소속감이 생기고, 마침내 그리스도의 몸 일부로 자라간다. KCIC에서는 매년 10명 가량의 학생들이 세례를 받는다. 올해도 중국 1명, 나이지리아 1명, 인도네시아 2명, 필리핀 1명, 멕시코 1명, 말레이지아 1명, 한국 3명 이렇게 10명의 학생들이 세례를 받았다. 참 다양한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다. 이들은 앞으로 KCIC의 혹독한 신앙훈련 프로그램을 수년간 거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졸업 후에는 각 나라에서 설혹 교회가 없는 지역으로 가게 되더라도, 스스로 공동체를 만들어서라도 영적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하는 목표를 가지고 영성 훈련 및 신학훈련을 하게 된다. 이 일은 외국인 유학생을 선교하는 일이 아니라, 그냥 다음 세대의 복음 사역자를 길러내는 일일 뿐이다. 십자가는 이미 모든 막힌 담을 허물었기 때문이다.
첫댓글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서로 섬기는 공동체~참 좋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