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외로움을 그릴 수 없어
-전원 일기 . 33
고 재 복
한 무리의 참새떼들이 뜰안으로 몰려와
나무 가지가지에 앉아 한참을 노래하다가
수학 여행 왔다 가듯 모두 사라졌는데
그중 한 마리 2층 창가에 남아 서재를 기웃거리다가
그림 연습하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너 어찌 홀로 남았느냐
쓴 약보다 달콤한 속삭임을 좋아하는
무리가 싫더냐
과정보다 결과만 따지는
무리가 싫더냐
아직은 내 그림 실력이 모자라
홀로이기를 고집하는
네 자존심을 그릴 수 없어
홀로 되어 비로소 평온해지는
네 속마음을 그릴 수 없어
쓰러질 듯 결코 쓰러지지않는
가냘픈 네 두 다리는 그릴 수 있겠지만
아무리 서러워도 눈물을 보이지않는
네 작은 눈망울은 그릴 수 있겠지만
여럿속에서도 늘 홀로 되는
네 외로움을 그릴 수 없어
*** 무리가 다 떠난 뒤 홀로 남아 쓸쓸한 참새는 바로
'전원일기'의 주인공 자신입니다. '과정보다 결과만
따지는/ 무리'를 떠나 '홀로이기를 고집하는' 삶이 왜
외롭지 않을까만 그 외로움을 아무도 '그릴 수 없어'
더욱 외롭습니다. (월간문학 2005.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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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방
840 고재복의 [네 외로움을 그릴 수 없어]
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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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17 00:0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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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여럿속에서도 늘 홀로 되는 네 외로움을 그릴 수 없어 나는 오늘도 머리를 싸매나 봅니다.
외로움도 때론 자신에게 성숙함을 가져 주더군요. 사랑이라는 따뜻한 단어도 알게 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