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에서
박찬호가 보여줬듯, 야구 경기의 승패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역시 투수다. 투수와 관련된 아리송한 궁금증 몇가지. 첫째,
타석에서 투수 마운드까지의 거리는 왜 60피트6인치(약 18.44m) 로 정했을까. 처음부터 이런 묘한 숫자는 아니었다. 19세기 중반 미국
에서 야구가 시작될 당시에는 알기 쉽게 45피트였다. 그러다 1881년엔 50피트로 늘어났다. 활발한 공격야구를 위한 조치였다. 이후 투수가 공
을 오버핸드로 던지는 것이 허용되자 강속구에 대한 대응이 다시 필요해졌다. 그에 따라 1893년 지금의 60피트6인치로 연장됐다. 간단하게 60
피트로 하지 않고 왜 번거롭게 6인치를 덧붙였는지 확실치 않으나, 애초 구장 설계도에 60피트0인치라고 써있었던 것을 시공자가 잘못 읽어 그렇게
됐다는 설이 꽤 유력하게 전해진다. 둘째, 왼손잡이 투수를 사우스포(South Paw)라고 부르게 된 유래. 초창기 야구장은
타석에서 볼 때 투수 마운드가 동쪽이 되도록 하는 것이 관례였다. 오후 경기에서 타자가 투수로부터 날아오는 공을 잘 보려면 해를 등져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수는 서쪽을 보게 되고, 그 경우 왼손잡이 투수의 손은 자연히 남쪽을 향하는 까닭에 사우스포라 부르게
된것이다. 셋째, 삼진(스트럭 아웃)의 약칭을 K로 쓰는 이유. 'Kill(죽이다)' 에서 오지 않았나 추측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야구경기 기록에는 많은 약부호가 동원된다. 초창기 교범은 1, 2, 3루를 각각 A, B, C로 표기하고, 그 밖의 용어들은 영어
단어의 앞 글자 또는 뒷 글자를 따 쓰도록 했다. 홈베이스나 플라이아웃은 첫글자를 따서 H와 F로 표기했다. 땅볼은 Bound의D, 파울은
Foul의 L, 삼진은 Struck의 K 등 뒷글자를 썼다. 뒷글자를 쓰는 경우는 첫 글자가 같은 용어들 사이의 혼동을 피하 기 위해서였지만,
헷갈릴 염려가 없는 삼진의 약칭을 S로 하지 않고 굳이 K로 한 이유만은 분명히 밝혀져 있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