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서울에서 장장 5시간을 걸려.. 불빛하나 없는 이 부연동 계곡을 들어오기 까지는 아슬아슬 깍아지른 듯한 절벽길을 넘어야 한다.
비까지 제법 세게 긋고, 안개가 자욱한 밤이라 좀처럼 무서움이 가시지 않았다.
만일 훤한 대낮에 이 길을 넘었다면 아마 더 무서웠을지도 모르리라...
다행히 그는 몹시~도 운전을 즐기는 데다가 능숙하다.
내일부터 시작될 공식적인 OZ캠핑 2주년 행사를 위해 이곳에 왔다.
아직은 넓다란 야영장에 드문드문 몇개의 텐트만이 간간히 불빛을 밝히고 있을 뿐이었다.
일주일만에 보아도 언제나 반가운 이들과 밤이 이슥하도록 곡주를 앞에 두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이럴때 나누는 이야기는 저 멀리 바깥세상에 두고 온 이야기면 안된다.
소소하고, 정겹고, 때로는 몰랐던 서로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여야만 한다.
그밤 밤새도록 비가 무섭게 내렸다.
엄마 살아생전 그토록 말썽을 피워, 강가에 모신 엄마무덤을 두고, 걱정이 되어 밤새도록 개굴개굴 울었다는 청개구리처럼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텐트를 타닥타탁 두드리며 노크를 하는 빗소리는 어쩌면.... 이국에서 듣는 먼 북소리와 닮아 있다.
어두움이 가시고, 간간히 빗줄기가 내리는 새벽의 야영장은 퍽이나 싱그럽다.
밤새 불어난 계곡물은 우렁우렁 남대천 하류를 향해 빠르게 달려 간다.
연어가 올라오는 계절이었다면 이 남대천을 따라 내려가 그 녀석들을 만나러 가자고 졸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소박한 아침을 먹고 동네 마실을 나선다.
발리에서 쓰는 인니어로 산책을 잘란잘란 이라고 부른다.
항상 그 어감이 좋아 발리로 여행을 떠나 호텔밖으로 나설 때면 호텔스텝들의 "어디 가니?" 하는 물음에는 늘 "잘란잘란"
우리 다정히 손잡고 부연동을 잘란잘란 하러 가자.
우리보다 먼저 잘란잘란 나선 부지런한 유유자적님의 아름다운 자전거가 신작로를 거슬러 우리곁을 지나간다.
또 멋쟁이 두분의 아침산책은 뒷모습마저 상쾌하네.
"우리 어성전으로 드라이브가자!!"
"응?"
그는 들어 온 길이 아닌 반대길로 드라이브를 나서고 싶어 안달이 났다.
길이 항상 그를 부르는 모양이었다.
부연동을 경계로 양양에 속한 어성전리는 산이 성처럼 둘러쌓인 마을로 물고기가 많이 나서 마을이름이 유래가 되었단다.
그곳으로 이르는 길은 비포장으로 덜컹거리지만 아름답단다.
어성전리 동네의 작은 구멍가게 아저씨는 참 순박하게 마을이름 유래와 이곳이 여름에 얼마나 물놀이에 좋은지 자랑이 한참이시네^^
부연동으로 돌아오는 길.
유명하다는 가마소 약수터에서 부터 가마소 트레킹을 나선다.
부연동은 곳곳에 아름다운 야생화와 곱게 심은 집꽃들이 유려하다.
다른 곳에서는 이제 보기도 어려운 향기가 그윽한 모란이며, 초롱꽃이 지천이다.
끝을 헤아릴 수 없이 넓은 산기슭에는 산나물농장이 터를 잡고 있다.
이제 제철을 맞은 향긋한 곰취는 아침이슬에 아른아른 초록빛이 곱다.
삼척의 덕풍계곡처럼 깊고, 수량이 엄청난 소가 숲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다.
철분이 강한 계곡물 덕분인지 설악의 소들처럼 푸른빛은 아니지만, 가마소는 충분히 인상적이다.
곳곳에 소규모로 비박을 할만한 좋은 터들이 많아 다음번에 다시 온다면 가마소곁에서 야영을 해도 좋을 터이다.
여러 사람들의 수고와 참여로 즐거운 시간들이 이어진다.
갑자기 생긴 마법의 마을처럼 로장골 야영장은 어느새 알록달록 새로 지은 집들로 가득 찼다.
비가 온 탓에 쌀쌀해진 숲의 공기는 화목난로에서 피워 오르는 연기만으로도 푸근해졌다.
삼삼오오 모여서 바베큐와 음식을 나누고, 히말라야 오지인 랑탕에 사는 어린이들에게 전해줄 물품을 위해 치뤄진 경매는 기부를 한 사람도 물품을 낙찰받은 사람도 모두모두 행복하게 맘껏 웃으며 즐기는 시간이 되었다.
참... 선한 사람들!!
이후로 기쁜날에는 빠지면 안되는 OZ캠핑 생일떡과 축하주가 이어지는 밤의 시간들...
다시 새날이 밝았다.
오늘은 다시 두고 온 세상으로 돌아가야 할 마법의 시간이 풀리는 날이다.
서운한 얼굴로 모두에게 다시 만날 시간의 약속을 나눈다.
아무리 열심히 손을 흔들어 보아도 이별은 늘 서운한 일.....
서울로 향하는 차는 잠시 양양의 지경해수욕장에 멎는다.
내가 그를 몰랐던 오랜 과거의 시간....
갓 스물의 그는 이곳에서 다른 청년들처럼 철모를 쓰고 군복을 입고 나라를 지켰단다.
여자에게 군대이야기 만큼 별재미없는 이야기는 없지만, 젊었을 그를 상상하며 이야기를 나붓나붓 들어준다.
그의 얼굴은 군대이야기를 할 때면 다소 상기되는 듯^^
아이고...역시....남자들이란....ㅎㅎㅎ
더 많은 글과 사진은...
블로그 <물꼬기's on the road> http://blog.naver.com/eonmi_blue
첫댓글 제가 너무 야영장에만 있었나봐요...주변이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놓치다니...
두분 너무 보기 좋아요....
그리고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늘 한결같이 행복하세요...쭈~~욱~~~~~~~~~~~~~~~~~~~~~~~~~~~~~~~~~~~~~~~~~~~~~~~~~~~~~~~~
담에는 캠핑장 동네마실도 함께 다니세요^^
ㅎㅎ 물고기 자리님 올만에 뵈서 넘 반가웠구요.. 체어 스토리님도 만나뵙게 되서 반가웠습니다. 글구 알콩 달콩 두분모습 보기조아여.. ^^ 참 신발은...
실종된 신발은 역시 돌아오지 않았어요^^ 저도 올만에 뵈서 엄청 반가웠어요.
물고기자리님 후기는 언제나 잔잔히..생각하게 합니다..^^
베낭님은 가장 솔캠을 솔캠답게 즐기시는듯요. 저도 솔캠하는 그 여유 배워야겠어요.
혼자 떠난 여행이었다면 저 곳들 다둘러보고도 남았을텐데 ... 둘이 떠난 여행이어도 더 좋은 곳을 보고 왔을텐데.... 좋은 분들과 여렇이 함께한 "혼자" 이기에 그저 자리잡고 놀다만 왔네요... 이거 염장 같은데요... 담에 꼭 둘이 가야지....아이고 허리야...부럽습니다...
시보레님은 짝꿍생기시면 어마어마~하게 잘해 주실듯.. 하실 것도 많고 먹여 주실것도 많고, 어떤 분이 되실지 부럽사옵니다^^
지경리 해수욕장.. 제 나와바립니다... ㅋㅋ
동해치고는 바닥이 완만해서 아이들 데리고 자주 찾는 곳이죠... 갯바위에서 낚시 할곳도 있고...
그러게요. 동해답지 않게, 해안선도 완만하고...날이 더워서 물에 풍덩하고 싶더라니깐요.
물고기자리님 후기 좋아하는데..알아뵙지 못하구 스쳐만 지난듯...아쉽네요..조용히 말씀하시는거 들었다면 왠지
맘이..따뜻하구 편안해 졌으리라.......
그러게요. 의외로 많은 분들과 인사를 못나눠서 저도 서운해요. 다음에는 꼭 인사나누세요.
빨리 발고쳐 물고기자리님 손 잡고 잘란잘란 해야지~~~
체어님이 샘나려나?
당근 환영!! 잘란잘란 그닥 안좋아하는 체어스토리님은 캠핑장에 황소아빠님과 함께 장비이야기하라고 떼어 놓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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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수!! 나중에 카풀 또 해준다는 약속잊지마요. ㅎㅎ
이번에도 어김없이 물고기자리님의 명품 후기 올려 주셨네요~ *^^* 잘 보았어요~ ^^
잘생기신 체어스토리님 얼굴~ 큰사진으로 보니 더 좋은데요~ ㅎㅎ 제가 블로그에도 댓글 달아 놓았어요~ ㅋㅋ
늦게라도 달려오는 그 폭풍열정 멋지십니다.ㅎㅎ
아이고,,,역시 남자들이란...ㅋㅋㅋ
글쵸? 아마 믿을윤님도 때때로 그렇게 생각하실걸요^^
저희 텐트에서 가깝게 계시던 분이셨군요...행복해 보여서 더 아름다웠습니다. 빨간 쉘타에 멋진 포스까지...
가깝게 계셨는데, 인사도 제대로 못나누었네요. 담에는 주변 이웃도 자알 살피겠습니다. 담에는 인사나누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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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쿠~ 연식충만^^해도 이렇게 어여쁜 말씀 해주는 포비님은 역시 착하오!! ㅎㅎㅎ
깔쌈(^^;;)하고 재치있는 입담과 마음도 따뜻하신 물고기자리님..~~^^
자주자주 뵙길....~^^*
네.. 민이짱님과 함께 자주자주 뵈어요. 그날 경매에서 연신 짱님 선물 사주시는 모습에 아주 감동이었어요. 전 경매비 제가 냈습니다. ㅎㅎㅎ
몰고기자리님, 부연동 산나물 농장.. 바닷가 두분이 오붓하게 잘란잘란 하였네요.. 잘란잘란이라는 소리가 왠지 두 분한테 잘 어울려요.
정수기님 믿을윤님 한테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이번에도 제대로 이야기 한마디 못나누어서 아쉬워요. 다음에는 꼭 이야기 나눠요.
물고기자리님의 멋진 감성후기 잘 보고 갑니다..
요리사님을 곁에 둔덕에 맛난음식도 잘 먹고..두루두루 행복했어요^^
저희는 늘 낭만이장님과 후기님 덕분에 두루두루 즐거워요. ㅎㅎ
물고기자리님 간만에 보게되어 즐거웠습니당...옆에서 알콩 달콩 깨볶는 냄새 땜시롱 잠을 설쳤다는...
담에 물고기자리님도 맛난 갈비탕 부탁드려요...ㅎㅎㅎㅎ
저희가 깨를 볶아봤자 원조 닭살커플인 수피/마늘님만 하겠습니까요.ㅎㅎㅎㅎ
ㅎ 닉이 넘 이뻐요,,물고기자리^^ 넘 보기좋아요 후기글 사진 잘보고감니다,,
날으는 물고기님도 저와 함께 물꼬기꽈시군요. 반갑습니다.
저 물꼬기님 펜크럽 가입 할랍니다!!! 반했어요~~
저도 파란달님 뒤에 줄섭니다^^ 다음에는 이번처럼 두런두런 이야기로 밤을 새워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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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님 못뵈서 서운했어요. 다음에는 꼭 얼굴보여 주실거죠?
이번 휴가때 어머님 모시고 부연동으로 갈려고 합니다.
가는길이 어떨런지요 진고개 쪽으로 깔려고 합니다 차는 스타렉스 7인승 2륜 구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