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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8.12 화요일
까까머리 아들녀석 306보충대로 들여보내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돌아오는 길은 가슴에 돌덩이를 안고 숨죽여 눈물흘리느라 의정부에서 부산까지 무슨 정신으로 내려왔는지 몰랐던 암흑의 길이었더랬습니다.
신교대 및 자대 배치까지 3일간의 시간은 다시 돌이키고 싶지 않은 피말리는 시간이었지요.
내심 306에서 갈수 있는 꿀사단이라는 55사단, 17사단이 되기를 기도하며 3일을 보낸 뒤
8.15일 금요일 1시 떨리는 마음으로 문자를 기다리고 있는데...
남편 폰으로 딩동~ 문자알림음이...
남편을 재촉해 확인을 하는데 옆에서 보던 제눈엔 얼른 5자가...
반가운 마음에 55사단? 했더니 옆에서 남편이 신교대 자대 모두 5사단인데...
머릿속엔 오로지 숫자 55와 17만 넣어 두었었기에 5사단은 당췌 듣도 보도 못한 사단...
얼른 인터넷을 뒤져 찾아봤더니... 경기도 연천 서중부 전선 최전방 열쇠부대...ㅠ ㅠ
그날 얼마나 넋놓고 울었던지...
따뜻한 남부지방에서 겪어보지 못한 추위와 최전방 GOP...
5사단이란 걸 알고 실망했을 아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 견딜수가 없었더랬습니다.
겨우 진정을 하고 5사단 신병교육대대를 검색해서 찾아온 열쇠신병교육대대 카페...
선배님들이 올리신 아들과의 만남 후기를 읽으면서 쏟아낸 눈물은 또 얼마였던지...
하지만 매일 매일 연애편지 쓰듯이 아들에게 편지 쓰면서 나름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 갔으며
한껏 의젓해진 아들녀석 답장을 보면서 모처럼 웃음 짓기도 하면서
카페를 들락날락거리기 시작한지 어언 5주가 훌쩍 넘어 드디어 오지 않을 것처럼 아득했던 수료식이 코앞으로 다가오더군요...
수료식을 기다리며 준비하던 그 며칠은 마치 수학여행을 며칠 앞둔 사춘기 소녀의 마음이 이럴까요? 얼마나 설레던지.....
2014.9.23일 화요일 수료식
수료식전날 직장생활을 하는 저는 23일 하루 연가를 내고 퇴근 시간에 맞춰 퇴근하면서 가슴이 콩닥콩닥...
전날 일요일에 미리 사놓았던 재료들을 꺼내어 이것 저것 음식을 장만하는데...
전 제 손놀림이 이렇게 가볍고 재빠른지 처음 알았다는~ 음식하면서 느낀 제 감정은...음..행복하다...지금까지 음식하면서 이렇게 행복 했던 적이 있었을까요? 정말 행복했습니다.
아들 녀석 좋아하는 전 몇가지 굽고, 반찬 몇가지, 펜션에 가서 끓일 찌개 거리, 고기에 곁들일 야채들까지 씻고 다듬고 하다보니 12시가 훌쩍 넘었더라구요.
저희는 부산에서 출발해야하고 남편과 저의 직장때문에 하루 전날 떠날 수도 없는 관계로
병영버스를 예약해 두었었는데, 부산에서 2시 출발하는 버스...
얼른 샤워하고 전날 미리 싸둔 가방 점검, 아들 입을 편한 옷, 속옷, 로션, 썬크림, 클린징크림, 립밤, 카페에 올라온 아들 팀 사진을 비롯한 몇장의 사진들, 초코바를 비롯한 과자 조금, 1,000원짜리 지폐 50,000원, 훈련소 가자마자 떨어뜨려 고장났다는 시계를 대신해서 산 지샥 시계, 그리고 소화제....대충 가방에 들어가야 할 물건들은 다 챙겨진것 같아 뿌듯 뿌듯~
다음으로 아이스백에 들어가야 할 음식 넣고 아이스백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것은 따로 장바구니에 챙김, 일회용 그릇 들은 설거지 시간 절약을 위해 준비하면 좋다는 선배님들의 TIP이었는데 정말 굿 아이디어였음요~
다 챙겨진 가방을 메고 들고 발걸음 가볍게 버스 타러 출발...
버스 타기로 한 곳에 도착... 정확하게 2시 5분에 버스 탑승완료...
드디어 아들이 있는 연천으로 go go... 중간중간 몇군데서 차례차례 부모님들이 탑승..
참 많이도 들르더군요...ㅠ 하지만 모두가 5사단 신병교육대 동기부모님들이라 괜히 친근한느낌이... 이중 울 아들과 같은 소대 부모님들도 계시리라 생각하니 혹시 누구의 부모님들이 같은 차에 탔을까 생각해 보게 되더라는~(사실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인편 게시판에서 익숙해진 훈련병 이름들이 괜히 오래전부터 알아온 아들 친구 이름인양 저혼자 친근해 하고 난리~ㅋ)
눈을 감고 잠을 청하니 그제서야 정신없이 음식하고 챙기고 한 뒤끝의 피로가 확~
하지만 쉽게 잠들지는 않더라구요~306에서 신병교육대까지 6주간의 일들이 파노라마 처럼스쳐 지나가면서 온몸에 전율이....
옆에서 남편은 잠들었는지 조용히 눈감고 있고,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들 눈은 감고 있는데....아마도 그날 버스에 탄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쉽게 잠들지는 못했으리라...
깜빡 깜빡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하며 두 번의 휴게소를 들른 후 시간은 흘러 경기도 동두천, 연천이라는 표지판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다시 가슴이 콩닥콩닥....약간 차가 막히듯이 서행을 하기 시작한지 30여분... 9시 10분경...드디어 너무나도 낯익은 상승 열쇠부대 정문이 눈앞에 딱...괜시리 코끝이 찡해오기 시작하며 눈물이... 부대안으로 들어가서 상승교회 주차장에 버스는 서고 모두들 하차...연병장을 비롯해 건물들을 눈으로 쭉 훓어보는데... 처음 와본 곳이지만 마치 오래 알아왔던 곳처럼 너무나도 익숙해 포근함마
저 느껴졌답니다.
벌써 상당히 많은 부모님들이 오셔서 수료식 대형을 살펴보고 아들 잘보이는 곳으로 자리잡고 계시더라구요. 저희도 얼른 대형 확인하고 자리잡기 완료...남편에게 아들 생활관도 둘러보고 5주간 훈련 영상도 보여준다는 강당으로 잠시 갔다오자 했더니 짐도 있고 저만 보고 오라해서 저만 갔습니다. 생활관이 있는 건물로 갔더니 1층에 있는 다른 중대 생활관 하나를 개방해 놓았더라구요. 군대는 군대더군요. 칼같이 정리되어있더군요. 모포에 각이 딱~ 신발들이 간격과 줄이 딱~ 조교 한분과 소대장님 한분이 안내도 해주시고 설명도 해주셔서궁금한거도 여쭤보고 잘 둘러보고 나왔답니다. 연병장쪽에서 연습이 시작된거 같아 영상은 패스...카페에 올라오면 보기로 하고 연병장쪽으로 뛰어갔지요.
와~ 사진으로 보던 광경... 반듯하게 대형을 갖추고 수료식 연습을 하고 있는 장병들을 보니 또다시 코끝이 찡... 얼른 아들을 찾아 얼굴을 보니 검게 그을린 피부와 각이 잡힌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영락없는 군인의 모습...장하구나 아들...멋지다 아들... 마음으로 말하는데 주체 할 수 없는 눈물이...안되는데... 아들 앞에서 눈물 보이지 말아야 할텐데... 군악대와도 맞춰보며 몇 번의 연습을 더 한 후에 잠시 휴식(휴식을 취하는데도 흐트러짐 하나 없더라는~)
드디어 10시 반 사단장님이 탄 차가 도착하고 수료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식 순서는 정확하게 기억이 안납니다만, 식이 시작되고 얼마 안있어서 이등병 계급장 수여식이 있더군요. 아들을 향해 다가가는데... 또 눈시울이... 부모님도 만나기전 몇몇 장병들은 벌써 눈시울이 붉어져 있더라는...남편이 먼저 아들을 안아주고 드디어 제가 아들을 딱~ 울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울 아들이 제 등을 토닥거려주더군요... 아들이 내민 이등병 계급장을 남편이 아들 가슴팍에 딱 붙여주고 나니 남편과 제 가슴에 아들 녀석이 카네이션 뻿지를 달아주네요. 부모님께 드리는 100가지 감사의 편지와 함께...뭉클..정신줄 놓고 있다 계급장 달아주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놓지 못해 할 수 없이 다시 계급장 달아주며 찰칵... 부모님들은 모두 제자리로... 사단장님의 훈화말씀이 끝난뒤 사단가(?)를 부르는 것을 끝으로 수료식은 모두 끝... 같은 소대원들과 사진 몇장 찰칵... 콜택시 불러서 펜션으로 go go...
택시안에서 휴대폰 정지 풀고 펜션에 도착하자마자 군복탈의하여 옷 갈아입히고 아들 좋아하는 전부터 내놓았죠. 맛있다며 잘 먹네요... 일부러 아침은 두세숟갈 먹었다며..훈련소 음식도 먹을만하지만 역시 엄마표라며 맛있게 먹어주는 녀석이 짠하더라구요. 아들이 친구들에게 전화하고 있는 사이 얼른 쌀 씻어 밥 안치고 고기 구울 준비완료... 고기 구워 먹으며 아들과 원없이 대화나누었네요.
5주간의 훈련소 에피소드...짧은 편지에서 못다한 말들을 들을 수 있어 정말 좋았답니다. 정말 멋진 소대장님, 친하게 지낸 훈련병들, 사격, 수류탄, 각개전투, 행군이야기까지...
아들 좋아하는 꽃게, 전복 넣어 해물 된장찌개 끓여 밥까지 먹고 나니 2시가 약간 넘었더라구요.. 그때부터 시간은 초 스피드로 흐른답니다. 아들은 폰에 코박고 페북이며 카톡이며 열나게 하고 중간 중간 전화하랴 전화받으랴 정신없습니다. 남편은 설거지는 본인이 할테니좀 쉬라고 배려하네요. 접시며 컵은 일회용으로 준비해갔지만 냄비며 불판이며 이런 설거지거리를 남편에게 맡기고 아들 옆에 앉아 가만히 얼굴을 들여다 봤답니다. 애귀애귀 했던 얼굴이 한달새 제법 상남자 티를 내고 있더라는~
잠시 아들 옆에 앉아 얼굴 좀 쳐다보고 폰에 코박고 있는 아이에게 소화제 먹이고 중간 중간 몇마디 물어보고 답 듣고 나니 벌써 4시를 넘겨 주문했던 피자가 도착...펜션 사장님께 부탁해 주문한 피자는 유명 메이커는 아니었지만 나름 먹을만했답니다.
그러나 역시 많이 먹지는 못하더군요. 치킨은 고기 많이 먹어 못먹겠다고 시키지 말라 해서 안 시켰었는데 시켰으면 그대로 남겼을 뻔~ 과일 좀 먹고 초코바도 하나 먹고 나니 5시가 넘었더군요...ㅠ.. 폰에는 벌써 늦지 않게 귀대시켜달라는 소대장님의 당부 문자가...흑... 배가 불러 저녁은 못먹겠다해서 준비해간 김치찌개는 패스... 선배님들의 조언에 따라 조금씩 준비했는데도 남더라는~
콜택시를 불러 5시 50분에 펜션에서 출발~ 6시 조금 넘어 망향 비빔국수앞에서 하차... 벌써 많은 장병들이 귀대중...아들과 같은 소대 동기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천천히 아들과 손잡고 걸어 들어가며 엄마가 열심히 기도하고 있으니 좋은 선임 만날거라며 울 아들도 앞으로 후임들에게 좋은 선임되라며 다독거려 주었네요. 울 아들 씩씩하게 대답하며 걱정마시라고 위로하더라구요. 상승교회 앞에서 기간병들이 시간이 다되었으니 장병들은 빨리 복귀하라며 재촉하고 남편과 저는 다시한번 아들을 꼭 안아 주었답니다. 울컥했지만 참을 수 있었답니다. 306에서 아들의 눈에서 초조와 불안을 보았다면 이번에는 뜨거운 태양아래 훈련받으며 영글어진 다부짐과 자신감을 보았으니까요... 면회 할 수 있는 가장 빠른시간 안에 면회오겠다니 신병위로휴가 12월쯤이면 나오니까 그 먼 부산에서 오시지 말라는 아들녀석...절대 그럴 수 없다며 자대가면 상황 파악해서 면회 가능한 가장 빠른 시기 알려달라고 신신 당부했답니다. 그리고 아들은 다시 동기들과 발맞추어 생활관으로 향하고...짠하고 대견하고 장하고...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한참을 서성이다 귀대에 다소 늦어 헐레 벌떡 뛰어오는 장병들까지 아들 보듯 바라보다 버스에 올랐답니다. 돌아오는 길은 그리 무겁지 않았습니다. 아들에 대한 믿음과 군에 대한 신뢰가 생겼으니까요.....
2014년 여름~ 가장 치열하게 연병장을 달구며
이제는 뿔뿔이 자대로 흩어져간 14-13기 10중대 장병들~
그대들이 흘린 땀방울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군복무 기간내내 무사무탈하시길...
전역하실때까지 모두들 자신의 위치에서 꿋꿋하고 멋지게 임무완수해내리라 믿습니다.
14-13기 10중대 장병들~퐈이팅~~!!
끝으로 후기글로 감동주시고 도움주신 모든 5사단 신병교육대 선임맘 & 팟님들~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선배님들이 계셨기에 버틸 수 있었던 5주였답니다. 감사합니다...단결~~!!
ps) 저희 아들 이병 조서현은 36연대로 배치 받아 다음주 GOP로 상승한답니다.
처음부터 바로 GOP 근무라 걱정되고 떨리지만 아들이 괜찮다니 괜찮은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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