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다 vs 스럽다
진정성의 미학
진정성(Authenticity)의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사자성어는 회사후소(繪事後素)이다.
여기에서 繪는 그림 회, 사는 事 일 사, 후는 後 뒤 후, 소는 素 흴 소로 그림 그리는 일은 흰 여백이 있는 것을 전제로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속 뜻은 모든 일에는 본질이 있는 연후에 꾸밈이 의미가 있다는 공자(孔子)의 말씀이다.
자신의 본질을 꾸밈을 통해서 제대로 잘 드러낼 때 쓰는 말이 "답다"이다. 살아가며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는 "너답다"이다. 본질에 대한 깨달음을 가지고 이것을 구현하는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반면 "스럽다"는 본질은 없는데 꾸밈만 존재하는 카피일 경우에 사용한다. 참 너스럽다라는 이야기는 사람들이 나에게 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욕이된다. 본질이 무엇인지도 모를 뿐 아니라 실제 본질에서도 벗어난 삶을 살고 있다는 디커플링 된 삶에 대한 경고이다.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검사와 의사라는 두 전문가 직군을 놓고 실험을 해보면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다. 의사스럽다 의사답다라는 말을 만들어보면 의사답다보다 의사스럽다라는 말이 부자연스럽다. 일반인들이 인식하기에 의사직군에는 비교적 본질에 충실해서 사는 분들이 다수라는 의미이다. 이번에는 검사답다 검사스럽다를 비교해보면 검사스럽다가 더 자연스럽게 들린다. 검사직의 본질에 충실하게 사는 검사다운 검사에 비해 검사직군의 대부분 사람들은 본질에서 벗어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일반의 현실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실제 회사후소가 안 되는 특정 직군을 젊잖지만 쎄게 욕하고 싶으면 이 직군 말미에 "스럽다"라는 말을 붙여서 일반이 쓸 수 있도록 전파시키면 된다.
뛰어난 젊은이들이 검사처럼 부정적 이미지가 지배적인 직군을 열망할 이유가 없다. 우수한 인재가 영입되지 못하면 직군이 가졌던 사회적 지위도 점점 하락할 것이다. 어떤 직군에 스럽다가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것은 그 직군 선배들의 책임이다. 후배들이 이 선배들의 지저분한 파티의 설거지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자신의 직군에 붙어다니는 스럽다라는 주홍글씨가 어느 순간 이 집단의 구성원 모두가 짊어져야 할 멍에가 된 것이다.
진성 리더들을 리더다운 리더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리더십의 본질인 목적을 각성하고 이 각성을 삶에 실현시켜 구성원들과 함께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진성리더는 자신의 본질에 해당하는 인품을 기반으로 리더십의 스킬을 무장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리더십 스킬은 인품에 기반해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변화를 위해 협업할 수 있는 우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의 기반이 된다.
리더로의 본질인 품성도 갖추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리더십의 다양한 스킬로 무장한 사람들은 유사 휘발류와 비슷한 유사리더이지 진성리더는 아니다. 유사리더들은 이 스킬로 이용해서 자신의 이득만을 취하는 사람들이다. 유사리더는 리더다운 리더가 아니라 리더스러운 리더이다.
본질을 제대로 구현하는 다움의 삶을 사는 사람이 이 다움을 스스로 주체적으로 완성하는 측은한 노력을 보일 때 사람들은 멋 있다라는 말로 칭찬한다. 이 멋이 발현되고 지속되어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삶이 완성되었을 때 그 삶을 아름답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사람들과 어울려가며 답다에서 시작해 멋있다로 전환하고 아름다움으로 종결되는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진성리더이다.
우리도 우리 내면의 품성을 완성해주는 자신에 대한 본질적인 스토리도 구축하지 못한 상태에서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꾸밈에만 연연해 왔다면 우리도 진정성 있는 다움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 삶은 나다움의 본질을 주체적으로 구현하는 멋스러운 삶일까?
나다움을 구현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세상에 변화도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삶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