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장으로 넘어갈 차례입니다. 2장의 도입부분인 5절까지 적어보겠습니다.
<초한전> 제2장 5절 [워게임이란 새로운 방법론] / pp.106-140.
두 저자는 서두에서 두 가지 전제를 제시한다. 이후로 이어질 <초한전> 2장의 내용은 아래의 전제들을 염두에 두고 독해할 필요가 있다.
1) 군사기술의 혁명이 곧 군사혁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군사혁명은 그것의 기초를 마련해주는 군사기술뿐만아니라 군사사상의 혁명까지 귀결되어야 최종적으로 완성된다. 이때, 군사사상은 작전양식과 방법을 의미한다.
2) 오늘날 국가안보의 위협은 국가뿐만 아니라 그 외의 조직와 개인들로부터도 유래되며, 영역과 수단의 차원에서 군사뿐만 아니라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생태 등 모든 영역에서 유래된다. 그러므로 현대전쟁의 승리는 군사적 수단에만 의지하여 달성될 수 없다.
본론에 들어가기 이전에 짚어두고 갈 지점이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제2장 5절의 소제목이 왜 '워게임(War Games)이란 새로운 방법론'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제목의 '워게임'이라는 기표가 지시하는 기의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가상의 전시상황을 설정하는 군사훈련 방식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전쟁에서의 게임이론Game Theory in Warfare을 의미하는지 분간이 안되기 때문이다. 만약 전자라면 애초에 소제목이 그 내용과 전혀 동떨지게 선정된 것이고 후자라면 한국어판의 오역이다. 중국어 원서의 목차를 보면 제2장 5절의 소제목은 '第五章戰爭博弈的新著法'이라 표기되어있으며 영문판 목차에선 'New Methodology of War Games'으로 표기되어있다. 필자가 보기엔 한국어판에서 소제목이 오역된 것으로 보이는데 두 저자가 의도한 실제 의미는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1).
두 저자는 우선 표준모델로 여겨지는 미국의 현존 군사사상 그리고 그 군사사상이 상대해야 할 현존 안보환경의 현실에 대해 논한다.
두 저자는 미국의 군사사상을 두 개의 요점으로 요약한다. 미국의 군사사상은 모든 국가간의 분쟁은 양측 군대간의 교전으로 귀결되므로 군사적 수단을 모든 국가간 분쟁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전제하며, 그로인해 미국의 군사사상은 군사영역에 국한된 채 새로운 군사기술의 응용에 주목한다. 또 하나의 요점은 새로운 안보환경에서 전통적 의미의 군사위협의 비중은 감소하고 비군사위협의 비중이 증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에는 새로운 안보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통일된 전략과 범부처적 지휘조직이 부재하다(#2).
그리고 두 저자는 새로운 안보위협들의 특징으로 무규범성과 탈경계성을 지목한다. 모든 현대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기위해 각자의 입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국제규범을 준수하거나 위반하지만, 국제규범의 존재와 필요성 그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그에 비해 안보의 위협요소로 새로이 등장한 모든 조직과 개인들(아래부터 '비정부존재Non-Government Presence'로 서술)은 국제사회가 승인한 모든 규칙과 경계들을 무시하거나 파괴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해커들은 거리낌없이 주요 정부기관을 해킹하고, 신테러주의자들은 현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지지와 자금을 확보하며, 조지 소로스와 같은 금융 투자자들은 자금력을 기반으로 각국의 금융시장을 유린한다. 그리고 이러한 비정부존재들의 행위로 인한 현대국가의 정치 · 경제 · 사회 등에 야기되는 피해는 전통적 의미의 전쟁에 의한 피해에 못지않으나, 국경과 규범에 의해 구속받아 그 대응이 단조로운 현대국가는 이들에 대한 대응에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두 저자는 이러한 새로운 안보환경에 부합하는 새로운 군사사상의 단초로써 '수단의 조합'과 '조합의 법칙'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한다. 두 저자는 시대를 불문하고 전쟁수단을 '잘 조합한 자가 승리한다'고 주장한다. 그저 과거에 군사적 성공을 좌우한 요소는 칼, 방패, 창, 소총, 야포와 같은 병기의 조합에 달려있었다면, 현대에선 병기의 조합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의 모든 수단의 조합으로 확장되었을 뿐이다. 두 저자는 이 대목에서 '잡종교배 우세'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필자에겐 이러한 두 저자의 표현이 최근 언론에 노출이 잦아진 '하이브리드 전쟁'이라는 용어의 시발점으로 보인다.
그리고 두 저자는 '수단을 어떠한 법칙으로 조합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하여 이렇게 자문자답한다. 수단을 조합하는 법칙은 '모든 수단들의 덧셈'이나 정치적 · 역사적 · 문화적 · 도덕적 굴레를 뛰어넘는 확고한 군사사상(#3)에 기반하여 유효성과 참혹함을 구현해야한다. 많은 사람들이 전법을 사람을 죽이는 방법이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으나 진정 전법이 구현해야하는 지향점은 대상에 대한 유효성과 피해의 참혹함이다. 유효성과 참혹함을 구현하는 방법이라면 그 어떤 형태의 그 어떤 수단을 조합하건 상관없이 활용하라.
이러한 차원에서 <초한전> 본문에 예시된 온갖 종류의 전법과 세가지 유형(군사 - 초군사 - 비군사)를 일일히 나열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실제로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수단들을 파악 및 활용하여, 대상에 대한 유효성과 피해의 참혹함을 구현하는 것이다. 본문에서 마키아벨리에 대한 두 저자의 견해가 조금 언급되긴하나, 유효성과 참혹함을 구현하기 위해선 그 어떤 수단도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초한전'은 21세기의 마키아벨리즘이라 말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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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혹시 제2장 5절의 원제인 '第五章戰爭博弈的新著法'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신다면 감사드리겠습니다!
#2.
미국 바이든 행정부 초기 익명의 작성자에 의해 'The Longer Telegram : Toward a new American China strategy'이라는 문건이 작성되었으며,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행정부처 및 모든 당파 그리고 동맹 및 파트너들과의 전일적 접근(Holistic Approach)이 주장된 바 있다.
https://www.atlanticcouncil.org/content-series/atlantic-council-strategy-paper-series/the-longer-telegram/
#3.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기에 '군사'사상이라고 서술하기에는 조심스럽다. 왜냐하면 그 이유가 어찌되었건 모든 영역의 모든 수단들을 동원해야하는 행위를 군사영역으로 한정지어 범주화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사상보다는 차라리 전쟁의 철학Philosophy of War내지 전쟁의 기법Art of War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사실 '초한전'을 관통하는 주된 테제는 병사를 부리는 병법(兵法)을 넘어서서 전쟁 그 자체를 구사하여 승리를 달성하는 전법(戰法)을 구상해내라는 주장이다. 즉, 병법(兵法) ≠ 전법(戰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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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ILyxH2mClEc?si=DjGmJ8QyTk_7A6Iw
ЭЛЕКТРИЧКА
통근열차
Я вчера слишком поздно лёг, сегодня рано встал.
난 어제 늦게 잠자리에 들었지만, 오늘 일찍 일어났어.
Я вчера слишком поздно лёг, я почти не спал.
난 어제 늦게 잠자리에 들었어, 잠을 거의 자지 못헀어.
Мне, наверно, с утра нужно было пойти к врачу,
아마 난 아침에 의사를 보러 가야 했겠지만,
А теперь электричка везёт меня туда, куда я не хочу.
지금 엘렉트리치카는 내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나를 데려가고 있어.
Электричка везёт меня туда, куда я не хочу.
엘렉트리치카는 내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나를 데려가고 있어.
Электричка везёт меня туда, куда я не хочу.
엘렉트리치카는 내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나를 데려가고 있어.
첫댓글 戰爭博弈的新著法 - 독음은 '전쟁박혁적신저법'이군요. 게임이론(Game theory)이 중국어로 박혁론(博奕論)입니다. 신저법은 구글 검색에서는 '새로운 방식, 방법' 등으로 나오네요.
이런걸 요약해보면 전쟁박혁적신저법은 '게임이론에 근거해 해석한 전쟁의 새로운 방법론' 이라고 해석하는 게 적절해 보입니다. 영문판의 'New methodology of war games'가 훨씬 나은 해석인 듯합니다만, 독자가 war game이라는 말을 '게임이론에 근거한 전쟁 해석방법'으로 인지하지 못한다면 이것 역시 충분히 잘 된 해석은 아닌 듯합니다.
역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워게임이 아니라 게임이론이라는 의미로 봐야겠군요. 사실 5절 제일 첫 페이지 1번 각주에서 게임이론이 언급되어서 '이거 게임이론을 의미하는거 아닌가'라고 추측했는데 언급해주신 博奕論의 용례를 보면 맞는거 같습니다. 영문판 제목으로 읽는 서구권 사람들도 많이 오독할거 같네요.
다만, 여전히 저자들이 왜 이런 제목을 선정했는지 의구심이 남긴 합니다. 게임이론은 결국 '특정 상황들속에서 인간이 보이는 반응패턴 및 이성적인 선택지 그리고 그 이유'로 요약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막상 본문을 보면 '게임이론'이라는 단어는 1번 각주를 제외하면 아예 언급이 안되고 인간의 반응패턴이나 그 이유에 대한 서술도 아예 없습니다. '승리하려면 이것저것 수단을 섞어봐라. 미군도 안하더라'는게 한국어판 본문의 내용입니다.
흠... 역시 <초한전>은 공개버전과 비공개버전이 따로 있던지, 아니면 두 저자들이 제시하는 방법론에서 게임이론의 측면이 진정 중요한 노하우이자 디테일이기에 고의적으로 본문에서 빼버린거 아닌가란 의심이 드네요.
@cjs5x5 게임이론은 특정한 상황에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지를 분석하는 이론 그 자체이긴 하지만, 그 게임이론을 응용하면 정말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지요.
예컨대, 저는 국제 비즈니스 협상에 대한 외부강사 초청 교육에서 게임이론이 접목된 협상전략을 봤습니다. 명시적으로 게임이론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요. 제 눈에도 보일 정도면 게임이론이 매우 깊숙하게 접목된 것이었으리라 짐작합니다.
국가간의 외교는 비즈니스 협상보다도 훨씬 넓은 범주의 일을 훨씬 깊게 다루어야 하는 분야지요. 비즈니스 협상에도 게임이론이 깊숙히 개입되는데 외교에 게임이론이 반영되지 얺는 게 더 이상한 일일 겁니다. '초한전'은 말만 전쟁일 뿐 국가간의 관계 그 자체, 그리고 그 관계에 임하는 국가의 단•중•장기간에 걸친 총체적 전략 전체를 다루고 있습니다. 게임이론을 도입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겁니다. 게임이론은 심리와 사회 전반을 수학적으로 분석하게 해주는 강력한 도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