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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산 전망바위에서 남쪽 전망, 가운데가 공작산, 그 뒤는 오음산
春風如遠客 봄바람은 먼 곳 손님과 같아
一歲一相逢 한 해에 한 차례 만나네
澹蕩原無定 맑고 넓어 원래 정함이 없지만
悠揚似有蹤 유양하여 그 자취가 있는 듯하네
暗添花艶嫰 가만히 꽃의 고움 더 보태 주고
輕拂柳絲重 늘어진 버들가지 가볍게 스쳐가네
獨惜吟詩客 홀로 애달파서 시 읊는 나그네
還非昔日容 지금은 옛날 모습 아니네
――― 정도전(鄭道傳), 「춘풍(春風)」
▶ 산행일시 : 2015년 4월 4일(토), 오전에는 맑음, 오후에는 흐림
▶ 산행인원 : 16명(영희언니, 버들, 자연, 스틸영, 일진, 악수, 대간거사, 상고대, 사계, 도솔,
도~자, 해마, 산소리, 승연, 무불, 메아리)
▶ 산행거리 : 도상 16.7㎞(1부 8.7㎞, 2부 8.0㎞)
▶ 산행시간 : 9시간 44분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
06 : 30 – 동서울터미널 출발
08 : 06 – 홍천군 두촌면 괘석리(掛石里, 掛夕里) 수태, 산행시작
08 : 56 - △593.8m봉
09 : 24 - 암릉 암봉
10 : 05 - 고석산(高石山, △832.7m)
10 : 22 - 쉬인재(영수령永水嶺)
11 : 22 - 922m봉
11 : 34 - 삼족산(三足山, 930m)
11 : 40 - △918.4m봉
12 : 27 - 장가터 아래, 용소계곡 트레킹 시작지점 주차장, 1부 산행종료, 점심
13 : 23 - 2부 산행시작
14 : 00 - 능선마루, 637m봉
14 : 26 - 임도
15 : 10 - 백우산 주릉, 전망바위
15 : 24 - 백우산(白羽山, △894.7m)
16 : 12 - 매봉(866m)
17 : 03 - 648m봉
17 : 24 - 임도
17 : 50 - 임도 안내판, 산행종료
1. 백우산 정상에서, 뒷줄 왼쪽부터 사계, 스틸영, 악수, 버들, 대간거사, 상고대, 해마, 승연,
도솔, 일진, 앞줄(앉은 이) 왼쪽부터 메아리, 자연, 도~자, 무불, 산소리
▶ 고석산(高石山, △832.7m), 삼족산(三足山, 930m)
조금 때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이만하면 상춘(賞春)이라 하여도 무방하다. 아침 공기가 쌀쌀한
듯하면서 상쾌하다. 맹호연(孟浩然, 689-740)은 봄잠에 취했지만 우리는 봄잠 분연히 떨치고
일어난다. 고래로 봄이면 널리 회자되는 맹호연의 「春曉(봄 아침에)」(‘曉’는 ‘새벽’보다는 ‘아
침’으로 새기는 것이 더 잘 어울린다)다. 엊그제 비바람 몰아친 일기까지 똑 닮았다.
春眠不覺曉 봄잠에 취해 날 새는 줄 몰랐더니
處處聞啼鳥 여기저기 새 지저귀는 소리 들리네
夜來風雨聲 밤새 비바람 치는 소리 들렸는데
花落知多少 꽃잎은 또 얼마나 떨어졌을까
5년 전 그해 가을에 우리는 장여울(長灘)을 들머리로 잡고 산기슭 ‘담배 끊는 콩’이라는 팻말 위
쪽으로 올랐다. 오늘은 차로 더 들어간다. 산모퉁이 돌기 전 수태마을 근처다. 수태마을에는 예
전에 수타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한다(공작산 기슭에는 수타사(壽陀寺)라는 절이 있다). 수타동
(水墮洞) 혹은 수대동(水垈洞)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수태 지명이 이에 비롯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늘 산뜻한 산행코스를 창작하는 상고대 님은 혹 산불감시원이 있어 등산을 막을지도 몰라 애가
탄다. 근처에 ‘입산금지’ 등의 팻말이나 금줄이 보이지 않지만(설마 이곳까지 와서 산을 오르리
라고 어느 누구도 생각지 못할 것이다), 어서 입산하라고 채근한다. 산기슭 묵밭 지나 절개지 가
장자리 생사면 잡목 성긴 데를 골라 오른다.
곧 통통한 지능선 잡고 잣나무숲을 지난다. 인적이 흐릿하다. 능선 주변은 무육(撫育) 간벌하였
지만 진달래는 일부러 남겨둔 것 같다. 봄 계절만큼 저만치서 피어 있다. 진달래꽃은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화판이 쭈글쭈글할뿐더러 화색 또한 선명하지 않아 군락이면 모르되 개개 꽃을 접
사하기에는 그리 썩 모양이 나지 않는다.
진달래는 내게 안 좋은 추억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중학교 입학시험 국어과목에 ‘다음의 시조는
무엇에 대하여 읊은 것인가?’라는 단답식 문제가 있었다. 내 일찍이 뜻하는 바가 있어 초등학교
졸업하고 2년간 외도를 하였는데 처음 보는 시조라서 그새 국어교과서가 바뀐 줄 알았다. 답을
써내지 못했다. 노산 이은상의 「진달래 」였다.
수줍어 수줍어서 다 못 타는 연분홍이
부끄러 부끄러워 바위 틈에 피다
그나마 남이 볼세라 고대 지고 말더라
2. 수태마을 조금 지나서
3. 절개지 왼쪽 가장자리로 생사면을 오른다
4. 진달래, 군락 아닌 개개 진달래는 사진발이 잘 안 받는다.
5. 진달래, 사진은 역광이라고 했다
6. 진달래
7. 진달래
한 피치 올라 이른 입산주 탁주 마신다. 산릉은 더욱 쌀쌀하겠다 금방 화색이 돈다. 산행은 배낭
무게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내 배낭무게 줄이려고 얼른 술병 꺼내놓는다. 용소계곡 물소리가
온 산골이 다 울리게 우렁차다. 그렇지만 물빛은 여간 혼탁하지 않다. 간밤에 큰비 내렸는가 의
심했는데, 이런 기사가 눈에 띈다. 현수교를 아직도 놓고 있는 중이 아닐까?
“겨울에 눈이 내리면 산의 형세가 마치 흰 새가 날개를 편 것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백우산.
그 자락을 끼고 흐르는 경수천의 물길을 용소계곡이라 부른다. 수태마을에서 이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 군넘이 개암2교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가 장장 8㎞에 달한다. 하지만 오랜 가뭄으로
계곡물이 줄어든 데다, 하류 쪽에 현수교를 놓는다며 흙을 뒤집어놓는 바람에 물빛마저 탁하
다. 상수원보호구역이란 게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 도무지 그 물에 발을 담글 기분이 나지 않
는다. 이곳은 장마가 지난 뒤에 찾아가는 편이 낫겠다.”(문화일보, 2014.7.2.자)
△593.8m봉 넘고 조망이 키 큰 나무숲에 가려 아쉽던 차에 암릉 암봉이 나온다. 오른쪽 사면 도
는 우회로 마다하고 냉큼 기어오른다. 과연 조망은 좋다. 그렇지만 가리산만 뚜렷할 뿐 평원 같
아 경점이라고 하지 못하겠다. 암봉 반대편은 내릴 수 없는 절벽이다. 온 길 뒤돌아간다. 고석산
전전위봉에서 무불 님이 안주로 내놓은 족발로 주력을 걸게 보충한다.
바위 섞이고 잡목이 막는 등로 중에도 곳곳 우람한 소나무가 볼만하다. 고석산 정상. 삼각점은
┼자 방위표시만 삐쭉 솟았다. 고석산 정상에는 사방 나무숲 둘러 조망이 시원찮다. 다만 남쪽
경수골 용소계곡 건너 백우산과 매봉은 알아보겠다. 울퉁불퉁한 등로는 계속 이어진다. 봉봉
넘다가 마침내 뚝 떨어져 ┼자 갈림길 안부인 쉬인재다.
쉬인재는 고개가 길어 쉬엄쉬엄 넘었다 하여 그렇게 이름 지었다는 설과 쉰재로 오십고개의 변
명(變名)인데 ‘대명어터’에 자리 잡은 신라의 마의태자가 오십 명의 군사를 두고 이 고갯마루를
지키게 했다는 데에서 생긴 지명이라는 설이 있다. 넙데데한 사면을 좌고우면 하지 않고 바짝
올라 819m봉이다.
완만하고 긴 오르막이다. 쉬인재부터 무불 님과 함께 쉬지 않고 간다. 장가터 아래 1부 산행종
료를 12시를 예상했다. 바쁘다. Y자 능선 분기봉. ‘삼족산 2봉 922m’라 쓴 서레야 박건석 님의
표지가 보인다. 아마 우리 일행 후미는 시간이 늦어 왼쪽 지능선을 잡아 달음재로 내릴 것이다.
나와 무불 님은 오른쪽으로 방향 튼다. 인적 드물고 펑퍼짐하고 호젓하여 일부러 사면 누벼 가
지만 괜한 발품만 들였다.
930m봉. ‘삼족산 930m’라는 표지판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대구 김문암 님의 작품이다. 잠
깐 내렸다 오르면 △908.4m봉이다. 흙 쓸어 판독한 삼각점은 ‘어론 435, 2005 복구’다. 줄달음한
다. 지도에 선 그은 등로는 일목요연하고 그런 지도에 눈 박고 가지만 실제에서는 그럴듯한 지
능선의 유혹이 하도 많아 마음을 다잡기 매우 어렵다.
용소목이로 떨어질 뻔하다가 지계곡 건너고 사면 길게 트래버스 하여 민가 텃밭으로 내린다.
황구 한마리가 짖다말고 꼬리치며 우리를 따라 오는데 주인이 돌아오라 하소연하기에 달래어
돌려보낸다. Y자 계곡의 왼쪽 계류가 잠수도로를 넘쳐흐른다(오른쪽 계류는 옹벽이 깊어 건널
수 없다). 등산화 벗어들고 맨발로 건넌다. 시리도록 찬 물이-이곳도 흙탕물이다-무릎까지 찬다.
8. 산행 중 내려다 본 용소계곡, 물이 탁하다. 위에서 아마 공사하는 중일 것
9. 입산주 탁주 마실 겸 잠시 휴식
10. 가리산, 오늘 산행의 등대였다
11. 멀리 가운데는 봉화산(?), 고석산 오르는 도중 암봉에서 북서쪽 조망
12. 고석산 가는 길
13. 고석산 정상에서 바라본 백우산과 매봉(오른쪽)
▶ 백우산(白羽山, △894.7m), 매봉(866m)
1부 산행 종착지인 장가터 아래 용소계곡 트레킹 시작지점이라는 주차장이다. 때마침 두메 님
이 삼족산 2봉에서 달음재로 내린 일행을 태우고 달려온다. 즐거운 점심시간이다. 버들 님이 가
져온 추어탕으로 여러 입맛 돋운다. 이때 나이 지긋하신 산불감시원이 다가오더니 백우산에 가
려고 하느냐 묻기에 그렇다고 하자 대뜸 절대 입산금지라고 오금 박는다.
술을 권해도 밥을 권해도 손사래 치며 사양하고 요 3일간은 산불감시 비상상태라며 백우산을
가지 말 것을 종용한다. 백우산에 이미 산불감시원이 올라가서 지키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산
불감시원은 우리가 점심 마치고 자리를 뜰 때까지 지켜보고 있다. 낭패한 것처럼 차에 오르고
구경거리가 많다는 경수골 용소계곡으로 들어간다.
산모퉁이 돌고 으슥한 사면이 나오자 차에 내려 신속하게 산속으로 잠입한다. 잡목과 덤불이
무성한 우리의 길이다. 가파르다. 거친 숨소리 죽이고 자세 낮춰 기다시피 오른다. 한낮 새소리
가 방정맞다. 점심에 반주한 두견주, 마가목주 다 깬다. 40분 가까이 비지땀 흘려 지능선 마루
다. 비로소 허리 편다. 가파름이 수그러들고 능선에는 장뇌삼 재배지라며 그물 쳤는데 우리가
금지구역에 들어온 건지 나간 건지 모르겠다.
떼로 모여 있는 처녀치마 일일이 들여다보고 잡목 헤쳐 오르니 임도다. 느슨한 절개지 골라 오
른다. 드디어 눈에 잡히는 백우산 주릉이 고개 뒤로 젖혀야 보이는 장성이다. 야트막한 안부에
이르고 일행 점호할 겸 휴식한다. 나와 함께 주릉 전망바위(백우산 정상에서 왼쪽으로 약간 벗
어나 있다)에 갈 사람을 모집하는데 시큰둥하다. 혼자 간다.
생사면 질러간다. 질퍽한 늪지 지나고 개울 건넌다. 축축한 지계곡 잠시 오르다가 사면 친다. 지
능선 마루에 올라도 인적이 없다. 좌우사면 훑지만 빈 눈이다. 가족고개에서 오르는 주릉에 이
르러 길 풀린다. 남쪽 사면이 바위절벽이다. 암반에 목책 둘렀다. 전망바위다. 오늘 산행 중 드
문 경점이다. 건너편 도드라진 산이 공작산이고 그 너머는 오음산이렷다.
전망바위 내린 안부가 제법 깊다. 산개하여 백우산 정상을 오르는 일행과 만난다. 갈지자 그리
며 된 한 피치 극복하면 백우산 정상이다. 삼각점은 2등 삼각점이다. 어론 25, 1989 재설. 내내
궁금하던 산불감시원은 보이지 않는다. 너른 공터에 평벤치까지 놓였다. 오래 쉰다. 백우산 정
상에는 사방 나무숲 둘러 그리 좋은 조망이 트이지 않는다.
14. 백우산 가는 길
15. 처녀치마
16. 처녀치마
17. 생강나무
18. 백우산 전망바위에서 남쪽 전망
19. 백우산 전망바위에서 남동쪽 전망
20. 소뿔산
21. 백우산 정상에서
22. 백우산 정상에서
23. 백우산 정상에서
24. 멀리 왼쪽은 계방산
백우산 내리는 길이 가파르다. 밧줄 달린 슬랩 지나 길게 내리면 ┤자 갈림길 안부고, 나지막한
봉우리 넘으면 주등로인 ┼자 갈림길 안부다. 매봉 오르는 길이 엄청 가파르다. 매봉이 허명이
아니다. 등로 패이게 거친 숨 내뱉어 오른다. 노송 즐비한 주릉마루에 다다라 선 채로 숨 고르고
조금 더 가면 매봉 정상이다.
매봉 정상은 완전히 나무 숲속에 갇혀 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건너편 백우산을 보니 산중턱에
바위 슬랩이 부스럼딱지마냥 붙어 있다. 대간거사 님은 저게 바로 백우(白羽)가 아니겠느냐며
산 이름을 유추해 낸다. 하산! 당초 계획한 대동편보나 장여울 쪽으로는 턱없다. 능선 왼쪽 소성
황거리가 적당하다. 이제 심한 오르내리막은 없다. 서진. 우르르 쏟아져 내리다가 ┤자 능선 분
기봉인 810m봉에서 멈칫하고 왼쪽으로 방향 틀어 내린 안부에서 오른쪽 능선을 붙잡는다. 오
후 들어 날이 흐리더니 그예 비 뿌린다.
648m봉을 기점으로 등로는 급전직하한다. 왼쪽 임도 가까운 능선으로 간다. 수북한 낙엽이 되
게 미끄럽다. 두어 번 넘어지고 나서야 낙엽 쓸어 발 디딜 곳 마련한다. 능선마루 절개지는 절벽
일 것. 미리 오른쪽 골로 살짝 비켜 내린다. 임도다. 멀리 개 짖는 소리가 반갑다. 이윽고 그림
같은 집이 나온다. 한 채다. 이 산골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태양열로 자가 발전한다.
휴대전화도 불통지역이다. 비가 올 듯 말 듯 으스름한 임도 따라 내린다. 임도 아래 계류는 와폭
포말 만드느라 괄괄 소리내며 흐른다. 호랑버들이다. 줄줄이 노란 꽃이 어찌 보면 임도에 가로
등 불 밝힌 것 같다. 너른 더덕밭을 텃밭으로 가꾼 민가 한 채 나오고 임도는 콘크리트 포장하였
다. 휴대전화가 터진다. 그만 걸어가자 하고 두메 님 부른다. 오늘은 모처럼 육신이 멀쩡하다.
25. 하산 길
26. 하산 길, 소나무가 볼만하다
27. 하산 길, 한두 방울 비 뿌리기 시작했다
28. 호랑버들, 임도 주변에서
29. 호랑버들, 임도 주변에서
30. 호랑버들, 임도 주변에서
31. 호랑버들, 임도 주변에서
32. 두 여인, 멀리는 가리산
34. 조팝나무꽃
35. 매화
36. 벚꽃
첫댓글 오지를 향한 특공작전 같았겠습니다.
그런데 바쁜 작전중에도 처녀치마는 전부 들쳐보고 가셨다는데 뭐 수확이라도 있었습니까?
완도때 처럼 다양한 색상과 종의 꽃들을 내륙에서는 구경 못 할 것 같습니다.
생강나무 꽃
봄바람
살랑살랑
나비의 춤
숲 속의 가무
팔랑팔랑
가볍고
순수하게
하늘거리며
손짓한다!
산행하시랴 위치 파악하시랴 사진찍으시랴 앞에서 뒤에서 종횡무진하시는 악수님은 산도사님.
그리고 이렇게 멋드러진 산행기로 오지팀의 산행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주시네요.
버들누님 입에 넣어 주신 진달래 참 맛있었습니다.ㅎㅎ
봄 산에는 생강나무가 무척이나 많은데 꽃내음은 생강맛이 나질 않네요^^ 이제는 완연한 봄이라서 좋다고 했는데 2부 막바지에는 비가 소리없이 내려서 추웠더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