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림병원에서 내생명의 은인들과 천사들을 한 번에 만나다.
(57세 남자)
1997년 미국에서 7년 생활을 접고 인천에 터를 잡고 어느덧 22년의 생활을 하면서 엄청 바쁘게 살다 최근 암과 함께 그만 두었다. 이러한 사회생활 속에서의 극심한 스트레스, 흡연과 운동부족..... 암이라는 놈이 눈이 있다면 나 같은 사람을 그냥 놔둘 수는 없으리라 충분히 이해는 간다.
이러한 스트레스와 더불어 약 10여 년 전부터 과도한 스트레스가 오면 요로결석이 자주 발생하여 혈뇨가 가끔 비추곤 했었다. 2019년 3월도 그러 하였다. 인천의 한림병원에 요로결석으로 예단하고 비뇨의학과 홍과장님께 진료를 받았다 CT상에 당연 자그마한 결석도 보이고 이미 알고 있지만 전립성 비대증도 약간 있다고 말씀 하셔서 그에 맞는 약처방을 받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로 방광암 환자에게 보이는 산호초등의 해초 같은 모양의 암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으니 암 이란 건 의심조차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혈뇨가 계속 나오고 요로 결석형 통증도 있어 다시 한림 병원을 찾았더니 혹시라도 모르니 과장님꼐서 방광내시경을 한번 보자고 하신다. 대장 내시경이나 위 내시경은 수면 속에서 하는데 방광내시경은 매우 거북한 자세에 수면 내시경은 없으니 그리고 통증도 더해지니 몹시 불쾌하기도 하고 속으로 투덜대었다. 결과는 과장님께서 내시경을 보니 방광암 특유의 행태는 보이지 않고 방광의 1/3 ~ 1/2 정도가 빨간색으로 부어 있어 아마 방광염으로 보이니 염려 마시라 친절히 말씀 하시고 그래도 모르니 한군데 조직만 떼어 내어 조직 검사를 한번 하셨다한다. 결과는 다음 주에 보자 하신다. 전혀 방광암은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 시킨다. 환자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방광내시경을 보다 조직검사를 갑자기 하신(?) 홍근식 과장님이 내 첫 번째 생명의 은인 이다.
그 다음 주 조직검사결과에서 방광암 진단을 받았다. 무지하게 당황스럽고 암이란 건 남의 일이라 여기고 모든 일에 자신 만만 했었는데 그게 하필 나한테 일어나다니! 거부하고 싶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조직검사 결과 lamina propria (점막 하층의 표피)까지 침범한 표재성 암이고 굳이 병기로 따지면 방광암 1기에 악성 high grade(3/3) 해당 한다. 다만 문제는 뿌리가 1개인 아름다운 산호초(?) 모습의 전형적 방광암은 아니고 암이 방광내 넓게 퍼져 있다. 나는 진료실 밖에서 암진단을 받고 허탈해 있었고 이미 병원에서는 친절하게도 암환자로서 행정적으로 중증 환자 등록이 정신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멍청하게 있는 나를 보고 한림병원 염XX 이사님께서 여기 방광암 명의 박영요 교수님이 계시니 다시 진료 받아라 하신다. 앞뒤 안보시고 진료보시는 박영요교수님께 무례하게(?) 밀어 넣으신 염XX 이사님이 내 두 번째 생명의 은인이다.
일반적으로 방광암 치료법은 암세포의 근육침범을 기준으로 침윤성 방광암은 방광, 전립선 등을 적출하고 인공방광(소장 60/300cm를 절제하여 방광을 만듦)을 만들거나, 암이 요도 등을 침범하면 이마저도 어렵고 불편한 장루(비닐 bag)를 몸 외부에 장착하여 오줌을 받아내는 불편한 방법으로 암세포를 제거 한다. 반면 방광의 점막과 점막 하층까지만 침범한 비침윤성방광암(통상1기)는 경요도적 방광 절제술(TUR–BT)이라는 방법으로 레이저시술기구를 요도에 넣어 암조직 세포를 긁어내는 아주 일반적인 이 수술을 한 다음 남아있을지 모르는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수차례의 BCG(결핵균)을 방광에 넣으면서 방광암재발을 방지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때 방광암 재발율은 70% 정도 된다).
그런데 한림의 방영요 교수님(이대목동 병원장 역임, 자연 배뇨형 인공방광 조성술 창시자)방광암1기 암인 나한테는 방광 적출하자 하시면서 경요도적 방광 절제술(TUR–BT)후 BCG요법은 암의 악성도도 높고 범위가 넓은 환자에게는 듣지 않는다. 명확히 말씀 하신다. 특히 방광을 살리시고 가급적 방광 적출을 자제하시기로 소문난 이 명의께서 앞뒤 안보고 적출 밖에 없고 그것도 빨리 수술 날짜 잡자 하신다. 이 분이 한림에서의 세 번째이자 내 생애 최고의 마직막 내생명의 은인인줄은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이 후 서울대, 강남 삼성, 경북대 칠곡병원, 고대 안암병원, 서울 순천향 병원등 영상기록, 조직검사 결과지 의견서를 뿌려 소문난 명의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결국엔 고대 안암 병원에 로봇 수술로 결정하고 고려대 안암병원에 몸을 맡겼다. 그들의 시스템에서는 적출 보다는 (TUR–BT)를 하고 BCG를 권한다. 과연 젊고 40대 패기 있는 명의의 기풍도 있어 보인다. 감사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방광을 살리려는 노력이기도 하니 감사한 일이지! 그런데 갑자기 70의 노의사 박영요 교수님은 이제야 느끼는 거지만 방광 내시경을 처음 본 순간부터 적출을 생각 하셨던 것 같다. 무엇을 믿어야하나? “나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삶의 질 “구질구질 하기 싫기도 하고.. 후에 언젠가 방광적출을 후회도 하겠지.....!!!!! 여러 생각에 정신이 혼돈하였지만 역시 40 같은 70 박교수님의 임상경력과 기술 사례연구를 믿자 라는 결론을 가지고 한림으로 향했다.
수술대 위에 있으면서 생각한다. 한림 병원의 수술대 침상이 차갑지만 따뜻하다(?). 일어나니 중환자실(회복실)이다. 뒤에 알았지만 보통 3시간 반 4시간 이면 끝날 수술이 무려 9시간이나 걸려 오후 5시에 끝났다, 내 소장이 짧은 건지 내려오지 않아 박교수님께서 포기하고 거의 장루까지 생각하셨을 만큼 어려웠던 수술이라 하셨다. 입원실에 올라와서 1주일 동안은 가족들은 림프조직검사를 기다린다 (항암여부는 병기와 관계없이 이 조직검사에 따라 달려있다)
다행히 20개 조직검사결과가 깨끗하여 항암치료도 할 필요가 없다 하신다. 그런데 절제된 방광에 딸려있었던 요관에 상피 내암이 있었던 것으로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다. 즉 (TUR–BT)와 BCG 하느라 시간을 한달 혹은 두달 보내고 있었다면 1기암이 요관을 따라 전이 되어 4기암으로 바로 변할수 있는 그런 상태였던 것이다. 박영요 교수님이야말로 내 마지막 생명의 은인일 수밖에 없다.
한림병원에서 수술후 21일간 73병동에 입원을 했다. 나는 여기에서 천사들을 만났다. 한림 병원 73병동은 일반 대학병원보다 깨끗하고 청결했다. 또 이 73병동은 대체적 중증 환자들이 많았다. 대부분이 고통이 심한 폐수술 환자, 인공 방광수술 환자(박교수님은 1주일에 1건만 수술 하신다) 들로 구성되어 있어 우리 간호사 선생님들과 간호 보조하시는 여사님은 눈코 뜰세 없이 이방 저 방을 왔다 갔다 하신다. 그런데도 입가엔 미소가 항상 있고, 한림병원은 직장의 의미가 아닌 천성으로 간호를 하심이 느껴진다. 73병동 대장님 윤XX 수간호사님의 카리스마가 이 병원을 유지 하고 있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침마다 X-Ray 검사, 피검사, 수많은 주사약들이 이들 천사들에 의해 운반이 되고 환자들이 회복 된다.
나는 한림에서 세분의 생명의 은인과 73병동 천사들을 만났고 이들이 나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로 주었다. 감사 또 감사합니다. 생명주신 박영요 명의님께는 무엇으로 은혜를 다 갚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안녕 73병동 천사들이여!
퇴원 하는날 새벽에 73병동 침상에서
첫댓글 고생하십니다
좋은 결과 기원합니다
쾌유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