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새'를 찾아서...48화>
"돌겠군"
노려보듯 레파티앙과 성전의 입구를 바라보던 하덴은 자신의 짤막한
머리를 거칠게 넘기며 다시 말을 이었다.
"막혀있는 건 나도 알아. 그럼 내가 허공에다가 혼자서 쇼했겠냐?
내 말은 저게 왜, 어떻게, 무엇때문에 막혀있냐는 거야? 내 눈으로
코 앞에서 이슈카가 들어가는 것까지 분명히 보았는데, 나랑
너는 왜 못들어가고 튕겨 나오냔 말야."
쏟아내듯이 말을 내뱉던 하덴은 갑자기 생각난 듯 성큼 성큼 성전 입구의
오른편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뭐하려구?"
하덴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레파티앙이 물었다.
"거기만 길이냐, 입구가 막혀있으면 돌아서 가겠다 이거야!
사방을 뚫어놓았는데 어디론가는 들어가겠지."
말을 하면서도 갈 길을 가던 하덴은 입구에서 꽤 떨어진 곳에서 발을 멈추었다.
하덴은 이쯤이면 되겠지 하는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는, 두 손을
바지에 쓱쓱 문질러 닦고 두 손을 앞을 향해 올리고 내달렸다.
그러나, 몇발자국 채 가지못해서 하덴은 여지없이 보이지 않는 막에
튕겨나오고 말았다.
"이이런! "
화가 난 듯, 하덴은 발을 들어 보이지 않는 막을 걷어 찼다.
"제기랄,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거야!"
하덴은 주먹으로 주위의 허공을 두드리며 혹시 뚫려있는 곳이 없나 살펴보았다.
"소용 없을 거야! 그만 이리 와! 하덴"
그런 하덴을 바라보던 레파티앙이 손짓을 하며 하덴을 불렀다.
하덴은 잔뜩 구겨진 인상을 한 채로 레파티앙을 향해 다가오며 물었다.
"도대체 뭐야? 왜 이런거야! "
"그걸 나한테 묻는 다고 내가 알겠냐? 다만, 내 생각엔 두가지 경우로
보여진다."
레파티앙이 검지 손가락의 등으로 턱을 쓱쓱 문지르며 말했다.
"두 가지??"
레파티앙의 말에 하덴은 어서 말해보라는 듯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더욱 다가섰다.
"그래, 두가지. 일단 우리 모두가 못들어 간 것이 아니고, 이슈카는
멀쩡히 들어갔으니까.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거지.
첫째로, 이슈카가 들어감과 동시에 입구가 봉쇄됐을 경우. 그러니까,
재수없게도 정말 재수없게도 우리 앞에서 탁하고 입구가 닫혔다고
보는거지."
레파티앙은 두 손을 들어 마주쳐 문이 닫히는 효과음까지 내며 말을 했고,
이 설명을 듣던 하덴은 더욱 인상을 구겼다.
"뭐 그런 개떡같은 경우가 다있어. 이 씨..그럼 두번째는 뭐야?"
"두번째는,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지. 바로 이슈카이기 때문이야."
레파티앙은 성전의 입구 건너편에 서 있는 이슈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거 또 무슨 소리야? "
이해가 안된다는 하덴의 표정을 바라보던 레파티앙은 어깨를 으쓱 올리더니,
입구 너머에 서있는 이슈카를 불러, 다시 입구를 통과해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나오라고 말했다.
이에, 입구 너머에서 레파티앙과 하덴을 지켜보던 이슈카는
잠깐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마음을 먹었는지.
입구로 다가와 서서는 손을 들어올려 마치 벽을 집듯이 하고는
천천히 입구를 나오기 시작했다.
하덴과 레파티앙을 밀쳐내던 성전의 입구는 거짓말같이 아무런 장애도
없이 이슈카를 통과시켜 주었다.
이를 보던 하덴은 턱이 빠질 듯 입을 벌리고 이슈카를 바라보았고,
이슈카는 자신도 신가하게 느껴져 자신을 몸을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그래 바로 저거야."
레파티앙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 손가락을 펴서는
이슈카쪽으로 가리키며 하덴에게 말했다.
"이슈카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얘기가 저 소리야!"
하덴은 추스르지 못하는 턱을 바치며 확인하듯 말했다.
"그래! 혹시나 했던 <티카>가 진짜 <티카>라는 말이지.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통과하지 못했을 이유는 없어. <태양의 성전> 주위에
사람이 살 수 없고, 또 일반인의 근접까지 막고 있는데 무방비상태로
성전을 개방해 놓았을리는 없잖아. 뭔가 무녀들만 출입할 수 있고,
또 성전을 지킬 수 있는 무언가를 해놓았을 가능성이 높지.
그게 바로 이 보이지 않는 막이라는 거야. 그렇기에 <티카>를 가지고
있는 이슈카는 아무렇지도 않게 드나들 수 있는거고 말야."
레파티앙은 이슈카를 바라보며 확신하듯 말을 맺었다.
"그럼 뭐야? 우린 영원히 절대로 못들어간다는 말이야?"
하덴은 여기까지 고생하며 왔던 것을 떠올리며 울상이 된 얼굴로 말했다.
"그럴 것 까지야 없지. 이슈카가 들어갈 수 있으니까 이슈카를
먼저 들여보내고 이슈카에게 우리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면
되니까."
"일반인의 출입은 안된다며!"
레파티앙의 말을 듣던 하덴은 조금전 레파티앙이 하던 말을 떠올리며 말했다.
"어중이떠중이의 출입을 막았다는 거지, <태양의 성전>에 참배하러
오거나 순례하는 사람까지 막았겠냐? 세상의 모든 법칙과 규칙엔
예외라는 것이 있다. 단지 너무 악용되서 탈이지."
하덴을 가르치기라도 하듯이 설명하던 레파티앙은 말을 마치며
스스로도 대견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 혼자 들어가야 된다는 소리야?"
옆에서 조신하게 둘의 대화를 듣고있던 이슈카는 자신이 먼저 들어가
야 된다는 소리에 당황한 듯 되물었다.
"그렇지, 이슈카. 그게 바로 키포인트야. 훌륭하게도 요점파악을
잘했구나. 자, 알았지? 너 혼자 먼저 들어가서 일행들이 있으니
들여보내 달라고 말해. 알았지?"
레파티앙은 마치 어린애에게 심부름을 시키듯이 또박또박 말을 하고는
이슈카의 머리까지 살짝 쓰다듬어 주었다.
"하지만.."
"괜찮아,괜찮아. 할수 있어."
이슈카는 자신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으나,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말을 막는 레파티앙에 의해 말을 다 마치지 못했다. 레파티앙은
이제 이슈카의 손을 잡고 성전의 입구로 다가갔다. 이슈카가
마지못해 레파티앙의 손에 이끌려가면서도 우물쭈물 머뭇거리고 있을때,
갑자기 이슈카의 어깨위에 조용히 올라타고 있던 퍼피가 큰소리로 삑삑거렸다.
이슈카는 갑자기 바로 귓가에서 삑하는 퍼피의 소리에 놀라서
순간 어깨를 움추렸다가 펴고는, 어깨위의 퍼피를 잡아내려 손 위에
올려놓았다.
"갑자기 왜그래? 퍼피!"
이슈카는 까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이리저리 굴리며 연신 삐삐
울어대는 퍼피를 달래보았지만, 퍼피는 이제 이슈카의 손 위에서
방방 뛰면서 삐삐거렸다.
그순간, 갑자기 뒤에 서있던 하덴이 큰소리로 외치는 것이 들렸다.
"저..저게 뭐야!!"
하덴은 쏟아질 듯 눈을 크게 뜨고는 채 다물어지지 않은 입을
그대로 쩍 벌리고 있었다.
레파티앙 역시 하덴이 넋 빠진 채 바라보는 곳을 바라보고는 놀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덴과 레파티앙이 바라본 곳은 <태양의 성전>으로 들어가는 예의
기둥입구였다. 만지면 하얀 분가루가 뭍어나올 듯 새하얗던 기둥과
기둥 위에 새겨져 있던 문자들 붉은 색을 내고 있었고, 그 주위는
마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이 흐드러지고 있었다. 물 속을 바라보듯
이제 주위는 물결치고 있었고, 급기야는 기둥에 새겨진 문자가
내는 붉은 빛까지 삼켜버릴 듯이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을 요동치던 주위는 뭔가에 얻어맞기라도 한 듯이
두어번 크게 휘청이더니 잠잠해졌고, 그순간 순백의 원피스에 황금실로
태양이 수놓인 케이프를 두르고 하얀 두건 위로 얇은 황금색의 서클렛을
쓴 몇 명의 여자들이 앞에 나타났다.
"성..성전의 무녀!"
(4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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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기고란
<'불새'를 찾아서...48화>
ca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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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7.1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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