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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으로 >
애덤 스미스와 어머니는 무척 친밀한 관계였다. 전기 작가 듀걸드 스튜어트는 “[마거릿 스미스가 아들에게] 한없이 인자했지만, 그녀의 방식이 절대 애덤의 기질이나 성격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애덤은 6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자식으로서 어머니에게 쏟을 수 있는 최대한의 관심을 쏟으며 어머니의 사랑에 보답하는 드문 기쁨을 누렸다”라고 회상했다. 버컨(Buchan) 백작 역시 “애덤 스미스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었는데, 그의 어머니, 그의 연구, 그의 정치적 견해였다. 이 세 경로를 통하면 그의 마음을 얻기가 쉬웠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1784년 어머니가 사망했을 때, 애덤 스미스는 자신의 출판 담당자였던 윌리엄 스트레이핸(William Strahan)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 인간이 아흔 살에 생을 마감하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순리에 맞는 사건이므로 예측하고 대비할 수도 있을 것이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했듯, 나를 사랑했거나 사랑할 어떤 이보다 내게 큰 애정을 준, 삶을 통틀어 내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한 사람과 영원히 이별한 후 나는 지금도 여전히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네.
- 〈1장 커콜디에서의 어린 시절〉 중에서 -
1762년까지 스미스는 노동 분업의 발전을 시장이 통제한다고 주장함으로써 분업의 경제적 결과에 대한 통찰을 발전시켰고, 《국부론》의 경제적 분석은 이런 명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스미스의 이런 역사적 통찰이 1750~1751년에 어느 정도까지 완성됐는지는 알 수 없다.
글래스고의 한 학생이 스미스에게 직접 들은 내용에 따르면, 그 무렵 스미스와 흄이 처음 만났으며 흄은 당시 《정치적 담론(Political Discourses)》과 스미스가 유용하다고 생각할 만한 상업 이론에 관한 소논문 여러 편을 집필하고 있었다고 한다.
- 〈5장 스미스의 에든버러 강의〉 중에서 -
스미스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서로의 마음을 ‘알기’를 바랄 수 없는 행위자로 여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흄이 서로에 대한 ‘이해’라고 묘사한 것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공감적 상상력을 사용하는 것뿐이다. 엄밀히 말해 우리는 서로에게 낯선 사람이며, 서로를 더 잘 알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도덕감정론》은 낯선 사람들의 도덕적·정서적 욕구와 그들이 그런 욕구를 만족시키는 방식에 대한 연구로 발전한다. 그런 욕구가 사회에서 충족될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루소주의적 질문을 스미스는 오랫동안 고민했다.
- 〈7장 《도덕감정론》 및 문명화 과정의 본질〉 중에서 -
그는 이미 국가의 부는 금과 은의 매장량이 아니라 소비재의 기간별 흐름으로 측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확립한 상태였다. 그의 노동 이론은 소비재가 유통되는 정도와 비율은 국가의 노동력이 배치되는 방식과 분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며, 노동 분업의 진보는 시장의 규모에 달렸다고 봤다. 또한 가치와 가격에 관한 노동가치론을 발전시키면서 이를 토대로 상품의 자연 가격과 시장 가격을 구별했다. 그리고 화폐에 대한 흄학파적 이론으로 이를 뒷받침했다. 더욱이 그는 자유시장과 자유로운 교환 체계가 국가의 부를 최적화할 수 있다는 자연적 자유 이론의 틀을 잡았고, 유럽에서 부의 발전이 그토록 더디게 진행된 이유에 대한 도발적이면서 논점 회피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부유함의 진보에서 기반이 되는 경제적·정치적·도덕적 요인에 대한 설명은 제시했지만, 이런 요인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체계에 관해서는 아직 연구를 시작하기 전이었다.
- 〈10장 《국부론》 집필을 끝내다〉 중에서 -
두 사람은 흄의 유언을 논의하면서 그가 남긴 원고의 관리자로서 스미스가 해야 할 일에 관해 논의했다. 흄은 자신의 철학적·역사적 저작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깊이 고민했다. 이후의 서신을 통해 미루어 보면, 미발표 논문을 폐기하고 몇 년 동안 작업해온 작품의 새로운 판본을 출판하는 문제를 논의했던 듯하다. 대부분의 작업은 간단했다. 스미스는 흄 사후에 언론을 통해 그의 작품을 출간하게 되어 있었고, 흄이 막 완성한 짧은 자서전인 《나의 생애(My Own Life)》가 출판될 수 있도록 필요한 준비를 하기로 했다. 흄은 지난 5년 안에 작성된 원고가 아니면 출판되지 않은 상태로 유지하다가 ‘여유가 될 때’ 폐기해달라고 부탁했다. 예외가 하나 있었는데, 대중이 읽기에는 너무 회의적이라고 생각해 동료들 사이에서 만 배포됐던, 흄이 1750~1751년에 쓴 《자연종교에 관한 대화》에 관한 것이었다. 흄은 스미스가 이 작품을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출판해 주기를 원했으나 스미스는 거부했다. 흄의 삶에서 마지막 몇 주 동안 그들의 관계에 그림자를 드리운 불일치였다.
- 〈12장 《흄의 죽음》〉 중에서 -
스미스가 문학인으로서 완수할 마지막 과제는 《도덕감정론》을 수정하는 것이었다. 《국부론》을 수정하는 것보다 광범위하고 이론적으로 더 까다로운 작업이었고, 스미스는 아마도 이것이 그의 마지막 작업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거의 1년 동안 이 프로젝트에 관해서는 아무 소식도 없었다. 1785년 2월 에든버러로 이주할 생각을 하고 있던 커콜디 출신의 오랜 친구 제임스 멘티스(James Menteath)에게 말했듯, 그의 세계는 축소되고 있었다.
“한두 명의 늙은 사촌을 제외하고는 이제 당신이 이 세상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친구이며, 당신이 속한 모임과 동네에서 삶을 마칠 수 있다는 생각에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럽습니다.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에게, 애정과 충심을 담아, 애덤 스미스.”
스미스는 1785년 4월에 토머스 카델에게 보낸 편지에서 《도덕감정론》을 수정하겠다는 의지를 다소 준비 없이 내뱉었다. “이론의 새로운 버전을 출판할 생각이라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몇 가지 수정 사항이 있으니 조만간 보내겠네.” 하지만 그 후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 〈13장 에든버러에서 보낸 마지막 생애〉 중에서 -
< 출판사 서평 >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모두가 찾았던 애덤 스미스를 다시 읽다
일론 머스크는 《국부론》을 최고의 책으로 꼽았다. 반면 빌 게이츠는 우리가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만 봐서는 안 되며 인간의 도덕심도 함께 살펴야 한다며 《도덕감정론》을 반드시 읽어야 할 인생의 책으로 꼽았다. 워런 버핏은 자신의 투자 철학이 애덤 스미스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애덤 스미스 탄생 이후 수세기가 지난 지금도 경제학자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인 기업가와 투자자들 역시 여전히 그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애덤 스미스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더 크고, 그의 가르침은 여전히 필요하고 유효하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필립슨의 《애덤 스미스》는 국내에 몇 안 되는 그의 평전으로, 그동안 감춰졌던 애덤 스미스의 삶의 궤적을 꼼꼼하게 따라간다. 그를 제대로 이해하는가는 자본주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와 이어진다. 애덤 스미스는 파벌적 자유주의, 큰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자유무역의 이점, 분업의 경제적 효과를 이야기해 오늘날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경제학의 기본적인 개념인 상품가격, 이윤, 지대 등 역시 그의 이론 덕분에 진지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빈부격차, 독과점 기업의 횡포 등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드러날 때 애덤 스미스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면 된다는 극단적 시장주의자 내지 노동자의 적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반면 모든 나라가 경제적 부가 금과 은에서 온다고 평가하던 때, 노동의 가치에 주목한 인물이었으며, 자신의 묘지 비석에 《국부론》이 아닌 《도덕감정론》의 저자라고만 남겨지길 바랄 정도로 도덕성을 강조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탄생 300주년을 맞이한 지금, 그의 후손인 오늘날의 우리는 300년 전 살던 이들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만 경기 침체, 노동 불안정성 등 여전히 위태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따라서 다시 한 번 그를 제대로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경제학의 성서 《국부론》
도덕과 법과 경제의 연결을 말한 《도덕감정론》
지금껏 우리는 애덤 스미스의 한쪽 면만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애덤 스미스의 모습을 종합적으로 알기 위해 그가 현대경제학과 도덕철학사에 세운 기둥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의 배경과 사상을 함께 살펴본다.
《국부론》은 근대 경제의 틀을 잡은 책으로 성서 이후 가장 위대한 책이라는 찬사를 듣는다. 《국부론》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자유 시장 체제를 말한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가 이야기하는 자유 시장 체제는 대기업이 독과점하는 시장이 아니다. 오히려 독과점이 없는 경쟁, 그래서 더욱 효율적이고 시장을 건전하게 만드는 경쟁이다. 개인의 이익 추구가 자유롭게 이뤄지고 이것이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이어지는 사회. 이 안에서 일어나는 개인의 경제적 이기심은 도덕적 한계 내에서만 허용하는 것이다.
”양조장이나 정육점에 맥주나 쇠고기를 주문할 때 우리는 가게 주인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설명하지 않고, 얼마를 지불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가게 주인의 인간성이 아닌 이기심에 호소한다.”
《국부론》에서 경쟁과 자유, 인간의 이기심이 사회를 움직이는 바퀴임을 말한 반면, 《도덕감정론》에서는 인간이 결정을 내릴 때 공명정대한 관찰자(양심)를 고려하여 나의 행동이 도덕적으로 적정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마음, 다른 사람의 감정을 함께 나누는 동감의 중요성과 도덕률, 그리하여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본성을 설명했다. 만일 우리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만 애덤 스미스를 기억한다면, 애덤 스미스가 이야기하는 도덕을 놓칠 것이다.
저자 니콜라스 필립슨은 《국부론》을 통해 알 수 있는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자의 면모와 더불어 《도덕감정론》에서 애덤 스미스가 이야기했던 양심과 사회적 유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하여 한 작가는 이 책을 두고 “애덤 스미스가 어떻게 냉혹한 경제세계에서 신으로 추앙받았는지, 그가 지닌 두 가지 이면의 교집함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즉 그가 진정으로 추구하고자 했던 시장, 자본주의는 도덕적이고 인간성이 있는 세계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을 때 우리는 시장과 인간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이 책은 애덤 스미스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전 생애를 방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니콜라스 필립슨은 애덤 스미스의 생애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난관에 부딪혔다.
“애덤 스미스는 자신에 대한 기록을 철저히 숨기려 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아도 거의 기록되지 않은 그의 삶은 더욱 베일에 싸였고, 전기 작가들에게는 골칫거리로 남았다.”
애덤 스미스는 출간되지 않은 자신의 저서를 모두 불태우라고 했고, 대중들은 그를 이해할 단서가 많이 부족했다. 다행히 애덤 스미스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남긴 강의 노트, 그가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 등에서 실마리를 엮어 저자는 애덤 스미스의 생애를 충실히 재현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애덤 스미스의 사상에 기여한 스코틀랜드의 계몽주의와 사상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의 이론이 어디에서 왔는지 배경을 보여주었다.
애덤 스미스가 살던 때는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던 시기였다. 농촌 공동체가 파괴된 자리에 도시가 들어서고, 산업혁명이 새로운 산업을 발전시키고 군주와 귀족의 안위를 지키는 봉건주의 대신 인간의 자유와 이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계몽주의가 대두됐다. 그렇기에 인간의 자유, 도덕을 지킬 수 있는 패러다임이 필요했다.
애덤 스미스는 혼란한 사회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자 했고 이때 그의 스승 허치슨과 애덤 스미스와 깊은 우정을 나눈 철학자 데이비드 흄과의 만남 등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인간의 이타심을 말하던 허치슨, 애덤 스미스의 중심 개념이었던 ’동감‘의 영향을 준 데이비드 흄의 이론은 애덤 스미스 사상의 밑바탕에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단서를 촘촘히 엮은 이 책은 우리가 알지 못했고 어쩌면 알려고 하지 않았던 애덤 스미스의 입체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그 결과 현지에서 출간 후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 〈디애틀랜틱〉 〈파이낸셜타임스〉 등 여러 매체에서 극찬을 받거나 최고의 도서로 선정됐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는 “애덤 스미스의 명성에 걸맞은 전기”라고 이야기했으며 〈뉴욕타임스〉에서도 “지금까지 우리가 알았던 것보다 더욱 비범했던 그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라고 추천했다.
국내에서도 서울대경제학과 경제학부 교수이자 한국경제학회 회장인 황윤재 교수, 애덤 스미스를 대중적으로 알리고자 한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홍기훈 교수도 “애덤 스미스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이 책을 꼽았다. 거기에 더해 30년 동안 애덤 스미스를 연구한 국내 최고의 애덤 스미스 연구가이자 《도덕감정론》을 번역했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김광수 교수의 감수로 애덤 스미스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에 더 가까이 가고자 했다. 이 책을 통해 애덤 스미스 연구자는 물론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시장경제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새로운 고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접기
기본정보
ISBN발행(출시)일자쪽수크기총권수원서명/저자명
9788947548953 | ||
2023년 05월 24일 | ||
480쪽 | ||
153 * 229 * 42 mm / 944 g판형알림 | ||
1권 | ||
Adam Smith/Nicholas Phillipson |
< 교보문고에서 옮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