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캇 컬렉션은 1860년대부터 전통을 이어온 바라캇 가문의 고대 예술품 갤러리이다. 소장하고 있는 예술품은 성서유물, 이집트, 고대 그리스, 로마, 중국, 수메르, 프리-콜롬비안(중남미)에 걸친 영역의 문화와 역사에 걸친다. 한국 분점은 삼청동에 2016년 개관했다.
서울 삼청동에 바라캇 미술관이 2개 존재한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에서 10분 정도(770m) 걸으면, 아래 사진의 1)고대예술품을 전시하는 바라캇서울(Barakat Seoul)에 도착한다. 2)현대예술품을 전시하는 바라캇 컨템포러리(Barakat Contemporary)는 바라캇서울에서 경복궁 옆길 청와대로를 따라 400m 더 올라가면 보이는 전면유리창 모더니즘 건축물이다. http://www.barakat.kr/
바라캇 서울 건물 정원에 전시되어 있는 파에즈 바라캇의 작품 <벤틀리 아르나지>(2013)이다. 파에즈 바라캇은 바라캇 갤러리 회장으로, 예술 컬렉터이자 그자 스스로가 예술가이다.
돈이 많아서 그런지, 비싼 차를 잭슨 폴락의 드리핑 기법처럼 화폭으로 만들었다. 비싼 것의 덧없음 같기도 하다. 15년을 타고 다녔던 벤틀리를 아부다비에서 운행하다가 영감을 받아 예술품으로 탈바꿈 시킨 이후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는 이야기가 전해 진다. 15년된 차면 그래도 이성적으로 판단한 듯 하다^^
2020년 3.18~6.30일까지 동방견문록 바라캇 갤러리 중국 유물전을 개최하고 있었다.
가운데 무릎을 세워 앉아 있는 조각상이 <명나라 시대 목제 수월관음보살 좌상>(명 1368~1644)이다. 뒤쪽에 있는 추상화 회화들은 파에즈 바라캇의 작품들이다. 앉을 때 저렇게 무릎 올리고 앉지 말라고 한다. 전문가왈, 골반 비뚤어지고 무릎관절에 치명적이라고~ 보살은 영험하여 괜찮겠으나, 한낱 미물인 인간은 스스로 안 아프게 조심해야 한다^^ 양쪽에서 보좌하는 두 석상은 아래에서 소개한다.
<청나라 시대 늙은 여성 수행원 석상> 중국 청조(1644~1912), 청나라 시대의 실용적인 복식 문화를 반영해 주고 있으나, 주름 치마는 한족의 풍습을 따른 것이라 한다. 물론 청대 상류층의 무덤을 장식하고 신분 높은 망자의 사후 생활을 돕는 작품으로 한족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청나라 시대 젊은 여성 수행원 석상> 중국 청조(1644~1912), 위의 석상은 '늙은 수행원'이고, 아래 석상은 '젊은 수행원'이다. 예전에는 회화나 조각품의 제목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거 없다. catalog작업을 위해 작업 분류자가 보이는 대로 붙이는 이름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보니 위의 석상 이마에서 주름살이 보였다.
<명나라 시대 사암 부조 장식> 중국 명조(1368~1644)
기획 전시를 관람한 이후 상설 전시장으로 들어가 본다. 정원이 아기자기 예쁘다.
여기가 입구인데, 안으로 들어가니 촬영 금지라고 했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유물 및 인도, 중국 등지의 골동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거래가 가능하다.
바라캇 서울에서의 동방견문록 관람을 마치고, 바라캇 컨템퍼러리로 향했다. 청와대로(경복궁옆길)을 따라 400m정도 가면 아래의 건물이 보인다. 이곳은 전면유리창의 건물 느낌대로 현대미술관이다.
바라캇 컨템퍼러리에서는 정서영 작가의 '공기를 두드려서(knocking air)' 전시가 진행한다. 2020년 7월 5일까지이다.
전시관을 들어서자마자의 풍경이다. 뭘 전시해 놓은 것인지, 살펴보던 차에 앞에 하얀 박스들이 나열되어 있고, 그 위의 하얀 용지에 글씨들이 써 있다. 그리고 오른쪽 뒤쪽 끝에 시계처럼 생긴 나무판대기 잘라 놓은 것이 있고, 왼쪽 벽에는 찰흙덩어리를 던져서 붙여 놓은 쬐그만 물체가 보인다. 그것들도 작품이다.
'사물과 언어의 관계'를 사유하면서 조각적 형태로 끌어들였다는 안내문 내용이 있는 바, 그것이 아래와 같은 글씨 작품이던가 하면서 아래의 예술품을 마주했다.
멀리서 날아온 것을 힘껏 던져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엉뚱한 것을 영원히 기억하게 될 지 모른다.' 이 문구가 마음에 들었다. 엉뚱한 것을 영원히 기억하며 살 수 있다는 말이 끔찍했다.
작가 왈, '각각의 텍스트는 무엇도 설명하지 않지만 뜻이 있고 형태는 없으나 무엇인가 눈앞에 떠오르는 상태를 생각하며 썼거나..'
아래의 조각 작품 <피, 살, 뼈 Blood, Flesh, Bone>(2009), 작품명을 보니 갑자기 아래 작품이 인간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무로 만들었으니, 불타 없어져 재만 남겠구나 했다.
안에서 전면유리창을 통해 밖을 내다 본 광경이다. 오른쪽 위에 울퉁불퉁한 뭔가가 벽에 붙어 있는데, 느낌상 작품 같았다.
찾아보니, 역시 작품이었다. 작품명 <돌과 점>(2016), 재료는 알루미늄 주물, 알루미늄 판재에 도색이다.
작가 왈, '돌모양의 알루미늄 조각과 점이 한 데 섞일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이 조합이 가능하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한가. 기대하는 것은 이 이상하고 어리석은 조합이 만들어 낸 조각이 어느 곳으로도 고이지 않고 흐르는 시간을 예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2층으로 올라가기 전 저 방으로 들어가 전시를 계속 관람한다.
위 사진에서 다른 전시 공간으로 들어가기 전 아래쪽에 놓여 있는 작품이다. 공사장에 놓여 있으면 고물따위로 생각했을 법한 사물이다.
<0번>(2020), 알루미늄 주물, 스테인레스 철사, 목재. 작가 왈, '아는 것은 모르는 것과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옆 방 전시실에 들어왔다. 각각의 사물들이 모두 개별적 작품들로 작품명들이 있는데, 몇 개만 골라서 소개하겠다.
<검붉은색, 그것>(2020), 철에 도색, 왁스 종이, 스테인레스 철사
<볼펜>(2020), 합판에 페인트, 제스모나이트, 볼펜
작가 왈, '경우에 따라 이 조각들은 부풀었거나 뜯겨 나갔거나 녹았거나 흘러내렸다고 할 수 있는 사실적인 형태이기도 하겠지만 사라지는 것과 나타나는 것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순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테이블을 포함하여 반대쪽에서 찍은 모습이라서, 다른 조각 작품들이 나열되어 있다.
<무제>(1994) 나무, 천
2층 전시실에 올라왔다. <오래된 문제>(2014~2020) 알루미늄 주물, 사진 인쇄
위의 4개의 알루니늄 회색 덩어리와 아래의 벽면에 걸려 있는 4개의 사진은 하나의 작품이다. 내가 무식하게도 사진을 먼저 찍는 바람에 분리되었다. 작가 왈, '4개의 덩어리는 달을 닮은 덩어리이며 4장의 사진은 비밀을 닮은 이미지이다.'
<세계>(2019), 두 채널 비디오, 10분 25초, 촬영: 함정식, 사운드: 류한길
기름 섞은 흙으로 호두 조각을 빚어서, 그 호두를 장시간 촬영하니, 호두의 색이 변하고, 빛이 스며들고, 소리가 침입하는 2채널 영상이 완성되었다. 관습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깨고, 낯선 방식으로 변형된다.
작가 왈, '세계라고 부르면 어느덧 세계에 집중하게 하는 호두가 가능한 지에 대한 실험이다.'
<1번>(2020), 알루미늄 주물, 작가 왈, '특별한 형태가 생겨나는 것은 매우 순간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오래 남겨 두려고 만든 조각이다.'
예술가의 작업은 직관이 주를 이룬다. 사람이 살면서도 직관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관은 이성+감성이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청와대로를 걸어 안국역 쪽으로 걸어가다가 지붕 위에서 걸어다니는 여자를 봤다. 국제갤러리 1관(K1)이다. 미국 조각가 조나단 보로프스키(Jonathan Borofsky) 작품 <Walking Woman on the roof>이다.
저렇게 지붕을 돌아다니면 무지 신나고 기분 좋을 것 같다. 혹시 조각가 보로프스키가 누굴까 한다면, 광화문 흥국생명빌딩 앞의 공공미술인, 망치 때리는 자 <해머링 맨> 작가이다.
아래 사진은 흥국생명빌딩 안에서 촬영한 보로프스키의 <해머링 맨 Hammering Man>이다.
안국역으로 가는 길에 서울교육박물관(등록문화재 제2호 구 경기고교)이 있어서 잠시 들렀다. 정독 도서관 옆 건물이다. 들어갔더니, 데스크에서 나보고 화장실 때문에 왔냐고 물었다. 종종 화장실 급해서 오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독립운동가 김란사이다. 그래피티 작가 레오다브가 동 박물관을 관람하고 그려서 기증했다.
과거 수십년 전의 교실이다. 왼쪽 벽에 유관순 사진이 걸려 있고, 난로 위에는 철제 도시락이 올려져 있다.
바라캇 갤러리와 바라캇 서울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정독 도서관 옆에 위치한 서울교육박물관을 유유히 걸어다니다가, 감고당길을 지나 안국역 3호선으로 가면 된다. 그 사이사이에 먹을 것과 볼 것이 풍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