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사설
[사설] 국장급 중국대사 옆에서 시진핑 우상화 들러리 된 이 대표
조선일보
입력 2023.06.10. 03:26업데이트 2023.06.10. 08:53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3/06/10/QK6ZMHK6E5DDHO4PAGASWJNN6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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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주한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대사와 앉은 사진은 참으로 볼썽사나웠다. 어쩌다 그 순간이 포착됐다고 해도 두 손을 모으고 앉은 이 대표 옆에 중국 대사는 정중하지 않은 자세로 있었다. 중국은 한국에 외교부 국장급을 대사로 보내고 있다. 이런 식으로 세계 10위권 국가에 대한 고의적이고 의도적인 하대를 계속하고 있다. 그런 직급의 중국 관리 옆에 공손한 모습으로 앉은 한국 다수당 대표를 보니 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싱 대사는 이 대표를 앉혀 놓고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한국에 보복하겠다는 것이다. 대사가 주재국을 향해 이렇게 무례하게 하는 나라는 중국 아니면 없다. 중국은 세계 곳곳에서 무례하고 폭력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에 대해선 더 그렇게 한다. 이 대표는 거기에 들러리가 됐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예방을 받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06.08/국회사진기자단
싱 대사는 그 자리를 빌려 시진핑을 우상화하는 발언까지 했다. “중국 국민은 일치단결해서 시진핑 주석의 지도하에 위대한 중국몽(中國夢)을 진행한다는 결심을 (한국인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이다. “시 주석 지도하에 중국몽이란 위대한 꿈을 한결같이 이루려는 확고한 의지를 모르면 그저 탁상공론일 뿐”이라고도 했다. 제 나라 독재자에 대한 저급하고 유치한 아첨을 다른 나라 사람들 앞에서 태연히 하는 중국 대사도 놀랍지만, 그걸 그냥 듣고 있는 이 대표 모습도 보기에 힘들었다.
이 대표는 직전 대선에서 집권당 후보로 나섰고 지금은 압도적 과반 의석의 제1당 대표다. 그런 이 대표는 자신의 지위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은 가져야 한다. 특히 외국을 상대하는 장소에선 국민의 대표라는 생각도 해야 한다. 그런데 중국 대사가 ‘우리 편 안 들면 재미없다’는 협박을 하는데 듣고만 있는가. 공산당 일당 독재에다 인권이 없고 한 명이 종신 집권을 추구하는 중국이 자유민주 국가인 한국에 편을 들라고 위협하는 것은 폭력이다.
이 대표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로 한중이 협력하자는 말을 주로 했다고 한다. 중국 대사관저까지 찾아간 것도 오염수 문제를 정치적으로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는 정부를 공격하는 데 보탬이 된다면 우리 국격이 손상되고 중국 국장급 관리에게 훈계를 듣고 협박을 당해도 감수할 만하다는 입장인가. 그렇지 않으면 이 대표도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라면서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 (중국의) 그 꿈에 함께 할 것”이라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뜻을 같이하기 때문인가.
한국은 인구 5000만이 넘는 나라 중 소득 3만달러가 넘은 세계 7국 중 한 나라다. G20 회원국이고 언젠가 G8 회원국이 될 수도 있는 나라다. 그런 나라의 국민 입장에서 이 대표와 중국 대사의 만남은 참으로 불쾌한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