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에 오랑케 호(胡)자가 들어간 이름 ♣
우리나라가 치루었던 전쟁 기록들을 보면
가장 흔하게 찾아볼수 있는 단어가 '오랑캐' 이지요
북방 여진족부터 왜구, 심지어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때 교전한
프랑스와 미국도 '서양 오랑캐'라 칭해왔어요
한마디로 우리나라를 침공했던 모든 외적들을 통칭하는 말이 오랑캐인 셈이지요
국어사전에도 '이민족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 나와 있고
1447년 쓰인 용비어천가에도 오랑케라는 말이 등장 하지요
흔히 이 오랑캐란 단어의 어원은
15세기 두만강 일대 만주지방에 살던 여진족을 멸시하는 말에서 비롯됐다고 하지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왜 '오랑캐'란 단어 자체가 여진족을 멸시하는 말이 됐는지
그리고 외적 전체를 통칭하는 말로 쓰여왔는지는 자세히 나와있지 않아요
그러나 오랑캐란 말은 13세기 몽골이 세계를 정복했던 시절
몽골족이 쓰던 '우량카이(UriyanKqat)'란 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지요
중세 몽골 유목민들이 쓰던 이 '우량카이'란 말은
삼림지대, 즉 '숲에 사는 사람들'이란 의미를 담고 있어요
그런데 이 오랑케를 한문으로 표기하면 오랑케 호(胡)자를 써야 하지요
그래서 음식명이나 물건명 앞에 ‘호(胡)’가 있으면 대개 오랑케와 연관이 있어요
우리음식 중에 호밀, 호떡, 호두, 후추 등이 대표적이지요
오랑캐에서 온 밀과 떡이 호밀과 호떡이 됐고
호두는 오랑캐에서 온 복숭아 씨앗(호도·胡桃)이지요
후추는 오랑캐에서 온 산초나무(호초·胡椒)의 발음이 변하여 '후추'기 되었다고 하지요
우리나라 고유 한복에는 주머니가 없었어요
그러나 오랑케들 옷에는 헝겊을 단 주머니가 있었지요
그것을 오랑캐 호(胡)자를 써서 ‘호주머니’가 되었어요
당시 이들은 잦은 전쟁으로 전투나 수렵을 위한 소도구를 몸에 지녀야 했지요
그 방편으로 옷에 주머니를 달기 시작했어요
우리 역시 북방 민족들의 영향을 받아 주머니를 만들게 됐다는 게 정설이지요
이렇듯 우리말에‘호(胡)’로 시작하는 단어들은 보통 오랑케에서 들여온 것이라 보면 되는데
오랑캐는 15세기 중국 동북지방에 살던 여진족을 업신여겨 일컫는 말이라 하지요
'호랑말코'라는 말이 있어요
이는 오랑케들이(이때의 오랑케는 고려시대때 침입해온 거란족)침입해 왔을때
그 사내(郎)넘들의 코가 말의 코처럼 유난하 컸다고 하지요
그리하여 그 넘들을 비하하기 위해 '호랑말코'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시간이 흘러 법도와 예절을 모르는 무도(無道)한 자들을 일컫는 말이 되었지요
'호로자식'은 배운거 없이 막되먹은 자를 일컫는데 호로(胡虜)는 오랑캐라는 뜻이지요
청나라를 세운 여진족은 조선을 침입해 병자호란을 일으켰어요
이때 조선은 청나라에 공녀를 바쳤는데, 이들이 돌아오자 사람들은 환향녀(還鄕女)라 불렀지요
이 환향녀들 중에는 아이를 임신하고 와 아이를 낳았는데
이렇게 태어난 아이들을 ‘호로새끼’, ‘호로자식’이라고 불렀어요
또는 호로아(胡虜兒), 호래아(胡來兒)라고도 했으며
후날 모음이 변화되어 '후레자식'이 되었지요
'호떡'은 중앙아시아에서 시작된 음식이지요
호인(胡人)들이 먹는 떡이 곧 호떡이었는데
여기서 ‘호’는 서역(西域, 중국 신장지역, 우즈베키스탄, 중앙아시아, 아랍 포함)에
사는 사람들을 의미하지요
호떡은 기원전 2세기 서역에서 중국으로 전해졌는데
당나라 현종 때 양귀비도 호떡을 무척 즐겼다고 하지요
'호두'는 처음 페르시아(현재의 이란)에서 자생했는데
한나라 무제(한족의 황제중 가장 오래 재위)때 장건이 실크로드를 통해 가져와
중국에 들어오게 됐어요
호두나무를 호도(胡桃)나무라고도 하는데 열매가 복숭아 씨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지요
'호박'은 한문표기 ‘남과(南瓜)’와 남만(南蠻, 남쪽의 오랑캐라는 뜻으로
남쪽 지방에 사는 민족을 낮잡아 이르는 말)에서 전래되었는데
박과 유사한 것으로 오랑캐로부터 전래된 것이라 하여 호박이라 부르게 된 것이지요
호각(胡角) 역시 만주인이 불던 뿔로 만든 피리를 일컫지요
후추는 한자어로 호초(胡椒)라 하는데
한나라 때 서역의 호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장건이 실크로드를 통해 가져왔다 하여
‘호나라에서 전래된 초(椒)’, 호초라 부르게 됐다고 하네요
그런데 호떡과 달리 '호빵'은 호(胡)와는 관련이 없어요
호빵을 처음 만든 건 1971년 지금의 SPC삼립인 삼립식품이지요
“뜨거워서 호호 불어먹는 빵”이라는 뜻에서 호빵이라고 작명했다 하는데
삼립식품 창업자인 고(故) 허창성 SPC그룹 명예회장이
1960년대 일본을 방문했다가 거리에서 파는 찐빵을 보고 착안했다 하지요
삼립이 호빵을 개발한 것은 제빵업계의 비수기인 겨울을 견뎌내기 위해서였어요
겨울철엔 뜨거운 음식이 인기인데, 빵은 차가운 경우가 많았지요
이 비수기를 이기기 위해 빨간 원통 찜기에 넣어 뜨겁게 만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럼 여기서 '호(胡) 자가 붙은 이름들을 살펴보기로 해요
호각(胡角) : 유목민들이 부는 뿔피리인데 전투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쓰였어요
호감자 : 황해도와 경기도에서 고구마를 가리키는 말이지요
청나라를 통해 들어와서 붙여진 이름이지요
호객(胡客) : 당나라 수도 장안에 거주하던 소그드 상인들을 가리키는 말이지요
호녀(胡女) : 시대마다 다른데 전국시대와 한나라 때에는 몽골이나 티베트계 여성
수당 시기에는 소그드인, 원나라 때는 위구르 등 중앙아시아 여자,
청나라 때는 여진족 여자를 가리키지요
호도(胡桃) : 호두. 호에서 온 복숭아란 의미이나 복숭아하고는 다르지요
호두는 이란 및 유럽 원산으로 서아시아를 거쳐 원나라를 통해 고려에 들어왔어요
호떡 : 청나라식 떡이지요
청나라는 여진족이 세운 나라라서 호떡이라 이름 지었지요
호떡의 기원은 중앙아시아로 알려져 있어요
호란(胡亂) : 여진족의 나라 청국의 침략을 병자호란, 정묘호란이라고 부르지요
호밀 : 중앙아시아 원산의 보리라는 의미로 호맥(胡麥)이라고 했는데, 우리나라에서 호밀로 바뀌었어요
호박(胡朴) : 호박의 호는 일본이지요 멕시코 원산의 호박이 미국, 일본을 거쳐 1605년 조선으로 들어왔지요
호봉(胡蜂) : 말벌이지요 이 호(胡)는 대(大)의 뜻이지요
호산(胡算) : 수효를 기록하는 중국 특유의 부호를 가리키지요
중앙아시아 상인들이 쓰던 방식이라 호산이라고 했어요
호악(胡樂) : 중앙아시아에서 들어온 음악이지요
고려 우왕은 대동강 부벽루에서 호악을 친히 연주하고 화원에서 호가를 즐겼으며
때로는 자신이 직접 호적(胡笛)을 불고 호무를 추었다고 하지요
호적(胡笛) : 태평소이지요 서남아시아에서 원나라를 거쳐 고려 말기에 들어왔어요
호주(胡酒) : 청나라 말기, 즉 구한말에 들어온 고량주이지요
호주머니(胡囊) : 유목민 복장에 있는 주머니이지요
원래 중국 전통 복식에는 주머니가 없었어요
호콩 : 땅콩이지요 브라질 원산으로 청나라를 통해 들어왔지요
호파 : 만주에서 나는 파이지요
호희(胡姬) : 몽골이나 티베트 계열 여성은 대개 호녀로 불리는데
수당 시기에 호희라고 할 때는 소그드인 여성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아요
이백(李白)의 시에 나오는 호희는 소그드인 여성이지요
후추(胡椒) : 호(胡)지역의 추(椒)란 뜻으로 원래 호추였어요
인도 남부가 원산으로 아라비아 상인을 통해 중국으로 들어오고
우리나라에는 고려 때 들어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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