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넌 미친놈이야… 】
# 13.
시간은 흐르고 흘러서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화요일 아침. 어제부터 내리던 비는 오늘도 여전히
바닥에 옹기종기 떨어지고 있었다. 등교 길에 다짜고짜 내 노란 우산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나의
차가운 외면에 비 맞은 개새끼 마냥 홀딱 젖어버린 개주동. 한참을 궁시렁 대다가 학주에게 붙들려
간 녀석의 빈 자리를 보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능글능글한 행동으로 내 속을
있는대로 다 뒤집어 놓는 망할 녀석과 여전히 뛰어난 순발력으로 개주동을 열심히 피하는 고소미.
‘ 이상한 건... 나 하나 뿐일까? ’
가끔씩 찾아드는 설레임과 두근거림... 그리고 왠지 모를 떨림과 그리움.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요즘 들어 내게 낯설기만 한 모습들이 보여져 약간 혼란스럽다. 꽤나 골치 아픈 생각들에 공부도
안 될 뿐더러 비가 오는 날이면 늘 저기압이었기에 똑딱이 펜으로 책상만 연신 두들기고 있는데,
“ 와악~! ”
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누군가가 내 등을 탁 쳤다. 무지막지한 힘에 몸이 앞으로 쏠린 난 한껏
구긴 얼굴로 뒤를 돌아봤고... 역시 예상한 대로 머리를 긁적이며 베시시 웃고 있는 고소미를 계속
노려보다 눈길을 접고 고개를 다시 원상태로 돌렸다. 그러자 앞으로 와선 자기 얼굴을 들이댄다.
“ 뭐야? 부담 되니까 저리 치워! ”
“ 왜? 내가 너무 예뻐서?? ”
“ ............ ”
“ 알았어~! 킥킥... 새흰이 너 아까 솔직히 놀랬지? 그렇지? ”
“ 않 놀랬어. ”
“ 거짓말 하지마~ 아까 약간 흠칫하는 거 봤단 말야. 히힛... ”
“ 어, 저기 개주동 온다. ”
내 말에 놀란 토끼만큼이나 똥그래진 눈으로 주위를 살피는 고소미. 이거... 생각보다 재밌다.
“ 뭐야~! 진짜 놀랬잖아!!! 씨잉... 주동인 아침부터 어디 갔어? ”
“ 땜빵이 또 끌고 갔다. ”
“ 또?? 에궁... 학주가 주동일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애. 하긴 요즘엔 학교에 많이 나오니까....
난 주동이가 계속 결석하다가 수업 일수 부족해서 유급처리 되면 어쩌나 했거든. ”
“ 고작 3일이 많이 나온 거냐? 아직은 모를 일이야. 좀 더 지켜봐야지. ”
“ 그래도 전학오고 나서 이렇게 학교에 오래 붙어있은 적은 없었잖아. 맨날 땡땡이에
무단 결석이어서 같은 학교라도 얼굴 볼 일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엔 자주 보니까 너무 좋더라.
수업 시간에 주동이가 선생들한테 대꾸하는 것도 너무 웃기고, 너희가 싸우는 것도 재밌어. ”
“ 그게 재밌다고? 미쳤냐? 진짜 사람 피말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
“ 난 보기좋던 걸? 주동이도 네 앞에서는 너무 귀엽단 말야~ 꼭 젖먹이 강아지 같이... 킥킥...
그리고 너 주동이 때문에 공부 별로 못하잖아. 난 그게 제일 좋아. 솔직히 쉬는 시간에도 공부하는
흰이 너 보면서 애들이 수근대는 거 진짜 짜증났었거든.... 이제 여름 방학도 며칠 않남았는데
공부는 접어두고 실컷 놀아야지~! 아... 공부하니까 김수정 그 재수없는 년이 생각나네. 쯧..... ”
“ 됐어. 지금 그래봤자 다시 주워담을 수는 없잖아. 아주 거슬리지 않았다고는 말 못해도
그게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난 별로 신경 않쓴다. 근데, 걔는 왜 오늘도 결석이라냐?
고작 책상에 부딪혔는게 이틀 씩이나 결석할 일이야? 다친 데도 별로 없던 거 같던데.... ”
“ 그...글쎄....? 그냥... 꾀병이라도 부리는 거겠지, 뭐.... ”
“ 개주동도 모르는 일이라던데...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
“ 어우야~ 새흰이 너 김수정 얘기는 왜 자꾸 꺼내? 그 년은 원래 좀 재수없는 년이였다니깐??
전부터 너한테 시비거는 거 진짜 맘에 않들었는데!! 이번 일로 기가 팍! 팍! 죽었을 거야~! ”
정말 통쾌하단 표정을 유감없이 지으면서 깔깔깔 웃어대는 고소미. 인심 고약한 마귀가 따로 없는
그 자태를 보면서 요즘들어 한 두마디 하게 된 짝과 난 동시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열심히
웃어대던 고소미는 얼굴에 그늘이 잔뜩 드리워진 개주동이 등장함에 따라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 개주동. 너 표정이 왜 그래? ”
“ 네가 봐도 내 표정 존나 구리냐? ”
“ 아니, 잘 어울려. 그냥 그 표정으로 평생 살아도 될 것 같다. ”
“ 뭐? 내가 너무 잘생겨서 빛이 난다고?? ”
“ 미친놈... 고소미랑 같이 땅에 묻히고 싶지? 근데 오늘은 학주가 뭐래? ”
“ 아악~ 젠장!! 그 새끼, 전에 한 번 도망친 거 가지고 존나 지랄이야.
아직까지 그걸로 계속 트집 잡는데.... 내가 진짜 우리 형만 아니었으면... 아오!!! ”
짜증난다는 듯 주먹으로 아무 죄없는 책상을 퍽퍽 마구 두들겨패는 녀석. 불쌍한 자식... 그 심정
내가 충분히 안다. 학기 초에 지각한 일로 몇개월을 트집잡던 게 그 학주라는 인간인데, 토요일에
교실로 도망쳐온 일이 어디 하루 아침에 그 놈 머리에서 지워지겠냐고.... 원래 선생이란 족속들은
한가지의 잘못을 열가지로 늘려버리는 고단수의 능력이 있는데 널 보니 비열한 면상의 학주가
고소미와 비슷한 자태로 웃는 것 같구나. 복장 불량을 포함해 개주동 넌 걸릴 게 너무 많단 말야.
‘ 너 사과를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존나 희한한 성격이라며.... 이제 사과 받았으니까 됐지?
아....!! 나한테는 사과같은 거 요구하지마!!! 난 남한테 머리숙이는 거 죽어도 싫으니까. ’
‘ 그냥....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었어. ’
앞뒤를 말끔하게 잘라먹은 저딴 간단명료한 말들을 씨부리며 날 이해시키려 했던 개주동.
지금은 뒤에서 하나로 동여맨 내 머리칼을 한올한올 세아리고 있는, 보기완 달리 엉뚱한 구석이
꽤나 있는 녀석... 대체 언제부터 였을까? 이 녀석이랑 있으면 심심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한 게....
언제부터 였을까? 이렇게 함께 있는게 당연하다는 듯 붙어있게 된 날들이.... 언제부터 였을까?
녀석의 헛소리에 소리를 지르게 되고, 그게 즐겁기도 해서 웃었던 게... 그저 귀찮기만 했던 놈이
이제는 챙겨주고 싶은 대상이 된 것이.... 녀석을 보면 자연스럽게 웃음이 맺히게 된 날들이.....
녀석과 함께 하는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난 지금 어떤 마음으로 놈을 보고있는 걸까?
“ 거기!!! 수업은 않듣고 지금 뭐하는 거야!!!!!! ”
수업을 하다 갑자기 소리를 꽥 지른 레고. 수도 없이 시리즈를 분출해내던 장난감 레고를 아는가?
부담스러울 만큼이나 까맣고 네모 반듯한 헤어스타일. 그래서 별명이 레고다. 그리고.... 2학년 7반
진승호의 담임. 저놈도 꽤나 속 썩겠군. 내 주위엔 왜 이렇게 불쌍한 인간들이 널리고 널렸는지...
나만 보면 늘상 잡아먹을 듯이 달려드는 개주동 보다 훨씬 더! 사악한 진승호를 떠올리며, 놈에게
당하고 살 레고를 보면서 동정어린 시선으로 고개를 좌우로 젓는데 레고가 내 쪽을 홱 노려보더니
성큼성큼 걸어온다. 억! 설마 저놈이 내가 수업시간 내내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눈치챘나?
“ 김주동! 네가 이새흰 뒤에 숨는다고 지금 하는 짓이 가려질 것 같냐? ”
무서운 기세로 걸어온 레고가 선 건 다름아닌 내 뒷자리 책상.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망할 개주동 녀석이 이 신성한 수업시간에 하던 딴 짓의 정체가 궁금해 얼른 고개를 돌렸다.
“ 앗, 따거!!! ”
“ 야, 이새흰!! 갑자기 돌면 어떡해?? 처음부터 다시 세야 되잖아!!! ”
그와 동시에 머리 밑에서 느껴지는 아픔으로 인해 비명을 지른 나와 내가 고개를 돌린 것이 못내
불만이라는 듯 고함을 버럭 지르는 개주동. 얼굴을 찌푸리며 머리 밑을 열심히 문지르던 난 여전히
불만어린 표정인 녀석의 손아귀에서 흩날리는 몇가닥의 머리카락을 보며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 젠장... 157개까지 셌는데...... ”
“ 뭐?? 야!!! 내 머리카락이 네 장난감이야!? ”
“ 그럼 심심한데 어쩌라고~!! ”
“ 남의 머리를 뜯어놓고 고작 그게 할 말이냐? 정말 땅에 묻히고 싶어?? ”
“ 마누라가 서방한테 말버릇하고는!!!! ”
수업시간에 딴 짓을 하던 개주동을 처벌하려다 얼떨결에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게 된 레고.
뻘쭘한 자세로 지켜보다가 점점 언성이 높아져 가자 끝내 중간에 끼어들어 중재를 가한다.
“ 둘 다 조용히 하지 못해!!!!! 이것들이 수업 시간에 뭘 잘했다고 말싸움질이야!!!!
이번엔 그냥 넘어가겠지만, 한 번만 더 딴 짓하다 걸리면 너희 둘 다 복도로 나갈 줄 알아!!!
특히 김주동 너 조심해!!! 요즘 승호 놈이 웬일로 학교에 잘나오나 했는데, 그게 다 네가 학교에
붙어있으니까 그런 거였구나!! 내가 정말 너희들 때문에 안과를 몇 번이나 다녀왔는 줄 알아??
이젠 학교 빠지지 말고 열심히 다녀. 알았지? 김주동, 대답!!!! ”
“ 옙. ”
아예 대놓고 귀를 후벼파는 개주동의 성의없는 대답에 민망한 듯 헛기침을 몇 번 해대더니 다시
교탁 앞에서 열심히 일어를 중얼댄다. 나 역시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개주동이 못 건드리도록
조치를 취한 후 수업에 열중하려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 등을 꾹꾹 찔러대는 녀석의 손가락.
내가 가볍게 무시하자 꾹꾹 찌르던 손가락은 점점 강도가 세져 이젠 등을 후벼파기에 이르렀고...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눈물을 찔끔 보이며 뒤를 돌아 즐거운 표정의 개주동을 힘껏 노려봤다.
“ 왜! ”
“ 큭큭... 언제 마치냐고. 지루해 죽겠다. ”
“ 네 눈깔은 사시냐? 저기 걸려있는 시계 않보여? ”
“ 몇 시에 마치는 줄 몰라. ”
“ 내가 저번에 다 가르쳐줬잖아! ”
“ 까먹었어. ”
‘웃는 낯짝에 침 못뱉는다’ 라는 속담을 당장에 뒤엎어버릴 개주동의 행동에 난 오늘도 참을 인
세 번을 되새기며 무시를 택했고.... ‘한 번만 더 찌르면 죽인다!’ 란 무언의 눈빛을 보내고는 다시
수업에 열중하려 했지만, 멍청한 개주동으로 인해 내 등은 또다시 뼈저린 아픔을 느껴야만 했다.
“ 이 자식아!!!! 내가 찌르지 말랬지!!!!!! ”
참다참다 이성의 끈이 끊겨버린 나의 목에서 흘러나온 쩌렁쩌렁한 고함소리가 태풍이 몰아치듯
교실을 뒤흔들고.... 날 보며 식은 땀을 흘리는 개주동의 멱살을 잡았을 때 곧이어 들리는 소리.
“ 둘 다 복도로 나가!!!!!!!!!! ”
***
“ 꺄하하하~~! 꺄하하하하~~!! ”
“ 시끄러우니까 그만 웃어. ”
“ 그래도.... 푸훕.... 너무 웃긴...걸..?? 참....으려고 해도.... 꺄하하하핫~! ”
“ 그만 웃어라고 했잖아!!!!!! ”
‘ 퍼억- ’
배를 부여잡고 배꼽이 빠질라 눈물 콧물 다 뽑아가며 웃어대는 고소미의 등짝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독한 인간. 등짝을 만지작 대면서까지 몸을 부르르 떨며 눈물을 흘리는데... 대체 저 눈물은 아파서
나오는 걸까, 아니면 웃음을 애써 참느라 나오는 걸까... 막 점심을 먹은 후 나보다 더 광택나는 뿔테
안경을 쓴 학생회장이 주고 간 프린터물을 정리하고 있는 내 눈치를 빼꼼히 보는 고소미. 그 한 방이
효과가 있는지 더이상 시끄럽게 웃진 않지만, 계속해서 씰룩이는 저 입꼬리는 어쩔 수 없구나....
“ 넌 그렇게 웃어놓고도 또 웃음이 나오냐? ”
“ 푸훕...!! 오늘은 완전 초대박이었다니까!? ‘수업시간에 조금의 빈틈도 없이 철저한 이새흰이
수업시간에 떠들어서 복도로 쫓겨 나가다!’ 라니..... 킥킥... 정말 상상도 못했어. 꺄하하하~!! ”
“ 그럼 자꾸 찔러대는데 참고 있을까?? 진짜 아팠다니까!! 망할 개주동 자식.... ”
“ 킥킥... 둘이 복도에 쫓겨나서 뭐했어? ”
“ 난 수업을 계속 들으려고 했는데.... 교실엔 네 웃음소리 밖에 않들리더라... 앙? ”
“ 그,그랬어...? 풋... 너무 웃겨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풋.... ”
“ 고소미 너 자꾸 풋 소리내면서 웃지마!! 당장에 행방이 묘연해질 수가 있어. ”
고소미가 웃음을 참을 때마다 들려오는 ‘풋’ 소리는 내 기분을 여지없이 다운시켰던 그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고.... 또다시 내 눈이 도끼눈이 되려는 조짐이 보였다.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수빈 놈의 샤프했던 면상떼기가 생각나자 쥐고 있던 종이가 빠직- 소리를 내며 구겨졌다.
“ 아앗! 내 프린트!! 이거 학생회에 제출해야 하는 건데!!! ”
“ 새흰이 너 오늘 정말 사고 많이 친다!! 꺄하하핫~~! 아이고, 배야!!! ”
“ 아씨.... 어, 저기 김주동 온다!! ”
“ 내가 한 번 속지, 두 번 속을 줄 알어? 꺄하하하하......!!! ”
쳇... 이젠 아예 배를 잡고 구르는 고소미의 행동에 나의 불쾌지수는 점점 상승하기만 했다.
내가 오늘 만큼 개주동을 원했던 적이 과연 있었을까... 한숨을 푹푹 내쉬며 아직도 부슬비가 내리는
창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땜빵 학주와의 합의로 무기한 교내 봉사활동을 하게 된 개주동과 진승호.
처음에는 무기한 정학이란 어마어마한 처벌이 내려졌지만, 얼빵한 진승호 자식이 학주 앞에서 너무
좋아하는 티를 냈고 원래라면 진승호보다 더 좋아해야 할 개주동이 갑자기 고래고래 항의를 해대며
날뛰는 바람에 그동안 녀석들이 저질러온 수많은 업적들은 교내 봉사활동을 처벌로 끝이 났다.
수업시간에 교내 봉사를 했던 나와는 달리 점심시간 30분을 투자해 잡초를 뽑는 녀석들. 아무래도
수업시간에 조차 공부를 하지않는 학교 대표 명물인 놈들을 위한 학교 측의 세심한 배려인 듯....
그렇게 내 고개가 다시 책상을 향하고 고소미가 숨을 막 헐떡일 때, 뒷문이 쾅- 하고 거칠게 열렸다.
“ 여기 이새흰이란 년이 누구야?? 존말할 때 빨랑 튀어나와라.... ”
뒷문에 건방진 자세로 서있는 무리를 보며 즐겁게 놀던 반 녀석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수근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제히 내게로 모이는 시선들. 그 무리에 풍선껌을 불던 인간이 주위를 교실 안을
쭈욱 살폈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고소미를 보다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 제가 이새흰인데요. 무슨 일이시죠? ”
“ 아~ 너야? 깔깔... 네가.... 그 유명한 이새흰이라는 년이야? ”
“ 와... 쟤 존나 촌스러워~ 진짜 밟아버리고 싶은 얼굴이다. ”
“ 아가야. 거기 서서 뭐해? 혹시 공부하는데 언니들이 방해해서 열받은 건 아니지?
큭큭큭... 언니들이 너한테 볼 일이 좀 있어서 그런데... 서있지만 말고 여기로 텨와줄래? ”
얼굴에 비웃음을 한가득 안고는 날 이리저리 훑어보는 듯한 시선들에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뭐라고 지껄여대던 한 쪽 귀로 흘려보내며 인원을 파악했다. 흠... 한 일곱 정도 되는 것 같군...
머리는 제멋대로 볶아 색색대로 염색을 하고, 입고 있는 교복들은 하나 같이 부담될 정도로 타이트
한데다 복장 불량에 껌을 씹고 바닥에 침을 타악 뱉는 인간들. ‘나는 저렇게 더럽게는 않놀았다’ 라
생각하며, 작대기만 들고 방방 설쳐대는 땜빵 학주의 무능력함을 다시 한 번 새삼스레 느꼈다.
“ 호수야. 저 년 앞에 있는 거 고소미 아냐? ”
그러다... 봉숙 여사한테 화장하는 법을 그대로 전수받은 듯한 인간의 한마디에.... 몇 년전이나
지금이나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일진녀들의 껄렁껄렁한 겉모습에, 지금 내 눈 앞에서 행해지는
같잖은 행동들에 어이없다는 콧방귀만 연신 껴대던 발이 서서히 움직여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 고소미. 저것들은 내가 다 해결할 테니까 넌 꼼짝도 하지말고 네 자리에 앉아있어.
분명히 말했다. 그리고 절대 개주동한테 알리면 안 돼. 혹시 개주동이 나 어디갔냐고 물으면
네가 알아서 대충 둘러대고. 인간들 입단속도 부탁해. 알겠지? 5교시 시작 전까지는\ 올께. ”
고소미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걸어나가던 내 발이 뒷문 앞에 도착했다.
풍선껌을 불던 인간이 내 어깨를 손으로 쳐대고, 알록달록 집단들이 건방진 자세로 팔짱을 낀 채
자기네들끼리 비웃는다. 그러다 단발까지 오는 갈색 빠글머리가 꽤 도도한 자세로 내 앞에 섰다.
“ 씨발 년, 놈들이 다 이새흰 이새흰 하길래 그 잘난 낯짝 좀 구경하러 왔는데 말야....
별 거 아니잖아? 너 어디가서 왕따 같은 거 않당해? 이런 얼굴로 어떻게 주동이를 꼬셨냐? ”
“ ............ ”
역시 원인은 개주동이었다. 그래... 나도 딱 한 번 이딴 짓을 한 적이 있었지.... 여자 친구라고는
딱 하나있는 게 남자 하나를 가지고 하도 울고불고 해대길래 짜증나서 그 화풀이로 상대편 여자앨
밟아버렸다. 물론 그 땐 그냥 재미로 손봐줬다만, 이렇게 직접 당하는 기분은 썩 좋지만은 않구나.
“ 어어? 이년이 호수 말을 씹네? 아아.... 존나 어이야. ”
“ 하. 욘라 구리게 생긴 년이 지금 누구 앞이라고 개겨? 넌 선배말이 말 같지도 않어?? ”
“ 이소희. 좀 살살해~ 그러다가 저게 나중에 꼰지르면 귀찮아진단 말야. ”
“ 야, 너 학주한테 이르기만 해 봐?? ”
아랑곳 않고 시계에 눈이 가있는 잔뜩 찌푸려진 내 얼굴. 1시 20분. 곧 개주동이 올 시간이다.
아직 이틀째라지만, 오늘 같이 비오는 날에 우비를 뒤집어 쓰고 잡초를 뽑아서 한창 기분 더러울
녀석인데 지금 이 뭐같은 상황이 무엇하나 뵈는 게 없는 개주동의 눈에 띈다면 간단히 끝날 일이
불파만파로 겉잡을 수 없이 퍼져나갈 것이 뻔했다. 그렇게 빠른 시간내에 내려진 결론은.....
잡초 뿌리를 산삼이라고 바득바득 우기는 개주동이 들이닥치기 전에 우선 이 교실을 뜨고 보자!
“ 야. 너 우리가 만만해? 이년이 아까부터 계속 우릴 무시하....... ”
“ 이럴 게 아니라 여긴 보는 눈들이 많으니까 일단 자리부터 옮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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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1.
[ 장편 ]
넌 미친놈이야… # 13
에어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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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14 02:42
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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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홋 1빠네염^0^ 저두 일어나서 바로 컴터해서 배가 쪼끔 고픔 ㅎ 금 담편 기대기대ㅎㅎㅎ//
[주머니안] 님! 오늘도 꼬리말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침엔 정말 배가 많이 고팠답니다ㅠㅠ 전 이제 저녁 먹으러 가요! 흐흐. 감사하구요, 그럼 즐거운 시간 되세요!!
제 생각엔 소미가 부반장을 손 봐준거 같아요....ㅋㅋ 재밌어요^^
[마법처럼//ㆀ] 님! 글쎄요... 어쨌든 부반장은 나쁜 아이였으니까 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흐흐흐. 꼬리말 감사합니다.
>_< 꺄앗꺄앗!! 꼭 저렇게 시기하는 것들이 꼭 한둘씩 있다니까요?? ㅋㅋㅋ 못된 언니들>_<;;;
[♥ires] 님. 저 못된 언니들은 두번째로 등장하는 악역이네요. 승호와 수빈이를 일단 제외하고... 아하하. 이들의 활약(?)을 지켜봐주시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미랑 주동이가 은근히 닮은 구석이 있네요. 이러면 안되는데....^^ 새흰이의 마음이 어느정도 기울어진 거 같아요. 빨리 확실한 계기가 왔으면 합니다^^ 다음편 기대할께요.
아, [사랑했었다_。]님! 새흰이의 마음이 기울어진 게 느껴졌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표현하고 싶은데 글재주가 딸려서요... 으하하.. 꼬리말 감사하구요! 늘 즐거운 시간 되세요!!
꽤 난감한 상황.... = _ = !! 언니들이 쫌 많이 무서워도 상대가 천하무적 새흰이니까 하나도 걱정없어요~~~!! 새흰이 파이팅!!! 아자!! *= ㅠ =* !!!!
새흰이를 응원해주신 [당돌한렁쇠] 님! 오늘도 찾아주셨네요. 제가 부러워하는 걸 모두 갖춘 천하무적 새흰이라면 당당히 해결하겠죠? 흐흐. 담 편 빨리 갖고 오겠습니다.
다음편 빨리 올려주세요 ㅎㅎ
[솔직한그대로] 님! 많이 부족한 제 소설을 읽어주시고 또 꼬리말까지 달아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담 편 될 수 있는대로 빨리 올릴께요. 감사합니다!!
새흰이를 소리지르게 하는 힘 >< ㅋ 주동이의 능력은 오답찍기 100%외에도 또 있었답니다. ㅋㅋ
[‡♥‡…고백))] 님, 주동이의 뛰어난 능력을 아주 잘 알고 계시네요. 으하하. 앞으로 많이 보여질 또다른 능력들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구요! 늘 즐거운 시간 되세요~!
주동아!!! ㅠ_ㅠ 잡초뿌리를 산삼이라고 우기면 어떡하니........ ㅠ0ㅠ!!!!!!!
오늘도 주동이 때문에 눈물을 펑펑 흘리시는 [뿌요뿌요♥] 님. 흘러가는 말처럼 적을 용케도 보셨네요. 흐흐. 앞으로도 주동이 많이 사랑해주세요!! 감사합니다!!!
「 주동ㅇl 은근ㅎl 웃겨요^^ 사l벽ㅇl라서 그런ㅈl 바l가 출출.... 다음편 ㄱl다l할꺼l요^^* 」
[멀l로ㄷl〃♡] 님. 새벽에 배고픈 그 참담한 기분, 제가 잘 알죠~! 배는 고픈데 살찔까봐 엄두도 못내는 안타까움ㅠㅠ 담편 올리고 왔답니다!!!
부반장에 이어 알록달록 집단까지!!!! 그래도 전혀 꿀리지않고 당당한 새흰이!!! 넘 멋져요 >ㅅ<
[벙거지모자] 님! 저도 참 새흰이가 부럽네요. 윗 분 말대로 정말 천하무적 이니까요. 흐흐. 앞으로 많은 관심 가지고 봐주세요. 꼬리말 감사합니다!!!
어이쿠, 새흰이가 큰일나게 생겼네요. 주동이가 나타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여기서도 새흰이가 소미를 생각하는 마음이 전해지네요. 그런데 호수라면........ 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쥬피타파] 님, 벌써 호수의 정체를 알아챈 듯한.... 제가 먼저 말해주면 재미없으니까 계속 지켜봐주세요. 다음편 올리고 왔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밌어요+_+ 다음편 빨리 올려주세요♡
[꼬마아가씨♡] 님! 처음 보는 분이네요!! 재밌게 봐주시고, 또 꼬리말까지 남겨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구요, 금방 올리고 온 14편도 많이 부족하지만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할께요! 그럼 늘 즐거운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