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東疎
沙門婆羅門以忍爲力 常念下於人 然後自陳 國王以僑慢爲力
以此豪世而自陳設 阿羅漢 以專精爲力 而自陳設
사문바라문이인위력 상념하어인 연후자진 국왕이교만위력
이차호세이자진설 아라한 이전정위력 이자진설
사문과 바라문들은 인욕으로써 힘을 삼는다. 언제나 사람들에게 자기
를 낮춘 상태에서 말을 한다. 국왕은 교만으로써 힘을 삼는다. 세상의
호걸기상으로 자기의 말을 한다. 아라한들은 오롯하게 정진하는 것으로
힘을 삼는다. 그러한 연후에 자기의 말을 한다.
사문은 수행자라는 뜻이다. 자기 수행을 하는 모든 자들을 통틀어 사문이라고 한다. 이 사문 속에 불교의 수행자들이 들어 있다. 전체로 말하면 사문이라고 하고 세분화하면 남자스님 여자스님 남자신자 여자신자로 나뉜다.
수행자는 인욕한다. 인욕하지 않으면 사람들과 부딪혀서 살 수가 없다. 수행자가 마른 가죽처럼 뻣벘하면 중생들을 포용할 수 없다. 그래서 일단 마음을 내려놓는다. 그것을 하심下心이라고 한다. 또는 마음을 상대방보다 낮춘다고 한다. 그래서 예부터 수행자는 자신을 풀처럼 부드럽게 낮추고 상대방을 대한다고 했다.
옛날에 하심수행이라는 것이 있었다. 일종의 탁발이었다. 바랑을 지고 탁발을 나가면 온갖 멸시와 수모를 다 참아야 했다. 아이들의 조롱에 이어 똥개들의 위협, 그리고 사람들의 하대 같은 푸대접에 마음은 상할 대로 상하고 심정은 다칠대로 다쳐도 아무렇지도 않는 듯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그대로 앞으로만 나아가면서 탁발을 했다. 그래서 수행자는 인욕으로써 힘을 삼는다고 하신 것이다.
국왕은 통치자다. 위엄과 기개가 없으면 관료와 백성들이 따라주지 않는다. 강력한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있어야 군주의 위엄이 서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위세를 떨 필요가 있다. 군대를 거느리고 열병을 하면서 그 세력을 내외에 과시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힘이 되는 것이다.
아라한들은 언제나 선정에 들어 있다. 그들이 선정을 잃으면 직관력이 떨어지고 마음의 안정을 잃는다. 그들의 열반은 작은 열반이기 때무에 완전히 번뇌가 없어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므로 선정을 잃으면 마음 밑바닥에 가러얹어 있던 번뇌가 다시 일어나 난무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언제나 한결같은 선정의 정진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정진으로 힘을 삼은 연후에 할 말을 하는 것이다.
첫댓글 인욕과 정진을 힘으로 삼기를. _()_